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독점, 자유무역

어디에서도 마찬가지다. 관세나 기타 조치로 나타나는 공공연한, 혹은 은밀한 정부지원 없이는 한 나라 안에 독점이 성립하기 힘들다. 규모가 세계적이면 그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드비어즈 다이아몬드 독점이 우리가 아는 바로는 성공한 유일한 실례이다. 정부의 직접 지원 없이 오랫동안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은 그밖에는 없는 것으로 안다. – OPEC 카르텔과 초기의 고무 및 커피 카르텔이 아마도 두드러진 예일 것이다. 그리고 정부지원을 받는 카르텔의 대다수는 오래가지 못했다. 그들은 국제경쟁의 압력 아래 부서져 버렸다. – 우리는 이 운명이 또한 OPEC을 기다리고 있다고 믿는다. 자유무역의 세계에서는 국제 카르텔은 더 빨리 사라져버린다. [選擇의 自由, 밀턴 프리드먼 저, 朴宇熙 역, 중앙신서, 1980년 pp84~85]

나는 이글에서 밀턴 프리드먼의 진정성을 믿는다. 억압(프리드먼이 생각하기에 주로 정부의 통제) 없고 독점 없는 경제가 진정 좋은 세상을 만든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고 “공공연한, 혹은 은밀한 정부지원”이 없다면 한 나라 안에서, 더군다나 세계적인 규모에서의 독점은 불가능에 가깝기에 정부의 지원(또 다른 의미의 통제이므로)은 철폐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고, 이는 매우 아름다운 구조를 이루고 있다.

위와 같은 프리드먼의 사상을 이어받아 오늘날 많은 자유주의 국가들은 “자유”무역의 실현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특히나 그들은 보호무역이 대공황을 심화시켰으며, 심지어는 세계대전이라는 참혹한 결과까지 낳았다고 여기고 있기에, 금융위기에 직면한 지금은 한층 자유무역의 수호에 열을 올리고 있다. 문제는 프리드먼의 희망과 달리 자유무역의 실천수단인 WTO, FTA 등은 각국 정부의 통제와 지원에 의해 실현되고 있고, 그 조약체결 주체 역시 여전히 국민국가라는, 더불어 그러한 것들은 또 하나의 “정부지원”이라는 ‘역설’이다.

프리드먼의 이상론에 의하면 모든 관세장벽은 부서져 버려야 하고 오로지 자유로운 생산자들이 정부의 간섭이나 지원 없이 경쟁을 하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자유무역 노정은 실은 유력한 국가들의 주도하에 상호평등이 실현되지 않은 상태에서 WTO와 FTA가 체결되고 있고, 그 와중에 국가의 의사결정단위에 개입할 수 있는 독점기업들이 배타적으로 조약체결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꼴이다.

예를 들어 이미 잘 알려져 있는 바대로 농업부문 등에서는 카길 등 국제 곡물메이저가 조약 초안을 작성하고, 심지어는 협상 테이블에 앉고 있다. 제약분야와 지적재산권 분야에서도 이러한 경향은 매우 강하다. 그 반면에 조약의 내용을 투명하게 알아야할 국민들은 – 심지어 대다수 중소기업들도 – 협상의 기밀을 유지하여야 한다는 명분 하에 정보접근으로부터 차단당하고 있다. 국민을 대변한다는 각 나라의 의회마저 크게 다르지 않은 처지다.

상황이 이러하다면 우리는 과연 현재의 무역기조를 진정 “정부의 간섭이 배제된 자유무역”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프리드먼이 살아 돌아온다면 한미FTA를 자신의 이상과 일치하는 타당한 무역협정이라고 간주할 것인가? 나는 그것에 회의적이다. 그의 오류는 현존하고 있는 가장 큰 경제주체인 – 일수밖에 없는 – ‘국민국가’라는 존재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없앨 수 없다면 그것의 개선을 위해 노력하여야 할 터인데 그는 땅을 머리에 처박고는 ‘국가’가 안보이므로 없어졌다고 믿으라고 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그의 예언 – 혹은 바람? – 과는 달리 여전히 OPEC은 건재하다.

