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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 컬럼]트럼프는 북한을 위협하는 대신 이것을 시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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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Delury는 서울에 있는 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중국학을 가르치고 있는 부교수다.

시리아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미사일 공격은 좌우 양측으로부터 환호를 불러일으켰고, 몇몇 열광자로 하여금 북한에 대한 “군사적 해결”에 관한 논쟁을 촉발하게끔 했다. 한국에 대한 행정부의 대다수 레토릭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비교는 매우 위험한 오해다. 타격을 하면 북한이 반드시 더 강하게 보복할 것이다. “외과적” 공습으로 그들의 능력을 – 핵 또는 다른 것들 – “선제적으로 무력화”시킬 수 있는 군사적 수단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의 무기 프로그램을 저지하려는 그 어떠한 무력의 사용도 전쟁을 촉발할 수 있고, 이 비용은 엄청날 것이다.

미국 우선의 시대이니 우리는 북한의 포나 단거리 미사일의 사정권에 놓인 서울에 사는 1천만 명에게 닥칠 죽음과 파괴를 신경 쓰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는 이 곳의 기지들에 있는 군인과 그들의 가족을 포함하여 남한에 거주하는 약 14만 명의 미국 시민과 이웃 일본에 있는 추가적인 시민들을 신경 쓰고 있는 것인가? 또는 남한의 미국과의 1,450억 달러의 상호무역을 포함한 다른 세계와 얽힌 1조 4천억 달러의 경제는 신경 쓰고 있는 것인가? 우리는 북한의 미사일이 아시아에서 가장 복잡한 공항인 인천 국제공항이나 세계 6위 규모의 컨테이너 항구인 부산에 쏟아지는 것은 신경 쓰고 있는 것인가? 중국의 관문에 대화재가 발생하거나 일본이 휩쓸려 들었을 때 세계 경제에 어떠한 일이 일어날 것인가?

분명히 미국의 대중과 정당을 초월한 의회는 이러한 비용들이 감내할 수 없고 상상할 수 없다는 데에 동의할 것이다. 행정부에 존재하는 많은 분별력 있는 전략가와 정책결정자를 고려할 때 군사적 악담은 허세라 결론내리는 것이 이성적일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그러한 것들은 현실적으로 임박한 질문, ‘직접 대화나 개입으로 나아갈 외교적 옵션을 선택하기보다 중국의 경제제재를 통한 경제적 압력에 직면해 그들이 얼마나 견딜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회피하는 것이다.

오바마 정부는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지만, 북한이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 권력이동을 함에 따라 경제제재와 압력에 돈을 투자했다. 불행하게도 북한은 이란과 같은 정상적인 무역국처럼 호주머니 사정이 막바지에 몰리지 않았다. 북한 사람들은 이미 국제 경제로부터 진작 고립되었고 국제사회와 절연되어 왔기 때문에 고립이 심화되어도 그들의 셈법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김정은에게 있어 한 가지 희망적인 것은 그가 북한의 경제를 향상시킬 수 있는 야망을 품고 있다는 것이고, 그의 내부 정책들은 이미 완만한 성장세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첫 번째 관심사항은 정권의 생존과 국가 안보이며, 그는 이를 위해 핵 억지력이 필수적이라고 간주하고 있다(슬프게도 합리적인 추론이다). 8년간의 경제제재와 압력은 – 김정일의 죽음 직전의 짧은 외교적 시기를 빼고는 – 평양이 핵무기를 필요로 하지 않게 깨닫게 하거나 북한이 그들의 능력을 향상시키고 무기고를 확장하는 것을 방지케 하는데 거의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 식의 접근 방법은 끝났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정말로 새로운 시대를 시작하고 싶다면, 그것은 대중을 중국의 지도자 시진핑이 김을 무릎 꿇리는 것을 헛되이 기다리며, 무모한 전쟁의 위협으로 시야를 흐리게 하는 것이 아니다. 그 대신 보다 신중한 조치는 핵분열 물질 생산 사이클의 동결, 국제핵에너지기구 감독으로의 복귀, 그리고 핵 실험과 장거리 탄도 미사일(위성 발사를 포함한)에 관한 유예에 관해 협의하는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다. 그 대신에 미국은 최소한 남한과의 연합 군사 훈련의 연기와 같은 당면한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 김은 어쩌면 그 훈련 규모의 축소와 같은 더 덜한 요구에도 응할지 모른다. 또는 그는 어쩌면 다른 종류의 거래에 – 예를 들어 1953년의 정전협상을 한국전쟁의 종식을 위한 여하한의 종류의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대화의 시작 – 응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옵션들을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테이블에 다가서는 것이다. 2개월간의 대규모 훈련이 다가오고 있는 지금이 그러한 일을 벌일 좋은 타임이다.

