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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의 임금상승이 우리 청년의 탓”이라는 KBS 보도에 대하여

내국인 근로자가 힘든 일이라며 취업을 기피하다 보니 고임금을 주고라도 외국인 근로자를 쓸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2백만 원 이하를 받는 외국인 근로자 수는 줄고 2백만 원 이상 받는 근로자 수는 크게 늘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임금은 빠르게 상승하고 있지만 3D 업종의 중소기업들의 경우, 사람 구하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정부는 청년 일자리를 위해 외국인 산업연수생 수를 2만 4천 명 줄였습니다. 그러나 우리 청년들은 양질의 일자리만을 고집해 결국 외국인 근로자의 임금만 올라가고 있습니다.[값싼 외국인 노동자 ‘옛말’... 월 400만 원!, KBS 뉴스, 2014.4.16.]

“우리 청년들의 3D업종 기피 현상” 운운은 꽤 오래된 레퍼토리다. 그런데 이 보도는 그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우리 청년들이 “양질의 일자리만을 고집”해서 외국인 근로자의 임금만 올라가고 있다는 상관관계까지 도출하였다. 좀 더 이 논리를 확대해보자면 결국 ‘우리 청년들이 양질의 일자리만 고집하지 말고 3D업종에 취업하였으면 3D기업의 일자리 부족현상이 일어나지 않고 외국인 근로자에게 쓸데없는(!) 고임금을 지불할 필요가 없었다’는 논리일 것이다. KBS는 이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해 그럴듯한 통계자료까지 제시했다.


출처 : KBS 트위터

통계자료의 진위여부는 국가통계포털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KBS가 제시한 자료는 해당 포털에서 올라온 ‘월평균 임금수준/성별 임금근로자’ 현황을 가공한 자료였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2012년과 2013년 사이에 월평균 200만원 미만을 버는 외국인 노동자는 4만6천명 감소한 반면, 200만원 이상을 버는 외국인 노동자는 2만2천 명 늘었다. 감소한 절대숫자는 정부가 줄인 산업연생 수와 일치한다. 과연 KBS의 보도대로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이 상승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문제는 임금상승의 원인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월평균 임금수준별 취업자수(단위 : 천명)

구분 2012년 2013년 증감 증감률
100만원 미만 52 42 -10 -19.2%
100만원~200만원 미만 519 483 -36 -6.9%
200만원~300만원 미만 143 159 16 11.2%
300만원 이상 45 51 6 13.3%

출처 : 국가통계포털

KBS는 ‘우리 청년이 양질의 일자리를 고집하는 것’이 원인이라고 단정하고 있다. 즉, 3D 노동시장에 우리 청년이 참여하지 않아 노동수요가 늘고 임금이 오른다는 논리다. 하지만 KBS는 이 둘의 상관관계에 대한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임금상승의 주범으로 ‘우리 청년’을 겨냥했으면 마땅히 그 근거자료도 제시해야 하는데도 말이다. 한편, 통계적으로 그 원인을 찾고자 하였으나 만만한 작업은 아니었다. KBS의 제시자료가 2012~2013년 자료인데 여타 노동관련 자료는 최신 데이터가 2012년까지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외국인 노동자의 노동현황에 대한 각종 자료는 2013년까지 정리되어 있어서 다양한 원인 중에 우선 외국인 노동자의 노동시장 내부를 훑어볼 수는 있었다. 우선 살펴볼 것이 ‘직업별 취업자 현황’이다. 비임금근로자까지 포함한 자료이긴 하지만 유의미한 변화를 살펴볼 수 있는데 통념과 달리 전문가, 사무종사자 등의 소위 화이트칼라 외국인 노동자수가 늘고 있다는 사실을 볼 수 있다. 반면 기능원ㆍ기계조작 및 조립종사자는 동기간 4만6천명이나 감소했다. 흥미롭게도 줄어든 200만원 미만의 월급 노동자 숫자와 일치한다.