어느 사회단체가 오바마에게 보내는 편지 中에서

무역 : 우리는 나라간 무역이 적절한 조건 하에서라면 상호이익을 증진시킨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인민보다는 기업의 이익을 배타적으로 증진시키는 목적으로 설계된 현재의 모델은 근본적인 결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첫 번째 조치로 현재의 조약들을 총체적으로 재점검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모든 계류 중인 FTA들에 대한 시도들은 연기되어야 합니다. 우리의 주장은 햄프셔 사회연대의 멤버에 의해 작성된 미 대륙을 위한 총체적인 대안이라는 문서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시급히 재고될 필요가 있는 두 가지 영역은 투자와 농업입니다. 투자에 대한 조항들은 각 정부들이 삶의 수준을 향상시키도록 하는 것에 집중되어야 합니다. 현재 (각 FTA 문서에: 역주) 적혀있다시피 투자에 관한 조항들은 초국적 기업들과 자본들을 통제하려는 정부의 능력을 제약하는 구속복의 기능을 수행하는, 거의 정반대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규칙은 정부가 식량안보와 주권을 보호하지 못하게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 경제위기는 ‘자유 무역’ 모델이 약속했던 이익들에 대해 심각하게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Trade:  We believe that trade between our countries can, under proper conditions, bring mutual benefits.  However, there are fundamental flaws in the current model which was designed exclusively to promote the interests of corporations rather than people. A comprehensive re-visiting of existing agreements must be the first step, and movement on all pending FTAs must be postponed. Our concerns are articulated in the comprehensive Alternatives for the Americas  document, written by members of the Hemispheric Social Alliance.  Two areas which demand urgent rethinking are investment and agriculture.  Investment provisions must focus on empowering governments to raise standards of living.  As currently written, investment provisions do nearly the opposite and function as a straitjacket, limiting governments’ abilities to control transnational corporations and capital.  Current rules inhibit governments from protecting food security and sovereignty. The economic crisis brings into serious question the benefits that were promised under the ‘Free Trade’ model.[A New Course for the U.S. and the Americas]

특허 및 저작권 법 폐지를 주장하는 경제학자들

Economists Say Copyright and Patent Laws Are Killing Innovation; Hurting Economy

Newswise — 특허와 저작권 법률의 폐지는 급진적으로 들린다. 그러나 세인트루이스에 있는 워싱턴 대학의 두 경제학자는 이제 말할 시기가 온 아이디어라고 말하고 있다. 미쉘 볼드린 Michele Boldrin 과 데이빗 케이 레빈 David K. Levine 은 혁신을 경제회생의 키로 보고 있다. 그들은 현재의 특허/저작권 시스템이 시장에 발명품이 진입하지 못하게 막고 있다고 믿고 있다. 두 교수는 캠브리지 대학 출판사를 통해 새로운 책 ‘지적 독점에 대항하여(Against Intellectual Monopoly)’을 통해 그들의 견해를 내비쳤다.

“공공정책의 관점에서 볼 때 우리는 원칙적으로 특허법과 저작권법을 함께 폐지하고 싶습니다.” 존 에이치 빅스 John H. Biggs1의 뛰어난 경제학과 교수 레빈의 말이다. “발명가에게 수많은 보호 장치가 있고 창조적인 이들을 위한 수많은 보호 장치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것을 사람들이 돈도 못 벌면서 발명하려 하거나 무언가를 창조하려하는 것을 일종의 자선행위로 간주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특허나 저작권이 없이도 돈을 벌 수 있다는 많은 방법이 있다는 것에 대해 매우 강한 증거가 있습니다.”

