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렛 대처의 죽음에 즈음하여

한 시대를 풍미한 “鐵의 여인” 마가렛 대처가 얼마 전에 유명을 달리하셨다. 대의민주제를 채택한 서구열강의 나라 중에서는 20세기 들어 거의 처음이라 할 수 있는 여성 정치인의 집권이었다. 하지만 정작 이후의 영국, 그리고 전 세계의 정치경제적 상황을 뒤흔든 것은 그의 성별이 아니라 그의 사상이었다.

대처와 그의 사상적 동지 키스 조셉은 그들이 집권한 1970년대 말 당시의 영국을 “영국병”에 걸린 환자로 규정하고, 대표적인 증상으로 “귀족화된 노조”와 “비효율적인 국유기업”을 꼽았다. 이들은 영국병을 치유하기 위한 약을 꺼내들었는데 그것이 오늘날에는 일상화된 “민영화(privatization)”란 약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의 유권자들은 전쟁영웅 처칠 대신에 노동당의 애틀리를 선택하였다. 애틀리 정권은 이런저런 이유에서 기업, 그리고 광산 등 대규모 자산들을 국유화시켰다. 즉, 이는 이념적으로는 좌파적 성향의 정부의 등장, 실용적으로는 전후 자본시장의 침몰에 따른 고육지책 등의 원인이 있었을 것이다.

1979년 등장한 대처는 이제 전후 정치권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던 케인즈 주의적 사고방식을 깨부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유럽을 소비에트 모델에 대한 대항마로 만들기 위한 미국의 대규모 원조 등에 힘입어 성장했던 유럽 경제는 오일쇼크 사태 등을 거치며 한계를 드러냈고 대처는 개혁을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어느 정권이나 그렇지만 대처 정권 역시 그들의 정치적 의지를 드러낼 매력적인 표현이 필요했다. 1 그래서 택한 단어가 민영화다. 이 단어는 사회학자 피터 드러커가 The Age of Discontinuity라는 저서에서 처음 쓴 표현이다. 이 단어는 공격적인 뉘앙스를 제외하고는, 대처의 의도를 드러내기에 부족함이 없는 단어였다.

대처는 이후 로드맵에 따라 케이블 앤드 와이어리스(Cable & Wireless), 브리티시 에어로스페이스(British Aerospace), 브리티시 가스(British Gas) 사와 같은 국유기업들을 민영화하였다. 항구와 공항들도 민영화되었다. 대처의 눈에 보기에 이들 기업들은 “관료적인 국가통제에 의해 혁신을 억압당하고” 있었다.

이후 대처의 세계관은 – 보다 정확히는 그가 추종한 사상가인 아인랜드나 하이예크의 시장근본주의적 세계관 – 로널드 레이건의 집권을 통해 전 세계로 전파되면서 이른바 “신자유주의”의 신세계를 열었다. 그의 후계자 존 메이저는 기존의 국유기업 민영화뿐 아니라 신규 사회간접자본의 민영화의 길도 제시한다. 2

이후에 전개되는 자본주의 세계는 분명 여러 면에서 이전의 세계와 다른 풍경을 낳았다. 때마침 무섭게 성장하고 있던 자본/금융시장과 맞물리면서 국유기업, 사회간접자본 등은 “공공서비스”라는 개념보다는 거래될 수 있는 “상품”이라는 개념으로 이해되었는데 이는 정서적으로 많은 진보진영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사견으로는 특별히 민영화가 주원인이라 보기 어렵다고는 생각되지만, 戰後 서구 자본주의에 어느 정도 보장되었던 고용안정성은, 이른바 “구조조정”이라는 미명 하에 크게 훼손되기 시작한다. 국유기업은 민간자본에 매각되고, 금융상품으로 구조화되고, 노조는 분쇄되고, 공공재에도 높은 요금이 부과되기 시작했다.

조선일보는 대처의 부고 소식을 전하며 – “굿바이, 매기”라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헤드라인을 뽑아가며 – 그를 “영국병을 고치고 공산주의를 무너트린” 인물로 칭송했지만, 한편으로는 그의 세계관을 통해 발전한 민간투자사업이 오늘날 시장 주의적 행태를 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혈세 먹는 하마”라며 비판하기도 한다.

보수언론의 이런 자아 분열은 그가 열어젖힌 세계에 – 사견으로는 자본주의의 발전전략의 한계와 그로 인한 보수화 과정에서 그가 촉매가 되어 열린 세계 – 대한 일반의 정서가 어느 정도 반영된 모습이랄 수도 있다. 관료를 비판하고 효율을 칭송하면서도 지나친 효율, 직접적으로 나에게 불편한 효율은 지양하는 모습.

