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의 눈길을 끈 두 개의 보고서

성장에 단독으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하위 중산층 및 빈민층 가구와 나머지 사회 사이의 점증하는 차이이다. 교육이 관건이다. 빈자들이 교육에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 성장을 해치는 불평등 뒤에 숨어 있는 주요 요인이다. [중략] 보고서는 불평등이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메커니즘이 가난한 사회경제적 배경 출신의 아이들의 교육기회를 손상시키는 것, 사회적 이동성을 저감시키고 숙련기술 개발을 저해하는 것이라는 새로운 증거를 발견하였다. [중략] 성장에 따른 불평등의 효과는 단순히 나머지 사회와 가장 가난한 10% 사이가 아니라 하위 40%와의 사이의 갭에서 기인한다. OECD는 반(反)빈곤 프로그램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말하고 있다. 현금 증여와 고품질의 교육, 트레이닝, 헬스케어와 같은 공공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제고가 장기적으로 기회에 대한 더 많은 평등을 창출하는 핵심적인 사회적 투자이다. 보고서는 또한 세금이나 사회적 급여와 같은 재분배 정책이 경제적 성장을 저해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 이러한 정책들이 잘 설계되어 목표를 정하고 실행되었다는 것을 전제로 말이다.[Inequality hurts economic growth, finds OECD research]

OECD의 최신 보고서는 불평등이 경제 성장에 명백하게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 그 배경은 주요하게 자녀교육의 기회를 박탈하여 사회적 이동성을 제약한다는 것, 이 경제적 불평등은 하위 40%에게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 상황을 개선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광범위한 공공 서비스가 실천되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이 정책이 잘 설계만 된다면 경제성장을 저해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주장하고 있다. 내 짐작에 경제 자유주의자들은 그들의 사상적 전제를 무너트릴지도 모를 상황 때문에 이 보고서의 상당 부분을 거부하지 않을까 싶다.

예로, 인용한 OECD의 글을 읽고 있자니 오늘자 주요언론에서 보도한 한국경제연구원의 보고서 소식이 떠올랐다. “급격히 떨어지는 잠재성장률, 이민확대가 해법”이라는 이 보고서는 한국의 현재와 같은 인구변화가 지속될 경우 잠재성장률이 급격하게 낮아질 것이라 우려하며 이에 대한 대안으로 누적 기준으로 2060년까지 1천7백만 명이 넘는 대규모의 이민 개방을 제시했다. 이 대안은 주요하게 노동가능연령층의 양적 축소 우려에 대한 대안이지만 우려스러운 것은 노동력을 마치 무역품처럼 외부조달을 통해 편하게 조달하려는 발상이다.

이 발상은 경제성장이 노동력의 평등 확대를 통한 노동력의 질적 성장에서 찾으려는 OECD의 보고서와는 다른 전제에서 시작하여 결과적으로 다른 대안을 내놓은 발상으로 여겨진다. 즉, 한국경제연구원의 보고서는 노동력 부족은 외국에서 국내에 이주하고픈 산업예비군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이에 대한 사회적 영향에 대한 고려는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는 발상이다. 이 대안을 실천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보고서가 제시한 정책은 “단순 노동 인력의 국내 정주화를 위한 정책 마련”이나 “종합적·체계적인 정책 추진을 위한 콘트롤타워” 등이다.

노동력을 자원으로 여겨 “인적자원”이라 이름붙이고 이 자원의 양적조절을 통해 경제성장을 추동하는 발상은 이미 오늘날의 조직사회에서 당연시여기며 실천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의 구조조정은 통상 인력의 구조조정을 의미한다. 단순 노동력의 부족은 이주노동자로 채운다. 그 과정에서 사회의 임금 평균은 낮아져 기업수익은 커진다. 그 와중에 OECD 보고서는 불평등을 완화시켜 경제성장을 추인하자는 입장이고, 한국경제연구원의 보고서는 대규모 이민을 통해 경제성장을 추인하자는 입장이다. 당신은 둘 중에 어떤 대안을 지지하겠는가?

