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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그림자 금융 위기

서구 경제계나 언론이 요즘 중국경제에 관하여 가장 주목하는 부문은 금융부문이다. 이들은 그중에서도 특히 엄격한 건전성 규제를 받지 않으면서도 금융으로 기능하고 있는 그림자 금융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중국 ‘그림자’ 대출기관, 위기 모면했지만”이라는 글을 통해 중국의 그림자 금융의 위험함을 경고하고 나섰다. 보도된 바에 따르면, 이러한 그림자 금융은 신용위기 전의 미국의 상황과 비슷하다는 점이 많다는 점에서 단순한 기우는 아니란 생각이 든다.

기사가 소개하고 있는 중청신탁 사례는 과거의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자산처럼 급증하고 있는 신탁의 자산이 석연치 않은 과정을 통해 간신히 유지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의문을 갖게 한다. 중청신탁의 경우에는 투자대상이 광산업체인 ‘젠푸에너지그룹’이었다. WSJ에 따르면 해당 회사는 석탄 가격 급락과 지역민원 등으로 채산성이 악화되었음에도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투자자의 도움을 얻어 700여명의 투자자가 약간의 이자만 손해보고 원금을 회수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데이빗 쿠이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중국담당 전략가는 “문제는 쓸모없는 프로젝트에 투입된 대출이 너무 많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하는데, 중청신탁의 자산도 그런 자산 중에 하나가 될 뻔 했으나 돌연 익명의 투자자의 도움으로 생명이 연장된 셈이다. 이 신탁의 33%를 국영 중국인민보험공사가 소유하고 있고, 젠푸 투자상품의 대리인이 중국공상은행이었다는 점에서 그 구원투수의 정체성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정통파가 아닌 꼼수파 구원투수인 점이 한계다.

공식적으로 중국은 2013년 4분기에 전년 대비 7.7% 성장하여 정부의 목표 7.5%를 상회했다. 하지만 도시 거주자의 실질 가처분소득 연성장률이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는 등 내수기반은 경제성장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중국경제는 이런 수요 공백을 그림자 금융을 통한 필요 이상의 투자로 메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금융이 투자자에게 원금을 돌려주지 못할 때 환매나 신규투자 금지, 대리은행의 건전성 악화 등 신용위기 당시의 풍경이 재연될 수도 있다.

올해 읽은 중 인상적이었던 책들

올해가 아직 한 달 조금 넘게 남았지만 글 올리는 것도 뜸하고 해서 올해 읽은 책들 중에서 인상 깊었던 책 몇 권을 소개할까 한다.

대한민국 만들기, 1945~1987 : 경제 성장과 민주화, 그리고 미국

냉전 시기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에 대한 전문가인 그렉 브라진스키의 저서다. 저자 스스로도 좌우 어느 쪽으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할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독특한 시각을 가지고 쓰인 책이다. 저자는 미국이 자국의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이식하려 시도한 허다한 사례 중에 거의 유일한 성공사례로 남한을 꼽았으며 이 과정에서 미국의 위정자와 시민사회, 남한의 위정자와 시민사회가 어떠한 역할을 하였는지에 대해 상술하고 있다. 이승만을 개차반 취급하는 것이 이색적임.