대처를 통해 자본주의가 깨달은 점이 있다면 계급차별적인 자본주의는 온존한 채 어설픈 좌파적 전략을 쓰면 한계에 부닥친다는 점일 것이다. 분명 엄밀한 경제적/사회 효용적 타당성 분석이 배제된 국영화 전략은 관료주의로 부패할 개연성이 크다. 이는 물론 과거 소비에트 사회주의 블록에서도 존재하는 모습이었을 것이다.

대처는 이러한 부작용에 대해 그 소유형태를 해체해버리는 극약처방을 내린 셈이다. 분명 소유형태의 변경이 아닌 다른 대안도 검토할 수 있었을 것이지만, 그러한 미온적 조치는 그의 세계관과 거리가 멀었고 그 길은 돌이키기 어려운 극단적 조치였다. 이로 인해 많은 영국인들이 고통 받았을 것이고 그 후유증은 꽤 심각했다.

대처 시절에 대한 리얼리즘적인 묘사로 호평을 받는 영화감독 켄 로치는 대처의 장례식을 민영화하여 치르자면서 그게 그가 원하던 방식이 아니었냐며 조롱했다.3 이런 조롱은 물론 뼈있는 비판이지만 단순히 비판에 그쳐서만은 안 될 것이다. 그가 제시한 세상과 다른 세상이 가능하다면 반대진영은 이제 그 길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그 대안이 “재국유화”는 아니라 생각한다.

사회성과연계채권, 증세 없는 복지 확대의 진정한 대안인가?

복지를 위한 재원조달은 다시 납세자의 부담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모든 사회적 요구를 수용하여 복지를 확대하기란 불가능하다. [중략] 공공복지 논쟁의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한 혁신적 방안으로서 최근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미국과 영국 정부를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는 “열린 정부”(Open Government) 구상이다. 사회성과연계채권(Social Impact Bonds : SIB)은 열린 정부의 기본 철학을 자본시장을 통해 구현하는 방안이다. [중략] 사회성과연계채권이란 사업성과 목표달성을 조건으로 하는 정부의 지급보증 약정을 바탕으로 사회사업 주체가 원리금의 상환이 사회성과와 연계된 채권을 민간투자자에게 발행하는 내용의 투자계약을 의미한다. 사회성과연계채권 투자구조에 있어, 정부는 사회성과연계채권 발행기구인 SIBIO(Social Impact Bond-Issuring Organization)와 사회적 서비스 계약을 체결하고, SIBIO는 민간 투자자들에게 채권을 발행하여 해당 사회사업의 운영자금을 조달하며, 정부는 약정된 사회적 성과가 달성된 경우 예산절감 효과를 고려하여 SIBIO에게 성과보상을 지급하고, SIBIO는 성과보상을 다시 채권자에게 상환하는 내용의 계약관계를 가지게 된다.[사회성과연계채권(SIB)의 증세 없는 복지 확대의 원리, 자본시장 Weekly 2012-40호, 연구위원 김갑래]

사회성과연계채권은 보아 자본주의가 처한 두 가지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인 것처럼 보인다. 첫째, 재정투입 없는 공공서비스 제공이다. 정부의 역할이 증가하면서 점점 더 적기의 서비스 제공이 어려워지고 있는 와중에 이는 매우 매력적인 요소다. 그리고 실제로는 민간투자사업 등을 포함한 민영화를 통해 이런 애로사항을 해소하고 있다.

하지만 이 방식은 신자유주의 반대론자 등에게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공익을 우선해야 할 공공서비스가 이윤 때문에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 비판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사회성과연계채권이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장점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즉, 공익과 이윤을 매치시키는 것이 사회성과연계채권이 가지고 있는 새로운 대안이다.

즉, 인용문에서 보듯이 사회성과연계채권은 “약정된 사회적 성과가 달성된 경우 예산절감 효과를 고려하여 성과보상을 지급”하기에 공공서비스가 애초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용이하다는 뜻이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가? 내가 예전에 썼던 글 “민영화, 두 가지 접근법”에 보면 기존의 민영화와 사회성과연계채권이 가지는 차이를 알 수 있다.

민간의 자금으로 건설되고 운영되는 교도소는 통상 민간 사업자에게 침대 개수마다 일정금액을 수수료로 지불하고 있다. 인권운동가나 민영화 반대론자 등 비판자들은 이들 민간 기업들이 정부에 로비를 하면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대해나가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민간 사업자는 정부가 교도소의 운영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니 더 많은 교도소를 민간에 이양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심지어 입법로비 등을 통해 인종차별적인 판결과 수감, 불필요한 수감기간 연장 등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중략] 이들은 소위 “사회영향채권(social-impact bonds)”을 발행하여 모인 자금으로 정부와의 계약을 통해 교정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얻은 이윤을 투자자들과 나눈다는 계획이다. [중략] 즉 앞서의 미국 민간 기업들이 더 많은 수감자들로부터 이윤을 창출하였다면 사회영향채권의 투자자들과 사업시행자들은 수감자들이 출소한 후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아 재범률이 낮아질 경우에 단계적으로 높아지는 수익률에 따라 성공보수를 받게 된다. 확실히 이윤동기가 이전 교도소와 달리 제공하는 서비스의 본래 목적에 상당 부분 부합하는 면이 있다.[민영화, 두 가지 접근법]