동결은 근원적인 역학을 바꾸고 각 당사자가 문제의 근본이라 여기는 것들을 설명할 수 있는 장기적 전략으로 가기 위해 필요한 첫 걸음일 뿐이다. 우리는 김이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는 우리가 대화를 시작할 때까지 그것을 얻기를 포기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가 권력을 잡은 이후 그의 야망이 핵 억지력 이상으로 나아가 진정 경제개발로 가고자 한다는 강한 신호가 존재한다. 전쟁 위협이나 경제제재의 심화보다는 동아시아의 대부분의 나라들이 취하고 있는 경로로 – 권력에서 번영으로 – 김을 살짝 찔러 넣어주는 것이 보다 생산적인 방법일 것이다. 만약 김이 북한의 개발 독재자가 되고 싶다면 미국의 최선의 장기 전략은 그가 그렇게 되게 해주는 것이다. 우리는 그가 그러한 과정의 첫 단계에서 핵 억지력을 포기할 것이라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게 궁극적으로 그가 그렇게 하도록 만드는 현실적이고 유일한 방법이다.

이제는 채널을 다시 열고 긴장을 완화하고 북한의 능력이 현재 있는 곳에 머무르게 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으로 뛰어오르기 위한 시점이다. 그래서 미국은 서울의 새 정부 및 다른 이들과 긴밀하게 협조하면서 북한을 지역적 안정과 번영에 녹아들게 만들 장기 전략을 지원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김은 핵 프로그램에 대한 예산을 절대 줄이지 않을 것이고, 경제제재는 북한 대중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고, 압박은 그곳에서의 인권침해를 개선하는데 실패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 대중의 고통을 경감시키는 최선의 방법은 그들이 경제적으로 성공하게 하여 나라를 차츰 차츰 개방하게 돕는 것이다.

단순히 경제적 고통을 가중시키고 군사적 공격을 위협하고 긴장을 높이게 되면, 미국은 북한 체제의 최악의 추세로 가도록 도울 뿐인 것이다. 김의 핵에 대한 야망은 더욱 강해질 것이고 북한의 능력은 높아질 뿐이다. 코스를 반대로 바꿀 때다.

중국 사회주의의 증표(證票) 소비

계획경제 체제에서 소비는 ‘증표를 지참한 물건 구매’를 통해 이루어진다. 소비자는 화폐가 아니라 직장에서 분배받은 증표를 주고 해당 물건을 구입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증표 소비’다. 당시에 사용되었던 각종 증표는 120여 종에 달했다. 당시 쓰촨성에서 소비가 실제로 이루어지는 방식을 보여주는 유행어가 있었다. 이를 보면, 국가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국민이 ‘먹고 마시고 싸고 하는 것’ 전부를 관리한다. “계획은 천하를 통일했고, 이 정도 수준은 중국 역사상 없었고 이후에도 없을 일이다.”[덩샤오핑 시대의 중국 1, 조영남 씀, 민음사, 2016년, p211]

