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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은 공익에 충실하고 있는 것인가?

더 좋은 평점을 받으려면 고유 사업보다 국책 사업에 더 주력해야 한다. 수자원공사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부채가 무려 13조원에 달하는 수자원공사는 2008년부터 4년 연속 A등급을 받았고 올해 발표된 2012년에도 B등급이었다. 정부가 4대강 살리기 사업 관련 부채 8조원을 경영평가 대상에서 빼준 덕분이다.[非사업지표 평가비중 55%... 국책사업에 주력]

공기업의 경영실적 평가는 1984년 시작된 제도라고 한다. 도입이 30년째 되가는 제도이니 그 유용성이 어느 정도는 공인된 제도일 것이다. 하지만 이 기사에서 보듯이 과연 그 실적 평가가 정당한 것인가 하는 데에는 의문이 든다. 소위 “국책 사업”을 위해 부채가 엄청나게 증가한 수자원공사의 경영 실적에 면죄부를 준 평가결과를 보고, 과연 다른 공기업의 경영진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고유사업에 충실하고 국책사업을 무시했다가는 어느 순간 잘릴지도 모른다.’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과연 공기업은 공익에 충실하고 있는 것인가?

우량공기업 밀어서 잠금해제

현 정부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이미 출범 전 선거운동을 하면서부터 민간투자로 시행하여 정부에 부담이 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물론 그 주장을 할 당시 이 사업은 좀 다른 이름이었다. 이른바 “한반도 대운하 사업”.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를 비롯한 여당의 주요 인사들은 대운하 사업이 “민간자본을 유치해 사업하니 국가 예산과는 상관없다”고 주장하였다.

대운하 사업은 “한반도 전체를 리모델링하는 사업”으로 포장되었다. 한편 실용주의적인 관점에서 “물 관리와 이용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었다. 그러면서 어느새 “대운하”가 “4대강”으로 이름을 바꾸고, “민간자본으로 추진할 만큼 사업성이 있는지, 정부 지원은 필요한 것인지 짚어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가 예산과 상관없다던 사업이 상관있게 된 시점이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이후 소위 “대운하 국책사업단”을 운영하다가 여론이 좋지 않자 2008년 3월 해체한다. 하지만 그해 4월 중순 슬그머니 사업단을 재가동하는데, 이 사업단이 위치한 곳이 바로 정부 과천청사 인근 수자원공사 빌딩이었다. 이때쯤이면 사업의 목적은 물류에서 치수(治水) 쪽으로 주안점이 옮겨진다. 한편 청와대는 4대강 정비사업과 대운하는 별개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요컨대 “대운하 사업”은 물류를 목적으로 민간자본에 의해 추진될 사업이고, “4대강 정비사업”은 치수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이어서 별개가 되는 것인데, 어쨌든 강바닥을 파겠다는 것이 정부의 추진의지인 것이다. 이즈음에서 한 국책기관의 연구원이 “한반도 물길 잇기 및 4대강 정비 계획의 실체는 운하 계획”이라는 양심고백을 한다. 양심고백할 것도 없이 빤한 사안을 양심고백한 것이다.

어쨌든 강바닥을 팔 요량이던 정부에게는 이제 자금조달의 문제가 놓여 있었다. 물류를 위한 사업이라면 민간투자를 활용하면 될 텐데 치수라면 그것은 다른 이슈가 된다. 치수를 위해 민간이 돈을 대는 것은 명분이나 수익창출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수자원공사가 뒷돈을 대는 명분이 생겼다. 수자원공사는 “수자원을 관리하는 곳”이고 4대강 정비도 수자원 관리 중 하나니까 말이다.

국토부가 2008년 말 대통령에게 보고한 2009년 업무추진계획에는, 이른바 “한국형 뉴딜 10대 프로젝트” 중 하나로 포장된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등장한다. 결국 수자원공사는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하다 실패한 경인운하와 “4대강 살리기”에 동원된다. 건설산업연구원은 “모두 35만6천여 개의 일자리가 생기고 38조4천억여 원의 생산유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이 사업을 찬양했다.

최근 국정감사에 따르면 수자원공사의 부채비율은 심각하게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인 2008년 이후 부채 증가율은 541%로 작년의 경우 부채가 약 12조5000억을 기록”했다. 이런 부실화의 원인은 경인운하와 4대강 살리기 이외에 다른 원인을 찾을 수 없다. “친수구역조성사업”을 통해 회수한다는, 장부가액 8조원에 달하는 투자액의 회수가능성도 희박하다.


