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 : 유니콘호의 비밀’ 리뷰

사실 스티븐 스필버그와 피터 잭슨이라는 두 걸출한 이야기꾼이 에르제 원작의 ‘땡땡의 모험’을 영화화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기대 반 우려 반의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두 거장의 그 동안의 영화 만드는 솜씨로 보면 ‘땡땡의 모험’을 영화화하는데 있어 가장 적임자이긴 하지만(특히 피터 잭슨), 유럽대륙 내에서야 – 특히 불어권 – 국민적 캐릭터에 가까울 정도로 숭앙받는 존재인, 이 유럽적인 캐릭터가 할리우드에 입성하게 되면 어떠한 캐릭터로 바뀔 것인가에 대한 우려도 있었기 때문이다.

극장에서 이 영화를 감상한 결과, 처음의 예상이 어느 정도 맞아떨어졌다. 모션캡처를 활용한 현란한 그래픽, 3D를 통해 극대화한 모험의 세계, 땡땡 시리즈의 재밌는 에피소드를 조합한 무리 없는 이야기 진행, 거기에 나름의 에피소드를 새로이 넣어 엮어낸 솜씨(예로 하독 선장과 사카린의 크레인 싸움) 등은 ‘과연 스필버그구나’하는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영화의 미덕이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한정된 시간 안에 땡땡을 관객에게 처음 소개하는 과정에서의 몇몇 무리수가 보인다는 점이었다.

가장 아쉬운 점은 사실 땡땡이 과연 주연이 맞는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그의 비중이 약했다는 점이다. 몇몇 감상에서는 ‘이 영화가 스노위의 모험이냐?’ 할 정도로 땡땡 보다는 그의 애견 스노위의 역할이 두드러져 보인 것이 사실이다. 극의 내러티브에 있어서도 – 이건 에피소드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불가피한 것이기도 하겠지만 – 결국 하독 선장의 가족사가 두드러졌고, 자연히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하독 선장과 사카린의 크레인 싸움이 되어버렸다. 땡땡은 조력자의 위치에 머문 셈이다.


영화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스노위

에피소드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스필버그가 ‘유니콘의 비밀’과 ‘레드 라캄의 보물’을 원작으로 고른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스필버그가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에서부터 추구해오던 것은 보물을 찾아나서는 모험이라는 소재였다. 위 두 에피소드는 땡땡의 다른 어떤 에피소드보다 이런 스필버그의 구미에 잘 맞는 에피소드다. 거기에다 ‘해적’까지 등장하니 더할 나위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가 식민지 중국에서의 땡땡의 항일투쟁을 소재로 한 ‘블루로터스’를 고르지는 않았을 것 같다.

이 과정에서 스필버그와 땡땡의 만남이 어떻게 가능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스필버그의 최대 히트작 중 하나인 ‘인디아나 존스’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소개 팸플릿에서는 조지 루카스의 입을 빌어 인디아나 존스의 오리지널 모델을 땡땡으로 삼았다는 인용구가 나온다. 우리 매체도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는데, ‘땡땡과 인디와의 관계’라는 외신을 보면 약간 이야기가 다르다. 즉, 애초 스필버그는 땡땡의 존재를 몰랐지만 뒤늦게 유사성을 알게 되어 영화화를 마음먹었다는 것이다.

The connection between Tintin and Indy: When Spielberg was reading French reviews of Raiders, he saw that a lot of them kept mentioning something called Tintin and the parallels between the two. Spielberg who had never read the comics, immediately sought out Remi’s work and after reading through, immediately wanted to adapt Tintin to the big screen. Tintin, he asserted has been “30 years in development.”
땡땡과 인디와의 관계 : 스필버그가 레이더스의 프랑스 쪽 리뷰를 읽었을 때, 그들 중 상당수가 땡땡이라 부르는 어떤 것을 언급하고 둘 간의 유사성에 대해서 말하는 것을 보았다. 스필버그는 그 코믹북을 읽은 적이 전혀 없었기에, 즉시 레미의 작품들을 구해보았고, 그것을 읽은 후에 땡땡을 즉시 빅스크린에 적용하고 싶어졌다. 그가 확신하길 땡땡은 “30년간 개발 중이었던 것이다.”[RAIDERS OF THE LOST ARK Los Angeles Screening Recap With Steven Spielberg and Harrison Ford; Updates on INDY 5 and More]

스필버그가 ‘땡땡을 알고 인디를 만들었는가 아니면 인디를 만들고 땡땡을 발견했는가?’라는 호사가적 호기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어쨌든 중요한 사실은 애초에 스필버그가 땡땡에게서 원한 것은 ‘어린 인디’였다는 점이다. 그러한 점에서 땡땡은 ‘블루로터스’나 ‘땡땡과 피카로스’에서처럼 정치적이어서도 안 되고, ‘아메리카에서의 땡땡’처럼 느와르 적이어서도 안 되고, 더욱이 ‘콩고에서의 땡땡’처럼 인종주의적이어서도 안 되는 인물이어야 했다. 남은 선택은 해적의 보물을 찾아 나선 ‘어린 인디’였다.

요컨대 이번 작품이 땡땡을 잘 아는 유럽인들에게는 향수를 자극하는 작품으로 흥행요소가 되었겠지만, 땡땡을 잘 모르는 이들에게는 할리우드에 처음 입성한 유럽 출신 배우가 인디아나 존스를 흉내 낸다는 느낌을 받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 점이 스물 세편에 달하는 에피소드를 관통하는 그의 캐릭터에 익숙지 않은 대다수에게 어필할 수 있는 편리한 방법으로, 할리우드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땡땡을 불어권의 캐릭터가 아닌 영국 캐릭터로 만든 불가피한 타협으로 이어진 셈이다.

p.s. Tintin을 어떻게 부를 것이냐 하는 문제도 땡땡의 팬들에게 곧잘 화제가 되곤 하는데, 현지에서는 ‘땅땅’에 가깝게 발음한다. 영어로는 이번처럼 당연히 ‘틴틴’이라고 하고, 우리나라 팬들 사이에서는 ‘땡땡’이라고 발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

5 thoughts on “‘틴틴 : 유니콘호의 비밀’ 리뷰

  1. 사실 저 영화 나온다는 광고 들었을 때부터 푸그님의 리뷰가 있을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저야 영화관에 갈 시간이 없는 사람이라 또 올레TV에 언제 나오나 그거 기다려야겠지만요.. ㅠㅠ
    결론은 “봐도 후회할 영화는 아니다”인 것 같은데 맞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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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ticky Post author

      아~ 제 리뷰는 어디까지나 좀 삐딱한 리뷰일 뿐입니다. 오락영화로는 더할 나위없이 재밌는 작품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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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sticky Post author

    여섯살 아이가 보기엔 좀 복잡한 스토리였지.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중학생 정도 까지가 주타겟층이 아닐까 생각되는 수준인데~ 크래인 액션은 펜싱 결투를 근사하게 형상화한 – 마치 일본 애니메에서 인간 끼리의 결투를 건담같은 로봇 끼리의 대결로 형상화한 것 같은 – 에피소드가 아닌가 싶어. 영화의 백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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