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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 단상

요즘 “공유경제”라는 조금은 거창한 용어가 유행하고 있다. 이 개념은 “사람들이 남는 자원을 공유함으로써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정의내릴 수 있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그리 거창하거나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집주인이 집을 전월세 놓는 행위는 바로 그러한 공유경제의 고전적인 모델일 것이다. 이 모델이 화제가 되는 것은 그것이 인터넷과 결합하고서부터다.

인터넷과 공유경제의 결합을 사업모델로 하여 성장하고 있는 업체는 대표적으로 에어비앤비와 우버가 있다. 에어비앤비는 개인소유 주택의 임대 서비스를, 우버는 도시 내 차량이용 서비스를 중개하면서 중개수수료를 수입원으로 하며 공유경제 모델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보이고 있다. 이들의 기업 가치가 100억 달러를 상회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들 서비스는 현재 각국 정부 및 기존 사업자로부터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주된 이유는 “안전과 관리・감독, 세금 징수 어려움” 등의 이유에서다. 공유경제는 행정단위의 과세기반을 흔든다는 점에서 과세당국의 골칫거리다. 또한 안전관리, 면허유지 등으로 세금 이외의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기존사업자로서는 얍삽한 경쟁자다.

이런 갈등은 빌딩에 입점한 음식점과 그에 인접한 노점상 간의 갈등을 연상시킨다. 빌딩 내 음식점은 월세, 세금 등을 내지만 노점상은 많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노점상은 이런 면에서 합법적 서비스가 부담하는 물적/사회적 인프라의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 “무임승차자”다. 현재의 문제는 공유경제 업체가 이런 부(-)의 외부효과를 지구적 규모로 초래한다는 점이다.

즉, 호텔업계에게 있어 에어비앤비와 택시 회사에게 있어 우버는 분식점에게 있어 노점상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큰 규모의 위협이 되는 존재다. 이들은 정부로부터 면허권을 얻어 영업하고 있는 자신들의 처지를 한탄한다. 어떤 이는 이런 규제가 부조리하며 공유경제라는 혁신적 서비스에 맞지 않다고 하지만, 그런 규제가 또한 안전, 보건과 같은 최소 서비스를 보장해왔다.

기존업체에게 있어 또 하나의 난제는 공유경제 업체가 고정자산을 보유하지 않은 채 자신들은 단순한 중개 서비스 일뿐이라고 주장하며 논란을 피하려 한다는 사실이다. 아마존, 페이스북이 그렇듯 이들은 하나의 거대한 플랫폼을 형성했을 뿐으로 그 주장은 틀린 말이 아니다. 이런 업종의 애매함은 기존업체나 규제당국 모두 그 업종과의 협상에서 고려할 사항일 것이다.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는 ‘믿음의 진화’라는 논평에서 공유경제 성공의 원인으로 중산층의 빈곤화가 “남는 자원”을 빌려줘 소득을 얻으려는 동기를 유발한 사실을 꼽았다. 이러한 그럴듯한 분석에서 또한 공유경제 모델과 노점상 사이의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다. 개별 서비스 공급자는 무임승차를 통해 적정 수익을 창출하려는 강력한 동기를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공유경제 업체의 갈 길도 만만치 않다. 이미 많은 유사 공유경제 업체가 문을 닫았다. 이는 이 서비스가 의외로 많은 비용을 지불하여야 한다는 것을 간과한 대가일 것이다. 에어비앤비나 우버도 생계형의 아마추어 공급자를 그럴듯한 공급자로 개선할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문제는 이들이 이렇게 기성업체와 닮아간다면 그들의 본질적인 장점이 퇴색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사내유보금 과세를 통한 경기활성화 대책에 대하여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3일 “적정 수준을 넘어서는 사내 유보금에 법인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마련해 하반기 발표할 경제정책 방향에 반영할 예정”이라[중략]고 밝혔다. 이는 특히 최경환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후보자[중략]는 지난 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가계 부채와 내수 부진 문제의 해결은 궁극적으로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늘리지 않고는 어렵다”며 “기업이 투자와 배당, 임금 등을 늘려서 가계 쪽으로 자금이 흐를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기업이 쌓아둔 현금에 과세 추진, 한국경제, 2014년 7월 14일]

일단 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자의 문제인식은 바람직해 보인다. 현재의 내수침체형 경제 상황은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늘이지 않고서는 뚜렷한 탈출구를 찾을 수가 없는 상황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한편 그의 해법은 기업이 가지고 있는 자금이 가계 쪽으로 흐르게 하겠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경제부총리 후보자의 이러한 문제인식을 바탕으로 “적정 수준을 넘어서는 사내 유보금에 법인세를 부과”하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보금에 과세하면 투자, 배당, 임금 등으로 지출을 할 것이라는 심산이다.