인용문에서 보듯이 감옥이라는 공공서비스를 똑같이 민간의 손에 맡기는 방식이지만, 전자가 오히려 재소자의 양산(?)이라는 엉뚱한 결과를 초래할 소지가 있는 반면, 후자는 범죄율 감소에 기여할 수 있다는 개연성이 크다 할 수 있다. 후자의 방식은 예를 들면 투자자의 수익률을 재범률과 반비례하여 보장하는 방식으로 시행할 수 있다.

요컨대 여태의 민영화와는 다른 채권이라 할 수도 있다. 물론 문제도 있다. 그 채권이 실제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당시 누군가와 농담으로 출소자가 범죄를 저질러도 걸리지만 않으면 돈을 주겠다고 투자자가 회유할 수도 있겠다고 말한 기억이 난다. 또 다시 꼼수가 등장할 수도 있는 기술적 어려움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 기술적 어려움은 정밀한 설계나 시행착오 등을 통해 조절 가능할 것이고, 또 하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역시 기존의 공공서비스 민영화가 정부재정의 부외금융(off-balance)이라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 사회성과연계채권 역시 일종의 복지의 증권화 및 유동화를 통한 부외금융에 불과한 미봉책이란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결국 이 채권은 “고쳐 쓰는 자본주의”의 최신 버전인데, 고쳐 쓸 때는 고쳐 쓰더라도 과연 계속 증세 없이 복지를 확대하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한 근본적인 대답은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재범률이 낮아지면 장기적으로 감옥의 수요가 적어지니 장기적으로 재정이 건전해지겠지만, 단기적으로 이들 나라가 처한 구조적인 재정적자를 메워줄 수는 없다.

기업들은 점점 더 초국적화되어 엄청난 수익을 올리면서 일국의 조세체제를 “합법적으로” 회피하고 있고, 소득세 역시 획기적인 증가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포퓰리적적인 세금감면, 양극화로 인한 세금면제 계층의 확대 등은 재정적자의 골을 더 깊게 만드는 요소다. 사회성과연계채권은 그 깊은 상처를 감싸기에는 너무 작은 반창고다.


미국의 재정적자 전망 및 적자의 사유(출처)
Bonus : 밋롬니의 구체적인 세금감면 계획

재점화되고 있는 “인천공항 민영화” 논란 : 급유시설 편

인천국제공항의 급유시설이 “민영화”된다는 소식에 올림픽을 틈타 묻어간다며 새삼 시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급유시설이 국가에 귀속되면 소유권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갖고, 운영권은 아웃소싱이나 민간 임대 등 새로운 사업자 선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15일 밝혔다.[인천공항 급유시설 민영화 특혜 논란]

사실관계를 살펴보자. 일단 인천공항의 급유시설은 이미 민영화되어 있는 시설이다. 급유시설은 민간투자법에 따라 사업자로 선정된 ‘인천국제공항 급유시설 주식회사’가 2001년 3월부터 운영해오고 있는 민간투자사업이다. 이 회사는 대한항공의 자회사인 한국공항, 인천국제공항공사, GS칼텍스가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민관합동법인이다.

위 인용기사에서 기획재정부 관계자의 발언이나, 정치인의 발언, 그리고 노조의 성명서 등에서 한 가지 반복되고 있는 잘못된 사실관계가 있는데 바로 “기부채납”의 문제다. 기부채납이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무상으로 재산을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하며, 기획재정부 관계자가 말하는 “급유시설이 국가에 귀속”되는 상태를 말한다.

그런데 이 시설은 이미 운영개시 시점에 시설을 기부채납한 민간투자법상 BTO(Build-Transfer-Oprate)사업이다. 즉, 시설은 이미 정부의 소유이고 사업시행자는 관리운영권만을 가지고 시설을 운영해오고 있는 중인 것이다. 따라서 오는 8월 13일은 급유시설이 기부채납되는 시점이 아니라 관리운영권이 종료되는 시점이다.

요컨대 정부는 시작부터 민영화되어 운영되어오던 사업의 관리운영권이 종료되는 시점에 그 운영권을 경쟁 입찰을 통해 다시 민간에게 넘기겠다는 것이 생각이고, 이는 시설소유권을 이제야 넘겨받거나 혹은 시설소유권을 민간에게 넘기겠다는 의미는 아닌 것이다. 이 점이 인천공항공사의 지분을 민간에게 넘기겠다는 민영화 시나리오와의 차이다.

