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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노동자들의 삶에 관한 TED 강연

글로벌라이제이션에 대한 논쟁에서 우리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놓치고 있다. — 전 세계로 상품을 팔기 위해 중국과 다른 개발도상국의 공장들로 몰려들고 있는 수백만의 사람들. 기자인 Leslie T. Chang이 중국의 번창하는 메가시티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찾아 나섰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TED에서 들을 수 있는 주제치고는 다소 무거운 주제일 수 있는 제3세계의 노동자들의 이야기다. 그 자신이 중국계인 기자가 노동자들과의 대면접촉을 통해 겪은 좀 더 생생한 경험을 재밌는 에피소드와 함께 들려주고 있다. 강연 와중에 Karl Marx의 소외론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 등 주제가 그리 가볍지는 않다. 해법은 다소 실용주의적으로 들리지만 강연의 질을 떨어트릴 정도는 아닌 것 같다. 명료한 주제의식, 재밌는 에피소드, 나 같은 반푼이도 얼추 알아들을 정도로 귀에 잘 들리는 발성 등 좋은 강연의 전범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진보신당

지난번 선거에서는 진보신당을 비판적으로 지지했다. 이번에는 좀 더 덜 비판적으로 지지하게 되었다. 그 이유는 첫째, 노회찬/심상정/조승수 씨가 탈당함으로써 오히려 당이 사당화될 우려가 줄어들었다.(물론 그분들의 그간의 헌신적인 노력은 인정하는 바이지만) 둘째, 홍세화/박노자 씨가 꺼져가는 진보정당의 불씨를 살리겠다고 발 벗고 나섰기 때문이다. 셋째, 가장 멋진 부분인데 울산과학대 비정규직 청소노동자이신 김순자 씨를 비례대표 1번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이 공천을 보더라도 진보신당은 당의 이념과 공천이 가장 일치하는 당 중 하나라 생각된다. 정책능력이 없는 분을 너무 이미지를 내세우기 위해 공천한 것 아니냐 우려도 있을 수 있지만, 아래 비디오를 보면 그런 우려가 기우임을 알 수 있다. 물론 진보신당의 정책은 아직도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다고 본다. 비현실적인 부분도 적잖다.(각 주요 야당의 공약에 관한 단상을 보려면 여기로) 하지만 나라의 이념적 지형이 심하게 우측으로 경도되어 있는 이 시기, 진보신당이 의회에 의원을 내지 못한다면 그것은 이 나라 정치사의 큰 불행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법은 누가 어떻게 만드는가? 또는 어떻게 만들어져야 하는가?

현대사회에서 법은 누가 어떻게 만드는가? 보통 대의민주제를 채택한 국가에서라면 당연히 우리가 의회에 보낸 의원들이 만든다. 다만, 형식적 의미의 입법, 즉 법률제정은 의회만이 할 수 있지만, 실질적 의미의 입법은 의회만이 아니라 행정부나 법원과 같은 그 밖의 국가기관도 하고 있다 할 것이다. 어쨌든 입법행위는 국가라는 공적주체가 수행하는 행위라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과연 현실이 그럴까?

ALEC은 무엇일까? 스스로 초당파적이라고 주장하고 있음에도 그 조직은 익숙한 혐의자들인 코크스, 엑슨 모빌 등이 후원한 보수적인 활동 조직이다. 그러나 그런 유의 다른 그룹과 달리 이들은 단순히 입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정부 입법자에게 완벽한 법률초안을 제공하는 등 문자 그대로 법을 쓰기도 한다. 예를 들어 버지니아에서는 ALEC이 쓴 50개 이상의 법안이 소개되었고 문구 하나 하나가 거의 적용되었다. 그리고 이런 법안들은 종종 법이 된다.[Lobbyists, Guns and Money]

미국이 “로비스트의 천국”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수많은 로비스트들은 그들이 대변하는 이해집단의 이익이 각종 제도, 특히 법률에 적용되도록 워싱턴 정가를 배회하며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 그런데 폴크루그먼이 소개하고 있는 ALEC은 이러한 수동적 역할을 뛰어넘어 법안 자체를 작성한다고 한다. 물론 FTA와 같은 무역협정에 기업이 직접 작성한 안이 쓰이기도 한다니 그리 놀랍지는 않다.