이에 대해 “자유경제”를 신봉하는 의견그룹에서는 극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16일 자유경제원이 주최한 사내유보금 과세에 관한 토론회에서 김영용 전남대 교수는 “사내유보금 과세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택한 대한민국 정체성에 정면 배치된다”고 주장하였다고 매일경제가 보도했다. 이 토론회의 초대장에는 사내유보금 과세가 “기업의 재무구조 악화, 기업경쟁력 약화, 국부유출”의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라고 쓰여 있다. 한국경제의 김정호 수석논설위원은 칼럼을 통해 “한심한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일단 “자유민주주의에 정면 배치”되는 이 세제를 택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 일본, 대만이다. 이들 나라에서 이 정책을 도입한 계기는 현재 우리의 상황과는 약간 다르다. 미국은 ‘조세 회피의 목적’으로 여겨지는 적정 이상의 유보금에 대해 과세하고 있다. 일본은 1950년 미일강화조약 체결 준비를 위한 ‘일본세제보고서’의 권고에 따라 신설된 세금이다. 따라서 미국의 과세의도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대만은 미배당이익으로 증자나 생산설비에 투자할 경우 과세를 하지 않으므로 투자유도의 성격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역시 1968년부터 2001년까지 지상배당소득세 과세, 유보이익잉여금 증가분에 대한 의제배당소득세 과세, 적정유보최고소득에 대한 법인세 과세 등 유사한 세금들이 계속 유지하였다. 특히 1990년부터 2001년까지 유지된 세금이 가장 직접적인 과다한 사내유보금에 대한 세금이라 할 수 있다. 어쨌든 자유경제원의 입장에서 “자유민주주의에 정면 배치”되는 이 시기가 끝나고 난 후 기업의 사내유보금은 극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이런 경향은 과세의 폐지 및 경기의 장기침체로 인한 보수적 기업운영이 원인일 것이다.

국내 전체기업의 사내유보율1 현황(1990~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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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한국은행 [기업경영분석]

과세로 인해 기업이 사내유보금을 줄일 경우 용처는 크게 배당확대, 임금상승, 투자확대 등 세군데다. 그런데 국회예산정책처의 실증분석 결과2 사내유보금 과세에 대한 투자확대 효과는 거의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3 그렇다면 배당과 임금인데 어느 쪽의 비중이 높아지느냐에 따른 소득불평등 문제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주주 자본주의 성향이 강하고 노조조직률이 낮은 우리나라에서 배당증가로 이어질 개연성이 클 것으로 짐작된다.4 그렇다면 과세보다는 세액공제와 같은 정책유도가 더 바람직할 수도 있다.

요컨대 기업의 사내유보금 과세의 출발점은 투자 활성화라기보다는 조세 회피적 행위 방지다. 실용적으로 과세 목적을 정할 수는 있을 것이나 악화되고 있는 노동시장이나 복지 빈곤에 직접 메스를 대기 보다는 기업의 추렴으로만 경기를 부양시키려는 시도는 그 효과가 의심스럽다. 더불어 재무상태표 상 자본계정에 해당하는 이익잉여금에 과세하는 것이 말이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한편 그 과세가 정말 “자유민주주의나 시장경제에 배치”되는 것인지도 의심스럽다. 그렇다면 기업의 조세회피는 시장경제에 부합하는 행위일까?

기업이 법인세를 더 내야 한다는 주장에 관한 보론

어제 쓴 글에서 경기선순환을 위해 세수 증대가 필요하고, 이 세수 증가를 위해서는 법인세율을 인상하여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는 요지의 주장을 했었다. 이 주장의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해 국회예산정책처가 2014년 6월 내놓은 ‘2013회계연도 총수입 결산 분석’을 살펴보기로 하자. 해당 보고서는 “행정부가 제출한 2013회계연도 세입결산을 평가하고, 금년 재정운용 및 내년 예산편성시 개선점을 논의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작성”되었다. 따라서 해당 보고서는 각종 세수의 증감 현황 및 원인들에 대해서 꼼꼼히 작성해놓은 것이 장점이다.