백은비사 : 은이 지배한 동서양 화폐전쟁의 역사

우리는 경제사조차 서구의 시각을 대부분 수용하는 편이다. 그러하기에 과거 역사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경제대국이었던 중국의 경제사에 대해서는 무지한 편이다. 이 책은 그 빈틈을 어느 정도 채워준다. 왜 중국이 다른 나라와 같은 형태의 제국주의 정책을 취하지 않았는지, 왜 스페인이 남미에 진출했는지, 왜 중국은 은을 사랑했는지에 대한 이치를 어느 정도 깨달을 수 있다. 화폐전쟁 유의 음모론 책보다는 조금 더 차원 높은 매력을 지닌 중국인에 의한 중국과 그 주변의 경제사.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조지 오웰의 대표작인 ‘1984년’의 최초의 외국어 번역이 한국어였다고 한다. 당연히 대표적인 반공(反共)서적으로 유용하게 쓰였었는데 아는 사람은 알다시피 조지 오웰 스스로는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하였다. 이런 그의 포지션을 잘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 이 르포르타주다. 노동자의 삶에 직접 스며들어가서 느낀 불편함, 건강함, 역동성 등을 솔직한 필치로 적고 있다. 그런 한편으로 기성 운동권들의 나태함, 위선, 한계 등도 적고 있다. 1984년은 아마 그러한 고민의 연장선의 작품이었으리라.

점과 선 / 모래그릇

올 한해 의미 있는 발견은 일본 최고의 추리작가로 칭송받는 마쓰모토 세이초다. 배우 김혜수 씨가 읽기 시작했다는 기사를 읽고 무심코 빌려본 작품인데 패전 후 일본사회의 사회상이 생생하게 묘사된 이 작품들을 읽고 있노라면, 시대를 뛰어넘는 그 암울함과 긴장감이 가슴에 느껴진다. ‘점과 선’은 실종된 남편을 찾는 아내의 일화를, 모래그릇은 실력을 인정받은 작곡가의 비밀을 그린 작품이다. 작품이 맘에 들어 DVD까지 직접 구해서 봤는데 영화의 작품성도 뛰어나다. 특히 ‘모래그릇’(1974년)은 걸작.

골목 사장 분투기 : 자영업으로 본 대한민국 경제 생태계

이정우 교수에 따르면 1963~1979년 동안 국내총생산은 131조 원 발생했는데, 지가는 326조 원 상승했다고 한다. 결국 박정희는 경제성장을 위해 불로소득을 용인 내지는 독려한 것인데, 이제 그 모순이 지금의 자영업자에게 치명적인 독이 되고 있다. 아무리 벌어도 높은 임대료 때문에 버틸 수가 없는 구조적 모순 속에 뛰어든 저자가 생각하는 자영업 생태계를 담담한 필치로 풀어나간다. 그 와중에 프랜차이즈 방식 또한 자영업자를 옭아매는데 그 올가미에서 빠져 나온 한 자영업자의 인터뷰가 인상적이다.

천재의 두 얼굴, 사이코패스

사이코패스는 한니발 렉터처럼 식인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연쇄살인마에게서만 발견할 수 있는 잔인한 캐릭터일까? 저자는 사회의 곳곳에 사이코패스가 존재하는데 경영인, 외과의사, 특수부대 요원과 같은 이들에게서 이런 특성을 관찰할 수 있다고 한다. 과연 인간을 사이코패스와 “정상인”으로 구분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별개로 하고라도 매우 흥미 있는 주장이다. 무엇이 그들을 사이코패스로 태어나게 또는 자라나게 했는가에 대한 이런저런 사례와 임상실험 내용등이 소개된다.

기나긴 이별 / 깊은 잠

올해의 또 하나의 의미 있는 발견은 레이먼드 챈들러. 한때 흠뻑 반했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그 매력적인 유머코드와 문체는 레이먼드 챈들러의 작품에서 고스란히 발견할 수 있다. 보통 아무리 매력적인 스릴러라 하더라도 스토리의 파악을 위해 대충대충 읽어나가는 못된 습관을 가지고 있는데, 이 작품들만큼 한 문장 한 문장 아껴가며 읽었다. 그리고 그럴 가치가 있었다. 두 작품 역시 모두 영화화되었는데 ‘깊은 잠’의 경우 걸작의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둘 다 소설이 더 재밌다.