직업별 취업자수(단위 : 천명)

구분 2012년 2013년 증감 증감률
관리자, 전문가 및 관련종사자 91 93 2 2.2%
사무종사자 20 24 4 20.0%
서비스ㆍ판매종사자 87 87 0 0.0%
농림ㆍ어업숙련종사자 24 23 -1 -4.2%
기능원ㆍ기계조작 및 조립종사자 330 284 -46 -13.9%
단순노무종사자 239 250 11 4.6%

출처 : 국가통계포털

또 하나의 변수를 살펴보자면 ‘근속기간별 취업자 현황’과 ‘한국에서의 동일직업 근무기간별 취업자 현황’이다. 두 통계 공히 2년 이상의 장기취업자 수가 많이 늘어났다. 이는 외국인 노동자의 취업현황이 단순한 산업연수생의 미숙련노동에서 취업기간이 긴 노동자의 숙련노동 위주로 변하고 있음을 의미할 것이다. 그렇다면 해당 노동자의 임금이 상승하리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동기간 우리나라 전체의 제조업과 건설업의 상용월급여액은 각각 3.7%, 6.5% 상승했다. 임금의 자연적 상승요인도 있다는 의미다.

근속기간별 취업자수(단위 : 천명)

구분 2012년 2013년 증감 증감률
6개월 미만 192 159 -33 -17.2%
6개월~1년 미만 163 130 -33 -20.2%
1~2년 미만 228 208 -20 -8.8%
2~3년 미만 101 112 11 10.9%
3년 이상 107 150 43 40.2%

출처 : 국가통계포털

한국에서의 동일직업 근무기간별 취업자수(단위 : 천명)

구분 2012년 2013년 증감 증감률
6개월 미만 88 72 -16 -18.2%
6개월~1년 미만 111 100 -11 -9.9%
1~2년 미만 206 176 -30 -14.6%
2~3년 미만 114 130 16 14.0%
3년 이상 271 282 11 4.1%

출처 : 국가통계포털

요컨대, 외국인 노동시장은 3D업종의 저임금 노동자 일색일 것이라는 통념과 달리 점차 사무직, 전문직 종사자의 수도 늘고 있는 상황이며, 산업연수생 제도 등에 의해 노동력이 공급되는 기능원 등의 미숙련노동은 일시적으로 크게 감소하였다. 그와 함께 근속기간은 유의미한 증가율을 보이고 있어 이것이 임금의 자연적인 상승분과 함께 임금상승의 주요원인일 수 있음을 짐작케 한다. 그렇다면 과연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상승은 KBS의 주장처럼 우리 청년의 3D기피 때문일까? 외국인 근속연수가 우리 청년 때문에 느는 것인가?

KBS의 보도가 안타까운 이유는 밑에 깔고 있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종주의적인 뉘앙스 때문이다. 잔업까지 포함해서 3백9십만 원을 받고 있는 고소득(?!) 외국인 노동자의 사례를 가지고 우리 청년들의 게으름을 비난하면서 동시에 외국인에게 주지 않아도 될 고임금을 준다는 그 주장이 담고 있는 시각이 인종주의적 시각이 아니라고 부정할 수 있는가? 외국인이 되었든 내국인이 되었든 받아야 할 정당한 임금을 받고 있다면 환영할 일이다. KBS는 우리 청년이 3D시장에 어서 편입되어 임금이 하향평준화 되는 세상을 바라는 것일까?

안드로이드는 기본소득을 꿈꾸는가?

안드로이드(Android)는 구글이 내놓은 모빌 기기들을 위한 운영체제다. 그렇지만 원래 이 호칭은 인간의 형태를 지닌 기계, 즉 봇과 같은 기계장치를 일컫는 말이다. 이 단어는 이미 1863년에 인간의 모습을 지닌 장난감에 관한 미국 특허장에 언급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호칭이 유명해지게 된 것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SF소설에 안드로이드가 등장하면서부터라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영화 ‘Blade Runner’의 원작인 필립 K. 딕의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가 있다.

소설에서 안드로이드의 역할은 인간의 노예다. 전쟁으로 황폐화되어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지구 대신 우주의 식민지로 이주해가는 인간들을 위해 제공되는 것이 바로 안드로이드였다. 안드로이드는 노예이기 때문에 당연히 자유가 허락되지 않았고 자유를 찾아 지구로 탈출해온 안드로이드는 주인공 릭 데카드와 같은 사냥꾼에 의해 “은퇴”당해야 했다. 인간 수준의 지능을 지닌 안드로이드로서는 억울한 일이었지만 어쨌든 안드로이드는 철저히 인간의 이익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 존재였다.