중국에서의 계획경제는 마오쩌둥 시대에 체계가 잡혔다. 계획경제에 대해서는 楊江의 ‘건국이래신대경제열점(建國以來十代經濟熱點, 1995)’에서는 “공유제 경제를 기초로 강제성 계획과 행정명령을 주요 수단으로, 위에서 아래로 고도로 집중된 계획 관리를 실행한 경제체제”로 규정하고 있다. 조영남 씨의 책에 따르면 1976년 전체 공업 생산량 중에서 국가 소유(전민소유제)가 80%, 집체 소유가 20%를 차지했으며, 유통 부문에서는 국영 상점이 90.3%, 집체 상점이 9.5%를 차지했다. 이렇듯 견고한 공유제와 계획경제가 결합하면 소비 역시 어느 정도 계획화되지 않을 수 없었을 테고 그 결과가 바로 ‘증표 소비’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화폐의 기능을 대체한 증표는 “필요한 욕망의 이중적인 동시 발생(double coincidence of wants)1의 필요를 줄일 효율적 수단”이라는 화폐의 기능을 공유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특정 소비에 특정 증표를 사용하게 함으로써 호환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중국의 계획경제가 이러한 증표 발행을 통해 소비를 가능케 한 것은 여러 원인이 있을 것이다. 우선 자본으로도 쓰일 수 있는 화폐의 발행이나 유통 없이 소비를 가능케 함으로써 자본축적을 용이하게 하기 위함이나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줄일 수 있는 측면이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증표를 사용하면 생산량이 열악할 지라도 증표 발행량으로 소비를 생산량에 맞게 조절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본다면, 증표는 사회주의 중국 건설 초기에 소비재 생산 대신 중공업으로의 자원 투입을 집중시키기 위해 고안된 유사 화폐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계획경제의 보조 수단이기는 하지만, 조악한 계획경제의 조악한 보조 수단이었다. 이러한 증표 소비는 – 그러할 생산물의 잉여가 많지도 않았겠지만 – “한계효용의 법칙”과는 무관하게 필수품 수요에 대한 단순한 양적 매칭이었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얼핏 자원배분이라는 시장의 기능 없이도 생산과 소비가 유기적으로 매칭될 것 같지만, 다시 증표는 어떻게 분배될 것인가 하는 자원배분의 딜레마가 발생한다. 그리고 그 딜레마는 관료와의 유착으로 해결했을 것이다.

물론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도 이러한 증표 소비의 영역은 존재한다. 정부가 특정 소비재의 소비를 장려하기 위해 발행하는 바우처(voucher), 기업이 자사의 소비를 장려하기 위해 발행하는 상품권, 특정 지자체에서 지역사회의 경제를 독려하기 위해 발행하는 지역 화폐 등 다양한 증표가 존재한다. 소비 행태가 고도화되는 사회일지라도 특정한 목적에 따라 이렇게 증표를 사용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러한 증표의 기능을 하는 소비에 대한 자격증 발급은 특히 주택과 같은 생애소비재적 성격을 가진 소비재에서는 특히 적용 가능한2, 또는 사안에 따라서 정책적으로 적극 고려해야 할 보조수단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전 세계 경제성장은 어느 나라에서 주도하고 있을까?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2014년에서 2016년간의 기간 동안 전 세계의 경제성장의 약 52%는 중국과 미국에 의해 창출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중국과 미국을 포함한 16개국이 전체 경제성장의 8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BSG는 투자자들이 이머징마켓에 가지고 있는 의욕적인 전략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Courtesy of: Visual Capitalist

 

한편 지난 한해 어느 자산의 가격이 가장 많이 올랐을까? 맥쿼리에 따르면 달러와 나스닥 등이다. 그래프를 보면 애써 원자재와 같은 대체투자에 몰두했던 투자자들에게는 고난의 한해였음을 알 수 있다. 달러화의 강세는 곧 국제유가의 추가하락 예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제 유가가 바닥이 어디라고 함부로 이야기할 사람이 없을 듯.