지상의 위험한 천국 : 미국을 좀먹는 기독교 파시즘의 실체

저자는 미국의 진보적 성향의 개신교도다. 일종의 인사이더인 셈인데 그런 그가 미국의 개신교 중 일부세력이 어떻게 파시즘적인 성향을 강화시켜가면서 세력을 확대하고 있는지를 고발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집단 자살극이나 벌이는 “소수의 광신도”면 “사회의 다양성” 차원에서 내버려 둘 수 있을지 몰라도 현재 미국 사회 전반을 극단주의로 심각하게 오염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티파티 등의 극단주의 세력이 미국 정치를 뒤흔드는 꼴을 보면 이는 단순한 기우가 아니다.

정치를 비즈니스로 만든 우파의 탄생 : 왜 보수가 남는 장사인가?

위에 소개한 책과 함께 읽으면 미국 사회의 극우 세력의 실체가 좀 더 명확히 다듬어진다. 원제는 The Wrecking Crew로 ‘자신이 탄 배를 스스로 파괴시키는 선원들’을 일컫는 표현인데, 저자가 고발하고 있는 우파들의 행태를 보면 이 표현이 그렇게 와 닿을 수가 없다. 즉, 정치권에 진입한 우파들이 스스로를 반정부 세력으로 자처하며 정부의 긍정적 기능을 약화시키고 파괴시키는데 주력한 결과, 현재의 미국사회는 비효율적이고 사익을 위해 봉사하는 정부조직으로 변질됐다는 것이 작가의 생각이다.

박정희의 맨얼굴 : 8인의 학자 박정희 경제 신화 화장을 지우다

“독재는 했어도 경제는 살렸다”는 주장이 당연시되는, 또는 더 노골적인 주장도 서슴지 않는 시대가 되어버린 요즘 이러한 시도는 분명 유의미하다. 민주당 의원을 지낸 경제학자 유종일 씨가 주축이 되어 이정우 씨 등 진보적인 연구진이 박정희 경제신화의 허상을 고발하고 있다. 충분히 좋은 내용이 담겨 있으나 다만 기획의 제약조건 때문인지 좀 더 입체적인 모습을 조명하지 못하는 미흡함이 아쉽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러한 시도들을 아예 기획 시리즈로 해서 내면 어떨까 싶다. 레이디 가카가 분노하시겠지만.

주식회사 제도의 역설

근대 서양의 발전은 중세 유럽의 가난에서 시작되었다. 국내 시장이 협소한 유럽인은 어쩔 수 없이 먼 바다로 나아가야만 했고 모험을 통해 발전의 기회를 찾아야만 했다. 주식 제도 역시 위기의 분담에서 나왔고, 고위험과 고이윤의 경영을 위해 공동의 자금을 모집했다. 그러나 중국은 이런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외국인과의 거래에서 항상 이윤이 보장됐고 상인의 자금도 풍성하여 조정은 엄청난 부를 누렸다. 당시 서양인의 눈에 중국은 도자기와 비단의 나라이자 아름다운 수공예품과 감탄이 절로 나오는 전통 문화를 보유한 나라였다.[백은비사, 융이 지음, 류방승 옮김, 박한진 감수, 알에이치코리아, 2013, p148]

중국인 학자의 눈으로 본 근대의 세계 경제사다. 중국인의 눈으로 보다보니 비교적 덜 알려진 중국의 경제사가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왜 중국으로 수많은 은(銀)이 유입되었는지, 중국은 왜 대항해 시대에 뒤쳐졌는지 등을 동시대 유럽의 상황과 비교하여 설명하고 있다. 인용한 부분은 그 중에서도 자본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주식회사 제도가 왜 중국에서 자리 잡지 못했는지에 대한 설명이다.

