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의 “더 많은 세금”은 올바른 해법인가?

“부자들이 항상 이야기하길, 알다시피, 우리에게 더 많은 돈을 주면 우린 나가서 돈을 더 많이 쓸 것이고, 그러면 그것들은 나머지 당신들에게 모두 흘러들어갈 거예요.” 버크셔해서웨이의 CEO 버핏이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요. 그리고 미국 대중이 알아차렸으면 합니다.”[The Real Story Behind Those “Record” Corporate Profits]

하바드비즈니스리뷰의 편집책임자 저스틴 폭스(Justin Fox)의 주장에 다르면 세금이 걷혀지지 않는 상황이 단순히 보수정부의 세금감면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기업이윤의 비중이 점점 더 금융업과 다국적 기업에서 창출되고 있는 구조로 변해가고 있고, 이것이 더 적은 세금징수로 귀결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금융업은 제조업과 달리 다양한 금융상품과 구조화 금융 덕분에 여러 가지 세금혜택을 누릴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수입의 주요부분을 담당하는 부문을 조세피난처로 옮겨 세금을 얼마든지 피할 수 있다. 또한 다국적 기업들 역시 다양한 세금혜택을 좆아 미국 이외 지역에 적은 세금만으로 기업을 운영할 수 있고 이를 잘 활용하고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 미국의 국민소득(national income)은 늘어도 국내소득(domestic income)은 줄어들게 된다. 자연히 기업이 낼 세금은 줄어든다. 또한 고용창출효과가 큰 제조업 부문이 줄어들게 되면서 근로소득도 줄어 자연히 세금은 더욱 줄어들게 될 것이다. 자본의 세계화가 제1세계 국가에게도 별로 이롭지 않음을 말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자본의 세계화’는 제3세계에게는 혜택일까? 중국, 인도, 그리고 망하기 전의 아일랜드와 같은 몇몇 나라들은 대외 개방경제, 특히 해외직접투자로부터 혜택을 받은 사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나라들은 – 위에 언급한 나라들조차 – 미국 노동자들보다 훨씬 적은 임금으로 동일한 노동을 해야 하는 혜택을 받았을 뿐이다.

한편 ‘경제저격수의 고백’의 저자로 유명한 존 퍼킨스가 CNN기사를 인용하여 주장한 바에 따르면 미국기업의 2/3와 해외기업의 68%가 2조5천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으면서도 연방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그 결과 전체 연방세에서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943년 40%에서 2003년 7%로 급감하였다 한다.

요컨대 미국의 자본이 금융자본화/세계화되면서, 그리고 국내정치가 금권주의화되면서 기업의 이윤은 계속 상승하여도, 그 이윤은 미국내 제조업을 통한 부의 창출보다는 다른 국가로부터의 노동착취, 더 적은 세금납부를 통해 달성하였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러한 구조적인 상황은 문제가 부자들의 자애로운 납세만으로 해결되기 어려움을 말해주고 있다.

또한 이러한 미국자본의 복잡한 사정을 촉진한 것은 “더 많은 세금을”을 외치고 있는 워렌 버핏과 빌 게이츠가 가속화시킨 상황이기도 하다. 그들 스스로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대변하며 금융의 세계화와 자본주의 제조업의 국제적 수직계열화의 산 증인이기도 하다. 그들은 세금을 더 내자고 할게 아니라 자신들의 기업경영 스타일을 바꿔야 한다.

‘설국열차’라는 만화가 있다. 얼어붙은 지구를 끝없이 달리는 열차에 앞 칸은 부자들이 뒤 칸은 빈자들이 타고 있다. 부자 들은 열차속도를 높이기 위해 뒤 칸을 떼어내려 한다. 그 만화를 보며 부자는 빈자의 도움으로 살아가는 현실에선 그런 상황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세계화로 파편화된 미국에선 그게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미국 부자들은 다른 설국열차의 뒤 칸을 착취하면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