레빈과 볼드린은 인터넷에서 음악을 ‘도적질’했다고 고소당한 학생들과 특허소지자가 생산한 값비싼 의약품을 구입할 수 없어서 죽어가는 아프리카의 AIDS 환자들을 현 시스템의 실패사례로 지적하고 있다. 조셉 깁슨 호이트 Joseph Gibson Hoyt 의2 예술 및 과학 분야의 뛰어난 교수이고 경제학부의 학과장인 블드린은 “지적 재산은 실은 우리 문 앞에 부와 혁신을 전달해주는 경쟁적인 자유시장 왕국을 도와주기보다는 훼방을 놓는 지적 독점이다”라고 말했다.

저자들은 라이센스피, 규제, 특허가 이제는 너무 오용되어 창조의 비용을 상승시키고 새로운 아이디어의 확산 속도를 늦추고 있다고 주장한다. 레빈은 “대부분의 특허는 시장의 다른 이들보다 단기적인 우위를 점하기 위해 그들의 혁신을 경쟁자로부터 보호하려 희망하는 혁신자들이 얻는 것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특허는 다른 이들이 자신들을 특허침해로 고소하지 못하도록 방지하려는 방어 목적의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대기업들이 취득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볼드린과 레빈은 그들의 책에서 특허 시스템의 대담한 개혁을 독려하고 있다. 그들은 법률이 미국 헌법의 내용과 부합되게 회복되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그것은 의회는 “존경할만한 저작과 발견에 대하여 그 저자나 발명가에게 배타적인 권리를 한정된 기간 동안 보호하여 과학과 유용한 예술의 진보를 독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의회가 다음과 같은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이들에게만 특허를 부여함으로써 특허청원자들에게 증명의 부담을 역으로 지워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 그들의 발명이 사회적 가치를 가진다.
- 어떤 특허도 보다 가치 있는 혁신을 가로막지 않는다.
- 혁신은 특허 없이는 비용절감이 안될 수도 있다.

저자들은 그러한 급진적인 개혁이 가능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고 특허, 규제, 면허의 범위를 점차적으로 축소하는 점진적 접근을 개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시스템의 변화가 시급하다고 말한다. 이 경제학자들은 지적 독점 (특허)를 경제적으로 해로운 것으로 증명된 무역 독점에 비교했다. 그들은 “몇 세기 동안 경제적 진보의 원인은 자유무역의 그것과 동일시되었다. 다가올 몇 십 년 동안 경제적 진보를 유지하는 것은 가면 갈수록 혁신적으로 지적 독점을 줄이고 궁극적으로 제거시키는 능력에 달려있습니다.”라고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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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나도 직관적으로 생각하고 있었고 지적재산권을 비판하는 많은 이들이 주장하는 특허 및 저작권 취지의 변질에 관한 글이다. 이 주장이 반(反)자본주의 진영에서의 주장보다 더 반갑다. 글에도 나와 있다시피 저자들은 자유무역 옹호론자들이고 그러한 관점에서 특허 및 저작권을 비판하기에 더욱 더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즉 그것은 자본주의 자체의 생명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도 간략하게 언급되어 있지만 특허는 궁극적으로 독점이다. 이를 부인할 수는 없다. 그것이 ‘사회적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창조’한  ‘직접적인 생산자’의 지위를 ‘단기간’ 보장해주는 한에선 바람직하지만 현재처럼 ‘사회적 가치를 증명하기 쉽지 않은’ 무언가를 ‘관할’하고 있는 ‘선진국 거대기업’의 지위 유지에 활용된다면, 그것은 오히려 자본주의에 반체제적이다. 독점을 가장 싫어하는 것은 자본주의와 자유무역이 아니던가?

지나가다님이 당초 제가 단 각주에 대해 설명을 잘해주셔서 본문으로 올립니다. 지나가다님 감사합니다.(모든 지나가다님은 위대해~)

(주1) (주2)에 설명을 보고 의아해 할 사람들을 위해 남깁니다.
(주1) John H. Biggs Distinguished Professor of Economics 를 풀어서 설명하면.
경제학과에 John H. Biggs를 기리며 만들어진 석좌교수 자리가 있는데. Levine이 현재 그 석좌교수 타이틀을 가지고 있단 말이고.
(주2)
Joseph Gibson Hoyt Distinguished Professor in Arts & Sciences and Chair of the economics department
마찬가지로 문리대에 Joseph Gibson Hoyt을 기념하여 만들어진 석좌교수 자리가 있는데 현재 Boldrin이 그 석좌교수이자 경제학과장이라는 말입니다.
이해가 되셨죠?