그 이유는 이미 부가 소수에 의해 충분히 축적되어 있었고 권력체제는 여전히 봉건왕조 치하에 있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중국은 당시 세계최고의 수준의 각종 진귀한 농산물과 공예품의 생산국 이였다. 서양인들은 이런 상품들을 구입하기 위해 그들의 식민지에서 캔 금은을 들고 중국으로 몰려들었다. 그러니 중국인 자금조달을 위해 주식제도와 같은 복잡한 기법을 도입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

한편, 인용문처럼 협소한 대륙을 가진 유럽인은 소위 “대항해 시대”에 접어들어 또 다른 세상에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진 귀금속을 찾기 위해 모험에 나서야 했다. 그리고 그 자금도 귀금속을 찾아낸다는 가정 하에 그것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오늘날의 시각에서 보면 일종의 벤처캐피탈 내지는 프로젝트파이낸스 기법을 도입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美대륙을 약탈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다.

콜럼버스가 유럽의 왕가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했다는 점에서 오늘날의 사모(私募)펀드의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면, 백여 년 뒤 네덜란드에서 설립된 동인도회사는 공모(公募)의 형태를 가진 회사였다. 세계 최초의 주식제도와 세계 최초의 국유기업으로 알려진 동인도회사는 준정부의 성격으로 무역 독점권을 보유하고, 다른 나라와 조약을 맺고, 식민지를 통치하고, 용병을 조직하고, 화폐를 발행했다.

어쨌든 이러한 주식회사 제도는 자금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여 경제를 활성화시키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하였다. 노동가치론의 견지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동력이 궁극적으로 1,2차 산업과 같은, 이른바 “생산노동”이라 할지라도 그 생산 과정을 가속화시키는 것은 자본의 원활한 투입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여전히 미국의 벤처기업이 전 세계를 주도하는 원인에는 미국의 발달한 직접조달 시장에 있는 것도 한 주요원인이다.

동인도회사는 식민 무역 이익을 담보로 일반 시민들에게 돈을 빌리기 위해 주식을 발행한 것이다. 누구라도 주식을 살 수 있었다는 점에서 순식간에 사람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최초의 증권거래소가 1609년 암스테르담에 설립되었다. [중략] 뜨거운 주식 구매 붐을 타고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는 총 650만 네덜란드 휠던(gulden : 네덜란드의 화폐 단위. 길더 – 옮긴 이)의 자금을 모집했다. [중략] 이렇게 무수한 네덜란드 민중이 무의식적으로 잔혹한 식민 무역에 휩쓸리다 보니 동인도회사가 태평양 군도에서 자행하는 노예무역이나 토착민 강제 노동, 무력으로 인도네시아를 정복한 일 따위에 대해서는 크게 추궁하지 않았다.[같은 책, pp111~112]

한편, 위 사례는 주식회사라는 “금융의 민주화”가 한 사회의 도덕성을 어떻게 마비시키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콜럼버스의 항해가 콜럼버스 개인과 군주들의 악행에 그쳤다면, 동인도회사는 주식 제도라는 “민주화”된 제도를 통해 시민을 잔혹한 식민주의에 동참시킨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도덕심의 off-balance 化는 이제 상당히 보편화되어 있다. 노동자가 주식을 사면 그 회사의 노동자 권익에는 둔감해지게 마련이다.

자본주의 체제에서의 “자산소유의 민주주의”를 통한 체제 보수화는 주식제도, 민영화, 모기지 등을 통해 보편화됐고, 이 점이 “경제 민주화”의 역설이기도 하다. 즉, 다양한 자금조달을 통해 한 덩어리가 된 여러 계급은 해당 사안에 있어서만큼은 동일한 이해관계를 가지는 자본가 계급이 된 셈이다. 협동조합, 사회책임투자 펀드 등 다양한 대안이 모색되고 있는데 어떤 제도가 기존의 제도를 극복할지 궁금하다.

