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 민영화에 관한 오해 몇 가지 (1)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민영화’라는 개념은 이명박 정부의 경제노선을 가장 포괄적으로 설명하는 단어가 되어버린 것 같다. 대운하도 민영화를 통해, 공기업도 민영화를 통해, 의료보험도 민영화를 통해, 수돗물도 민영화를 통해 개발하여 경제를 부흥시키겠다는 로드맵이 일부는 정부 그 자체의 발언을 통해 일부는 반대세력의 발언을 통해 국민들의 뇌리 속에 자리 잡아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중에게 대운하는 국토유린이라는 공포감을, 공기업 민영화는 대량감원이라는 공포감을, 의료보험 민영화는 Sicko에서 볼 수 있듯이 돈이 없어 버려야 하는 자신의 잘린 손가락이라는 공포감을, 그리고 수돗물 민영화는 하루 14만원에 달하는 물 값이라는 공포감을 안겨주고 있다. 사실이 이렇다면 정말 이명박 정부 치하는 지옥 그 자체다.

나는 이중에서도 여러분들의 이해를 돕고 또 나 스스로의 생각의 정리를 위해서도 수돗물 민영화에 대한 진실과 오해를 주제로 하여 몇 개의 별도의 글을 통해 시리즈 형식으로 글을 적어보도록 하겠다.

첫 번째 오해 : 수돗물 민영화는 이명박 정부의 발명품?

지난 대선의 열기가 달아오를 즈음부터 어느 샌가 ‘이명박 = 민영화’의 공식이 자리 잡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명박이 다른 보수진영 후보에 비해 “두드러지게” 민영화에 대해 적극적이었다고 볼만한 개연성이 당시로서는 그렇게 많지 않았음에도 이 이미지는 유권자 – 특히 이명박의 반대자 – 들에게 꽤나 광범위하게 유포되었다. 그리고 물론 이명박은 집권 후에 민영화의 칼을 본격적으로 빼어든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적어도 수돗물에 관해서만큼 이명박 혼자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것은 너무 부당한 일이다. 즉 수돗물 민영화의 초석을 다진 것은 현재 쇠고기 파동의 원인인 한미FTA가 그러하듯이 노무현 정부 시절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의도적이던 의도치 않았던 간에 이른바 ‘수돗물 민영화’는 적어도 인터넷 공간 안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순수 창작품으로 혼자 독박 쓰고 있는 상황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다음 인용글을 보면 이는 사실과 다름을 알 수 있다.

“지난 2006년 2월 14일 환경부, 건설교통부 및 산업자원부는 국내 물산업을 고도성장을 견인하는 핵심미래산업화하고 이를 통해 우리나라가 2015년까지 글로벌 물산업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물산업 육성방안’을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하였다.”[“미래 전략 산업, ‘물산업’ 육성방안”, 김덕진/환경관리공단 상하수도지원처 팀장, 그린삼성 웹진 2006년 봄호]

이 글에서 분명히 알 수 있듯이 수돗물을 포함한 국내 물관련 시설을 “산업화”하겠다는 구상의 ‘물산업 육성방안’은 당시 대통령이었던 노무현 씨가 의장으로 있던 국무회의의 의결을 통해 최종 확정된 사안이었다. 그러니 그 육성방안의 최종완성품인 물산업지원법을 6월에 입법예고하려는 이명박 정부는 그 옳고 그름을 떠나 적어도 수돗물 민영화에 있어서만큼은 노무현 정부 정책의 계승자인 셈이다.

이 오해는 무엇이 문제인가

사실 이러한 오해 – 또는 곡해 -에서 파생되는 문제는 지금의 美 쇠고기 수입 반대 운동이 자연스럽게 한미FTA의 부당성과 더 나은 대안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문제와 유사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할 수 있다. 즉 현 저항의 상당수 주장은 ‘이명박이라서 문제다 노무현은 그렇지 않았다’식의 과거의 향수에 젖은 유의 주장이 득세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신자유주의 노선의 전면화를 치적으로 내세운 노무현 정부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다. 그러니 ‘쇠고기는 두렵지만 FTA는 모르쇠’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수돗물 민영화도 비슷한 처지가 될 공산이 크다. 물론 이 사안에 대해서는 그 중심운동세력이 쇠고기 문제와 달리 좀 더 좌파적 경향을 띈 단체에 의해 주도될 공산이 크긴 하지만 그 대중화를 위해 동원되는(?) 자원들은 여전히 수돗물 민영화가 순수한 이명박의 죄과라는 오해를 하게 될 것이고 결국 그 경향은 反신자유주의라는 기치보다는 反수구 또는 反한나라당 정도의 행보에서 그칠 개연성도 무시할 수 없다.

p.s. 사실 개인적으로 수돗물 민영화에 대해서는 – 더불어 총체적인 민영화 반대 운동에 대해서 – 현재 득세하고 있는 反이명박 위주의 세력뿐만 아니라 자칭 ‘좌파 세력’의 주장에도 일정 정도 불만이 있다. 이는 차차 – 기회가 될 때 – 이야기하기로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