두 대가(大家)의 속임수 토론

자유무역과 보호주의는 <독일인노동자협회>에서도 토론거리가 되었다. 맑스와 엥겔스는 논쟁을 활기 있게 하기 위해서 대립하는 양 측을 맡았다. — 맑스는 자유무역을, 엥겔스는 보호주의를 옹호하여 발언했다. 그 논쟁이 보다 많은 청중을 논의에 참가시키기 위해 꾸며진 쇼였다는 것은 끝에 가서 맑스와 엥겔스가 자신들이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고백하고 보호주의와 자유무역 둘 다가 자본주의의 상이한 단계에 속한 경제적 장치 — 보호주의는 보다 이전의 단계들에서 택할 수 있는 것이고 자유무역은 자본주의적으로 발전된 나라의 경제정책 — 라는 것을 말할 때까지 아무도 몰랐다.[프리드리히 엥겔스 삶과 투쟁(1분책), 소련 맑스-레닌주의 연구소 지음, 전진편집부 옮김, 전진출판사, 1991년, p164]

독일인노동자협회는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선진적인 노동자들을 양성할 목적으로 1847년 결성한 단체다. 이들은 그 협회를 공산주의를 선전하는 매개체로 상정하였고 음악 및 – 엥겔스가 직접 쓴! – 연극 등의 문화활동도 조직하였다고 한다. 위 인용문은 그러한 선전활동의 일환으로 두 대가가 벌인 가상논쟁을 묘사한 부분이다. 이들이 짐짓 청중을 속이고(?) 서로 의견이 다른 양 논쟁을 벌였다는 사실이 왠지 귀엽다. 요즘으로 치자면 결코 악의는 없는 일종의 ‘몰래카메라’같은 설정이었을 것 같다. 또한 어떤 면에서는 교육효과도 그만큼 더 컸을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인용문에도 나와 있다시피 이미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부르주아 국가 간의 자유무역과 보호무역의 갈등관계에 있어서 어느 하나가 절대 우위를 점하는 교조가 아닌,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는 경제운용상의 전술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많은 주류경제학자들이 모른 체하고 있지만 영국, 미국 등 모든 선진국들 역시 산업화 초기단계에는 유치산업 육성론 등 보호주의 정책을 취하다가 자국의 생산력이 국가범위를 초월하여야 할 경우에는 말을 바꿔 자유무역을 소리 높여 외치곤 했던 것이다.

그러나 금융위기로 말미암아 전 세계는 – 특히 선진국들은 – 새로운 보호무역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자국의 금융기관 및 대기업들에 대한 구제금융 자체가 그들이 그동안 줄기차게 불공정하다고 외쳐왔던 자국산업에 대한 편향된 보호조치다. 물론 명분은 금융시스템의 정상화 및 경기회복이다. 구제금융은 자국 내에서조차 산업별로 편중되어 있어 계급적 성격을 분명히 하고 있다. 또한 최근 미국에서는 “정부 사업을 수주한 기업들이 미국 제품을 우선적으로 구입하는 `바이 아메리칸` 정책을 펴야 한다는 주장”이 득세하는 등의 노골적인 보호주의 강화 주장도 등장하고 있다.