연관하여 읽을만한 글 차(茶), 아편, 달러 / 노동자의 돈이 노동자를 목조르는가

중국 노동자들의 삶에 관한 TED 강연

글로벌라이제이션에 대한 논쟁에서 우리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놓치고 있다. — 전 세계로 상품을 팔기 위해 중국과 다른 개발도상국의 공장들로 몰려들고 있는 수백만의 사람들. 기자인 Leslie T. Chang이 중국의 번창하는 메가시티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찾아 나섰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TED에서 들을 수 있는 주제치고는 다소 무거운 주제일 수 있는 제3세계의 노동자들의 이야기다. 그 자신이 중국계인 기자가 노동자들과의 대면접촉을 통해 겪은 좀 더 생생한 경험을 재밌는 에피소드와 함께 들려주고 있다. 강연 와중에 Karl Marx의 소외론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 등 주제가 그리 가볍지는 않다. 해법은 다소 실용주의적으로 들리지만 강연의 질을 떨어트릴 정도는 아닌 것 같다. 명료한 주제의식, 재밌는 에피소드, 나 같은 반푼이도 얼추 알아들을 정도로 귀에 잘 들리는 발성 등 좋은 강연의 전범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국가자본주의의 대두와 그 의미

국가주도의 자본주의가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니다. : 서인도회사를 보라. 그러나 이번 주 우리의 특별 보고서가 지적하듯, 이 아이디어는 드라마틱할 정도로 되살아나고 있다. 1990년대 대부분의 국유회사들은 이머징마켓에서의 정부부처들 이상에 지나지 않았다. 그 기본전제들은 경제가 성숙하게 되면 정부가 이들을 폐쇄하거나 민영화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주요 산업에서건(매장량 기준으로 세계에서 제일 큰 10개의 원유/가스 회사는 모두 국유회사다), 주요 시장에서건(중국 주식시장 총가치의 80%, 러시아의 60%가 국유회사의 몫이다) ‘전망 좋은 고지(the commanding heights)’를 포기할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선제공격을 가하고 있다. 거의 모든 새로운 산업을 보면 새로운 거인들이 나타나고 있다. : 예를 들어 차이나모바일은 6억 명의 소비자를 거느리고 있다. 2003년과 2010년 사이에 있었던 신흥지역의 해외투자의 3분의 1은 국가가 지원하는 회사들의 몫이었다.[The rise of state capitalism]

이코노미스트가 레닌의 이미지까지 동원하여 새로이 대두되는 ‘국가자본주의’의 기류에 관한 소식을 전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가 굳이 레닌을 다시 호출한 이유는 인용문에서 사용한 ‘전망 좋은 고지(the commanding heights)’라는 표현을 그가 즐겨 썼기 때문이다. 즉, 국가가 경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통제권을 쥐기 위하여 ’전망 좋은 고지‘를 장악함으로써 국가경제를 신흥 지배계급이 의도하는 대로 끌어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사령탑’이란 표현으로 의역하면 더 의미를 잘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각설하고, 굳이 이코노미스트가 이러한 기류를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인용문에서도 지적하고 있다시피 국유회사의 활동이 한시적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강화되고 있는 듯한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즉, 舊 사회주의 블록의 거인이었던 중국과 러시아 등이 자본주의에 편입되었지만, 이들이 1980년대 이후의 서구에서의 신자유주의적 민영화의 흐름과는 다른 스탠스를 유지하면서, 그리고 그들의 경제력이 전체 자본주의 경제권에서 무시할 수 없는 지분을 차지하면서 전체 흐름마저도 변하는 듯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을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기사의 나머지 부분은 이러한 흐름의 장단점을 서술하고 있는데, 여태 쭉 논의되어 왔던 주장들이다. 효율성, 비효율성, 안정성, 정실인사, 관료주의 등등. 어쨌든 개인적으로는 ‘국가자본주의’의 대두가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는 이코노미스트에 시각에 동의하는 한편으로, 그 흐름 자체가 ‘기업의 자유’를 신조처럼 여기고 있는 시장주의적인 서구의 시각을 위협할 정도의 (아직까지는) 이념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기업들이 국가가 소유하고 유지한다는 것과 소위 이념적으로 ‘인민에 봉사한다’는 의미가 정확히 등치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현재까지의 양상으로는 이들 국유기업들이 좌익이 지향하는 ‘계획적’ 운영을 통한 ‘시장의 실패’의 보완이랄지, 공익에로의 기여랄지 – 예로 베네수엘라의 국영 석유회사는 직접 빈민의 복지를 지원한다 – 하는 장점과 달리, 자본주의 경쟁에서의 효율성을 위한 ‘국유(state owned)’의 장점이 더 부각되는 상황으로 이해된다. 이들은 자유화된 해외시장에서는 국가가 아닌 또 하나의 ‘독립적인 공급자’로서 기능한다. 이는 그들이 신자유주의적 흐름에 반하는 반골이 아니란 사실을 말해준다. 기업경영의 형태가 여태의 형태와 질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아닌 셈이다.