어쨌든 폴크루그먼의 고발에 따르면 ALEC이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노조파괴, 환경기준 약화, 기업을 위한 세금면제”등이라고 한다. 이 단체가 스스로 주장하는 바의 그들의 목적은 “자유 시장, 제한적 정부, 연방주의, 그리고 개인의 자유에 대한 제퍼슨주의자적인 원칙을 증진”하는 것이라고 한다. 토마스 제퍼슨이 이 문구를 읽었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궁금하지만 반색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여기 또 다른 입법과정을 보자.

베네수엘라의 외무장관 니콜라스 마두로는 이 나라의 노동법의 밑그림이 이제 거의 최종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확인했다. 대통령령으로 5월 1일 통과될 것으로 예상되는 새 노동법은 베네수엘라의 현존하는 고용법률을 철저히 점검한 것이며 출산휴가에서부터 직장 내의 조직화까지 모든 것을 포괄할 것이다.

“우린 권리, 안정성, 그리고 일할 권리를 보호할 법적 제도를 구축하기 위해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논쟁하고 있다… 노동법은 최고 단계의 사회주의를 건설하기 위한 도구의 하나다.”

[중략]

현재까지 19,000 건이 넘는 제안이 위원회에 제출되었는데, 담당자의 말에 따르면 논쟁의 주요 논점은 노동자의 임금과 사회적 복지뿐만 아니라 노동일, 생산의 사회적 관계의 재규정에 관련된 것들이다.[Drafting of New Venezuelan Labour Law Moves into Final Phase, Instrument for “Highest Stage of Socialism”]

베네수엘라에서의 소식이다. 새로운 노동법을 만들고 있는 중인데 입법과정에서 참여하고 있는 주체는 “노동자, 사회 집산체, 정치정당, 노조” 등이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미국도 (또는 우리나라도) 노동법 제정 및 개정에 노조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통로는 ALEC처럼 금권에 의한 입법 로비에 한정되어 있거나 (노사정위와 같은) 들러리적인 성격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이었다.

요컨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을 쥔 이들이 공공연히 입법과 같은 권리의 공고화 과정을 주도한다. 노동자 계급이 어느 정도 목소리를 내어 노조가 힘을 얻게 되었지만 그들은 여전히 입법 로비 집단의 소수에 머물고, 그 과정도 기득권자의 과정을 흉내 낼 뿐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처럼 거대조직 뿐 아니라 개별 노동자도 합당한 경로를 통해 제안을 하고 입법과정에 반영된다면 그 또한 매력적인 일이 아닐까?

공항철도, KTX 민영화, 코레일, 그리고 노동자의 죽음

‘공항철도’는 현대건설, 동부건설 등 컨소시엄이 지난 2007년 3월23일 개통 후 운영하다 수요창출에 실패해 정부의 합리화 정책에 의해 2009년 11월30일 코레일에 인수됐다. [중략] 코레일은 재정부담 증가라는 정부고충을 고려하고 철도운영 전문기관의 노하우를 살려 다각적인 영업활성화 노력으로, 인수 이듬해인 2010년에 1일 평균 이용객을 인수 이전인 2009년보다 37% 증대시켰다.[민간실패 '공항철도' 코레일 인수 후 이용객 급증]