결국 자유무역이 옳으냐 보호무역이 옳으냐 하는 논쟁은 어떤 의미에서는 사회주의자들 간의 토론에서 ‘수정자본주의가 옳으냐 신자유주의가 옳으냐’에 대해 논쟁하는 것만큼이나 무의미할 수도 있다. 인용문에도 언급되어있다시피 각 사조들은 역사적 맥락과 각국 산업의 특수성에서 살펴야 할 일이며, 결정적으로 각각의 조치들이 한 나라 또는 전 세계의 계급간 또는 산업간 자원분배를 어떻게 하느냐에 대한 고찰이 선행되지 않으면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한미FTA가 농업에 피해는 있어도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국부(國富)가 증가한다는 논리는 그런 의미에서 조잡한 덧셈, 뺄셈일 뿐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에게 농어업피해보상을 위한 목적세라도 부과하지 않는 한에는 말이다.

세계 경제 위기 : 한 마르크스주의자의 분석 (1)

다음은 사회주의평등당(the Socialist Equality Party) 호주지부의 국가서기인  Nick Beams가 2008년 11월과 12월에 걸쳐 호주 여러 도시에서 가졌던 강의를 요약 발췌한 내용이다. 번역이 일치하지 않은 점이 있을 수 있으니 주의를 바란다.


전 세계 주식시장이 붕괴되었는데 약 25조~30조 달러의 주식가치가 지난 6개월 동안 사라진 것으로 추측된다. 주요회사들의 가치는 38% 정도 없어졌다. 한 때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체였던 제네럴모터스가 부도의 위험에 처해있다. 공식적인 통계를 보아도 세계경제의 주요지역들이 이제 경기침체로 접어들었다 : 미국, 유로 지역, 영국과 일본. 세계경제를 부양해왔던 중국과 이른바 신흥시장 역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금융위기가 그랬듯이 경제침체도 미국이 중심이 되고 있다. 사적부문의 고용치가 11월 개월 동안 계속 떨어지고 있다. 11월에만 533,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는데 이는 1974년 12월 이후 월간으로는 최악의 수치다. 미국기업의 적어도 1/4이 내년에 고용을 축소할 계획이다. 해고증가와 집값 하락으로 말미암아 미국에서 12백만 채의 집이 소위 “수면 아래(under water)”의 상태로 내몰렸는데 이는 그 집에 대한 모기지보다 값어치가 덜 나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비는 수직낙하 중이다. GDP의 70%를 차지하는 미국의 소비부문은 3분기에 3%하락했다. 경제학자들에 따르면 4분기에는 2.9%, 2009년 1분기에는 1.3%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2차 대전 이후 한번도 3분기 연속으로 소비가 감소되지 않았었다. 10월 소비자물가는 1947년 이후 월간으로 가장 높은 수치인 1%하락했다.

세계경제 역시 미국의 그것과 다를 바 없는데, 국제노동기구에 따르면 금융위기로 말미암아 1억9천만 명으로 추산되는 2007년의 실업자 수치가 2009년에는 2억1천만 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세계은행은 2009년 경제성장이 전 세계적으로 따져 1%에 그칠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고소득의 국가들에서는 0.1%의 하락이 예상된다. OECD는 경제성장률이 각각 미국 0.9%, 일본 0.1%, 유로 0.5%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무역과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수치중 하나인 무역규모에 대해 세계은행은 2009년 2.5%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수치는 올해는 5.8%, 2006년에는 거의 10%까지 상승하여왔다. 이 수치가 감소한 것은 1982년의 심각한 경기후퇴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11월 15일 국제산출의 90%를 아우르는 경제권인 G20의 지도자들이 경제위기와 금융위기를 논의하기 위해 워싱턴에 모였다. 그러나 이 모임은 현 상황을 극복할 여하한의 프로그램도 제시하지 못하였고 당사자들의 분열만 심각해졌을 따름이다. 이 정상회담의 문제는 면면의 지적인 특성뿐 아니라 경제적 갈등과 긴장에 대해 합의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것에 있다. 객관적 모순의 뿌리는 세계 자본주의 시스템 그 자체에 있기 때문이다.