수자원공사 차입금 증가추이(출처 : 수자원공사 홈페이지)
 

그렇다면 왜 정부는 민간투자가 어렵게 된 사업에 정부가 직접 사업비 전액을 대지 않고 수자원공사를 끌어들인 것인가? 이는 정부재정투입이 적게 보이게 하려는 꼼수를 부리기 위해서다. 즉, 당초 민간투자를 통해 정부부담이 없게 하겠다는 호언장담 자체가 불가능하게 되긴 하였지만 공기업을 통한 일종의 장부외조달(off-balance)을 통해 재정부담이 최소화되는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한 위장술이다.

즉, 4대강 정비에 소요되는 막대한 재원이나 부실화된 인천공항철도를 정부가 직접 매입하게 되면 정부의 대차대조표에 심각한 손상을 입히게 된다. 그러므로 형식상 정부의 재정악화와는 크게 관계없는 공기업들이 이러한 일들을 거듬으로써 현재의 재정악화 없이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마치 사기업이 앞서 말한 특수목적법인 설립을 통해 사업의 재무제표를 본사의 재무제표와 절연시키는 것처럼 말이다.[자본주의 시스템에서 공기업의 역할]

정부의 장부외조달(off-balance)의 대표적인 수단이 바로 민간투자사업이다. 이슈가 되고 있는 지하철9호선과 같은 도시 기반시설이 민간투자사업으로 지어지고 있다. 하지만 “4대강 살리기”는 앞서 본바와 같이 물류 등 투자비 회수방안이 거의 없는 순수한 공공서비스다. 비록 정부가 “친수구역조성사업”이란 미끼를 던졌지만, 이런 허접한 미끼를 물 투자자는 없다. 정부의 봉 공기업을 빼고는 말이다.1

수자원공사의 현재 상황은 특정정권의 무모한 사업의지가 어떻게 한 우량공기업을 말아먹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아주 생생한 사례가 될 것이다. LH공사처럼 명목상으로 임대주택 등 공공적 성격의 사업을 하다 부실화된 것도 아니고, 코레일처럼 KTX 등 첨단시설을 도입하다가 부실화된 것도 아니고, 정권의 삽질의지 실현을 위한 장부외조달(off-balance) 꼼수로 인해 강바닥을 파다가 부실화된 것이다.

대규모 국책사업의 이러한 리스크는 비단 정권의 민주성이나 사업방식에 따라 좌우되는 것만은 아니다. 물론 독재정권이 더 독단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도 하고, 민간투자일 경우 좀 더 비공익적인 사업이 추진되기도 하지만, 대규모 사업 추진의 비합리성은 어찌 보면 대량생산사회에서 늘 존재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사업추진의 합리성을 담보할 시스템은 우리 문명사회가 풀어야할 주요한 숙제이기도 하다.

수자원 공사, 한때 좋은 공기업이고 직장이었는데… 이제 이명박이 부채의 늪으로 밀어서 잠긴 철밥통을 해제해버렸다. 누구도 그렇게 단기간에 하지 못했을 일을…

재정통계 개편안의 꼼수

그러나 빚 많은 LH·수자원공사를 포함해 공기업 21개는 모두 원가보상률이 50%를 넘는다는 이유로 ‘정부’에서 벗어났다. LH는 보금자리 주택을 짓느라, 수자원공사는 4대 강 살리기 사업 탓에 재정건전성이 나빠졌다. 2009년 말 LH의 부채 총액은 109조원, 수공은 3조원이다. 자산은 각각 130조원, 13조원으로 더 많다지만 국책사업을 하느라 빚이 늘어난 건 변함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들 기관을 “크게 밑지고 장사하는 비영리 공공기관은 아니다”라고 본 것이다.[LH 빚 109조, 수공 3조 나랏빚에 안 넣는다, 중앙일보, 2011.1.27]

