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국유화에 대한 부질없는 이념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 어느새 국유화의 실현가능성은 우리 코 앞에까지 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현재 보유 중인 450억달러 규모의 씨티그룹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최대 40%의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씨티그룹 경영진은 정부가 보통주 지분을 25% 정도 갖기를 원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美씨티그룹 국유화…우선주->보통주 전환 협상, 한국경제, 2009.2.23]이와 함께 씨티는 싱가포르, 중동 등의 국부펀드들이 투자한 우선주에 대해서도 보통주로의 전환을 요청할 계획이라 한다. 그렇다면 왜 씨티는 자진해서 국유화를 요청했을까? 주요하게는 은행의 전체부실이 현재의 대차대조표 상으로는 헤아릴 수 없다는, 소위 장부외(off-balance)거래의 부실자산 규모에 대한 공포감이다.
단순히 자본확충을 통한 대출여력의 증가를 목적으로 한다면1 정부의 우선주 매입만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대차대조표 밖의 파생상품과 증권화상품의 부실화를 통제할 수가 없다. 결국 최종대부자인 중앙은행, 나아가 그 뒤의 국가가 방파제 역할을 해달라는 이야기다. 이제까지 논의되던 배드뱅크를 넘어선 이야기다.
사실 부시 행정부는 금융기관에 대해 모순된 행동을 보여 왔다. 한편으로 금융기관의 회계투명성을 강조하면서도, 다른 편으로는 시가회계 기준을 적용하지 않기로 하는 등 은행의 부실을 감추어주었다. 시가회계 기준을 적용하지 않으면 현재의 부동산 가격 하락이 자산실사에 드러나지 않게 되므로 회계 투명성은 말로만 떠드는 꼴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시장은 사실상 씨티가 자본잠식 상태에 들어간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주식은 휴지조각이 되어버렸다. 따라서 1) 애초 부실자산 규모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도 없고 2) 그 부실자산의 매입가치를 측정할 수도 없고 3) 그 실효성 여부도 불투명한 배드뱅크는 금융위기의 탈출방법이 아니었음이 명확해진다.
어제의 미증시 폭락은 어떻게 보면 은행 국유화의 가능성이 그만큼 더 높아졌다는 시장의 불안감을 반영한 것이다. 국유화가 일시적이든 영구적이든 결국 그들의 주식을 상장한 금융기관들의 수익(곶감 빼먹기)의 가능성이 줄어들게 될 것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대해 재무부는 “금융부분 안정을 위해 더 많은 자금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지만, 금융 시스템은 민간 소유로 남아 있어야 한다.”며 여전히 시티그룹이나 BOA 등의 국유화를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많은 투자자는 경기 침체로 인한 은행의 심각한 손실이 지속되면서 그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믿는 분위기다.[미국 증시 폭락… 12년來 최저치 기록, 서울신문, 2009.2.24]
- 2009년 1월말 현재 미국 상업은행들의 대출잔고는 7조6백억 달러 정도로 3개월 만에 2천억 달러가 줄어들었다. [본문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