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고전적인 아가사 크리스티 풍의 세팅이 맘에 든다. 여러 국적의 유럽인들이 모여서 저마다의 우아함을 뽐내지만 결국은 잿빛 세포의 소유자인 에큘 포와르라는 탐정의 명민함 앞에 무릎 꿇게 되는 결론 부분의 회합 부분이, 이 소설에서도 세계 최대의 여객선 리바이어던의 윈저홀에서 오마쥬처럼 재현된다. 그렇지만 아쿠닌은 한걸음 더 나아가 프랑스인 고슈 경감이 연출하고자 했던 그 장면이 대망의 하이라이트가 아니라 오히려 이후의 추가적인 사건을 예고하는 암시였을 뿐이라는 것을 밝히며 일종의 변칙플레이를 시도한다. 그 시도 역시 제법 맘에 든다. 이외에도 단순히 고전을 답습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변칙플레이는 다양한 인칭을 사용한 글의 서술방식에서 발견할 수 있다. 주인공인 에라스트 판도린을 제외한 여러 명의 탑승객은 일기 또는 편지를 쓰면서 사건을 자신의 시각으로 서술하고 있다. 이러한 입체적 조명은 내 어설픈 단편에서도 가끔 시도되었던 것이지만 글을 입체적으로 부각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장치다. 잘만 쓰면 꽤 쓸 만하고 이 소설 역시 그 시도는 성공적이었다. 특히 외로운 동양인 아오노에 대한 묘사는 당시 유럽인들의 인종적 편견에 대한 고발 형식을 띠면서도 웃음을 선사하는 그런 것이었다. 국내에 아쿠닌의 추리소설이 두 편 소개되었다고 하는데 이 소설은 그 중 한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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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적 방식의 ‘역사’추리 소설이라니… 흥미가 당기네요. 일단 카트에 추가.
글쎄요. 일단 몇몇 역사적 사실이 언급되기는 하지만 딱히 그것때문에 이 소설을 역사소설이라 정의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저 개인적으로는 아가사 크리스티적인 세티이 가장 맘에 든답니다.
[...] 3인칭의 관점으로 서술하고 있다.(비슷한 방식으로는 보리스 아쿠닌의 ‘리바이어던 살인’이 떠오른다) 관건은 이 방식이 독자의 몰입에 도움이 되었는지의 여부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