한편 현실의 안드로이드는 어떠할까? 인간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것일까? 현실의 안드로이드는 제조업, 농업, 광업과 같은 분야에서의 자동화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증기기관, 트랙터, 드릴기계 등이 바로 현실에서의 안드로이드다. 이들 안드로이드는 물질문명의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증가시켜 인류를 미증유의 풍요의 시대 속에서 살게 해주었다. 안드로이드는 분명 인간의 이익을 위해 봉사한 셈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개별 산업 그 자체에서는 반드시 좋은 반응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기계사용을 통한 대량생산은 전통적인 수공업자들을 몰락시켰다. 더 발전된 기계가 등장하면서는 대공장의 숙련노동자들의 일자리까지 빼앗았다. 이를 통해 산업사회는 거대한 실업자 집단을 낳았고 이것이 러다이트 운동과 같은 사회갈등을 증폭시켰다. 칼 맑스는 이러한 상황이 “자본의 유기적 구성 고도화”로 인한 이윤율 저하 경향과 맞물려 혁명적 상황으로 내몰릴 것이라고 예언했다. 대단한 통찰력을 지닌 관찰이었지만 현실은 어쨌든 아직 지구적 혁명적 상황에 몰리진 않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여전히 기계화, 자동화로 인한 사회적 영향은 현재진행형이다. 스마트폰의 등장은 수많은 사람들의 생산성을 극적으로 향상시켰지만 그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전통적인 산업분야 종사자도 많았을 것이다. 전기자동차 업체인 테슬라는 GM과 비교해 시가총액이 절반 수준에 달하지만 직원은 30분의 1 수준이라고 한다. 공장자동화의 영향이다. 게다가 딜러를 통한 판매가 아닌 온라인 판매 방식이라 딜러도 필요 없다. 딜러 연합은 강하게 반발하며 현대의 러다이트가 되었다.

분명 생산성의 향상은 사회적으로 긍정적일 텐데 왜 일부는 저항하는가? 기득권을 뺏기기 때문이다. 비록 궁극적으로 쇠퇴할 기득권일지라도 당사자에게는 심각한 일임은 분명하다. 사회적으로 노동시간 단축으로 이어지겠지만 특정인에게는 노동시간의 몰수이자 소득의 몰수이기 때문이다. 현실에서의 안드로이드는 이주자 전체의 노예가 아니라 기업주와 같은 소수의 노예다. 기업주가 안드로이드로부터 이득을 또 다른 노예와 공유할 생각이 없는 한 인간노예는 기계노예에게 분노감을 갖게 된다.

지난 주말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린 IT행사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인터랙티브에서는 로봇이 노동시장을 차지할 것인가가 중요한 토론주제였다고 한다. 논의 내용 중 상당수는 로봇이 멀지 않은 미래에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할 것이라 내다봤다고 한다. 칼 배스 오토데스크 CEO는 30년이 지나면 똑똑한 기계와 로봇들의 수가 인간의 수를 넘어설 것이라는 다소 성급한 예언도 내놓았다. 그의 예언이 실현된다면 정말 인간의 모습을 지닌 안드로이드 노동자가 등장하지 말란 법도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그 기계화로 인해 노동자들이 피해를 입는다면 러다이즘은 더 오랜 생명력을 지니게 될 것이다. 그런데 칼 배스가 이런 갈등을 해소할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소득이 아닌 경제 생산에 세금을 부과하거나 소득 수준을 보장하기 위해 시민들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역소득세’를 실시하는 방안이 그것이다. 전자는 미루어 짐작하건데 개인에 대한 소득세는 없애고 기업에 대한 법인세를 강화하는 방안이다. 후자의 방법은 어느 정도 익숙한 기본소득이다. 소득세 폐지, 법인세 강화, 기본소득.

물론 이것은 스스로 자동화를 통해 돈을 벌어야 하는 업체의 대표의 말이다. 이런 정책이 현실화된다면 그의 비즈니스는 더욱 탄력을 얻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 유의미하다. 사회전체의 자동화 이로 인한 노동시간 단축이 특정분야 특정인의 도태로 이어진다면 사회의 유지를 위해 보조를 한다는 개념은 수긍할만하다. 그리고 그것이 선별적인 보조가 아닌 사회유지를 위한 패러다임의 전환적 조치로서 기본소득과 같은 아이디어로 이어진다는 아이디어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안드로이드는 기본소득을 꿈꾸는가?

영화 Blade Runner의 시간적 배경은 2019년이다.