Courtesy of: Visual Capitalist

신용평가 후진국 중국을 보며 생각나는 또 다른 후진국

S&P나 무디스와 같은 회사들은 미국의 주택 거품 당시 위험한 모기지 담보부 채권의 등급을 높게 매기고 금융위기의 와중에서야 사후적으로 정크로 강등해서 비난을 초래한 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의 거의 12.7조 달러에 달하는 채무 중 겨우 1.4%만이 AA 등급 이상의 등급을 받았을 뿐이고 가장 높은 등급의 채권은 주로 정부가 보증하는 패니매나 프레디맥 같은 회사, 그리고 최상위 채무자가 발행하는 것들이다. 반면 중국에서는 최상위나 많은 보증을 받는 국유은행들에서부터 많은 빚을 지고 있는 지방정부나 민간 부동산 회사에 이르는 기관들이 똑 같이 높은 등급을 얻어내고 있다. [중략] 업계의 애널리스트들이나 다른 이들에 따르면 현지 신평사들은 특정 회사의 정부와의 관계가 그 비즈니스나 부채 상환에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는가를 고려한다. 그들은 중국에서의 대부분의 차주가 국유기업과 지방정부들이고 이로 인해 미국에서보다 중국에서 더 높은 등급의 회사가 많은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 신평사들은 또한 해외에서 자금을 일으키는 국유기업들을 구분하려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지방정부와 연계된 회사들은 중앙정부와 연계된 회사들보다 낮은 등급을 받을 수 있다.[Can All Chinese Debt Be Rated Top Quality?]

중국의 후진적인 신용등급 시장의 상황에 대한 WSJ의 글 중 일부다. 시장에서 채권가격의 이정표 역할을 해주는 신용등급의 중요성은 정말이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일례로 가깝게는 금융위기에서의 모기지 채권에 대한 엉터리 신용등급은 시장참여자들에게 그릇된 믿음을 심어주었고 금융위기를 심화시키는데 한 몫 단단히 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기사를 읽으며 지금 그와 유사한 상황이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국제 신평사들이 못미더워서 자체적으로 신용등급을 매기겠다고 했던 중국 신평사들이 WSJ 보도에 따르면 정작 중국 본토에서 발행된 위안화 채권의 97%에 AA또는 AAA 등의 최고 등급을 부여했다고 한다. 그들 평가가 사실이라면 지금 중국은 세계 최고의 신용을 가진 국가인 셈이다.

해외 신평사가 국내기업에 대해 박한 이유로 공통적으로 들고 있는 이유는 컨트리 리스크다. 남북분단이라는 매크로 환경이 기본적으로 점수를 깎고 들어간다. 하지만 이 변수는 점차 덜 중요한 몫을 차지하는 것 같다. 해외에서 바라보는 더 중요한 매크로 환경은 이른바 한국 특유의 “재벌” 체제에서의 소유-경영의 불투명성에 따른 리스크인 것 같다. 흥미롭게도 국내 신평사는 오히려 이런 특수성이 높은 신용등급의 근거가 된다. 즉, 순환출자로 엮인 “재벌”社에 속해있는 계열사는 회사 자체의 능력보다 더 좋은 신용등급을 받는다. 신용 리스크 등이 불거질 경우 모기업에서 자금을 제공해줄 것이라는, 전혀 근거 없지는 않은 믿음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부실한 공사(公社)의 프리미엄도 상당하다.[신평사의 신용은 누가 어떻게 유지시킬 것인가?]