정부의 총수입은 국세수입과 국세외수입, 그리고 세입세출외로 나눌 수 있다. 이중에서 이 글에서는 국세수입을 위주로 그 시사점을 살펴볼 것이다. 국세수입은 여러 항목이 있지만 가장 주된 항목은 부가세, 소득세, 법인세다. 2013년 수입 201.9조원 기준 부가세는 56.0조원(27.7%), 소득세는 47.8조원(23.7%), 법인세는 43.9조원(21.7%)를 차지하여 국세수입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다. 부가세는 소비부문을 뒤의 두 세금을 생산부문을 설명하고, 또한 앞의 두 세금은 가계부문을 법인세는 기업부문을 설명하는 세금이라 할 수 있다.

세 세금의 증감현황을 2012년 세수와 비교하면 부가세는 0.5%(0.3조원), 소득세는 4.5%(2.1조원) 상승한 반면 법인세는 4.5%(2.1조원) 감소하였다. 즉 거칠게 가계부문의 납세는 2.4조원 증가하였고 기업부문의 납세는 2.1조원 감소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특히 주목할 항목이 소득세다. 소득세는 근로소득세, 종합소득세, 양도소득세로 나뉘며 양도소득세는 부동산시장의 침체에 따라 10.7%(0.8조원) 세수가 감소했다. 반면 근로소득세와 종합소득세가 각각 11.7%(2.3조원), 9.7%(1.0조원) 증가하여 세수증대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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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eter Brueghel the Younger, ‘Paying the Tax (The Tax Collector)’ oil on panel, 1620-1640. USC Fisher Museum of Art” by Pieter Brueghel the Younger – Artdaily.org. Licensed under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17세기 사람들이 세리에게 세금을 내는 장면(Pieter Brueghel the Younger 作)

근로소득세는 2012년 19.6조원에서 2013년 21.9조원으로 전년대비 11.9% 증가했는데, 보고서는 소득세 증가의 원인을 근로자수 증가와 월평균임금 증가로 들고 있다. 하지만 근로자수는 해당기간 1.6%, 월평균임금은 4.0% 증가한 것을 보면 세수증가의 원인을 이 둘로만 설명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여겨진다. 또한 종합소득세는 2012년 9.9조원에서 2013년 10.9조원으로 9.7% 증가하였는데, 보고서는 자영업자 신고소득 증가와 최고세율 과표구간 신설 등에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요컨대 둘 다 적극적인 세원발굴의 흔적이 엿보인다.

한편 법인세수는 2012년 45.9조원에서 2013년 43.9조원으로 4.5% 감소하였다. 보고서는 세수 감소 원인을 기업경영실적 악화와 법인세 중간구간 신설 및 세율 인하(22%→20%)의 효과로 보고 있다. 보고서는 전반적인 기업경영실적 악화, 특히 금융부문의 수익악화가 세수 감소의 주요한 원인임을 지적하고 있다. 더불어 보고서는 2012년 17.2%까지 떨어진 유효세율의 지속적인 하락도 원인으로 꼽고 있다. 세율 인하와 비과세/감면 등이 원인인 유효세율 하락에 대해 보고서는 특히 2008년 이후 세수감소를 야기하는 원인 중 하나로 분석하고 있다.