규제의 문제를 생각해보자.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 대한 여하한의 조사에서도 상호 연결되고 통합된 시장의 “효율적” 기능을 위해서는 여러 종류의 국제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이유가 바로 세계 자본주의 경제의 구조 그 자체에 있다. 모든 시장은 규모 면에서 국제적이지만 세계는 여전히 자본주의 권력들로 분열되어 있다. 자본의 각 부문은 이윤을 증대시키기 위해 국제적 라이벌과 항구적인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 투쟁에서 각 부문은 자신들의 “고유한” 국가를 자신들의 이해를 증진시켜줄 정치적 힘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므로 갈등이 존재하는 것이다.

G20에 모인 모든 참여자들, 수많은 조언자들과 경제학자들은 보호무역주의의 발흥이 세계경제에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것에 동의했다. 그럼에도 그것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여전히 합의되지 않은 것은 많다. 금융과 무역의 문제에 있어서도 그렇고 정부의 개입에 있어서도 그렇다.

발췌한 이의 간략의견 : 전형적인 국제주의자의 의견이랄 수 있다. 즉 현재의 위기가 지구적이며 특히 선진국에서 그러한 위기가 심각할 것으로 예측됨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이해관계를 가진 자본, 그리고 그들의 이해를 보호하는 국민국가들로 분열되어 있는 세계경제에서 실질적인 규제에 대한 합의로의 도출이나 입으로만 떠들고 있는 자유무역 원칙은 깨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원문보기]

구제금융과 보호무역주의

유럽연합은 만약 미국의 자동차 구제금융의 조건들이 무역원칙을 위반한다면 WTO 제소를 준비할 것이라고 위협해왔다. 유럽의 신문들은 미국이 프랑스로부터 상당한 보조금을 받았던 유럽의 항공기 제작사 에어버스에 대항한 보잉을 대변하여 그러한 제소를 제기한 적이 있었던 2004년의 회고로 채워지고 있다. 미국의 경쟁자들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미국시장에 원가이하의 상품을 “덤핑”하였다고 자주 비난받았던 중국과 일본 역시 비슷한 절차를 밟을 수도 있다.
The European Union has threatened to prepare a WTO complaint (Bloomberg) if the terms of the U.S. auto bailout violate trade rules. European financial papers are filled with reminders of 2004, when the United States filed such a complaint on behalf of Boeing against European aircraft maker Airbus, which received generous subsidies from France. China and Japan, frequently accused of “dumping” below-cost products on the U.S. market to undercut American competitors, could take similar steps.[출처]

투자은행들에 대한 천문학적인 보조금은 유럽의 투자은행까지도 아우르는 금융권의 공멸을 막기 위한 측면이 있었기에, 그리고 워낙 경황이 없어서 그랬는지 이런 보호무역 이슈가 제기되지 않았지만, 제조업 분야로 접어들자 각국이 이해관계를 달리 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자유무역을 위한 장벽제거를 절대선 인양 주장해왔던 미국 스스로가 자국 산업의 지탱을 위해 발 벗고 나서면서 경쟁적인 보조금 전쟁으로 돌입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로써 미국은 진퇴양난에 빠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 미국인들의 정서는 위기의 진원지인 금융업에는 엄청난 자금을 쏟아 부으면서 – 임원들은 “유지 보너스”까지 받고 – 그 유탄을 맞은 것으로 치장되어진 제조업은 모른 척 한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느낄 것이다. 거기에 블루컬러 노동자들은 내팽개치느냐는 계급적 차별의식까지 개입되게 되면 사회적 혼란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 이유로 구제금융을 실시하면 외부로부터의 저항에 시달릴 것은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이번 금융위기로 말미암아 기업의 자연도태와 적자생존이 자본주의의 건강성을 유지하여 준다는 선험논리는 사치스러운 주문으로 간주되고 있는 상황이다. 어쩌면 우리는 정말 자연스레 도태되어야할 것들의 생명을 억지로 연장시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각국의 위기타개책은 이미 시장의 자유경쟁이라는 대원칙을 심하게 손상시킨 지 오래 되었고, 그러한 시도들이 앞으로 어떠한 새로운 시장원칙으로 귀결될지는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 사상초유의 실험이기에.