인천공항급유시설의 경우에는 ‘01년부터 운영해 오던 민간사업자의 관리운영권이 ’12.8월 종료됨에 따라 「민간투자법령」에 의거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새로운 운영자를 선정하려는 것으로

공항운영의 효율성을 위해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급유시설을 정부로부터 매입하여 민간에 넘기지 않고 계속 소유하면서, 운영만 일정기간 전문성 있는 민간에 위탁하여 임대수익을 통해 공항운영에 재투자하려는 것임

이는 그간 관계기관 협의결과와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정책, 집행기능을 민간에 맡겨온 공사의 경영원칙, 타 공항 급유시설 운영사례 등을 감안한 것임
* 김포․제주․김해공항의 급유시설 역시 민간에서 운영 중임
*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는 면세점, 식당 등 대부분의 수익사업을 민간임대를 통해 시행하여 높은 임대수익 창출과 운영 효율성을 제고해 오고 있음[「부실 에너지사 인수하고 알짜 넘기는 인천공항공사」 기사는 사실과 다름]

정책포탈인 공감코리아에 올라온 해명 글이다. 이 글에는 현 상황이 “민간사업자의 관리운영권이 ’12.8월 종료”되는 것임을 정확히 적시하고 있다. 다만 새로운 운영자를 선정하는 방식에 있어 “「민간투자법령」에 의거”라고 되어 있는바, 신규시설이 아닌 기존시설의 사업자를 민간투자법령으로 선정하는 것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판단된다.

즉, 민간투자법령은 사회기반시설을 새로 짓거나, 개보수하는 비용을 민간이 대고 그 대가로 관리운영권을 취득하는 방식만을 규정하고 있는 바, 민간투자법령으로 사업자를 선정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사업자 선정과정이 비교적 엄밀한 편인 민간투자법령보다 허술한 평가기준으로 사업자를 선정할 수도 있다는 개연성을 암시한다.

언론에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는 “최고가 공개입찰을 통한 임대 방식”으로 시설을 재임대하기로 방침을 정했고, 운영기간은 3년에서 5년 사이로 규정하고 있다. 즉, 이는 민간투자법령이 아닌 국유재산법 등 별도의 법령을 적용 또는 준용할 것으로 여겨지는 상황이고 이 과정에서 기존 사업자가 유리할 개연성이 높은 것이 현실이다.

대한항공 부장 출신인 인천공항 급유시설(주) 박모 상무는 지난 20일 회사 직원을 모아 놓고 “현재 국토해양부와 인천공항이 형식적인 절차를 통해 사업자 선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결론은 이미 나있고 대한항공이 계속해서 사업을 진행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 것이 문제가 돼 파면됐다.[사전내정설 진원지 인천공항 급유시설(주) 추가 사과 왜?]

이쯤에서 정리하자면 요점은 ‘현재의 급유시설 운영자 선정은 신규 민영화가 아닌 기존 민영화의 연장’이며 ‘민간투자법령에 의한 운영자 선정이 아니며 여러모로 기존 사업자가 유리한 위치’라는 정도이다. 이 상황에 대한 비판은 민간사업자에 대한 특혜이며, 인천공항 전체 시설 민영화의 신호탄이므로 공항공사가 직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간사업자에 대한 특혜 여부는 개연성이 있다. 물론 공항을 최초에 입안할 당시에는 성공 여부에 대해 확신할 수 없으므로 민간에게 리스크를 이전하는 차원에서 민영화를 시도할 수는 있겠지만, 그 후 급유서비스 독점의 대가는 무척 달콤한 것이었다. 특히 조양호 한진회장이 임원으로 등재돼 매년 거액의 연봉을 받는 등 도덕적 해이도 감지되고 있다.

2003년 이후 매년 수 십억 원의 당기 순이익을 냈다. 2006년 71억원, 2008년 75억 원, 2009년 42억원, 2010년 56억 원 등이었다. 2003년 이후 누적 당기순이익이 450억 원이며, 2010년 감사원 감사 결과 163억 원의 초과 수익이 있었다는 사실도 적발됐다.[인천공항 항공기급유 독점 회사, 막대한 이익 대기업에 퍼줬다]

최초로 사업자로 선정되었을 때에는 이른바 건설위험이 존재한다. 이 부분의 위험이 매우 크기에 사업자는 일정 정도의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는 명분이 되며, 건설에 투입된 돈은 운영기간 동안 비용으로 인정되어 감가상각을 통해 세제혜택을 받는다. 하지만 연장되는 사업기간은 건설위험도 없고 독점적 사업권은 이미 시장에서 검증을 받은 상태다.