이상에서 보면 가계부문이 부담하는 부가세, 소득세의 세수는 증가한 반면 기업부문이 부담하는 법인세는 감소했음을 알 수 있다. 원인이야 어찌됐든 여타 경제수치 등과 비교해볼 때도 과세당국이 기업에 대해서는 더 너그러움을 알 수 있다. 특히 보고서도 해가 갈수록 국내 기업과 가계의 소득 비중 격차가 커지고 있어서 소위 “낙수효과”가 실종되고 있다고 지적하는 상황에서 이런 법인세수 감소 현상의 시사점은 더욱 크다 할 수 있다. 수출제조업체를 중심으로 한 기업위주의 경제정책을 전환해야 할 당위성이 세금정책에도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가계소득의 상대적인 둔화 원인 가운데의 하나로 기업소득의 가계환류성 약화가 지적된다. 박종규(2012)는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이 막대한 여유자금을 쌓아두기 시작하면서 우리 경제의 선순환 구조가 사라졌다고 지적한다. 즉 자금이 대기업에 잠겨 있을 뿐, 가계나 중소기업으로 원활히 흘러나오지 않는 소위 ‘낙수효과의 실종’을 지적하면서 기업의 소득이 가계부문으로 환류되는 연결고리가 약해졌다는 것이다. 김영태·박진호(2013)는 임금 및 영업이익의 증가율이 1990년대에는 큰 차이(1.1%p, 영업잉여 증가율-임금 증가율)가 없었으나 2000년대 들어 그 격차(3.0%p)가 상당 폭 확대되었음을 보이고, 이러한 기업대비 가계소득 증가세의 상대적 둔화는 임금의 증가가 영업이익의 증가에 못 미치면서 기업소득의 가계로의 환류가 약화된 데 상당부분 기인하는 것으로 해석한다.[2013회계연도 총수입 결산 분석, 국회예산정책처, 2014년 6]

경상수지 흑자, 내수부진, 세수부족 등의 경제 풍경에 대한 단상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는 지속적으로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2013년 현재 경상수지 흑자는 799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GDP 대비 6.1%에 해당하는 규모로 G20 국가 중에서는 독일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이러한 경상수지 흑자의 원인에 대해 현대경제연구원은 수출 경기는 개선되고 있음에도 수입은 감소함으로써 빚어지는 “내수침체형 흑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연구원은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 “유효수요 확대를 위한 재정 조기집행, 완화적 통화정책”, “중저소득층 소비여력 확대를 위한 일자리 창출과 누진적 세제 개편” 등을 주문하고 있다.

경상수지가 대폭 확대된 것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내수 침체 등 구조적 변화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됨. 내수경기의 침체에 따른 투자와 수입 부진 지속으로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당분간 현 수준이 지속될 전망. 세계 경기는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수출은 늘어나겠지만, 내수 경기 침체에 의한 투자 부진, 소비 부진으로 수입 감소세가 지속되는 한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는 지속될 수밖에 없음. 내수 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원화가치 절상 지속으로 수출 경기마저 급락할 경우 내외수 동반 침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음. [우리나라 경상수지의 구조 변화, 현대경제연구원, 2014년 6월 30일]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소비를 하지 않는 걸까? 미래를 위해 아끼기 위해서일까? 아니면 각종 참사 정국으로 인한 소비의욕 상실일까? 서울경제의 최근 보도를 보면 오히려 소비자들은 빚을 내서 소비를 하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6일 금융감독원이 작성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용처별 현황(신규 취급액 기준)에 따르면 최근 3분기의 신규 주택담보대출 총액 약 221조원 가운데 주택구입에 쓴 대출액은 약 106조원에 그쳤다고 한다. 나머지 금액은 생계자금, 학자금, 사업자금 등 다양한 용도에 쓰였다. 즉, 소비자는 지금 엉뚱한 빚을 내서 소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가계가 빚을 내서 소비하고 있는 와중에도 수입 등 내수가 부진한 이유는 역시 근본적으로 가계의 가처분소득 여력이 적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의 용처도 생계자금, 학자금, (자영업자의) 사업자금 등 필수적인 소비에 집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수입품 소비와 같은 보다 높은 수준의 소비는 자제되고 있는 것이다. 필수적인 소비는 대출을 통해서, 보다 여유 있는 소비는 자제되고 있는 상황은 소득부진과 소비부진의 여파가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음을 말해준다.

한편 현대경제연구원이 내놓은 대안인 재정 조기집행, 완화적 통화정책, 일자리 창출, 세제 개편 등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보도에 따르면 올해 세수부족은 1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기부진이 세수부족으로 이어지고 이에 따라 재정집행에 차질이 빚어지는 악순환이다. 이에 따라 증세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부가세 증세나 카드 소득공제축소 등의 카드는 소비부진을, 법인세 증세는 일자리 창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러니 이와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금리인하 등 완화적 통화정책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김유찬 홍익대 세무대학원 교수는 “경제발전 과정에서 개인에게 돌아간 근로소득에 비해 기업이 얻은 이득이 월등한 만큼, 소득재분배 효과를 높이기 위해 법인세 등 인상이 필요하다”면서 “기업들이 투자하지 않고 갖고 있는 내부유보금을 세원으로 활용하면 경기 진작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도 “우리사회에서 세 부담 여력이 있는 것은 대기업 집단인 만큼 법인세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증세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세수 부족 ‘10조’... 고개드는 증세론, 서울신문, 2014년 7월 7일]