경제전문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노동시장 유연성에 관한 발언 톺아보기

정부와 새누리당이 모처럼 경제 현안에 대해 입을 맞춘 듯 한목소리로 “개혁”을 부르짖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기업 사내유보금 과세’안에 대해 시비를 걸며 경제전문가를 자처하고 나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이번에는 최경환 부총리가 “정규직이 과보호”받고 있다고 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그의 발언에 적극 호응하고 나선 것이다. 이제야 정부와 여당이 손발을 맞춰 이른바 “골든타임” 내에 경제를 살리기로 한 모양이다.

흥미로운 것은 김 대표가 역시 경제전문가답게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가며 한국의 노동시장이 경직되어 있다는 사실을 개탄했다는 점이다. 이데일리의 보도에 따르면 그는 27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에서 “현재 한국의 노동시장 유연성은 2000년 58위에서 138위로 급락했다”고 발언했다고 한다. 해당 기사에는 그가 어떠한 자료를 근거해서 그러한 수치를 제시한 것인지는 나와 있지 않았다. 구글링 하면 다 나오긴 하지.

프레이저 인스티튜트가 발표하는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economic freedom related to labor market regulation)를 보자.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로 평가할 때 한국 노동시장은 지속적으로 경직되어 왔다(<표 3> 참조). 한국 노동시장은 규제가 약하기로 2000년 김대중 정부에서 123개국 중 58위였는데 2003년 노무현 정부에서 127개국 중 81위로 악화되었다가 노무현 정부 말에는 141개국 중 132위를 기록했다. 이어 2011년 이명박 정부 말에는 152개국 중 133위로 더욱 악화되었다.(노동시장 유연성의 국제비교, 2014. 9. 12, 박동운 단국대 명예교수)

구글링 결과 이 수치가 김 대표가 써먹은 수치에 제일 근접해있다. 경제전문가가 “133위”를 “138위”로 틀리게 말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지만 그건 마이너한 실수니까 넘어가기로 하자. “자유 시장” 경제를 적극 옹호하기로 유명한 한국경제연구원이 박 명예교수1의 이름을 빌어 낸 이 보고서는 노동시장이 “유연”해야 경제가 살아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정규직 과보호 철폐, 비정규직법 폐지, “불법파업” 엄단 등이 보고서의 주장이다.

그럼 보고서의 주장의 핵심적인 근거가 되고 있는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에 대한 각국별 순위에 대해 알아보자. 보고서가 언급한 프레이저 인스티튜트는 한국경제연구원과 마찬가지로 리버타리안적인 경제적 관점을 가진 연구소다. 그러한 점을 감안한다 할지라도 엄밀한 객관적 수치를 가지고 노동유연성의 정도를 측정하였다면 충분히 고려할 여지는 있을 것이므로 프레이저 보고서가 연구한 내용의 세부사항을 보기로 하자.

해당 순위는 프레이저 보고서에 ‘정부의 크기(Size of Government)’, ‘법적 시스템 및 재산권(Legal System and Property Rights)’ 등 총 일곱가지 항목 중에 ‘노동시장 제도(Labor Market regulations)’에 해당하는 항목이다. 박 교수는 이 순위를 근거로 한국의 노동유연성이 떨어진다고 봤기에 프레이저 보고서에서의 ‘노동시장 제도’를 평가하기 위한 구체적인 항목을 들여다보았다. 평가항목과 이에 대한 평가기준은 다음과 같다.

(i) Hiring regulations and minimum wage(고용제도와 최저임금)
(ii) Hiring and firing regulations(고용 및 해고제도)
(iii) Centralized collective bargaining(집중화된 단체교섭)
(iv) Hours regulations(노동시간 제도)
(v) Mandated cost of worker dismissal(노동자 해고에 대한 법정비용)
(vi) Conscription(강제이행)