스스로 ‘노동의 유연화’ 대상이 될 경영 컨설팅 업계

요즘 프로젝트 규모가 작고 예산도 작은 기업들을 위해 간단한 해결책이 생겼다. 바로 경영대학원(MBA)생을 임시 고용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다. [중략]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생 3 명이 창업하고 투자자 마크 쿠반이 투자한 ‘아우어리너드’는 2,700 명 이상의 일류 경영대학원 출신 MBA 컨설턴트를 확보했고, 지난 9월에 서비스를 선보인 이후 약 150 건의 프로젝트를 중개했다. [중략] ‘빅 3’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 배인앤컴퍼니, BCG는 견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여전히 많은 경영대학원생들이 선호하는 직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소규모 프로젝트를 위해 MBA 프리랜서를 찾는 다국적 대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앞으로 상황이 변화할 수도 있다. [중략] 사모펀드인 ‘SFW캐피털파트너스’는 작년 가을 또 다른 MBA 중개업체인 ‘스킬브리지’를 통해 자사가 투자 기회를 평가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창출할 수 있는 적임자를 찾았다. 펜실베니아대의 와튼 경영대학원 재학생이 완료한 이 프로젝트는 약 30 시간이 걸렸고 비용은 5,000 달러 정도가 소요됐다.[전통적 컨설팅 모델 막 내리나, MBA 출신 임시 고용 증가 추세]

WSJ에 흥미로운 기사가 실려 소개한다. 전통적으로 최고급의 컨설팅 서비스로 간주되었고 그에 상응하게 높은 수수료를 받아 경영대학원 졸업생이 선호하는 직종이었던 경영 컨설팅 서비스 업계에 새로운 트렌드가 조성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요약한 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오랜 전통과 권위를 지니고 있던 맥킨지 등의 경영컨설팅사가 여전히 건재하지만, 그들의 높은 수임료가 부담이 되거나 또는 컨설팅 범위가 그리 크지 않은 기업들이 이른바 중개업체를 통한 프리랜서의 활용을 선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비즈니스 세계에서의 최상층 노동 단위에서조차 이른바 ‘노동의 유연화’나 ‘다품종 소량생산’ 등으로 대표되는 탈(脫)포디즘적 경향이 강화될 것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생각해보건데 이러한 경향은 크게 두 가지 구조적인 배경을 통해 강화될 것으로 짐작된다. 첫째, 젊은 MBA졸업생에게는 이전과 같은 쉬운 구직의 기회가 오지 않는다. 그래서 덜 숙련된 노동이지만 보다 싼 비용으로 프리랜서 활동을 하는 것을 수용한다. 둘째, 대개의 유연적 노동이 그러하듯 기술발전이 중개비용을 감소시켜 시장성이 높아진다.

과문하여 아직 우리나라에서 저러한 경영 컨설팅 업체가 등장하였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지만 앞서 말한 첫 번째 조건이 이미 사회적으로 성숙했다는 것은 개인적 경험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변호사, 회계사 등 고도 성장기에 각광받아 왔던 “고급 컨설팅 업종”의 수임료는 상당히 낮아지고 있다. 명함에 핸드폰 번호를 적지 않던 변호사의 명함에 핸드폰 번호가 적힌 지는 이미 꽤 오래 됐다. 새로 배출되는 변호사, 회계사, MBA 졸업생들은 간신히 취직을 하더라도 상후하박(上厚下薄)의 조직에 머물 것을 강요당하고 있다.

어제 쓴 글에서 강남의 학부모들이 SKY 진학을 ‘사람구실하며 살기 위한 출발점’으로 여길 것이라 했는데 그 합당한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이제 전통적인 쁘띠부르주아 계급으로 여겨지던 직종에서조차 그들의 자존심과는 무관하게 노동의 유연화와 더 낮은 임금을 강요받는 사회에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경영 컨설팅 업체가 대기업 제조공장에서의 “경직적인” 노동인력의 “비효율성”을 비판하여 요구하였을 “유연화”를 통한 탈(脫)포디즘적 전략은, 이제 스스로의 작업장에게도 적용되는 현실이 된 셈이다.