1월 26일 조세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공청회에서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재정통계 개편안에 대한 기사다. 기사내용 그대로 LH공사나 수자원공사는 소위 국책사업들이 주요사업들에 해당되느니만큼 해당 기관들의 부채를 국가부채로 간주하지 않겠다는 것은 말장난에 불과하다. 지난해 개정된 한국토지주택공사법의 개정내용을 보면 더욱 그러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법 제11조(손익금의 처리) ② 공사는 매 사업연도의 결산결과 손실이 생긴 때에는 제1항제3호에 따른 사업확장적립금으로 보전하고, 그 적립금으로도 부족할 때에는 같은 항 제2호에 따른 이익준비금으로 보전하되, 그 미달액은 정부가 보전한다. 다만, 손실보전은 「보금자리주택건설 등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보금자리주택사업,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에 따른 산업단지개발사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익사업에서 발생한 손실에 한한다. <개정 2010.12.29>

일부 “공익사업”에 국한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사실상 LH공사의 부채를 국가가 보증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 그렇기에 공사채 금리도 저렴하게 유지하고 추가조달도 가능한 것이다. 정부가 정 이들 공사의 사업내용에 시장성이 있다고 간주한다면 적어도 자신들의 의지에 따라 공사가 수행하고 있는 사업에 대한 부채는 국가부채로 간주함이 타당하다.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공기업의 역할

최근 내 관심을 끄는 두 가지 사건은 모두 공기업과 관련이 있다. 4대강 정비 사업에서의 수자원공사의 참여, 코레일의 인천공항철도 민간투자사업시설 매입이 그것이다. 이 두 사건의 공통점은 정부가 수행하고자 하는 사업을 자신의 돈을 들이지 않고 공기업을 끌어들여 수행하려 한다는 점이다. 정부가 이렇게 공기업을 끌어들이려는 것은 마치 민간이 특정사업 수행에서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하여 off-balance sheet(설명 보기) 효과를 노리는 것과 마찬가지의 이유에서다.

즉, 4대강 정비에 소요되는 막대한 재원이나 부실화된 인천공항철도를 정부가 직접 매입하게 되면 정부의 대차대조표에 심각한 손상을 입히게 된다. 그러므로 형식상 정부의 재정악화와는 크게 관계없는 공기업들이 이러한 일들을 거듬으로써 현재의 재정악화 없이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마치 사기업이 앞서 말한 특수목적법인 설립을 통해 사업의 재무제표를 본사의 재무제표와 절연시키는 것처럼 말이다.

우선 수자원공사의 4대강 정비사업 참여의 경우를 들여다보자.

국토해양부는 4대강 사업에 소요되는 국토부 예산의 절반 이상을 수자원공사(이후 수공)가 부담키로 함에 따라 수공이 사업 시행자로 참여해 4대강 하천 주변을 직접 개발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개발 우선권도 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8일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4대강 사업은 수공의 투자와 역할이 큰 사업인 만큼 개발사업 시행자에게 우선권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4대강 본예산 15조4000억원 중 정부가 7조4000억원, 수공이 8조원을 충당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수공의 4대강 사업 참여 및 하천 개발권 부여 등은 정부가 지난 6월 발표한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에는 없던 내용이다.[4대강 결국 ‘개발사업’ 변질]

정부는 지금 막대한 재정지출 – 호기롭게 4대강 정비, 복지지출, SOC지출을 모두 소화해내겠단다 – 과 감세라는 한 열댓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겠다고 큰 소리치고 있다. 하지만 무슨 신통한 재주가 없는 한은 결국 그것은 불가능한 약속이다. 그러하기에 4대강 본예산의 반절이 넘는 돈을 수공에게 부담시키겠다고 나선 것이다. 문제는 아무리 공기업이라도 정부가 하는 것처럼 반대급부 없는 사업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인지라 수공에게 하천 개발권을 부여하겠다고 한 점이다. 하천 개발의 성공여부는 알 수 없는 노릇이고 해당 기사에도 지적하듯이 땅값 상승 등 부동산 투기를 부채질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엉성한 사업계획 및 집행으로 박살이 난 경우가 바로 – 비록 민간투자사업이지만 – 인천공항철도 사업이다. 이 사업은 허다한 수요예측 실패 사례 중에서도 전범으로 남을만한 데, 당초 수요예측 대비 7%의 처참한 운영현황을 보이고 있는 사업이다. 이에 따라 향후 막대한 재정보조가 예상되자 정부는 해당사업을 매입하기로 하고 이를 코레일에 떠넘긴 것이다. 수공사업이 사업의 타당성 여부가 불투명함에도 일단 희망이라도 가져볼 수 있다면 이 경우는 향후 막대한 적자가 기정사실화된 사업의 폭탄처리 역할이라는 점에서 더 안쓰럽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항철도의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2039년까지 13조8000억원의 세금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번 계약으로 부담을 6조7000억원 이하로 낮출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코레일이 인천공항철도를 인수하게 되면 정부와 코레일은 재계약을 맺어 투자수익률을 조정하는 절차에 착수하게 된다. 그러나 인천공항철도 인수로 코레일의 경영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매입대금을 조달하기 위해 채권을 발행해야 하는 데다 최근 수익개선 사업으로 추진중인 용산역세권 개발 등이 난관에 봉착했기 때문이다.[인천공항철도, 1조2045억에 팔려]