그러한 취지에서 2011년 한국개발연구원에서 수행된 인천공항 급유시설의 관리운영권 등에 대한 ‘민자시설 처분 방안 연구용역’에서는 ‘급유시설 및 화물터미널 관리·운영권을 공항공사가 인수하거나 위탁관리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내놓았을 것이다. 공항공사 측도 당시엔 직영을 검토했을 것이나 이제는 재민간위탁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알짜배기” 기업의 “민영화” 강행은 MB정부의 본능일까? 인천공항공사의 아웃소싱 원칙의 연장선상일까? 민간의 효율과 창의를 도입하려는 관료들의 의지일까? 아니면 이것들 모두일까? 확실히 급유시설에 관해서는 한진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박 상무와 서투른 공사 측의 대응으로 또다시 시계가 제로가 되었다. 최대의 피해자는 물론 박 상무다.

공공부문이 인수한 민간투자사업을 바라보는 어떤 시각에 대해서

국회예산정책처는 27일 공공 부문이 50% 이상 출자, 사실상 지배력을 갖고 있는 민간투자사업은 사용료를 공공요금 수준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교통 관련 민간투자사업 중 공공 부문의 지분율이 50%가 넘는 사업은 부산울산고속도로, 인천국제공항철도, 신분당선 정자광명복선전철, 수원광명고속도로 등 6개다. 올 초 산업은행이 공공기관 지정에서 해제된 것을 감안하면 4개로 줄어든다. [중략]

예산정책처는 정부가 사실상 지배력을 갖고 있는 기관을 민간 부문으로 간주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2007년 제정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공 부문의 출자지분이 50%가 넘으면 민간투자사업 법인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다.

안태훈 사업평가관은 “한국도로공사 및 민간투자고속도로 사업시행자들이 모두 공공기관이라면 공공기관 소유 고속도로 통행료를 동일하게 책정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9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이 보고서가 앞으로 통행료 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공공지분 50% 넘는 민자시설 4곳 공공요금 수준으로 통행료 낮춰야”]

지하철 9호선으로 전국적인 이슈가 되어버린 민간투자사업에서의 공공성과 상업성에 충돌에 관한 논쟁이 또 하나의 국면에 접어든 느낌이다. 예산정책처가 이런저런 이유로 공공부문이 다수의 지분을 차지하게 된 민간투자사업에 대해 “사용료를 공공요금 수준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때맞춰 어제 오늘 주요 언론들도 사설 등을 통해 이러한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예산정책처의 의견이나 주요 언론들의 논조는 공공부문이 사업시행자 지분의 다수를 인수하였으면 공공기관으로 간주할 수 있고, 그렇다면 이를테면 민간투자사업의 통행료도 한국도로공사 수준의 통행료를 적용하여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즉, 공공부문의 다수 지분 획득에 따라 해당사업은 민영화되었다가(privatize) 다시 공유화된(nationalize) 것이니 요금도 낮춰야 한다는 논리다.

우선 이러한 논리에서 눈에 띄는 점은 민영화(privatization)에 대한 도식적인 해석이다. 민간투자사업의 근거법인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을 보면 분명 민간투자사업은 “공공부문외의 자”가 시행하게끔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미 국민연금을 위시한 연기금,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등 주요공공부문은 민간투자사업 시장에서 주요하게 활동하는 플레이어들이다.

특히 국민연금은 전통적인 주식, 채권을 통한 수익창출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인프라, 부동산 등 소위 대체투자 분야에서 큰 손 노릇을 해오고 있어, 유럽의 부동산 투자 전문지로부터 ‘최우수 기관투자가’ 상을 수상할 정도다. 또 한국전력과 같은 공공기관도 해외에서는 이른바 ‘독립적인 전력공급자(IPP; Independent Power Provider)’로 간주되어 해당 국가의 민간투자사업에 참여한다.

따라서 인천국제공항철도 사업과 같이 사업실적이 당초 예상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 어쩔 수 없이 코레일이 인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국민연금과 같은 시장참여행위는 엄밀하게 보아 脫민영화라 보기 어려운 행위다. 즉 민영화라는 영역에서 좀 더 확장하여 인프라스트럭처가 공공부문도 참여하는 ‘시장화(marketization)’ 혹은 ‘상업화(commercialization)’ 되었다고 보는 시각이 타당하다.

전후 국가에 의해 공급되는 것이 상식으로 여겨지던 공공서비스가 민영화, 나아가 시장화되고 상업화되는 과정은 알다시피 자본주의의 신자유주의화 경향의 한축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경향의 호불호를 떠나 현 상황을 놓고 보면 이 경향에 참여한 연기금이 공공부문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이 운영 중인 시설의 사용료를 공공요금 수준으로 내리라는 지적이 타당한지 생각해봐야 한다.