민간투자사업으로 시행되었던 인천공항철도는 운영수입이 당초 예측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변명의 여지가 없는 최악의 성적을 기록하며 민영화가 얼마나 큰 폐해를 끼치는가의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될 정도로 악명이 높았던 사업이다. 인용한 기사의 제목대로 코레일이 인수한 후 이용객이 크게 늘었으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기사제목은 코레일의 각고의 노력 끝에 이용객이 증가한 것으로 비춰지는데, 과연 그게 가장 중요한 변수였는지는 생각해볼 일이다. 사실상 이용객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이라 여겨지는 ‘인천공항~서울역 구간’ 개통은 코레일 인수 후인 2010년 말 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기사를 살펴보면 코레일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코레일 전국역 공항철도 승차권 발매’ 등 코레일만이 수행할 수 있는 장점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축적된 운영 노하우를 통한 비용절감이랄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는 코레일 만의 장점이라고 내세울 수 있다. 기사는 이런 비용절감 노력을 비교적 자세히 적고 있다. 즉, 코레일이 인수한 후 인천공항철도는 열차횟수를 2배, 운행거리를 3배 늘린 반면, 운영인력은 21%로 최소화하고 급여를 동결하여 운영을 효율화시켰다고 한다. 이런 노력 등이 모아져서 결국 인천공항철도의 채산성을 개선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나는 친구의 죽음 소식을 듣고 철도노조 분들을 찾았었다. 그 자리에서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그 분들은 그런 사고는 너무 흔하고, 맨날 장례식 쫓아다니는 게 일이라고 했다. 구조조정으로 인력은 모자라고, 숙련되지 않은 노동자들을 아주 위험한 방식으로 일을 시키고 있다고 했다. 심지어 천천히 달리는 열차에 매달려 타고 뛰어내려 작업을 한 뒤 다시 뛰어오르는 (‘비승비강’) 작업까지 한다고 했다.[공항철도 노동자 다섯 명의 처참한 죽음 끔찍한 이윤추구 시스템이 죽였다]

공항철도는 사실 수익성을 떠나 국제공항과 수도권을 잇는 철도라는 명분을 가지고 출발한 사업이다. 이런 정책목표는 정부의 부외금융 수단인 민영화를 통해 추진되었지만 – 시장의 실패와 정부의 실패가 다양하게 혼합된 원인으로 인한 – 형편없는 운영실적 때문에 정부보조 규모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자, 정부는 시설을 코레일에 넘기는 또 다른 부외금융 방식으로 사업을 합리화(!)시킨 것이다. 코레일은 이에 조속한 사업정상화를 위해 인용기사에서 보는 것처럼 가혹하게 허리띠를 조여 왔다. 그 와중에 벌어진 철도노동자들의 죽음에서 정부의 ‘부실자산 떠넘기기’와 코레일의 허리띠 죄기는 얼마나 영향을 미쳤을까?

한편 코레일의 한 간부는 한 언론사에 기고한 칼럼에서 공항철도를 민영화 실패의 대표사례로 비판하고 있다. 이 비판은 ‘KTX일부구간 민간위탁’을 비판하는 근거로 삼기 위함이다. 개인적으로 두 사업은 단순비교에 무리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일리가 있는 항변도 있다. 문제는 “공기업”이라는 코레일 또한 공항철도 사업자처럼 ‘시장의 실패’와 ‘정부의 실패’가 공존하며, 채산성이란 목표가 공익성에 앞서는 기업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즉, 코레일은 예전에도 노동자를 탄압하는 공기업으로 악명이 높았는데, 당시 사장은 “민주투사” 이철이었다. 그러면서도 정부의 요구에 의해 부실자산을 떠안는 공기업의 역할(?)에도 충실했다.

국가기간산업이라는 특성 때문에 수익성을 떠나 정책적 목표를 가지고 추진되었던 철도산업은 철도청이 공사로 전환한 이후, 본격적으로 채산성의 논리가 적용되었다고 볼 수 있다. 공사는 여전히 공익적 목표를 유지하였겠지만 독립채산제가 된 공사의 특성상 인력 외주화 등 민간기업과 다를 바 없는 가혹한 구조조정을 통해 재무제표를 개선해온 것이다. 따라서 그들이 진정 공익성을 이유로 KTX의 민영화를 반대한다면, 노동자의 죽음에 원인제공을 한 코레일 자체의 非공익적 체계에 대한 반성이 먼저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노동자가 파업 때 읽어야 할 책 12선

“CEO가 휴가 때 읽어야 할 책 10선” 고르시는 기자님들. 올여름엔 “노동자가 파업 때 읽어야 할 책 10선”도 함께 골라주세요. [출처]

뻘트윗 전문 트위터러 @so_picky 가 어제 아침, 생각도 없이 이렇게 트윗했다. 그러자 초진지 명랑만화가 @capcold 옹께서 다음과 같이 답하셨다.