위 기사에서 국토부 관계자는 세금부담을 13조8000억원에서 6조7000억원으로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숫자의 마술은 정부가 코레일이 해당 시설을 인수할 경우 민간사업자와 맺은 실시협상 상의 투자수익률을 낮추겠다는 의미다. 현재 미래 현금흐름의 할인율의 의미를 지닌 약정수익률이 민간기업의 요구수준인데, 공기업인 코레일이 인수할 경우 조달비용이나 신용등급 등을 고려할 때에 더욱 낮출 수 있으므로 이를 낮춰 결과적으로 미래에 보전해줘야 할 돈을 줄이겠다는 의미다. 쉽게 말해 은행대출을 받았는데 6%금리 대출을 4%대출로 전환하면 지급이자가 줄어드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렇다면 과연 단순히 부실사업이 민간에서 정부투자기관으로 말갈아탄 것만으로 그러한 절감효과가 있다면 애초에 인천공항철도를 코레일이 추진하는 것이 옳지 않았느냐 하는 의문이 든다. 정부조달비용이 민간조달비용보다 싸니 말이다. 이는 이미 코레일의 인천공항철도 인수를 위해 채권을 발행하여야 한다는 위 기사에서 답이 나와 있다. 그들 역시 기존에 부채가 쌓여있는데다 신규로 채권을 발행해야 하는 부실기업이다. 부실기업에 부실사업을 떠넘기고 조달비용이 국가등급이라는 이유만으로 부담이 줄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요컨대 두 사업은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공기업이 가지는 위상과 그 활용에 있어서의 우리가 주의해야할 몇 가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첫째, 공기업들은 정부 혹은 정치가의 정치적 의도에 휘말릴 소지가 상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이윤추구를 절대 진리로 하는 것도 아니고 소위 말하는 공익 추구도 아닌, 이번처럼 정부의 실패를 떠안는 창고로 전락하고 마는 경우다. 아무리 정부투자기관이라고는 하지만 조 단위의 막대한 사업의 사업권을 이렇게 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 식으로 허술하게 결정해도 되는 것인지 하는 문제가 있다. 수공이나 코레일 자신에게도 이러한 사업수행은 기업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규모의 엄청난 의사결정인 것이다.

둘째, 그럼에도 그러한 부실이 정부 수준의 신용등급이라는 특수한 지위로 포장된다는 점이다. 특히나 우리나라에서는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재정자립도 낮은 지방자치단체, 심지어 그들의 지분이 투입된 지방개발공사마저 단지 정부(투자)기관이라는 이유만으로 최상의 신용등급을 받는 특수상황이 연출되고 있어 이러한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사업진행의 유혹에 빠질 개연성은 더 크다. 이번 금융위기의 진원지 중 하나가 신용평가사의 ‘묻지마’ 등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위험은 더욱 크다.

대안은 결국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사업수행에서의 철저한 타당성 검증과 적법하고 순리적인 의사결정이다. 그 타당성 검증은 사회적 효용과 경제적 효용이 공존하는 객관적 절차에 의해 수행되어야 하고, 의사결정은 내,외압에 휘둘리지 않는 공정한 의사결정단위에 의해 수행되어야 한다. 그러한 관점에서 이번 수공과 코레일의 사업 참여를 들여다보면 그 위험성을 익히 짐작할 수 있다. 이는 또한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민간부문의 대안으로 정부부문의 역할을 주장하는 일종의 케인즈식(?) 해법이 과연 옳은 대안인가 하는 물음을 남기는 사례이기도 하다.