민간투자사업 시장을 주식시장에 비유해보자면 초기의 사업시행자가 시설을 건설하고 운영을 개시하는 행위는 주식시장의 발행시장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뒤에 주식이 회사의 건실한 운영으로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어 투자자들이 매입하는 것은 유통시장이다. 국민연금은 이러한 유통시장에서 그들이 보기에 유망한 사업들을 매수한 것이다. 마치 맥쿼리가 그런 것처럼.

이들의 손에는 정부가 요금의 일정수준을 보장해주겠다는 실시협약이 있고, 은행에게 금리를 지불하겠다는 대출약정이 있고, 국민연금 수령자에게 얼마를 주겠다는 약정수익률이 있을 것이다. 액면으로는 “공공부문”이지만 이들에게는 지켜야할 약속이 있다. 특히 가장 중요하게 국민연금의 혜택을 의심하고 있는 연금수령 예정자들이 있다. 민간기업과 다를 바 없는 투자자들이다.

왜 민간투자사업의 사용료가 공공사업의 그것보다 높은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공공사업의 건설비용이 사용료 수준에 전가되는 경우가 적지만 민간투자사업은 비용이 사용료 수준에 그대로 전가되는 독립채산제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그런 사업에 투자했으면 목표수익률 달성을 위해 이전 사업시행자가 취하던 행동 패턴을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

다시 돌아가 예산정책처의 사업평가관의 의견대로 “한국도로공사 및 민간투자고속도로 사업시행자들이 모두 공공기관이라면 고속도로 통행료를 동일하게 책정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면 국민연금의 고속도로의 건설비용도 도로공사의 그것처럼 별도의 예산으로 집행되었어야 했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 수익률의 조정을 통해서 방법을 모색한다면 그건 연금수령자들의 손실을 의미한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이 블로그에서 역시 국민연금이 인수한 고속도로 케이스를 두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요약하자면, 이미 국민연금이 공공서비스의 시장화 경향에 참여한 상황에서, 해당 도로의 요금수준을 낮추는 것과 국민연금의 수익을 확보하는 것 중에 어느 상황이 공공성을 담보하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바 있다. 이제 그 질문이 공론화되고 있는 시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9호선 지하철 논란에 관한 트윗들(2)

9호선 민자사업의 또 하나의 유의점은 원인자부담원칙의 적용여부다. 민자사업은 이 원칙이 적용된다 할 수 있고, 재정으로 설치운영할 경우 이 원칙이 희석된다 할 수 있다. 정부가 9호선을 매입하면 “안 타는 사람이 손해”란 소리는 그런 맥락이다.

anoweb @EconomicView 수익자부담원칙 아닌가요?

@anoweb 영어표현 polluter pay principle에서 유래되었으니 ‘오염자’,'원인자’,'수익자’ 다 같은 맥락으로 쓰면 됩니다.

searcherJ @EconomicView 어… 그런데 좀 무식한 질문이지만 민자사업에 수익자부담이 적용되는 이유는 뭔가요? 그리고 똑같은 지하철인데 어떤 노선에는 수익자부담이 적용되고 어떤 노선은 적용되지 않는다면 민자사업이 어떻게 그걸 설명하나요? 1번이 2번설면?

@searcherJ 민자사업이 추진동기 중 하나가 이런 원인자부담원칙으로 나아가자는 취지도 있었습니다. 가격을 시장가격화하자는거죠. 지금은 공공운영 시설에서도 이런 상황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교통권의 공익성에 대한 생각이 혼란스러운 상태랄 수 있죠.

woohyong @EconomicView 여기서 ‘수익자’는 어떻게 정의될까요? 1) 이용자, 2) 교통편의가 증가되어 부동산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자산가들, 3) 서울시의 교통이 전반적으로 원활해져서 전반적 편익상승 (누구에게 얼머가는지는 논외)

@woohyong 3번이 가장 편익이 작을 수 있지만 바로 그 개념이 인프라의 공공에 의한 공급을 정당화하기도 하죠. 2번과 같은 맥락에서 신도시에선 집값에 인프라설치비를 포함시키고요. 1번이 결국 ppp의 오염자 개념에 가장 부합한다고 생각합니다.

경제학적으로 공공재는 “경합성”과 “배제성”의 관점에서 경합되지 않고 배제할 수 없는 것을 말하며, 공익(public interest)과는 엄밀하게는 다른 개념이다. 결국 어떤 서비스를 시장화하지 않느냐 하는 것은 정치의 영역, 일종의 계급정치이다.

세금 한 푼 안 낸 맥쿼리, ‘실주인’ 따로 있다 http://bit.ly/HZbtX8 언론보도 중 가장 사실관계에 근접한 선대인 씨의 글. 어찌 보면 이런 풍경은 변종채권이랄 수 있는 대안투자 위주의 펀드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이미 전형적인 풍경.

morquesong @EconomicView 9호선에 대한 생각을 써봤습니다. http://t.co/mkMMH87w 주제가 주제이다 보니, 마녀사냥이 되는 것 같아 답답합니다.