하지만 중국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비웃을 상황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신용평가 체계도 후진적이기는 매한가지이기 때문이다. 국제 신용등급보다 상향 조정되곤 하는 평가등급은 “국내적 상황”이라 치부할 수는 있지만, 중국 신평사들의 고려사항인 정치적 고려요소가 국내 신평사들에게도 중요한 평가요소라는 점은 별로 변명의 여지가 없다. 회사 자체는 부실하기 이를 데 없는데 “정부의 지원가능성”, “모기업의 지원가능성” 때문에 높은 신용등급을 받는 구태는 여전하기 때문이다.1 2013년 동양사태 이후 독자등급의 도입을 서두르던 당국은 최근 “시장충격을 고려한 신중론”으로 급선회하면서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이에 따라 엉터리 대기업 계열사나 부실 공기업은 또 다시 생명을 연장하며 자금시장에서 갑질을 계속할 수 있게 되었다.

중국의 그림자 금융 위기

서구 경제계나 언론이 요즘 중국경제에 관하여 가장 주목하는 부문은 금융부문이다. 이들은 그중에서도 특히 엄격한 건전성 규제를 받지 않으면서도 금융으로 기능하고 있는 그림자 금융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중국 ‘그림자’ 대출기관, 위기 모면했지만”이라는 글을 통해 중국의 그림자 금융의 위험함을 경고하고 나섰다. 보도된 바에 따르면, 이러한 그림자 금융은 신용위기 전의 미국의 상황과 비슷하다는 점이 많다는 점에서 단순한 기우는 아니란 생각이 든다.

기사가 소개하고 있는 중청신탁 사례는 과거의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자산처럼 급증하고 있는 신탁의 자산이 석연치 않은 과정을 통해 간신히 유지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의문을 갖게 한다. 중청신탁의 경우에는 투자대상이 광산업체인 ‘젠푸에너지그룹’이었다. WSJ에 따르면 해당 회사는 석탄 가격 급락과 지역민원 등으로 채산성이 악화되었음에도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투자자의 도움을 얻어 700여명의 투자자가 약간의 이자만 손해보고 원금을 회수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데이빗 쿠이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중국담당 전략가는 “문제는 쓸모없는 프로젝트에 투입된 대출이 너무 많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하는데, 중청신탁의 자산도 그런 자산 중에 하나가 될 뻔 했으나 돌연 익명의 투자자의 도움으로 생명이 연장된 셈이다. 이 신탁의 33%를 국영 중국인민보험공사가 소유하고 있고, 젠푸 투자상품의 대리인이 중국공상은행이었다는 점에서 그 구원투수의 정체성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정통파가 아닌 꼼수파 구원투수인 점이 한계다.

공식적으로 중국은 2013년 4분기에 전년 대비 7.7% 성장하여 정부의 목표 7.5%를 상회했다. 하지만 도시 거주자의 실질 가처분소득 연성장률이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는 등 내수기반은 경제성장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중국경제는 이런 수요 공백을 그림자 금융을 통한 필요 이상의 투자로 메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금융이 투자자에게 원금을 돌려주지 못할 때 환매나 신규투자 금지, 대리은행의 건전성 악화 등 신용위기 당시의 풍경이 재연될 수도 있다.

올해 읽은 중 인상적이었던 책들

올해가 아직 한 달 조금 넘게 남았지만 글 올리는 것도 뜸하고 해서 올해 읽은 책들 중에서 인상 깊었던 책 몇 권을 소개할까 한다.

대한민국 만들기, 1945~1987 : 경제 성장과 민주화, 그리고 미국

냉전 시기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에 대한 전문가인 그렉 브라진스키의 저서다. 저자 스스로도 좌우 어느 쪽으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할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독특한 시각을 가지고 쓰인 책이다. 저자는 미국이 자국의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이식하려 시도한 허다한 사례 중에 거의 유일한 성공사례로 남한을 꼽았으며 이 과정에서 미국의 위정자와 시민사회, 남한의 위정자와 시민사회가 어떠한 역할을 하였는지에 대해 상술하고 있다. 이승만을 개차반 취급하는 것이 이색적임.