수돗물 민영화에 관한 오해 몇 가지 (3)

이번 글은 이른바 ‘오해’ 시리즈의 번외편이라고 해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번 글은 개별 이슈에 대한 허와 실을 다룬 글이 아니라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한 수돗물 민영화의 논의가 그간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를 간단하게 살펴보는 것이 전체적인 이해를 도울 것이라 판단되기에 이를 정리해본 글이기 때문이다.

상하수도사업을 포함한 국가의 공공서비스에 대한 민간부문의 참여, 즉 민영화는 1994년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간자본유치촉진법’의 제정을 통해서 근거가 마련되었다. 이전에는 개별시설에 대한 개별법들이 민영화의 근거가 되어 왔었다. 그 중에서도 상하수도 민영화론은 IMF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일종의 개혁정책의 일환으로 공기업민영화가 적극 추진되는 과정에서 제기되었다.

이러한 진행과정 속에서 환경부를 중심으로 수도사업 민영화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졌으며 1997년 ‘환경기초시설 민영화 업무처리지침’을 제시하면서 구체화되었다. 그런 와중에 상수도 시설에 대한 민영화의 근거는 2001년 3월, 2005년~2006년 수도법령의 개정에 따라 마련되었다.

수도법 제12조 (수도사업의 경영 원칙) ①수도사업은 국가·지방자치단체 또는 한국수자원공사가 경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지방자치단체 등을 대신하여 민간 사업자에 의하여 수돗물을 공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동법 제22조 (수도사업의 민간자본 유치)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수도사업에 드는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민간자본을 유치할 수 있다.

그러나 상수도 민영화는 하수도(주1)와 달리 상수도 민영화에 따른 안보위기론, 다국적 수도기업들의 국내시장 진입에 대한 위기의식, 독점적 성격이 강한 산업적 특성 등에 따라 본격적인 민영화는 지체되어 왔다. 이러한 우려에 대한 대응으로  선도기업 육성론과 공사화 방안이 대두되었고 환경부는 2006년 2015년까지 세계 10위권 기업을 2개소 이상 육성한다는 ‘물산업 육성방안’을 수립하였다.

“산업적 성격이 강한 상하수도 서비스의 경우에도 물시장 개방과 다국적 기업의 시장 잠식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전략산업으로 육성하여야 함”[물산업 육성 5개년 추진계획 수립 연구 39p, 2006.12, 환경부]

이와 같은 기조 하에 현재 정부는 본격적인 시장개방에 앞서 한국수자원공사가 각 지자체의 상수도사업을 독점할 수 있게끔 20년 운영기간의 복합위탁 방식으로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전체 지방상수도 167개 중 위탁운영중인 9개 지자체와 현재 협의중인 36개 지자체가 위탁계약을 체결하면 실질적으로 수자원공사는 국내 최대의 물기업이 되는 셈이다.(주2)

“통합 및 위수탁을 통하여 경쟁력 있는 대규모 공공기관을 물전문 선도기업으로 육성”[물산업 육성 5개년 추진계획 수립 연구 50p, 2006.12, 환경부]

이러한 한국수자원공사의 독점강화는 우선 향후 시장개방시 다국적 물기업에 공세에 대한 선제적 예방조치의 차원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자유주의적 전통과 독점에 대한 체질적 거부감이 강한 영국에서의 인수합병의 금지가 오히려 영국산 물기업 테임즈워터의 독일기업으로의 인수합병을 귀결되었다는 사례에 대한 위기의식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대조적으로 독점 및 과점에 대해 융통성 있는 콜베르티즘이라는 독특한 국가개입방식에서 성장한 수에즈와 베올리아는 프랑스 자국내 과점이 허용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나름의 경쟁력을 키워 전세계 물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것에도 자극받은 것으로 보인다.(주3)

결론적으로 현재 세계 물기업 판도는 사실상 수에즈와 베올리아라는 두 프랑스 업체의 양강 체제라 할 수 있다. 나머지 업체들은 주로 자국내 독점적 지위를 활용하여 사세를 키웠다고 할 수 있다.

이에 정부는 WTO, FTA 등으로 말미암아 상하수도를 포함한 정부조달시장의 시장화가 불가피하다는 판단 하에 사전적인 예방조치의 성격으로 물산업 육성론과 선도기업 육성론을 들고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 수돗물 민영화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는 물산업지원법은 사실 그간 진행되어온 각종 입법행위와 정책 수립에 의해 이미 시장이 개방된 상하수도 시장의 추진력을 더하고자 하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코오롱 등 일부 대기업에서 물산업에 대한 전략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으나 사실상 환경시설관리공사를 인수한 코오롱 정도가 약간이나마 운영기법이나 전문성의 노하우를 지니고 있을 뿐 나머지 기업은 물산업(특히 상수도)에 대한 경쟁력이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나마 코오롱 역시 현재 상수도에 있어서만큼은 실적이 전무한 실정이다.