하지만 분명 새로운 변화의 기운은 감지된다. 민영화/국유화를 가르는 몇몇 학문적 주장들로 포장된 선입견 들은 신흥시장의 대두에 따른 국유기업들의 선전,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드러난 서구기업들의 후진적 경영행태 들이 알려지면서 적어도 기업의 의사결정은 어떤 만고불변의 진리가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재확인시켜 준 셈이다. 미국에서는 최근 한 공공부문 노조가 월스트리트의 주요 금융회사들의 CEO와 이사회의 의장을 별도로 두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등 기업의 의사결정 구조에 대한 변화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기업은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다.

중국 부동산 시장 스케치

금요일, 중국 중앙은행(중국인민은행 : 역자주)은 처음으로 자산투자, 토지계약의 규모 및 가격의 감소 등을 들어 중국의 집값이 전환점에 도달했다고 인정하였다. 부동산과 수출부문 모두가 난항을 겪는 가운데, 중국성장의 경고등이 빨갛게 반짝이고 있다. 지난 위기에서처럼 중국의 지도자들은 재빨리 대처하고 있지만, 이번에는 선택이 제한되어 있다. 중국의 둔화세는 중국의 소비자를 타깃으로 하는 호주나 브라질의 원자재 생산자에서부터 미국의 수출업자, 위기에 시달리며 재무적 후원자를 찾고 있는 유럽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적으로 매우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금속류는 그 중에서도 가장 타격을 받을 것이다. 중국의 건설업은 전 세계에서 철광석에 대한 가장 큰 수요처다. 그리고 전례 없이 전 세계적으로 중요해진 중국의 소비 역시 중국 가계의 절반가량의 부가 부동산 자산에 연관되어 있기에 손상을 입을 수도 있다.[China’s Bind: How to Avoid a Crash Landing]

중국경제의 그동안의 성장은 수출과 부동산의 활황세에 크게 의존해왔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수출증가율, 산업생산증가율 등 주요경제지표가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중국경제에 적신호가 들어오고 있다. 이 와중에 성장의 또 하나의 축인 건설경기마저 위축될 기미를 보이고 있어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지난 11월 24일 인민은행 조사부문, 상업은행, 중국은행감독관리위원회 통계부문, 학계, 개발회사 임직원 등이 북경에서 모여 “부동산 금융 리스크 관리 세미나”를 개최하였다. 이날 모임은 부동산 경기침체의 위기감에 따른 세미나의 성격으로, 참석자들은 “자산가격이 전환점에 이르렀다”는데 의견을 모았다.(원문보기)

우선 중국의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중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알아보려면, 건설업이 중국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건설업의 생산액이 중국의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대해서는 금융정보 사이트 Seeking Alpha에 기고하는 Kurt Shrout의 자세한 분석이 유용할 것 같아 소개한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의 건설업 비중은 GDP 대비 20~22% 수준이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해당비율이 약 11%의 수준이니, 건설업이 중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짐작할 수 있다. 소씨테제네럴이 분석한 비율은 19%수준으로 Kurt의 분석과 큰 차이가 없다. 그리고 이런 비중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편 Kurt는 중국에서의 건설업 비중이 이렇게 높은 이유를 나름대로 분석해놓았는데 ▲ 중국이 개발도상국이라는 점 ▲ 과거의 중국 주택들이 매우 열악한 사정이었다는 점 ▲ 중국의 신용위기를 위한 5,860억 달러의 경기부양 패키지가 대부분 건설에 기반을 둔 경기부양 프로젝트였다는 점을 들었다.