백은비사 : 은이 지배한 동서양 화폐전쟁의 역사

우리는 경제사조차 서구의 시각을 대부분 수용하는 편이다. 그러하기에 과거 역사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경제대국이었던 중국의 경제사에 대해서는 무지한 편이다. 이 책은 그 빈틈을 어느 정도 채워준다. 왜 중국이 다른 나라와 같은 형태의 제국주의 정책을 취하지 않았는지, 왜 스페인이 남미에 진출했는지, 왜 중국은 은을 사랑했는지에 대한 이치를 어느 정도 깨달을 수 있다. 화폐전쟁 유의 음모론 책보다는 조금 더 차원 높은 매력을 지닌 중국인에 의한 중국과 그 주변의 경제사.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조지 오웰의 대표작인 ‘1984년’의 최초의 외국어 번역이 한국어였다고 한다. 당연히 대표적인 반공(反共)서적으로 유용하게 쓰였었는데 아는 사람은 알다시피 조지 오웰 스스로는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하였다. 이런 그의 포지션을 잘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 이 르포르타주다. 노동자의 삶에 직접 스며들어가서 느낀 불편함, 건강함, 역동성 등을 솔직한 필치로 적고 있다. 그런 한편으로 기성 운동권들의 나태함, 위선, 한계 등도 적고 있다. 1984년은 아마 그러한 고민의 연장선의 작품이었으리라.

점과 선 / 모래그릇

올 한해 의미 있는 발견은 일본 최고의 추리작가로 칭송받는 마쓰모토 세이초다. 배우 김혜수 씨가 읽기 시작했다는 기사를 읽고 무심코 빌려본 작품인데 패전 후 일본사회의 사회상이 생생하게 묘사된 이 작품들을 읽고 있노라면, 시대를 뛰어넘는 그 암울함과 긴장감이 가슴에 느껴진다. ‘점과 선’은 실종된 남편을 찾는 아내의 일화를, 모래그릇은 실력을 인정받은 작곡가의 비밀을 그린 작품이다. 작품이 맘에 들어 DVD까지 직접 구해서 봤는데 영화의 작품성도 뛰어나다. 특히 ‘모래그릇’(1974년)은 걸작.

골목 사장 분투기 : 자영업으로 본 대한민국 경제 생태계

이정우 교수에 따르면 1963~1979년 동안 국내총생산은 131조 원 발생했는데, 지가는 326조 원 상승했다고 한다. 결국 박정희는 경제성장을 위해 불로소득을 용인 내지는 독려한 것인데, 이제 그 모순이 지금의 자영업자에게 치명적인 독이 되고 있다. 아무리 벌어도 높은 임대료 때문에 버틸 수가 없는 구조적 모순 속에 뛰어든 저자가 생각하는 자영업 생태계를 담담한 필치로 풀어나간다. 그 와중에 프랜차이즈 방식 또한 자영업자를 옭아매는데 그 올가미에서 빠져 나온 한 자영업자의 인터뷰가 인상적이다.

천재의 두 얼굴, 사이코패스

사이코패스는 한니발 렉터처럼 식인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연쇄살인마에게서만 발견할 수 있는 잔인한 캐릭터일까? 저자는 사회의 곳곳에 사이코패스가 존재하는데 경영인, 외과의사, 특수부대 요원과 같은 이들에게서 이런 특성을 관찰할 수 있다고 한다. 과연 인간을 사이코패스와 “정상인”으로 구분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별개로 하고라도 매우 흥미 있는 주장이다. 무엇이 그들을 사이코패스로 태어나게 또는 자라나게 했는가에 대한 이런저런 사례와 임상실험 내용등이 소개된다.

기나긴 이별 / 깊은 잠

올해의 또 하나의 의미 있는 발견은 레이먼드 챈들러. 한때 흠뻑 반했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그 매력적인 유머코드와 문체는 레이먼드 챈들러의 작품에서 고스란히 발견할 수 있다. 보통 아무리 매력적인 스릴러라 하더라도 스토리의 파악을 위해 대충대충 읽어나가는 못된 습관을 가지고 있는데, 이 작품들만큼 한 문장 한 문장 아껴가며 읽었다. 그리고 그럴 가치가 있었다. 두 작품 역시 모두 영화화되었는데 ‘깊은 잠’의 경우 걸작의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둘 다 소설이 더 재밌다.