따라서 상하수도 민영화의 흐름은 전반적인 자본주의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선상에서 이해되어야 하며 단순히 이명박 정부의 민영화 드라이브에 의한 수구적 조치 혹은 독재적 조치로 이해하여서는 곤란하다. 몇 번 이 블로그에서 언급하였듯이 수돗물 민영화 정책은 노무현 정부가 그 고갱이를 마련한 것이며 그 이전에 김대중 정부부터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오던 신자유주의적 조치의 연장선상이다.

더불어 현재화되고 있는 수돗물 민영화에 대한 불가피론 중 하나는 역시 예산부족이다. 각 시설의 계획수립권자이자 집행권자인 지방자치단체는 아직도 상하수도 등 삶의 질을 좌우하는 사업으로의 투자여력이 부족하다. 이에 대한 중앙정부의 지원도 인색한 실정이다. 정부예산은 사회복지예산으로의 비중은 늘어가는 한편으로 상하수도와 같은 사회간접자본은 해마다 줄고 있다. 이것이 민영화 불가피론의 한 모습이다.

(주1) 하수처리장을 기준으로 시설용량 기준 61.5%가 민간위탁 운영중

(주2) 이러한 수자원공사의 독식은 선도기업 육성론과 함께 규모의 경제의 실현이라는 요소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실은 독점적이고 규모경제를 실현하여야 할 수도사업이 국내의 경우 지자체로 이관되면서 지자체간 수원에 대한 갈등과 규모의 영세성으로 인한 시설의 미흡과 노후도 증대 등의 문제점을 지니고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주3) 프랑스의 상수도 민영화는 19세기에 시작되었다

수돗물 민영화에 관한 오해 몇 가지 (2)

수돗물 민영화(주1)에 관해 시리즈로 하기로 해놓고 속으로 쓸데없는 짓을 했다는 생각도 했다. ‘시각도 다분히 즉흥적인데다 주관적일 수도 있는 이야기를 떠들어서 요즘처럼 민감한 시기에 쓸데없는 뭇매를 맞게 생겼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서.. 라기보다는 귀차니즘 때문이다. -_-;; ‘좋아하는 셜록홈즈 TV시리즈나 편하게 감상할 시간에 이런 글을 써야하나?’라는 귀차니즘. 하지만 그 귀차니즘의 질곡을 넘어 별로 기다리는 사람 없는 시리즈를 이어가도록 하겠다.

두 번째 오해 : 다국적 기업의 안방점령?

이 부분은 굉장히 민감한 사안인데 그런 만큼 미리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을 것 같아 ‘두 번째 오해’로 선정하였다. 즉 그 오해란 다국적 물기업이 수돗물을 포함한 상하수도 민영화 과정에서 우리나라 시장을 점령하여 폭리를 취할 것이라는 주장인데, 이는 하루 수돗물 값이 14만원이라는 ‘그야말로 괴담’보다는 꽤나 신빙성 있는 주장이고 꽤나 공신력 있는 단체(주2)나 매체에서도 주장하고 있는 바다.

“꽤나 신빙성 있는” 근거는 첫째로 그간의 세계 상하수도 산업의 민영화 과정에서 실제로 그러한 일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남아프리카공화국 크와줄루 나탈 대학의 몰피 은돌부 연구원은 요하네스버그의 물사유화에 따른 실태를 증언하였다. 그에 따르면 물사유화에 따른 고통은 극심하였으며 외국인 혐오 폭력사태의 원인을 제공하기까지 하였다고 할 만큼 우려스러운 것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수돗물이 민영화되면 남아프리카나 기타 멕시코, 인도와 같은 제3세계에서의 그것과 같은 사태가 일어날까?(주3) 이는 사실은 참으로 난감한 질문이다. 누가 객관적 근거나 실증자료로 증명할 문제는 아니다. 일부의 우려처럼 분명히 개연성은 있다. 하지만 적어도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정부의 속내는 앞서의 나라에서 활개치고 있는 수에즈나 베올리아와 같은 다국적 물기업에게 안방을 내주겠다는 항복 선언은 아니다.