모든 건설현장이 주택사업은 아니겠으나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중국경제에 미칠 영향이 다른 나라의 그것보다 클 것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침체 신호는 중앙은행의 세미나 말고도 빚을 갚지 못한 한 부동산 업자의 자살에서도 읽을 수 있다. 그는 자신의 프로젝트를 위해 월3%의 빚을 쓰고 있었다 한다.

하나금융연구소의 “글로벌 불확실성의 새로운 원천, 중국”이란 리포트에서는 중국이 직면한 위험을 투자 버블 붕괴 위험, 부동산 버블 붕괴 위험, 지방정부 부채의 디폴트 위험, 그림자 금융 부실, 정권 교체에 따른 위험 등을 들고 있다. 그런데 이 다섯 중 네가지 위험이 부동산 시장과 관련된 위험이다.

중국인민은행이 세미나에서 밝혔듯이 “은행과 회사의 관심사는 20%의 집값 하락이 묻지마 매도로 이어질 것인가, 관련 당국이 이런 연쇄 고리를 통제할 효과적인 정책수단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냐”하는 것이다. 중국의 재정흑자는 이런 우려에 대한 방어선이긴 하지만 그 선택권은 2008년보다 폭이 좁을 것이다.

英國의 구원투수로 나서려는 中國의 노림수

지난달 말 중국의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 러우지웨이(樓繼偉) 회장이 영국 등 선진국의 사회간접자본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혀 유럽각국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러우 회장은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기고를 통해 “중국의 기업과 투자자는 기존에는 해외 SOC프로젝트에 단순 하청업체로 참여해왔으나 이제는 직접 소유하고 운영하는 것에 관심있다”[중략] 고 밝혔다. 재정위기에 시달리는 유럽으로서는 중국이 막대한 보유 외환으로 직접 국채매입을 해주면 좋겠지만 대규모 SOC 투자도 저성장 위기를 넘어 경기부양의 불씨를 지피는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전세계 돈줄, 차이나 머니 어디서?]

중국이 – 또는 중동 등지의 국부펀드가 – 다른 나라의 인프라 시설의 매입에 욕심을 낸 것은 사실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중국의 보유외환 중 4,100억 달러(462조원)를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CIC의 경우, 이미 제3세계의 인프라 시설, 광산, 유전 등 실물자산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중국 외환보유고의 70% 정도가 美국채를 포함한 달러 자산에 담겨져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국채 등 전통적인 안전자산에만 투자하기에는 수익률 측면이나 포트폴리오 차원에서도 그리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국이나 중동 등의 국부펀드가 인용문과 같이 서구의 인프라 시설을 매입하려 하는 경우는 제3세계의 그것과는 또 다른 갈등을 야기하기도 한다. 이 경우는 단순히 자산거래를 통한 경제성의 문제만이 아닌 보다 복잡한 이슈들이 결부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2005년 10월 두바이의 국영항만회사가 미국의 항구들을 매입하려 했다가 좌절한 사례가 있다. 당시 이 사안은 내셔널리즘적 이슈, 안보 이슈, 반독점 이슈 등 복잡한 양상을 띠며 진행되었다가 결국 두바이 회사 DP World의 항구매입이 좌절된 경우다.