진짜로 한번 골라봅시다. 첫타로, ‘정치의 발견’(박상훈) 추천. [출처]

이렇게 해서 어제 하루 트위터에서는 #10Books4Workers 라는 해쉬태그를 붙여가며 10권의 책을 선정하는 작업이 진행되었다. 정종인 선생께서는 이러한 작업에 “로동자 10서”라는 애칭을 붙여주셨다.

“10 Books for Architecture”라고 이른바 “건축 10서”라는 로마시대 고전이 있다. (물론 난 표지를 열어보기만 했다) #10Books4Workers 라는 해시태그를 계속보니 “로동자 10서”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싶다는 개드립이.. [출처]

어쨌든 책 열두 권이 선정되었다. “노동자가 파업 때 읽어야 할” 이라는 제목때문인지 주로 파업이나 투쟁, 그리고 체포시의 해결절차 등과 관련한 책들을 추천해주셨다. 어느 분은 “일주일에 이틀만 일하고 농업으로 1억 원 버는 법”을 추천하셨는데, “파업하다 잘리면 먹고살아야 하니까”라는 아주 실용적인 추천사유를 적어주시기도 했다. 괄호는 추천인.

  1. 정치의 발견(capcold)
  2. 엥겔스 평전(so_picky)
  3. 무너지는 환상(babodool)
  4. 도시생활자의 정치 백서(dalwoo)
  5. 쫄지마 형사절차(anonymous_ol)
  6. 소금꽃나무(heenews)
  7. 그래도 희망은 노동운동(hotgum_jo)
  8. 의자를 뒤로 빼지마(LoneStar_DHYi)
  9. 격정시대(likeseed)
  10. 자본주의역사 바로 알기(viciousfreak)
  11.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plabinu)
  12. 일주일에 이틀만 일하고 농업으로 1억 원 버는 법(Refugees2)

p.s. 이외에도 추천할만한 좋은 책을 알고 계신 분들은 댓글로 추천을 부탁합니다. :)

한미FTA, 한진중공업 투쟁, 그리고 “양심의 자유”

어떠한 당사국도 자국 영역내 당사국 또는 비당사국 투자자의 투자의 설립,인수,확장,경영,영업,운영이나 매각 또는 그 밖의 처분과 관련하여, 다음의 요건을 부과 또는 강요하거나, 이에 대한 약속 또는 의무부담을 강요할 수 없다. [중략] 자국 영역에서 생산된 상품을 구매 또는 사용하거나 이에 대하여 선호를 부여하는 것, 또는 자국 영역에 있는 인으로부터 상품을 구매하는 것.

한글번역본의 번역오류가 알려진 것만 300여건에 육박하는 것으로 유명한 한미FTA 협정문의 제11.8조 ‘이행요건’ 조항의 내용이다. 이 문장에도 혹시 번역오류가 있는지도 모르겠으나, 일단 그 의미는 크게 어렵지 않다. FTA를 체결한 양 당사국들은 “자국 영역에서 생산된 상품을 구매 또는 사용하거나 이에 대하여 선호를 부여하는 것”이 금지된다는 것이다. 이 조항은 제11.3조 ‘내국민 대우’와 일맥상통하는 조항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러한 조항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양국의 향후 지방정치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유시민 씨가 지난 선거에서 공약으로 내놓은 “로컬푸드 무상급식” 건을 보자. 당시 경기도 지사 후보로 나선 유시민 씨는 도내 생산 식자재로 급식을 제공하여 건강과 환경을 챙기겠다고 약속했지만, 바로 위 조항의 “자국 영역에서 생산된 상품을 .. 선호”하는 것이기에 협정을 위반하는 것이다. 협상 당시에도 이와 유사한 많은 지자체 조례가 비합치된다는 분석도 있었다.