많은 노동시장 제도가 고용인과 고용주의 경제적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 그것들 중 두드러진 것은 최저임금, 해고제도, 집중화된 임금교섭, 불참한 당사자에 대한 노동계약의 확장, 그리고 강제집행 등이 있다. 노동시장의 구성요소(5B)는 경제적 자유를 저해하는 이러한 제약조건의 정도를 측정하고자 함이다. 노동시장의 제도를 평가하는 요소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 한 국가는 임금을 정하고 고용과 해고의 조건을 수립하기 위한 시장의 힘을 허용하고 강제이행의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Economic Freedom of the World, 2013, James Gwartney, Robert Lawson, & Joshua Hall, Fraser Institute)2

이상의 취지에 따라 프레이저 보고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평가했는데 그 구체적인 기준은 해당 보고서의 244페이지부터 상술되어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예를 들어 기간이 고정된 근로계약을 체결할수록, 고용과 해고를 법으로 강제할수록, 임금교섭이 집중화될수록, 유급휴가가 길수록 낮은 점수를 받는다. 요컨대 프레이저 보고서의 “유연한” 노동시장은 고용주와 고용인(?)의 경제적 자유를 저해하는 어떠한 것에도 반대하고 있다.

다시 한국경제연구원의 보고서로 돌아가면 보고서는 한국보다 “노동시장 규제가 더 심한 나라들을 보면, 앙골라, 볼리비아, 브라질, 에콰도르, 그리스, 이란 등”이어서 “한국은 노동시장 규제에 관한 한 아프리카 미개국과 다를 바 없다”고 분노하고 있다. “아프리카 미개국”이라는 인종차별적인 발언이 보고서에 들어가도 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들지만 한편으로 해당항목의 상위 랭크 10개국을 살펴볼 의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Hong Kong
  • United States
  • Fiji
  • Brunei Darussalam
  • Uganda
  • Bahrain
  • Bahamas
  • Papua New Guinea
  • New Zealand
  • Canada

미개국과 선진국을 구분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 탑10 국가 중에서 노동유연성이 경제적 성과에 어떤 유의미한 의미를 가진다고 여겨지는 나라는 솔직히 홍콩, 미국, 뉴질랜드, 캐나다 정도다. 반면 한국경제연구원이 “노동개혁” 모범사례로 꼽은 독일은 84위, 실패사례로 꼽고 있는 일본은 14위다. 따라서 평가항목도 자본 친화적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그 순위(변화)가 과연 우리 노동시장 “개혁”의 근거가 되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요컨대 프레이저 보고서의 노동시장 제도에 대한 평가기준은 그 시장이 얼마나 정부의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것인가를 대전제로 하고 있다. 피지나 파푸아뉴기니의 제도가 아예 미비하면 그냥 그대로 좋은, 거의 무정부적인 시장 자유주의를 맹신하는 평가방식일 뿐이다. 이러한 기준으로 줄을 세운 순위 결과를 가지고 정치인이 “이런 순위에서 꼴찌니까 순위를 높이자”고 주장하는 것은 시장의 조정자인 정부 스스로의 역할을 부정하는 것이다.

과문한 탓인지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정규직 과보호”를 이야기할 때 사회안전망의 확충을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을 들은 적이 별로 없다. 시장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해나가는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총론에는 동의한다 하더라도 그 유연성이 왜 하필 노동자에 국한되어야 하는 것일까? 이는 노동유연성의 주창론자들 대부분이 자본이 노동자에게 줄 임금은 고정되어 있다는 임금기금설이 뇌리에 절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꼴통 아베 신타로도 그렇게까지는 하고 있지 않다.

대체 투자를 늘리려는 연기금의 장래 계획에 관해

국민연금은 투자 섹터 다양화를 위해서도 힘을 기울일 예정이다. 내년 중 헤지펀드에 투자하기 위해 현재 적극 검토 중이며 상품(Commodity), 해외 벤처투자, 무형/지적 재산권 투자, 민관합동파트너십(PPP)을 통한 핵심 인프라투자, 농업 및 원목(Timber) 등으로 투자 섹터를 넓혀나갈 계획이다. [중략] 한국투자공사의 추 부사장은 “과거 20~30년간 주식·채권 등 전통 자산에서 꾸준한 수익이 발생했지만 앞으로는 손실을 걱정해야 할 것”이라며 “앞으로 국부펀드들의 대체 투자 비중은 자연스럽게 늘어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전통 자산의 기대 수익률 하락에 따라 전체 운용자산(AUM) 가운데 평균 20% 수준인 전세계 국부펀드의 대체 출자 비중은 향후 꾸준히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국민연금·KIC, 대체투자 늘린다]

