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이 무한도전의 새로운 패널이 되어도 시원찮을 후보가 지지율 50%를 넘고 있다. 범여권이니 뭐니 잔챙이 후보들은 그야말로 감히 바라보지도 못할 빛나는 지지율이다. 한나라당과 이 후보의 후원세력들은 요즘 표정 관리하느라 여념이 없을 것이다. 서울역에서 좌파정부 물러가라고 태극기 흔들면서 고래고래 소리치셨던 분들은 아주 살맛이 날 것이다. 반대로 대통령 이명박을 상상하기 싫은 이들에게는 요즘만큼 약 오른 때도 없을 것이다. 필리핀이고 인도네시아고 비행기 편을 알아보고 계신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50% 지지율을 넘는 상상초월 대통령 후보가 하루아침에 태어난 것은 아니다. 차근차근 오랜 기간 대권의 꿈을 향해 달려온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고난과 역경의 가시밭길에서 모난 돌 골라주며 이명박 후보를 보살펴 주고 키워준 이는 사실 애석하게도 한나라당의 수뇌부나 박근혜씨가 아닌 노무현 정부다.
언젠가 회사의 회식자리에서도 동석한 부장이 ‘좌파 정부의 종식’을 위해 건배하자고 하여 나 혼자 실실 웃었지만 정말 노무현 정부가 좌파 정부였으면 이명박 후보는 대권에 접근도 못했을 것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말로는 ‘좌파’라고 청와대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눈물 흘리던 이 정부가 실은 이 나라를 신자유주의의 놀이터로 만든 주범이었으며 그러한 토양 위에서 자연스럽게 신자유주의의 무한경쟁 이데올로기를 완성시킬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 적임자로 대두된 것이라는 이야기다.
서민의 이미지에 서민의 애환을 보듬어 줄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출범한 이 정부가 지난 5년간 저지른 과오는 열거하기도 벅차다. 비정규직 양산의 토대가 된 노동악법을 만들어냈고, 그 억울함을 호소하는 노동자들을 무차별 검거하고 폭행하였으며, 남한 땅을 미국의 거대자본의 손아귀에 넘겨줄 한미FTA를 초치기로 완성하였고, 어눌한 부동산 정책으로 온 나라를 투기의 현장으로 만들어버린 정도가 대표적인 업적(?)이다. 그러면서도 엉뚱한 곳에서는 하나마나한 평등주의를 외쳐 보수 세력의 인심은 인심대로 잃고 말았다. 즉 행동은 ‘우익’이면서 레토릭만 ‘좌익’이 되어버린 ‘주댕이 좌파’가 바로 이 정부의 자화상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좌파 정부’ 종식시키겠다는 보수우익 아저씨는 울분에 찬 마음으로, ‘주댕이 좌파’에 질려버린 꿈을 잃은 젊은이는 자포자기적 심정으로 함께 두 손 모아 이명박을 지지하게 된 것이다. 새로운 코미디 양산지가 되어버린 대통합민주신당의 후보들의 공약을 보라. 이 후보의 공약이 막가파여서 그렇지 같이 함께 묶어 이면지로 써도 어색하지 않을 초록동색의 신자유주의 공약들이다. 다만 일부 범여권 후보들의 공약에 형식적으로나마 어설픈 복지공약이 들어 있을 뿐이다.
요컨대 범여권과 한나라당은 대척점이 없다. 얼마나 대척점이 없으면 한나라당 후보가 어느날 개혁후보랍시고 범여권 경선에 떡 하니 등장하겠는가. 지난 5년간 내내 그랬다. 하나는 ‘가면을 쓴 보수’였고 하나는 ‘수구적인 보수’여서 국회에서 싸우고 2차로 술집 가서 형님 동생하며 어울렸으니 이에 질려버린 국민들이 ‘가면 안 쓴 솔직한 보수’를 밀어주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그러니 사실은 이명박 후보가 바로 '범여권' 후보인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차별화된 문국현 후보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5만 당원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노쇠한 이미지의 권영길 후보가 당지지율마저 갉아먹고 있는 마당에 현대판 로버트오웬 문국현 씨가 지난 대선 노무현 대통령이 써먹었던 ‘진보’의 이미지로 포장되어 나섰다. 아마도 현 시점에서는 ‘보수’ 이명박에 대한 유일한 대항마인 것 같다. 범여권의 지렁이 후보들은 ‘진보’ 이미지를 써먹을 수 없을 만큼 유탄을 많이 맞았기 때문이다.
연말에는 아마도 매우 확률 높게 정권이 바뀌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암울해 할 것 같다. 그렇게 된다 하더라도 위안거리가(?) 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범여권의 후보들이 대통령이 되어도 ‘신자유주의 무한경쟁의 폭주기관차’는 정상적으로 운행될 것이었으므로 누가 대통령이 되었는가는 중요하지 않았다고 냉소를 지을 수 있을 정도일 것이다. 물론 이 후보가 되면 대운하 공약 폐기하고 발뺌하느라 한바탕 쇼를 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10월 19일 덧붙임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블로그에 손석춘 원장께서 올리신 글 중에 위 허접한(!) 제 글을 축약해서 표현해주는 문구를 발견하고 퍼옵니다. 글의 나머지는 이명박 후보를 까는 내용이니 현 정부의 지지자는 제 글보다는 읽기에 편하실 겁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 http://bloggernews.media.daum.net/news/392491
그래서다. 이명박의 정책과 날카롭게 각을 세운 정치세력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 노골적 신자유주의자임을 아예 과시하듯 드러내는 후보 앞에서 ‘진보적 신자유주의’ 따위의 어설픈 사고나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의지 박약을 보일 때가 아니다.
다시 한번 왜 이명박 후보가 노무현 정부가 키운 후보인지 말씀드리자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