하지만 어쨌든 어느 구석에선가 돈이 나와야 하고 이를 통해 선순환을 유도하여야 한다면 법인세율 인상과 누진적 세제개편이 현실적 대안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은 OECD 최하위권인 22%다. 미국과 일본은 40%대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와 같은 기업은 그들의 매출에 비해 적은 세금을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그들은 정부의 외환정책의 직접적 수혜자다. 결국은 국민경제의 혜택을 입은 자가 국민경제의 추락을 방지할 의무도 있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근본적 대안 중 하나가 임금인상임을 알려주는 트윗 하나로 이 글을 마무리하도록 하겠다.

3년전, 캐나다의 한 커피체인에서 10개월을 일했다. 당시 온타리오주 최저임금 8.25달러를 받았지만 시대 아파트 렌탈비를 포함해 생활에는 큰 지장이 없었다. 심지어 귀국 후 250만원 가량의 세금 환급도 받았다. 물가가 비슷한 서울에선 불가능하다.[출처]

기본소득 단상

‘연금재원을 소비세로 하자’고 제안했을 때 반드시 나오는 반론이 있다. 그것은 ‘소비세에는 역진성(逆進性)이 있다’는 주장이다. [중략] 그래서 내가 제창하고 싶은 것이 ‘환급금부 소비세’다. 예를 들어 소비세가 20퍼센트가 되었을 때, 연수 200만 엔인 사람들의 소비세 부담은 (모든 수입을 소비로 돌렸다고 하면) 40만 엔이 되는데, 이 세율 인상과 동시에 ‘전 국민에게 균등하게 매년 40만 엔씩 환급한다’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중략] 이 같은 ‘환급금부 소비세’의 아이디어의 기초가 되어 있는 것은 ‘베이직인컴(기초적 소득)’이라는 세상이다. [중략] 앞에서 말한 것처럼 덴마크는 기초연금은 세금방식이고, 모든 거주자에 대해서 무조건으로 지불한다. [중략] 연금은 퇴직 후에 평등하게 주는 급부인데, 이것도 퇴직 후라고 하지 않고, ‘지금 당장’, 모든 연대의 사람에게 확대하는 것이 베이직인컴 제도라고 생각하면 된다.[자본주의는 왜 무너졌는가, 나카타니 이와오 지음, 이남규 옮김, 기파랑, 2009년, pp343~347]

사실 노동당 일부에서 주장하는 기본소득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소비세와 결합시켜 역진성을 없애고 기초생활도 보장하자는 아이디어는 참신하다. 물론 소비세와 결합하면 실질적으로는 기본소득이 이미 낸 세금에 대한 환급금에 불과하므로 상쇄효과 밖에 없다는 점이 눈에 띄지만 어디까지나 아이디어 차원이므로 소비세 수입을 통한 추가적인 복지혜택 등과 결합하면 재분배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어쨌든 기본소득은 일반인의 ‘소득’에 대한 통념, 즉 ‘소득은 노동에 대한 반대급부다’라는 선입견에 비추어 볼 때 좀 의아한 개념이다. 존 로크가 재산형성의 기본적인 경로를 ‘노동’으로 정의한 이후 대부분의 사상가는 노동을 소득과 재산의 기본전제로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칼 맑스가 노동자의 노동을 부불(不拂)노동으로 정의한 이후 투여노동이 꼭 소득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생각을 하면서 일종의 균열이 생긴다.

‘자기책임’을 강조하는 체제라면 개인의 소득은 시장에서 결정된 노동에 대한 가격이므로 전적으로 개인이 시장에서 검증받은 능력에 대한 대가라고 정당화할 것이다. 마이클 샌델은 그의 저서에서 이런 시각의 맹점으로 특정인이 금융구조화 능력이 뛰어나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배경에는 금융시장이 발달한 시공간적 조건이 성숙되어야 한다는, 즉 사회 없이 개인의 특출함만으로 대가를 받는 것은 아니란 점을 지적한다.