자유무역 對 공정무역

전에 “新냉전 시대의 도래?”라는 글에서 이렇게 적은 적이 있다.

한편 ‘자유무역’과 ‘세계화’는 또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해지곤 한다). 바로 경제권 통합을 통한 국가간 분쟁의 종식이었다. 즉 양차 세계대전을 통해 서구는 경제권의 통합이 각 나라간의 분쟁을 줄여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며 그렇지 않을 경우, 나치와 파시스트의 등장에서 보듯이 또 다른 분쟁의 불씨를 증폭시키리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다음 글이 바로 그러한 “두려움”에 대한 묘사다.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중 미국과 영국의 관리들은 국제 무역을 촉진시키는 새로운 시스템, 포괄적이고 유례없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한 바 있다. 그들은 무엇을 피해야만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고율의 관세, 특혜 조약, 무역 장벽, 무역 통제, 그리고 “인근국 무력화(beggar thy neighbor)” 정책 등으로 양 대전 사이에 무너지고 만 무역 시스템을 되살리는 것이 그들의 주안점이었다. 그런 무시무시한 보호주의로는 전지구적 불황과 그에 따르는 정치적 문제들 그리고 끊임없는 전쟁만 일으킬 것이라는 것이 그들의 확신이었다. 그들의 꿈은 당시 전지구적 성장을 촉진시킨 19세기 후반의 개방적 무역 시스템의 회복이었다.[시장對국가(원제 The Commanding Heights), Daniel Yergin and Joseph Stanislaw, 주명건譯, 세종연구원, 1999, pp63~64]

지금의 유럽 상황을 – 특히 서유럽 상황 – 떠올려보면 지나치게 공포감이 과장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법도 하다. 이제 독일은 더 이상 가공할만한 세계대전을 일으킬 만큼 ‘나쁜 나라’도 아니지 않은가 말이다. 하지만 시간을 거슬러 양차대전의 후유증과 소비에트의 침략야욕(?)에 시달리고 있는 유럽인들과 바다건너 자본주의 세계의 최강자로 군림한 미국인들에게 위와 같은 논리가 비약만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공감이 가기도 한다.

시간을 다시 되돌려 현재를 보자. 그들이 실현해낸 자유무역은 지구적 차원에서 안보를 지켜냈을까? 전쟁을 막아냈는가? 궤멸적인 제1세계에서의 집단전쟁은 막아냈을지 몰라도 지역분쟁은 끊이지 않았다. 꼭 그것이 역설적으로 자유무역이 원인이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또 자유무역이건 보호무역이건 간에 제1세계의 최강자 미국은 – 서유럽의 분쟁을 막아내고자 했던 그 나라 – 자국의 경제적 이익과 정치적 이니셔티브를 위해 거의 유일하게 전 세계 곳곳에서 대놓고 대량학살로 이어지는 전쟁을 수행한 악의 전도사를 자처했다. 그리고 자유무역이 전 세계를 통합한 이후 – 특히 금융에 대한 장벽해체 이후 – 많은 신흥국들이 전쟁에 준하는 경제폭탄을 맞아 신음하기도 했다. 급기야는 자유무역이 금융 강국 본토인 미국과 서유럽마저 혼절시키고 말았다.

그러니 어쩌면 딱 이 시점이 자유무역이 과연 지구촌을 평화와 번영으로 이끄는 유일한 대안인가 하는 고민을 해볼 시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전쟁도 못 막고 경제위기도 가속화시키는 것으로 강하게 추측되는 자유무역이 과연 신주단지처럼 모셔야할 절대진리인가 하는 의문 말이다. 미국의 새 대통령 오바마도 자유무역(free trade)보다는 공정무역(fair trade)이란 표현을 즐긴다고 하지 않던가. 물론 그것이 좌파진영에서 쓰는 같은 표현과는 다른 뉘앙스를 강하게 풍기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