한미FTA는 – 기타 대다수의 FTA를 포함하여 – 이밖에도 최혜국대우 원칙, 내국민대우 원칙, 시장접근제한 원칙 등을 통하여 내국인과 외국인의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FTA는 문자 그대로의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을 넘어서 투자 및 지적재산권 등을 포괄하는 ‘통합된 자유경제지역’을 지향한다. 주의할 점은 ‘내국인/외국인’에서 ‘인(人)’의 권리는 절대다수 자연인이 아닌 법인의 권리를 의미한다는 점이다.

FTA는 단순히 우리의 경제생활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경제와 연관된 모든 제반활동, 정치, 문화, 사회, 노동, 보건, 환경 등에 판단기준이 되어버린다. 요즘 국회에서 무슨 공익적인 조치를 하나 하려해도, 무소불위의 권력이 되어가는 외교부 통상교섭본부가 WTO나 FTA와 합치되지 않는다고 한마디만 하면 유야무야가 되고 말 정도다. 그런데 FTA로 자유(free)를 부여받은 것은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법인, 즉 자본일 뿐이다.

물론 한미FTA에도 이른바 ‘노동장(labor chapter)’을 통해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조항이 있긴 하다. 하지만 이 조항의 의도는 상대적으로 열악한 한국의 노동권이 침해됨으로써, 저가상품이 유입되어 미국 노동자의 일자리가 없어지지 않게 하려는 미국 노동계의 요구일 뿐이다. 그럼에도 의미 있는 조항이긴 하지만 그마저도 분쟁해결절차가 별로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협정문은 이외에 노동을 보호하기 위한 조항은 없다.

한진중공업 사태를 보자. 이 사태는 근본적으로 입지 전략이 자유로워진 자본이 경영전략에 따라 입지를 옮겨버리는 바람에, 절대적으로 지리적 이동의 자유가 제약된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없어져 버린 상황에 기인한다. 그런데, 한미FTA는 앞서도 말했지만 자본의 이런 입지이동의 자유를 한층 더 강화한다. 투자제도를 합리적으로 정비한다는 것에는 타당성도 있을 것이나, 자본 대 노동의 구도로 보면 절대적으로 자본에 유리한 협정이다.

따라서 ‘한미FTA에 각종 독소조항이 있다’는 비판론자의 주장에 ‘다른 FTA도 다 들어있는 조항이다’라는 반박은 자본주의 시스템에 내재한 FTA의 근본모순을 당연시하는, 하나마나한 반박일 뿐이다. 비판론자들 역시 FTA 자체의 반노동성보다는 한미FTA의 반미적 감성에 의존하였던 실기가 있다. 그럼에도 비판론이 여전히 유효한 이유는 FTA가 가지고 있는 근본모순인 자본 대 노동의 권리보호장치의 절대적 비대칭을 계속 환기시켜 주기 때문이다.

유시민 씨는 한미FTA 정책에 대한 성찰을 하라는 진보정당의 요구에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강요라고 반박했다고 한다. 양심의 자유가 어느 범위까지 확대되는 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반노동자성이 노골적으로 담겨 있는 FTA의 모순을 발견하지 못한 무지를 양심이라 하긴 어려워 보인다. 차라리 보수를 자처하며 FTA를 찬성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에 부합할지 몰라도 “진보자유주의”를 추구하는 이가 요구할 자유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다시 한진중공업 사태로 가보자. 사측이 노조와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필리핀으로 제조기지를 옮겨버린 후 대규모의 배당을 실시한 정황을 비추어 볼 때, 그들은 어떠한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도 없다. 그럼에도 경영상의 이유를 인정한다면, 이상적일지 몰라도 노동자도 같이 따라가던지 국내에서 다른 보상을 받아야 한다. 한국 노동자가 한미FTA를 통해 미국에서 미국 노동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으며 일을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트위터에서의 본문에 대한 의견에 따라 본문 일부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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