경제학에 있어서의 ‘평균’과 ‘정의’

회사를 인수할 때는 변호사들이 마지막 서류를 고급호텔에서 작성하는 동안 파티를 하면서 한 병에 백만 원짜리 샴페인을 마신다. 하지만 그 서류에는 생계를 잃는 수천 명의 직원들 이름이 들어 있었다. 그때는 그냥 얼굴도 없는 ‘이름’뿐이었다. [중략] 한번은 GE캐피탈이 어느 회사를 인수한 후 계열사인 다른 생명보험사로 자산만 옮긴 다음, 단 1명의 직원도 남기지 않고 모두 해고됐다. 지금 생각해보면 가슴이 너무 아프다. 너무 잔인했다. 내가 결정한 일은 아니지만 같이 했으니…..[김경준 저, BBK의 배신, (주)비비케이북스, 2012년, p251]

BBK사건으로 유명한 김경준 씨가 시카고 대학교 경제학 석사를 마치고 들어간 GE캐피탈에서 했던 일에 관한 묘사다. 당시 그는 GE만이 할 수 있는 가치분석 기법을 동원해 저평가된 생명보험사를 인수하는 일을 담당했다고 한다. 2년 동안 20여개의 생명보험사를 인수하였고, 이를 통해 GE는 단숨에 미국 최대의 생명보험사가 되었다고 한다. 당시 GE의 CEO는 중성자탄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잭 웰치 Jack Welch 였다. 건물은 그대로 남겨둔 채 사람만 없애는 중성자탄의 실력이 보험사의 인수에도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사람들이 정확하게 미리 인식해야 할 사실은, 경제학은 ‘평균’을 강조하기에 ‘Justice’, 즉 정의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 예를 들어보자.

Scenario #1 : 2사람 중 사람A는 100억 원이 있고 사람B는 0원이 있다.

Scenario #2 : 2사람이 각자 50억 원씩 있는 상황.

위 두 가지 상황을 비교할 때, Scenario #1에서 사람A에게 101억 원이 있으면 평균적으로 Scenario #1이 높으니 Scenario #2보다 더 좋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Scenario #1은 정의 또는 정당하게 볼 수가 없다.[같은 책, pp245~246]

앞서의 인용문을 읽고 생각난 그 앞의 글이다. 평균을 강조하는 경제학의 입장이1 생명보험사의 M&A 과정에서의 참여자들의 행태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해준다는 면에서 흥미롭다. 즉 호텔에서 서류를 작성하던 변호사들에게 그들의 작업으로 인해 직장을 잃을 이들이 눈에 밟히지 않은 이유는 그들의 눈앞에 “백만 원짜리 샴페인”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변호사 개인으로서야 당연히 한계수익이 한계비용보다 훨씬 컸을 것이고, 중성자탄 잭 웰치나 또는 평균을 강조하는 경제학자에게 실직은 문제가 될 것이 없었을 것이다.

세계 최대의 사모펀드 중 하나인 블랙스톤에 관한 책을 읽어보면 저자는 M&A 과정에서 반드시 위와 같은 살인적인 해고 등을 통한 단기이익 실현에 주력한 것만은 아니라고 항변한다. 실제로 기존 주주들과 마찬가지로 장기적인 경영전략을 통해 기업 가치를 재고하려는 노력도 적잖다. 문제는 M&A 또는 일상적인 기업 경영에서 기업 가치를 단기적으로 극대화시키는 가장 좋은 전략은 여전히 사람자르기라는 점이다. 그리고 주류 경제학이 정의에 대한 고려 없는 평균에 의한 최적화만 신경 쓴다면 이런 행태는 줄어들지 않을 것 같다.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 파업에 관하여

#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은 .. 노동자들이 고용불안, 임금착취 문제를 대화로 풀자고 공항공사에 요청하면 줄만큼 주고 있고 고용불안도 없고 비정규직 노조와는 대화 안한다며 대화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출처)

# 인천공항 파업에서 보듯 공기업내 “경쟁력 제고 논리”의 내재화는 오히려 착시현상을 일으킨다. MB의 공항 민영화 음모론자들은 “세계 최고의 공항을 왜 민영화하냐”며 이 경쟁력을 칭송했는데, 자본이 아닌 국가의 이름으로 자행된 노동탄압을 칭송한 셈이다.

# “경쟁력”은 흔히 공무원 조직의 비효율과 예산 낭비를 질타하는 무기가 되고 실제로 그런 사례가 발견되어 정당성을 강화한다. 하지만 사회적 기여도의 측정 없는 경쟁력은 자본의 이윤 추구 와 다를 바 없는 시각으로 공공성을 죄악시하게 된다는 한계가 있다.