마가렛 대처는 ‘사회란 없다’고 일갈했지만 소득은 개인의 능력과 함께 사회가 그 능력에 지불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가능한 것이다. 시장 역시 사회 안에 존재하며 맑스에 따르면 시장에서의 대가 중 지불되지 않는 노동도 있다. 적정한 재분배가 일어나지 않는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는 역할 또한 사회가 맡아야 한다는 당위에 비추어 보자면 ‘기본소득’은 진지하게 고려해야할 또 하나의 공적부조의 수단일 것이다.

뉴욕과 고담, 두 도시 이야기

민주당은 지난 20년 동안 뉴욕시장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다고 한다. 미국의 금융 권력을 상징하는 뉴욕이란 도시답다는 생각이 든다. 얼핏 생각나는 시장들이 루디 쥴리아니나 마이클 불름버그인데 이들은 모두 자본가였고 엄청난 부자였다. 그런 와중에 월스트리트저널이 민주당의 뉴욕시장 후보 선출을 위한 예비선거에서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진보적인 후보 빌 드블라시오(Bill de Blasio)에 대한 장문의 기사를 내놓았다.

다른 것보다, 드블라시오 씨는 50만 달러 이상의 수입을 올리는 뉴욕 시민에 대한 세금인상을 제안하고 있다. 그는 계속하여 부자와 빈자 간의 소득격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뉴욕을 하나의 “두 도시 이야기”라 묘사하고 있다. 드블라시오 씨의 대변인 댄 레비탄은 후보가 “이 도시의 불평등으로 인한 위기가 부자와 빈자를 포함한 모든 뉴욕시민에게 해를 끼친다고 믿고 있다. 이 도시가 연대하는 유일한 방법은 우리의 학교와 근린에 투자하여 모든 뉴욕 시민들에게 성공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New York Mayor Race Worries Business]

뉴욕, 두 도시 이야기, 빈부격차 등 키워드가 얼마 전 상영됐던 The Dark Knight Rises를 연상시켜 흥미롭다. 그 영화에서는 혁명주의자(좌파?)를 악당으로 그려 상당히 보수적인 시각을 견지했었다. 드블라시오는 영화속 베인과 같은 혁명주의자는 아니지만 어떤 면에서는 뉴욕의 자본가들에게 베인 못지않은 극좌주의자로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좀 과한 비유 같지만 아래의 발언을 들어보면 과장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로타 씨(공화당 측 후보 – 역자주)를 돕기 위해 최근 만들어진 정치단체 대변인 마이클 맥큰은 “사람들이 단지 그가 이 도시를 얼마나 극단적으로 좌측으로 몰고 가려는지 이해하고 그것이 암시하는 바들이 그들의 주머니란 사실을 이해할 때, 내 생각에 그들은 상황을 좀 더 면밀히 주시할 것입니다.” 라고 이야기했다. ‘검증된 리더십’이라는 이름의 이 그룹은 오랜 기간 공화당원과 보수적 운동단체들을 지원해왔던 억만장자 데이빗 코크(David Koch)의 재정지원을 받고 있다.[같은 기사]

데이빗 코크는 미드 The Newsroom을 즐겨본 이라면 이름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기사에서 언급하고 있는 것처럼 데이빗 코크는 각종 보수단체를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억만장자다. 그는 형 찰스 코크와 함께 석유, 가스, 광물 등을 취급하는 코크 인더스트리를 운영하며 큰돈을 벌었고 이제 그 돈을 밑천 삼아 ‘미국번영재단(Americans For Prosperity)’이라는 단체를 직접 설립하여 티파티 등을 배후조종하고 있다.

다시 The Dark Knight Rises가 생각난다. 배트맨은 어떤 인물인가? 배트맨은 초인적인 힘을 가진 무술인 이기도 하지만 그를 다른 슈퍼히어로와 구분 짓게 하는 특징은 그가 막대한 재산을 가진 자본가 부르스 웨인이라는 점이다. 그는 적어도 영화에서는 데이빗 코크처럼 보수단체를 지원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그의 재력을 이용하여 그만의 정의를 실천하는 행동주의자로서의 면모가 데이빗 코크와 유사하다.