요즘 연기금의 운용책임자는 고민이 많을 것이다. 인용문에서 보는 것처럼 연기금은 여태의 기간 동안 주식·채권 등 소위 “전통 자산”으로 자산을 운용하여 왔기에 운용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주식과 채권 중에서도 리스크가 적고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국고채 등 채권의 비중이 높은 와중에 수익률 제고를 위해 상장 주식을 일부 혼용하는 형식으로 자산을 운용하여왔기 때문에 운용에 큰 어려움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그러한 보수적인 운용은 한계에 부닥치고 있다. 전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로 인해 채권수익률은 역사적인 저점에 머물러 있다. 주식은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횡보하고 있다. 그 와중에 연금 수혜자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고 이들에게 보장한 수익률은 현재의 운용 수익률보다 높은 수준이다. 그렇기에 전통 자산의 수익률을 뛰어넘는 새로운 자산을 편입시켜야 하는 압박에 시달리는데 이런 자산을 “대체 자산”이라 한다.

대체 자산(alternative assets)은 인용문에서 언급된 상품(Commodity), 해외 벤처투자, 무형/지적 재산권 투자, 인프라 투자 등을 망라한다. 이러한 자산이 전통 자산과 다른 점은 아직 시장의 규칙이 표준화되어 있지 않고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간주되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시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연기금이나 국부 펀드는 이러한 대체 자산의 비중을 높임으로써 전체적인 자산 수익률을 높이고자 한다.

“High Risk, High Return”이라는 잘 알려진 격언이 이 상황을 표현하는 적당한 표현일 것 같은데, 사견으로 이 표현은 그리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높은 리스크를 부담하는 투자에 모두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투자는 초기 단계부터 청산 단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리스크가 있고, 대체 자산은 앞서 언급하였다시피 전통 자산과 같이 표준화되어 있지 않기에 수익을 자체를 시현할 수 없는 리스크도 존재한다.

즉, 채권이나 주식은 거래소가 마련되어 있어 투자에서부터 청산까지 비교적 큰 전문성이 없이도 투자를 하고 수익을 찾아올 수 있다. 하지만 비정형적인 대체 투자는 이와는 다르다. 대규모의 개별 투자는 저마다의 투자 준칙을 따르고 처한 상황도 다르다. 운용 책임자가 전문성이 떨어지고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전통 자산보다 더 낮은 수익을 감내해야 할 수도 있다. MB정권 하에 자행된 자원 투자가 바로 대표적인 사례랄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연기금의 수혜(예정)자로서 대체 투자를 반대해야 할 것인가? 연기금 운용의 전체적인 그림이 아닌 단순히 투자 전략의 측면으로만 본다면 대체 투자 자체를 반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앞서 썼듯이 전통 자산으로 만으로는 연기금이 지속가능할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연기금이 대체 자산에 대한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추기를 기대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게끔 하는 것이 상책일 것 같다.

‘牛버’처럼 행동하는 Uber에 관한 단상

우버와 같이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구현되는 소위 공유 경제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스탠포드 대학 사회학과의 Paolo Parigi 교수는 우버와 투자자들이 대중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회사의 문화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내 인상은 우버의 문화가 성차별적이고 완고한 것으로 인지되고 있습니다.” Parigi의 말이다. “그게 정확하고 말고의 여부는 상관없이, 이러한 인식은 장기적으로 그들에게 경제적 손해를 안길 수 있습니다. 이사회나 최고위 관리부서에 쉐릴 샌드버그 같은 이를 데려오는 것도 그들의 이슈를 해결하는데 있어 하나의 장기적인 경로가 될 수 있습니다.”[Uber May Need Adult Supervision as Controversy Builds]