@morquesong 잘 읽었습니다. 하나 지적하자면 9호선 민간투자사업은 민영화(privitazation)의 큰 틀에서 개념상 민영화가 맞습니다. 국유기업/시설 매각이 전형적이라면 이는 애초에 운영권을 국가가 민간에 허가한 형태로서의 민영화입니다.

민간투자사업은 금융권 시각에서 보자면 전통적인 주식/채권 투자에 건설/운영 위험을 가미한 대신, 프리미엄을 취하는 “대안투자”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선 변종채권인데, 국가가 채권지급을 거부하는 것과 같은 지금과 같은 사태가 바로 신용리스크인 셈이다.

맥쿼리가 9호선에 수취하는 15%이자는 후순위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자상환순위에서 선순위에 밀린다. 그래서 SPC는 이를 메자닌, 즉 중자본으로 간주하고 고금리로 투자자를 유치한다. 월가의 구조화 금융과 유사한 형태의 금융기법이다.

woohyong  @EconomicView 15% 후순위채는 전채장기채무의 10%선. 나머지는 선순위로 CD연동/고정 가중평균6%대입니다. 배당은 불확실성크니 이자로 리턴설계하는 전형적 PE SPC투자방식인듯. 9호선운영이란 운영사통해 현대로템은 한번 더 빨대꽂고

@woohyong 민간투자사업은 사실상 현금흐름이 다른 사업에 비해 변동폭이 작고(특히 MRG가 있는 경우 환수조항이 있어 업사이드는 어려우니) 장기여서 주식배당수익률로만은 수익을 맞추기 어려울 겁니다. 결국 후순위가 배당이나 마찬가지인 구조죠.

9호선 지하철 논란에 관한 트윗들

어느 분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9호선 민간투자사업에 대해 글 하나 쓸 생각이 없냐고 물어보시기에 현재는 특별히 쓸 생각이 없다고 말씀드렸다.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트위터에 글을 몇 개 남겼는데 여기 모아서 올리니 참고하시길. 이중에서도 지금 최소운영수입보장과 관련하여 많은 이야기가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3년 전에 올린 글(이 글이 글)이 있으니 궁금하신 분은 이를 참고하시면 될 것 같다.

민자사업 9호선을 가지고 보수/진보 측에서 누구 대통령/시장일 때 추진했네라고 싸우는데 부질 없는 짓입니다. 김영삼 시절 민자유치촉진법이 제정된 이래, 누구랄 것 없이 정책의 연속성에 단절 없이 추진되어오던 사업형태입니다. 한쪽눈 가리고 보지 마시길.(원문보기)

9호선에 관한 팩트 몇개 나열하자면 민자추진결정은 DJ+고건 시절, MB시절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수주/협약을 체결하였으며, 현대로템과 MKIF(군인공제회 등이 주요출자자인 펀드)가 2대 주주(약 50%). FTA가 아니어도 협약으로 국제중재 가능예상(원문보기)

9호선 요금분쟁은 2007년부터 불거졌으며 서울시가 손실보전을 해주는 조건으로 900원에 책정. 자율징수권이 있다는 사업자측 주장은 사실일 것이며 서울시가 행정명력으로 막을 시, 실시협약에 명시되어 있을 국제중재로 해결할 것으로 예상. 용인경전철처럼.(원문보기)

9호선 2대출자자인 MKIF(24.53%)는 군인공제회/신한금융(총 22%정도)이 주요출자자인 펀드로 맥쿼리자산운용이 운용대행만 하고 있음. 그러니 실상은 맥쿼리의 이익은 운용수입에 불과함. 맥쿼리->MB의 연결고리를 찾느니 현대와 찾는게 빠를지도?(원문보기)

맥쿼리가 가져갈 실질적 수익은 MKIF에 그룹이 투자하는 4.4%의 지분, 그리고 자산운용 수익에 대한 일정요율의 운용보수. 그 운용사의 MB의 친척이 적을 두었다는 이유로 음모론에 천착하는 오류는 범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원문보기)

노무현 정부는 공공부문의 지출을 늘리는 대신 SOC사업은 민간자본유치(BLT)를 통해 메우는 방식 도입 | 조선비즈 보도. 이 짧은 문장에 2개의 오류. 민자유치 도입은 YS시절. 이 이니셜은 BLT가 아님. http://bit.ly/HVNgCk(원문보기)

요즘 욕을 바가지로 먹고 있는 맥쿼리인프라는 상장한 회사형 펀드입니다. 수익을 거의 배당의 형태로 내고 고정된 수입이 재원이어서 주가는 거의 5천원대죠. 흥미롭게도 미세하게 상승중이군요. :) http://bit.ly/HOlxoM(원문보기)