빌 드블라시오는 베인이 아니고 데이빗 코크는 부르스 웨인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소수의 (정치적 신념이 매우 확고한, 또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몇몇에게는 빌 드블라시오가 베인으로, 혹은 데이빗 코크가 부르스 웨인으로 여겨지기도 할 것이다. 오세훈이라는 불세출의 인물을 통해 어느새 우리에게도 익숙해진 도시 내에서의 이념전쟁이 뉴욕이라는 세계 자본주의의 심장에서 벌어질 것인지 자못 흥미로워진다.

지역은 돈 많은 浪人인 기업을 어떻게 유혹할 수 있을까?

The Verge라는 온라인 매체에서 일본 제조업의 상징인 거대기업 히타치에 관한 흥미로운 기사를 보도했다. 그 기사가 내 눈길을 잡아끈 이유는 기사 제목 때문이었다. 기사의 제목은 “히타치에게 좋은 것이 일본의 히타치에게 좋은 것은 아니다(What’s good for Hitachi isn’t good for Hitachi, Japan)”. 무슨 의미일까 하고 약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이 문장은, 히타치라는 이름의 기업이 기반을 두고 있는 일본의 도시 이름 또한 히타치임을 감안하고, 이를 교묘하게 활용하여 만든 문장이다.

기업 히타치와 도시 히타치의 운명은 일본의 제조업이 싹트기 시작한 20세기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1905년 구하라 후사노스케가 설립한 구하라광업소히타치광산(久原鑛業所日立鑛山)이 모체인 히타치는 광산용 전기기계의 수리공장을 1910년에 히타치市로 이전하면서 오늘의 사명을 갖게 되었고, 이후 도시와 기업은 자웅동체로서 상생해왔다. GM의 前 CEO 찰리 윌슨이 남긴 명언 “미국에 좋은 것은 GM에도 좋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이 이 도시와 기업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상황인 셈이다.

이미 이 블로그에서 몇 번 개탄했다시피, 위와 같은 명제는 점점 더 그 타당성을 잃어가고 있다. 기술진보, 자본의 경영전략, 각국의 기업유치전략 등에 따른 자본의 세계화가 주요원인이다. 히타치에게 있어서는 한 가지 사정이 더 있는데 바로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다. 히타치는 금융위기의 한파가 몰아친 2008년 7873억 엔의 순손실을 기록한다. 회사는 수익성 있는 부문을 팔아치우고, 주종목을 전자제품에서 산업기계로 바꾸며 생존을 도모했다. 이중에는 물론 해고와 고용의 해외이전도 포함되어 있다.

한때 40만 명에 달하는 고용을 창출했던 히타치의 현재 고용 인력은 323,500명이며 이중 3분의 1은 해외에 기반을 둔 인력이라고 한다. 이런 세계화 전략으로 말미암아, 오히려 히타치市는 피해를 입고 있다. 시의 인구와 제조업 인력은 지난 10년 동안 각각 20% 씩 줄었다. 시의 유일한 백화점은 2008년 문을 닫았고 극장은 한 군데도 없다. 비슷한 운명의 가메야마市 – 일명 “샤프” - 에 비해서는 나아보일 수도 있겠으나, 도시의 미래는 장기적으로 개선될 여지가 적다는 점에서 가메야마市와 크게 다른 점은 없어 보인다.

산업과 지역경제와의 함수관계에서의 비극은 자본주의만의 문제는 아니다. 현실 사회주의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곤 했었는데, 이는 두 체제 공히 대량생산을 기반으로 한 체제였고 지역단위 경제가 특정산업 혹은 특정기업과 운명을 같이 한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역시 풀어야할 숙제지만, 더 큰 문제는 지역경제가 산업 및 기업의 운명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 아닌, 히타치처럼 상호갈등 관계로 바뀌는 경우다. 도시의 이름을 바꾼다고 한풀이가 될 것 같지는 않다.

전에 HBR은 기업과 지역의 모순관계에 관한 글에서, 기업이 특정 지역에 초래한 적자에 세금을, 기업이 기여한 흑자에 세금혜택을 주는 대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세금이 기업에 대한 통제수단으로써 효력을 잃어가는 상황이나 자유무역의 이데올로기 공세 속에서 이 해법이 실현가능할지 의문이다. 미국이 제조업 경쟁력을 되찾고 있다는 글에서 보듯, 입지의 자유를 획득한 자본은 세금, 생산성, 임금, 인프라 등의 변수를 조합해 최적화를 시도하고, 노동자와 지역은 다만 자본의 처분만을 기다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