# 이런 정서가 극단화되면 마가렛 대처처럼 “사회는 없다”는 선언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심지어 “세금 먹는 하마”라 욕먹는 민자도로조차 외부성을 가지고 사회적 효용에 기여한다. 이를 부인하지 않고 타당한 평가지수를 도입하는 것이 갈등 해결의 한 축이다.

# 공공성을 위해 요금을 못 올리는 코레일은 정부로부터 공공기여의무(Public Service Obligation) 보조금을 받는다. 객관적인 평가지표가 마련된 이런 보조금을 공기업이나 혹은 MRG 대신 민자사업에 도입해보는 것도 한 대안이 될 것이다.

한국의 자영업자가 처해 있는 현실

필자는 홍대 정문 인근에 있는 건물 2층의 35평짜리 매장을 임대하는 데 보증금 7,000만 원에 월 374만 원(부가가치세와 관리비 포함)을 내야 했다. 보증금에 대한 이자까지 환산한다면 월 400만 원 정도를 임대료로 내고 있었던 것이다. 매출이 아무리 늘어도 550만 원 이상 나오지를 않았으니 돈이 모일 리 만무했다.[골목사장 분투기, 강도현, 2012년, 인카운터, pp34~35]

파생상품 트레이더라는 일자리를 박차고 나와 카페를 차렸던 저자의 체험기 중 일부다. 자영업자들을 “알래스카의 레밍떼”같다고 표현한 저자가 스스로 레밍이 되고나서 벌어진 결과다. 매출에서 임대료를 차감하면 150만 원이 남는데 그 돈으로 음식재료비에 직원 월급 주고 했다는 이야기인데 얼마나 궁핍한 비즈니스였을지 눈에 선하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이런 상황은 자영업자들 대부분에 해당된다고 하는데, 한 가지 의문은 그런데도 왜 임대료가 내려가지 않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한 저자의 대답은 호황기에 오른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있고, 정부가 이를 부추기고 있고, 자영업자는 계속 늘고 있으며, 지주 역시 은행에 대해 채무자이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한 건물주는 20억 원대 상가 건물을 소유하고 있었지만 월 1,000만 원이 넘는 임대료를 받아 거의 대부분을 은행 이자로 내고 있다. 그는 지난해 은행과 협의해 건물을 은행에 넘기는 조건으로 모든 채무를 면제받았다. 허탈하기도 할 텐데 그는 “이제 빚 걱정 안 해 속이 시원하다”고 말했다.[같은 책, p35]

결국 호황기에 지주가 되었든, 자영업자가 되었든 신용창출을 통해 인플레이션의 고속도로에 올라탔는데, 이제 그 도로가 정체 혹은 디플레이션의 구간으로 접어들었음에도 관성의 법칙에 의해 그 패턴은 어느 정도 지속되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모든 지주에게 해당되지 않더라도 우리 부동산 시장에서 어느 정도 일반적 패턴이었음은 분명하다.

자영업자의 운영비를 살펴보면 임대료와 부채 원리금이 우선적으로 내야할 돈일 것이다. 카페를 하고 있다면 식재료비가 그 다음, 직원을 고용한다면 임금이 다음을 차지할 것이다. 임금수준은 “최저임금”이 기준이다. 자영업자가 한계상황에 몰린다면 최저임금에 대해 불만을 가지거나 임금을 체불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는 5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7.2% 인상하기로 한 것은 어려운 경영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조치라고 비판했다. [중략] 중기중앙회는 논평에서 “이번 최저임금 대폭인상은 임금의 지불 주체인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현실을 모르는 처사”라고 지적했다.[경총.중기중앙회 “최저임금 인상, 기업 현실 외면”, 연합뉴스, 2013.7.15]

즉, “자본가”라는 계급적 본질을 가진 자영업자는 “어려운 경영 현실”에 대해 금융자본이나 지주를 압박하지 않는다(또는 할 수 없다). 대신 노동자의 임금을 체불하거나 정부의 정책을 압박함으로써 경영 효율을 꾀하려 할 때도 있다. 업주의 선의로만 해결할 수 없는 계급갈등의 최전선에 영세한 자영업자가 놓인 셈이다. 여러모로 불편한 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