Tag Archives: 픽션

Grey Town

아침 회의가 끝나 모두들 서둘러 자리를 뜨고 있던 어수선한 상황에서 반장이 김정훈에게 다가 왔다. “이봐 김 형사 내 사무실로 잠깐 오게.” 김정훈은 5분후 반장의 사무실문을 열고 들어가 얼음장처럼 차가운 표정으로 그의 의자에 앉아 있는 반장에게 가볍게 목례를 했다. “거기 앉게.” 김정훈은 반장이 가리킨 검정색 가죽의자에 몸을 기댔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네. 어느 소식을 먼저 read more »

White Town

눈을 떴다. 흘낏 블라인드 너머 창밖을 바라본다. 늘 그렇듯이 하늘은 옅은 잿빛이다. 습관적으로 침대 맡에 놓여 있는 박하담배를 꺼내 문다. Salem. 누운 채로 가만히 허공에 연기를 날려 보낸다. 시계 초침소리가 들린다. 째깍 째깍 째깍 다시 담배를 한껏 깊이 들이마셨다. 몸속을 온통 담배연기로 채워 버리겠다는 듯이…. 훅 뿜어내는 순간 의식하지 못했던 소리가 다시 귓속을 이명(耳鳴)시킨다. 째깍 read more »

고양이

비누머리님의 요청도 있고 오랜만에 단편 하나 올립니다. 글 속의 날짜를 보니 지금으로부터 딱 10년 전에 끼적거린 글이로군요. 다시 읽어보니 민망해서 온몸에 소름이 돋습니다. 하지만 블로그 개장 1주년이라는 타이틀도 있고 하니 저를 웃음거리로 여러분 앞에 내놓습니다. 맘껏 비웃어 주시길… ^^;  (1) 재훈은 동그마니 큰 눈에 호기심을 가득 품은 채 자신을 바라보는 조그마한 동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갈색 read more »

핸드폰

다소 딱딱한 글만 연속으로 올린 것 같아서 분위기 전환으로 어릴 적 끼적거린 유치뽕짝의 단편 하나 올립니다. 김반장는 탁자위에 놓여진 오렌지주스를 한 모금 마시며 갈증을 달랬다. 맞은편에 앉은 가족들은 어수선한 표정을 애써 감추려 하지 않았다. [그러게 애초에 다 큰것이 혼자 나가 산다고 했을때부터 말렸어야지.] 가장인듯한 초로의 사나이가 옆자리에 앉아 있던 자그마한 여인에게 벌컥 성을 냈다. [지금 read more »

求道者로서의 野球人의 자세

삼진아웃을 당한 김명지는 락커로 돌아와 벤취에 털썩 주저 앉았다. 그러나 실망스런 표정은 아니었다.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겠다는 초연한 의지가 표정에 나타나 있었다. 2루수가 그런 그를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이봐. 슬러거 또 삼진이네?] [그러게.] 김명지는 마치 남의 일인양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자네 20타수 연속 무안타에 6연속 삼진인거 알고나 있나?] [알지 알고 말고.] 2루수에게 눈도 돌리지 않은채 김명지는 read more »

우정

이른 아침 교정의 잔디는 6월의 아침이슬을 흠뻑 담아두고 있어 푸르름이 눈부실 지경이다. 과함도 모자람도 없이 초여름의 아름다운 교정은 크게 숨을 쉬어 그 행복한 공기를 폐속에 한껏 담아두고 싶은 경치다. 그러나 나나 그 녀석에게 있어서나 이러한 상쾌함을 느끼는 것조차 일종의 사치다. 한국땅에서의 고등학교 3학년이라는 사회적 지위는 오만함, 권모술수, 그리고 자기학대를 미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란다에 나와 read more »

눈을 떴다. 시계를 보니 아침 일곱 시였다. 느긋하게 늦잠을 자도 될 일요일 아침이었지만 방금 꾼 꿈이 너무 생생해서 잠이 확 달아나버렸다. “여보 여보” 벌써 일어나 부엌에서 아침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아내를 불렀다. “왜~” 귀찮은 듯한 아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는 안방으로 들어와 내가 누워 있는 침대 모서리에 앉았다. “뭔데” “있잖아 꿈을 꾸었는데 좀 소름끼친다.” “뭔데 이야기해봐.” read mo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