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cut!

앞으로 몇 개월 동안, 온 나라의 정치인들은 대규모 적자를 피하고 예산균형을 맞추는 것은 가난한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들어내고, 중산층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고, 노동권을 제거하고, 공공의 이익에 봉사하는 정부의 능력을 훼손해서만이 가능하다고 말할 것이다. 이것은 거짓말이다. 미국은 세계 역사상 가장 부유한 나라이다. 그리고 소득불평등은 1920년대 그 어느 시기보다도 높은 상태다. “2007년의 상위 1퍼센트의 세대가 소득의 23.5%를 집으로 가져간다.”[You Have More Money In Your Wallet Than Bank Of America Pays In Federal Taxes]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는 부자나라든 가난한 나라든,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가리지 않고 호황기 시절 방만했던 예산운용으로 말미암아 피폐해진 정부재정을 추스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재정건전성 확보 그 자체로는 잘못된 것이 없다. 문제는 위 인용문에서 주장하고 있듯이 재정적자를 주로 기존의 복지체제와 노동자 권리의 훼손을 통해 메우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재정건전성 확보 방안은 실로 간단하다. 더 많이 걷거나 더 적게 쓰거나 둘 중 하나다. 그런데 많은 나라들은 세금증액에 따른 경기부진 우려와 정부기능 확대에 따른 부작용 등을 핑계로 전자의 방법을 회피하고 있다.

하지만 위 인용문의 주장처럼 소득불평등이 그 어느 시절보다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 불평등을 적절한 세금정책을 통해 완화시키고 있지 못하다면, 그리고 그 돈이 관변학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적하효과(trickle down effect)를 통해 경기활성화에 기여하고 있지 않다면, 지금 한시라도 빨리 그 시스템을 손보는데 주저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러한 요구가 최근 영국과 미국 등지에서 대중적으로 분출되어 집단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는바, 바로 12명의 평범한 영국인이 펍에서 술을 마시다 결성하게 된 UK Uncut과 – 이에 영감을 얻어 조직된 – US Uncut 이 대표적인 단체들이다.

이들의 조직명에서 Uncut은 익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이, 인민들에 대한 복지 프로그램의 삭감을 중단하라는 요구다. 그렇다면 어떻게 기존 프로그램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바로 세금을 내지 않고 있는 기업과 수퍼리치들에게 실질적인 과세를 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다. 영국은 보수당 출범 이후 “그동안 법을 너무 흑백론으로 해석했다”고 사과하며 보다폰(Vodafone)에 대해 과세해야할 막대한 세금을 감면시켜주었다. 오바마는 부시가 저질러버린 대규모 감세를 연장했다. 다만 그는 엄청난 특혜를 받고 있는 대기업의 법인세를 꼭 손보겠다고 다짐했다.

“만약 이 단 한 기업이 그들의 세금을 낸다면, 거의 모든 우리 인민들이 그들의 집에서 쫓겨나는 상황을 면하리라고 생각한다는 것은 우리로서는 명백합니다.” 시위대 중 하나인 샘 그린의 말이다. “우리는 서비스를 중단하는 것 이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말을 계속 듣고 있습니다. 이 말은 쓰레기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해야만 하는 일을 결정했습니다.”[How to Build a Progressive Tea Party]

상황은 단순명료하다. 지난번 ‘사악한 구글과 미련한 아일랜드’에서도 알아본 바와 같이 기업들은 더 많은 수익을 올리면서도 더 적은 세금을 낸다. 세금을 내는 개인은 그들의 몸을 한국에서 일하는 나1과 세금을 회피할 수 있는 조세회피지역에 있는 나2로 가를 수 없지만, 세금을 내는 기업은 그게 얼마든지 가능하다. 대표적인 그 방법을 통해 구글, 보잉, 엑슨모빌과 같은 기업들은 천문학적인 수익을 내면서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 뱅크오브어메리카, 웰스파고와 같은 금융기업은 금융위기에 따른 적자가 크다며 세금을 내지 않는다. 그 대신 막대한 금융구제 보조금을 받는다. 그리고 임원들은 보너스도~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금융과 기업제도의 세계화, 그리고 기업정치의 강화로 말미암아 점점 더 개별정부가 – 심지어 상당한 권한을 가진 서구국가의 중앙정부라 할지라도 – 기업들의 절세(?)를 막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더 나아가 우익 정부가 들어서면 그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세금감면을 남발한다. 그 대신 그들은 손쉬운 방법으로 흩어져 있는 다중의 돈을 뜯어내는 복지 프로그램 삭감, 노동자 탄압 등을 통해 재정건전을 달성하려 든다. 대표적인 사례가 위스콘신 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동자 파업이다. 하지만 주정부 재정악화의 원인이 대기업 특혜에 있음은 또 하나의 진실이다.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가 워스콘신 시위자들에게 연설. 미국은 파산한 것이 아니라 넘치는 부가 소수자들에게 이전되었을 뿐, 위스콘신투쟁은 단지 시작일 뿐이라고 역설했다. 미국현실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다.[김세균 교수님의 트윗 중에서]

중동과 같은 제3세계에서 인민들의 저항이 번지면 서구세계는 인민들의 저항이 그들의 이해관계에 도움이 되는 한은 독재자에 대한 혐오와 서구식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라며 환영했다. 하지만 최근의 저항이 이전과 같지 않음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모든 혁명은 경제적인 것이었으며 최근도 그러하지만 제3세계를 괴롭히고 있는 경제위기의 원인이 자기들 나라에서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약간의 차이가 있다면 나라의 부를 독재자 가족이 차지하느냐 기업집단이 차지하느냐 정도다. 그런 면에서 오바마는 리비아의 독재자 축출을 위해 힘쓸 시간이 없다. 저항이 코끝에 와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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