지상의 위험한 천국 : 미국을 좀먹는 기독교 파시즘의 실체

저자는 미국의 진보적 성향의 개신교도다. 일종의 인사이더인 셈인데 그런 그가 미국의 개신교 중 일부세력이 어떻게 파시즘적인 성향을 강화시켜가면서 세력을 확대하고 있는지를 고발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집단 자살극이나 벌이는 “소수의 광신도”면 “사회의 다양성” 차원에서 내버려 둘 수 있을지 몰라도 현재 미국 사회 전반을 극단주의로 심각하게 오염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티파티 등의 극단주의 세력이 미국 정치를 뒤흔드는 꼴을 보면 이는 단순한 기우가 아니다.

정치를 비즈니스로 만든 우파의 탄생 : 왜 보수가 남는 장사인가?

위에 소개한 책과 함께 읽으면 미국 사회의 극우 세력의 실체가 좀 더 명확히 다듬어진다. 원제는 The Wrecking Crew로 ‘자신이 탄 배를 스스로 파괴시키는 선원들’을 일컫는 표현인데, 저자가 고발하고 있는 우파들의 행태를 보면 이 표현이 그렇게 와 닿을 수가 없다. 즉, 정치권에 진입한 우파들이 스스로를 반정부 세력으로 자처하며 정부의 긍정적 기능을 약화시키고 파괴시키는데 주력한 결과, 현재의 미국사회는 비효율적이고 사익을 위해 봉사하는 정부조직으로 변질됐다는 것이 작가의 생각이다.

박정희의 맨얼굴 : 8인의 학자 박정희 경제 신화 화장을 지우다

“독재는 했어도 경제는 살렸다”는 주장이 당연시되는, 또는 더 노골적인 주장도 서슴지 않는 시대가 되어버린 요즘 이러한 시도는 분명 유의미하다. 민주당 의원을 지낸 경제학자 유종일 씨가 주축이 되어 이정우 씨 등 진보적인 연구진이 박정희 경제신화의 허상을 고발하고 있다. 충분히 좋은 내용이 담겨 있으나 다만 기획의 제약조건 때문인지 좀 더 입체적인 모습을 조명하지 못하는 미흡함이 아쉽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러한 시도들을 아예 기획 시리즈로 해서 내면 어떨까 싶다. 레이디 가카가 분노하시겠지만.

주식회사 제도의 역설

근대 서양의 발전은 중세 유럽의 가난에서 시작되었다. 국내 시장이 협소한 유럽인은 어쩔 수 없이 먼 바다로 나아가야만 했고 모험을 통해 발전의 기회를 찾아야만 했다. 주식 제도 역시 위기의 분담에서 나왔고, 고위험과 고이윤의 경영을 위해 공동의 자금을 모집했다. 그러나 중국은 이런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외국인과의 거래에서 항상 이윤이 보장됐고 상인의 자금도 풍성하여 조정은 엄청난 부를 누렸다. 당시 서양인의 눈에 중국은 도자기와 비단의 나라이자 아름다운 수공예품과 감탄이 절로 나오는 전통 문화를 보유한 나라였다.[백은비사, 융이 지음, 류방승 옮김, 박한진 감수, 알에이치코리아, 2013, p148]

중국인 학자의 눈으로 본 근대의 세계 경제사다. 중국인의 눈으로 보다보니 비교적 덜 알려진 중국의 경제사가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왜 중국으로 수많은 은(銀)이 유입되었는지, 중국은 왜 대항해 시대에 뒤쳐졌는지 등을 동시대 유럽의 상황과 비교하여 설명하고 있다. 인용한 부분은 그 중에서도 자본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주식회사 제도가 왜 중국에서 자리 잡지 못했는지에 대한 설명이다.