맥쿼리인프라의 경우 후순위대출 금리는 15%로 연간 50억원 가량의 이자를 받지만 지분 투자 부분인 409억원을 더해 수익률을 계산하면 투자금 744억원 대비 6.8%의 수익을 기대 | 이 계산이 맞습니다 http://bit.ly/HV3o43(원문보기)

국가자본주의의 대두와 그 의미

국가주도의 자본주의가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니다. : 서인도회사를 보라. 그러나 이번 주 우리의 특별 보고서가 지적하듯, 이 아이디어는 드라마틱할 정도로 되살아나고 있다. 1990년대 대부분의 국유회사들은 이머징마켓에서의 정부부처들 이상에 지나지 않았다. 그 기본전제들은 경제가 성숙하게 되면 정부가 이들을 폐쇄하거나 민영화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주요 산업에서건(매장량 기준으로 세계에서 제일 큰 10개의 원유/가스 회사는 모두 국유회사다), 주요 시장에서건(중국 주식시장 총가치의 80%, 러시아의 60%가 국유회사의 몫이다) ‘전망 좋은 고지(the commanding heights)’를 포기할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선제공격을 가하고 있다. 거의 모든 새로운 산업을 보면 새로운 거인들이 나타나고 있다. : 예를 들어 차이나모바일은 6억 명의 소비자를 거느리고 있다. 2003년과 2010년 사이에 있었던 신흥지역의 해외투자의 3분의 1은 국가가 지원하는 회사들의 몫이었다.[The rise of state capitalism]

이코노미스트가 레닌의 이미지까지 동원하여 새로이 대두되는 ‘국가자본주의’의 기류에 관한 소식을 전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가 굳이 레닌을 다시 호출한 이유는 인용문에서 사용한 ‘전망 좋은 고지(the commanding heights)’라는 표현을 그가 즐겨 썼기 때문이다. 즉, 국가가 경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통제권을 쥐기 위하여 ’전망 좋은 고지‘를 장악함으로써 국가경제를 신흥 지배계급이 의도하는 대로 끌어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사령탑’이란 표현으로 의역하면 더 의미를 잘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각설하고, 굳이 이코노미스트가 이러한 기류를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인용문에서도 지적하고 있다시피 국유회사의 활동이 한시적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강화되고 있는 듯한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즉, 舊 사회주의 블록의 거인이었던 중국과 러시아 등이 자본주의에 편입되었지만, 이들이 1980년대 이후의 서구에서의 신자유주의적 민영화의 흐름과는 다른 스탠스를 유지하면서, 그리고 그들의 경제력이 전체 자본주의 경제권에서 무시할 수 없는 지분을 차지하면서 전체 흐름마저도 변하는 듯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을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기사의 나머지 부분은 이러한 흐름의 장단점을 서술하고 있는데, 여태 쭉 논의되어 왔던 주장들이다. 효율성, 비효율성, 안정성, 정실인사, 관료주의 등등. 어쨌든 개인적으로는 ‘국가자본주의’의 대두가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는 이코노미스트에 시각에 동의하는 한편으로, 그 흐름 자체가 ‘기업의 자유’를 신조처럼 여기고 있는 시장주의적인 서구의 시각을 위협할 정도의 (아직까지는) 이념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기업들이 국가가 소유하고 유지한다는 것과 소위 이념적으로 ‘인민에 봉사한다’는 의미가 정확히 등치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현재까지의 양상으로는 이들 국유기업들이 좌익이 지향하는 ‘계획적’ 운영을 통한 ‘시장의 실패’의 보완이랄지, 공익에로의 기여랄지 – 예로 베네수엘라의 국영 석유회사는 직접 빈민의 복지를 지원한다 – 하는 장점과 달리, 자본주의 경쟁에서의 효율성을 위한 ‘국유(state owned)’의 장점이 더 부각되는 상황으로 이해된다. 이들은 자유화된 해외시장에서는 국가가 아닌 또 하나의 ‘독립적인 공급자’로서 기능한다. 이는 그들이 신자유주의적 흐름에 반하는 반골이 아니란 사실을 말해준다. 기업경영의 형태가 여태의 형태와 질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아닌 셈이다.

하지만 분명 새로운 변화의 기운은 감지된다. 민영화/국유화를 가르는 몇몇 학문적 주장들로 포장된 선입견 들은 신흥시장의 대두에 따른 국유기업들의 선전,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드러난 서구기업들의 후진적 경영행태 들이 알려지면서 적어도 기업의 의사결정은 어떤 만고불변의 진리가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재확인시켜 준 셈이다. 미국에서는 최근 한 공공부문 노조가 월스트리트의 주요 금융회사들의 CEO와 이사회의 의장을 별도로 두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등 기업의 의사결정 구조에 대한 변화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기업은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