“공유경제” 비즈니스의 신화 우버(Uber)가 최근 화려한 조명을 받고 있다. 문제는 그 조명이 화려한 핑크빛이 아닌 우울한 잿빛이라는 점이다. 자사에 비판적인 기자를 염탐하겠다는 임원진 Emil Michael의 발언, 회사를 경영하니 여자 만날 일이 많다며 회사를 “가스머(Boob-er)”라 너스레를 떨거나 경쟁사 리프트(Lyft)의 자금조달을 방해하려 했었다는 CEO Travis Kalanick의 발언 등이 최근 우버가 연달아 저지른 실수들이다. 이런 상황은 Parigi 교수의 말대로 우버가 나쁜 기업으로 보이게 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회사는 대외 커뮤니케이션 담당으로 오바마 대통령의 고문을 지냈던 David Plouffe를 기용하기도 했지만 이미 이러한 몇 가지 명백한 설화로 말미암아 이제 와서 “악마가 되지 말자”라는 슬로건을 내밀더라도 그리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한 투자자는 회사가 “그토록 빨리 성장하는 것이 얼마나 스트레스 받는 일일지 일반인은 모를 것이다”라며 경영진을 옹호하고 있지만, 문제는 그들의 비즈니스는 그 일반인에 의해 유지되고 그들의 인식은 Parigi 교수의 말처럼 정확성 여부와 그다지 상관없는 이미지의 문제라는 점이다.

한편으로 실제 일어난 일이 대중이 인지한 것과 다를 경우 억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얼마 전에 우리나라 신생IT기업 다음카카오에게 닥친 위기도 사측 입장에서는 이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여러 회사의 이해관계자는 자신들의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하고 심지어 대중을 조롱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업에서 벌어진 일에 대한 사실관계와 이에 대한 대중의 인지가 반드시 같을 필요도 없고 또 상당수 같지도 않다. 기업은 그러한 사실을 알기에 기업 이미지 광고를 하고 대외 홍보 업무를 주요 업무로 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신생기업은 때때로 이러한 실수를 저지르는 것일까? ‘급격한 성장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지적한 한 투자자의 발언에서 그 원인의 단초를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성장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선량한) 투자자 측면에서는 배려해줄만한 정황이긴 하지만 외부에서 보기에 그러한 스트레스로 인한 대외적 행동이 성차별적이고 완고하게 보인다면 곤란한 노릇이다. 소비자는 투자자보다 더 기민하게 선택지를 옮길 수 있다. 어플을 새로 깔아 우버 이용자는 리프트로, 카톡 이용자는 텔레그램으로 옮기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모든 기업이 다 그렇지만 다음카카오나 우버와 같이 터무니없는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회사는 특히나 그들의 성장에 어울리는 옷을 걸치고 마인드를 바꾸는데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신생기업일 당시 취했던 어리석은 – 그러나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던 – 행동이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거나 상장을 한 기업에게는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 특히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하는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기업에게는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들의 비즈니스 이용자의 대부분의 인지는 “정확성 여부”와 상관없으니 말이다.

당신의 연금은 안녕할까요?

루스벨트 대통령이 집권했던 1935년에 법제화된 사회보장제도는 노인층의 빈곤과 싸우기 위한 적당한 제도였다. 그러나 이 비교적 적은 수입 보조 수단(1940년 1월 31일에 아이다 풀러에게 최초로 지급된 월 급여는 23달러였다.)은 평균 월 급여가 1100달러에 이르는 주요한 은퇴 연금으로 변했다. 인구 구성은 이 체제를 파산으로 몰아갔다. 주된 이유는 1935년에 62세였던 기대 수명이 1990년에는 75.4세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현재 기대 수명은 78.7세다. [중략] 국제통화기금은 2012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서양 세계 전반에서 정부 계리사들이 수명 연장 수준을 3년 적게 예측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2050년의 기대 수명이 예상보다 3년 더 길 경우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의 연금에 들어가는 비용이 엄청날 것이라고 경고했다.[강대국의 경제학, 글렌 허버드/팀 케인 씀, 김태훈 옮김, 민음사, 2014년, pp310~311]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 기대 수명이 늘고 인구가 느는 것은 경제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물론 그 늘어나는 인구가 소비하는 이상으로 생산을 하여 경제가 성장할 것이라는 당연한 기대감이 현실에 반영될 때의 일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여태의 역사를 볼 때 대체적으로 인구 증가는 제도 및 생산수단의 발전과 맞물려 경제를 성장시키는 밑거름이 되어 왔다. 그리고 경제가 발전하면 생활수준도 높아져 다시 기대 수명이 올라가는 선순환 구조가 이루어져왔다. 한편 자연적으로 노년층이 늘어나면서 생겨난 제도가 바로 연금이다.