그 이유는 이미 부가 소수에 의해 충분히 축적되어 있었고 권력체제는 여전히 봉건왕조 치하에 있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중국은 당시 세계최고의 수준의 각종 진귀한 농산물과 공예품의 생산국 이였다. 서양인들은 이런 상품들을 구입하기 위해 그들의 식민지에서 캔 금은을 들고 중국으로 몰려들었다. 그러니 중국인 자금조달을 위해 주식제도와 같은 복잡한 기법을 도입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

한편, 인용문처럼 협소한 대륙을 가진 유럽인은 소위 “대항해 시대”에 접어들어 또 다른 세상에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진 귀금속을 찾기 위해 모험에 나서야 했다. 그리고 그 자금도 귀금속을 찾아낸다는 가정 하에 그것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오늘날의 시각에서 보면 일종의 벤처캐피탈 내지는 프로젝트파이낸스 기법을 도입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美대륙을 약탈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다.

콜럼버스가 유럽의 왕가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했다는 점에서 오늘날의 사모(私募)펀드의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면, 백여 년 뒤 네덜란드에서 설립된 동인도회사는 공모(公募)의 형태를 가진 회사였다. 세계 최초의 주식제도와 세계 최초의 국유기업으로 알려진 동인도회사는 준정부의 성격으로 무역 독점권을 보유하고, 다른 나라와 조약을 맺고, 식민지를 통치하고, 용병을 조직하고, 화폐를 발행했다.

어쨌든 이러한 주식회사 제도는 자금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여 경제를 활성화시키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하였다. 노동가치론의 견지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동력이 궁극적으로 1,2차 산업과 같은, 이른바 “생산노동”이라 할지라도 그 생산 과정을 가속화시키는 것은 자본의 원활한 투입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여전히 미국의 벤처기업이 전 세계를 주도하는 원인에는 미국의 발달한 직접조달 시장에 있는 것도 한 주요원인이다.

동인도회사는 식민 무역 이익을 담보로 일반 시민들에게 돈을 빌리기 위해 주식을 발행한 것이다. 누구라도 주식을 살 수 있었다는 점에서 순식간에 사람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최초의 증권거래소가 1609년 암스테르담에 설립되었다. [중략] 뜨거운 주식 구매 붐을 타고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는 총 650만 네덜란드 휠던(gulden : 네덜란드의 화폐 단위. 길더 – 옮긴 이)의 자금을 모집했다. [중략] 이렇게 무수한 네덜란드 민중이 무의식적으로 잔혹한 식민 무역에 휩쓸리다 보니 동인도회사가 태평양 군도에서 자행하는 노예무역이나 토착민 강제 노동, 무력으로 인도네시아를 정복한 일 따위에 대해서는 크게 추궁하지 않았다.[같은 책, pp111~112]

한편, 위 사례는 주식회사라는 “금융의 민주화”가 한 사회의 도덕성을 어떻게 마비시키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콜럼버스의 항해가 콜럼버스 개인과 군주들의 악행에 그쳤다면, 동인도회사는 주식 제도라는 “민주화”된 제도를 통해 시민을 잔혹한 식민주의에 동참시킨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도덕심의 off-balance 化는 이제 상당히 보편화되어 있다. 노동자가 주식을 사면 그 회사의 노동자 권익에는 둔감해지게 마련이다.

자본주의 체제에서의 “자산소유의 민주주의”를 통한 체제 보수화는 주식제도, 민영화, 모기지 등을 통해 보편화됐고, 이 점이 “경제 민주화”의 역설이기도 하다. 즉, 다양한 자금조달을 통해 한 덩어리가 된 여러 계급은 해당 사안에 있어서만큼은 동일한 이해관계를 가지는 자본가 계급이 된 셈이다. 협동조합, 사회책임투자 펀드 등 다양한 대안이 모색되고 있는데 어떤 제도가 기존의 제도를 극복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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