우리나라 정부는 그보다는 수자원공사에게 지자체 상수도 사업본부의 수돗물 운영권을 거의 특혜다시피하여 넘겨주어 거대기업으로 키운 후 영국의 테임즈워터나 브라질의 사베습처럼 주식매각을 통해 민영화시키겠다는 로드맵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 과정에서 아무리 수에즈나 베올리아와 같은 거대기업이라 할지라도 수돗물 민영화에 있어서만큼은 이런 로드맵에 접근하기 쉽지 않은 것이 또한 우리나라의 현실이기도 하다.

그들은 사실 이미 지난 1990년대 말 국내 하수도 시장의 민영화 시장에 기진출한바 있다. 당시 김대중 정부의 국운을 건(!) 외자유치 전쟁에서 수에즈와 베올리아는 그야말로 무혈입성이 기대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그때나 지금이나 외국기업에게 상당히 배타적인 나라였고 민영화 시장마저 그들의 구미에 맞게끔 융통성(?)있는 곳이 아니었기에 거의 적응을 하지 못하고 패퇴(!)하였던 전력이 있다. 내 생각에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여러 면에서 남아프리카와 같은 상황까지 몰리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변수는 다국적 물기업이 그들의 입맛에 맞게 표준을 만들어가고 있는 ISO나 개별기업이 국가를 상대로 제소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한미FTA가 될 것이다. 이것들이 효과를 발휘하면 수자원공사의 국내 수돗물 민영화의 독식은 만만치 않은 도전을 받게 될 개연성도 크다. 그럼에도 역시 우리나라에는 다른 제3세계와는 다른 완충지대는 존재한다. 적어도 그들 나라보다는 규제정책이 더 강하고 정부의 협상력도 상대적으로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여하튼 그렇다면 수자원공사가 국내 상수도의 운영권을 독식하는 것은 옳다는 이야기란 말인가? 이것은 또 별개의 문제다. 이 부분은 별도로 다룰 수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우선은 여기까지만 이야기해두도록 하자. 요컨대 수에즈나 베올리아가 제3세계에서 ‘물사유화의 악의 축’으로 활개치고 다니기도 하지만 그들은 또한 사회주의 성향이 강한 프랑스에서 100년이 넘게 물장사를 하고 있는 기업이기도 하다. 걔들도 상대보고 달려든다는 이야기고 그들이 국내시장에 들어올 때에는 적어도 분위기 파악 정도는 하고 들어올 것이라는 정도만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이 오해는 무엇이 문제인가

사실 이 주제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오해라기보다는 향후 전망에 대한 입장차이라 할 수도 있다. 물산업이 민간에게 개방될 경우 어떤 이는 외국의 다국적 물기업이 우리나라 시장을 독식하여 제3세계에서의 그들의 행태마냥 횡포를 부릴 것이라는 것이고 나는 그런 식까지는 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정도다. 누구의 입장이 맞고 틀릴지는 두고봐야하겠지만 적어도 어느 입장이든 시사점은 있다.

그것은 물산업 민영화의 로드맵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또는 대안을 갖기 위해서는 다양한 예상 시나리오에 대한 다양한 대응방안을 강구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제3세계의 현실에 대해서 고발하고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중요하겠으나 꼭 그것이 우리의 유일한 미래라고만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가능함 직한 시나리오에 대해서 실용적인 대안, 근본적인 대안을 세밀하게 나누어 순차별로 접근하는 것도 그리 나쁜 방법은 아닐 것이라고 본다.

수돗물 민영화에 관한 오해 몇 가지 (1)

(주1) 수돗물 민영화라는 표현으로 시리즈를 시작하였으니 만큼, 또 그리고 이러저러한 이유로 본 시리즈에서는 ‘상하수도 민영화’, ‘물사유화’ 등 여러 표현보다는 보통은 ‘수돗물 민영화’라는 표현을 쓰도록 하겠다. 다만 또 이러저러한 사유가 있을 경우 다른 표현을 쓰도록 하겠다

(주2) 특히 물사유화와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고 반대하고 있는 공무원노조의 연구단위에서 지속적으로 이슈를 제기하고 있다

(주3) 이들 나라에서의 상수도 민영화에 따른 끔찍한 사태는 ‘블루골드’라는 책에 잘 묘사되어 있으니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