연금 제도는 노동력이 감퇴하여 빈곤에 시달릴 여지가 많은 노년층에 대한 복지제도의 성질도 있지만, 아직 노동력의 여유가 있는 노동자가 은퇴하는 것에 대한 일종의 임금보전의 성격도 있다. 기업 등 노동력을 활용하는 조직은 노동자의 연령에 따른 정년을 둠으로써 청년층을 신규 노동력으로 유입시킬 수 있는 순환구조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은퇴한 노동자는 생계수단을 포기하는 대가로 여태의 임금에서 일정 몫을 떼어 운용되는 연금으로 생활을 유지한다. 이것이 노동력의 생애주기에 대한 일종의 사회협약이었다.

현재의 문제는 인용문에서 보는 것처럼 기대 수명의 상승 추이가 전례 없이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한편 경제가 성숙 상태에 진입한 국가들은 이러한 기대 수명의 상승 추이와 저출산 추세가 맞물려 인구구성이 급격히 고령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역시 전례 없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몇 십년간 비교적 순탄하게 유지되었던 노사관계와 연금에 대한 사회협약의 정당성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유럽 등을 중심으로 번졌던 긴축재정은 주되게 이 사회협약의 파기였기에 그 시도는 거센 저항에 부닥쳤다.

우리나라 역시 이제 본격적인 사회협약의 파기 국면에 접어들었다. 정부는 공무원 연금을 “개혁”하겠다고 나섰는데, 화살촉이 “철밥통” 공무원을 향해있고 “개혁”이란 이름으로 포장되어 있기에 현재까지의 여론은 그리 나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실상 연금 제도 전체가 지속가능성이 갈수록 불투명한 만큼 공무원을 향해 있는 화살이 언제 군인이나 국민 전체로 향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문제는 언젠가는 한번 재정립해야 할 그 사회협약에 연금의 축소는 의제에 있지만 기존의 노동조건에 대한 반대급부는 의제에 없다는 점이다.

당신의 연금은 안녕할까요?

갈수록 계급별로 차별화될 금융자산에로의 접근성

은행(영란은행 : 역자주)의 자산 매입이 아니었다면 대부분의 영국인의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을 것이다. 경제성장은 더 낮았을 것이다. 실업은 더 악화되었을 것이다. 더 많은 기업들이 망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 사회의 다른 모든 그룹과 더불어 저축을 하는 사람과 연금을 타는 사람들에게 매우 심각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자산매입의 여하한의 효과 측정은 그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은행의 자산매입은 거의 대부분 영국의 국채에 집중되었었고, 이로 인해 국채의 가격은 오르고 수익률은 떨어졌다. 그러나 이 때문에 회사채나 주식과 같은 다른 자산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였다. 결과적으로 은행의 자산 매입은 국채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자산가격의 상승을 초래했다. 사실 은행의 평가에 의하면 자산 매입이 국채 가격을 끌어올린 것만큼이나 주가를 끌어올렸다. [중략] 자산 가격이 올라감으로써 자산 매입은 연금 펀드 이외에도 소유하고 있는 가구의 금융 자산의 가치를 상승시켰지만, 이는 이들 자산의 40%를 소유하고 있는 상위 5% 가구에게로 보유고를 심하게 왜곡시켰다.[The distributional effects of asset purchases]

영국 의회의 재무위원회가 2012년 예산 리포트에서 통화정책의 재분배 기능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에 대해 영란은행 내부가 작성한 일종의 답변서 요약내용 중 일부다. 잘 요약되어 있다시피 “양적완화”와 이를 통한 자산 매입은 의도하였든 의도하지 않았든 회사채나 주식과 같은 금융 자산의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런데 이들 자산의 대부분은 부자들이 들고 있었고 결과적으로 재분배 효과는 부자에게 유리하게, 그리고 대부분의 무산계급에게 불리하게 영향을 미쳤다.