2005년 10월 중순, DP World는 영국기업 P&O의 인수가 가능하도록 법적제한을 제거하기 위해 미합중국외국인투자위원회(the Committee on Foreign Investment in the United States ; CFIUS) 에 접근한다. CFIUS는 반독점이나 국가안보 이슈를 야기할 외국기업과의 계약에서 대한 판단을 내리는 여러 기관을 포함하는 연방 패널이다. 곧 이어, DPW는 P&O의 인수 조건을 협의하기 시작한다. [중략] 2005년 12월 해안경비정보국(Coast Guard intelligence) 관리가 한 보고서에서 광범위한 정보차이로 인해 위험들을 분석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언급과 함께, 두바이 회사가 미국의 항구운영을 관리하는 것에 중요한 안보 이슈의 가능성을 제기하였다.[Dubai Ports World controversy]

두바이 기업이 영국기업을 인수하는 것과 항구운영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DPW가 인수하려던 P&O는 항구운영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였고 당시 미국 내의 항구 여러 개를 운영 중에 있었다. 따라서 DPW의 P&O 인수는 곧 DPW의 미국 항구운영권 인수를 의미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시 대통령이었던 조지 부시는 미국정부의 신뢰의 문제를 들어 해당 계약을 인정하려 했지만 의회에서는 초당적인 협력 하에 압도적인 지지로 해당 계약을 저지시킨다. 결국 DPW는 미국 내의 항구운영권을 미국기업 AIG에 넘기게 된다.

이 사례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美당국과 정치인들이 영국기업이 항구를 운영을 할 때에는 제기하지 않던 안보 이슈를 두바이기업으로 주체가 바뀌자 제기하였다는 점이다. 단순히 인프라의 민영화에 대한 이슈 제기 이상의 내셔널리즘적 안보 노이로제가 작용하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이와 똑같은 정서가 중국에 대해서도 현재도 여전히 남아있다. 로이터의 한 칼럼니스트는 오바마가 중국의 인프라 투자를 환영한다는 발언에 대해 바로 DPW의 사례를 들며, 중국이 사야할 것은 직접소유권이 아니라 채권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정서는 영국이라고 크게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지난 세기 많은 나라를 식민지로 거느렸던 대영제국이 한때의 영광을 뒤로 하고 채무국으로 전락한 현 상황에서조차, 중국 돈이 들어와 자신들의 영토에 대한 소유권을 행사하는 것은 자존심상할 일일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자존심을 감추게 하는 것은 다급한 재정상태다.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은 영국의 민간투자사업인 PFI으로의 지출을 절감할 새로운 사업방식을 주문한 바 있고, 그럼에도 각종 민간투자 – 중국을 포함한 – 여전히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오스본 씨와 재무부 관리들은 새로운 도로, 철도, 브로드밴드, 에너지 프로젝트들의 자금조달을 위한 원천으로써 중국의 추가적인 투자를 오랫동안 추구하여왔다. 영국 관리들은 제안된 런던에서 영국 북부까지의 고속철도에 중국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China boost for Osborne growth plans]

중국, 또는 중동의 국부펀드들이 선진국 인프라 시설투자에 나서고자 하는 이유는 어쩌면 선진국이 이들의 투자에 대해 갖고 있는 우려의 반대편, 즉 선진국의 자산을 자신들이 보유한다는 자긍심도 있을 것이다. 물론 보다 중요하게 포트폴리오를 전통적인 투자가 아닌 일종의 대안투자와 적정비율로 구성할 필요성 때문일 것이다. 특히 중국이 유럽의 경제위기의 구원투수로 나서는 한 방법으로의 자산매입은 서구의 이전까지의 부정적인 정서를 무마시키면서 안정적인 대안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요컨대 우리가 흔히 “민영화”라고 부르는, 인프라 혹은 국영기업의 증권화는 민간 기업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다. 이제 각국의 국영기업이나 국부펀드들 역시 다른 나라에서는 이른바 독립적인 공급자(independent provider)로써 민간기업과 똑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A국으로의 투자에 나선 B국의 국부펀드가 해당 사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면 A국의 안보나 국부유출 등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국익”이 감소할 개연성이 있지만, 반대로 B국의 경제적 실익의 “국익”이 상승할 개연성이 늘어나는 것이다. 복잡한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