서구사회에서 자산 불평등이 심화되어가고 있다는 것은 경제학자뿐 아니라 재닛 옐렌 Fed 의장이 지적할 정도로 보편적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위 보고서는 비록 자산 매입의 보편적인 효과를 전제로 하고 있지만 중앙은행의 자산 매입이 이러한 경향에 기여하였음을 일정 정도 인정하는 내용이다. 금융위기와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이루어지는 동안 대다수의 시민들은 무리해서 매입한 부동산 자산의 폭락에 신음하고 금융 자산의 상승 기류에 편승하지 못함으로써 이중으로 고통 받게 된 셈이다.

물론 양적완화가 지속될 수 없을 것이기에 금융자산가들이 일방적으로 수혜를 받는 시기가 계속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풍경은 모든 자산이 증권화되고 세계화되는 와중에 계급별로 그 자산에 대한 접근성이 차별화되어가는 경제체제의 상황을 잘 설명하고 있다. 자산가는 연기금뿐 아니라, 새로이 탄생하는 각종 투자펀드나 인기 있는 공모주에 그들의 재산을 투자한다. 그 와중에 서민들이 누릴 수 없는 세제혜택도 누린다. 이제 실제로 프라이빗뱅킹이 빛을 발하는 시대가 온 것인지도 모른다.

오늘 있을 중대한 판결

오늘 중대한 판결이 내려진다. 대법원은 오늘 오후 2시 노모씨 등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153명이 낸 해고무효확인 소송 상고심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쌍용차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유동성 위기를 겪던 중 회생절차를 밟고, 2009년 2,405명의 해고를 단행했다. 노조의 거센 반발 속에 결국 최종 165명을 해고하는 것으로 마무리했지만 이중 153명은 부당해고라며 2010년 소송을 제기했고 오늘 그 소송의 최종 판결이 나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경영상 판단에 따른 정리해고의 허용 범위다. 근로기준법 제24조에 보면 “사용자가 경영상 이유에 의하여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라는 주관적인 관점이 강하게 배어있는 애매한 표현으로 인해 노동계와 재계는 수많은 반목을 거듭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첨예한 갈등이 수많은 죽음을 초래한 쌍용차의 정리해고 사건인 것이다.

하급심 결과는 엇갈렸는데 정리해고의 근거였던 2008년 안진회계법인의 감사보고서에 대해 각각의 재판부가 달리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1심은 “유동성 부족 사태를 극복할 방법이 없어 … 해고를 단행”했다며 사측의 손을 들어주었다. 2심은 “신차종 판매에 따른 미래 현금 흐름이 전부 누락되고 … 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노동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엇갈린 판결은 “경영상의 필요”의 해석의 어려움을 잘 말해준다.

공지영 씨의 책 ‘의자놀이’에 의하면 안진회계법인의 보고서는 쌍용차의 건물, 구축물, 기계장치 등 유형 자산 평가에 문제가 있다며 자산 평가액을 전년도보다 5,177억 감액하기도 했다. 금융노조법률원 김태욱 변호사는 이러한 손상차손 과다 계상으로 말미암아 쌍용차의 부채비율이 187%에서 561%로 급증하였다고 주장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전문가의 무미건조한 의견이 회사와 노동자의 운명을 좌우하는 상황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인 것이다.

경제적 의미가 있는 소송에 대한 판결은 경제학 이론이나 금융, 회계 등 실무에 있어서의 법제도의 발전과 함께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발전과 노선의 수정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일례로 건물의 일조권이 해당 건물의 시장가치에 영향을 미친다는 판결이 있음으로 인해 우리는 그 권리를 지킬 수 있게 된 것이다. 오늘 있을 판결은 어쩌면 일조권보다 훨씬 중요한 노동권에 대한 시금석이 될 판결이다. 이제 “긴박한”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릴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