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 紀行文 – 가이드북, 소설, 영화 등에 관하여

두 달 조금 안 남은 이스탄불 여행을 위해 틈나는 대로 이것저것 준비하고 있다. 일단은 이스탄불에 대한 다양한 모습을 살펴보기 위해 책과 영화 등을 통해 이 도시를 입체적으로 보려 노력중이다. 여행 가이드북으로는 ‘이스탄불 홀리데이’라는 책을 샀다. 이스탄불이라는 도시만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책이기 때문에 내 여정에 맞고 책 부피도 아담하기 때문이었다. 현지에서 민박집을 운영하는 분이 쓴 책이기 때문에 직접 발품을 팔아 쓴 흔적이 많이 엿보인다. 정가는 15,000원이었지만 알라딘에서 1만 원 정도의 가격에 살 수 있었다.

그리고 여행기는 회사의 도서관에서 이것저것 빌렸다. 그 중에서는 진순신이라는 분이 쓴 ‘인류문명의 박물관 이스탄불 기행’이 알차서 나머지는 반납하고 이 책만 읽고 있다. 터키 출신의 작가 오르한 파묵의 에세이는 계속 읽는 중이었고 문체가 무척 좋았기에 그의 소설을 한권 골라 읽고 있다. 그의 소설 중에 ‘순수박물관’이라는 소설이 꽤 알려졌고 이스탄불 신시가지에 그 소설의 캐릭터가 실제 인물인양 행적이나 기념품들을 모아둔 같은 이름의 박물관이 있다고 해서 혹했지만 꽤 많은 분량과 로맨스 소설이라는 장르는 별로 맘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고른 책은 그를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들었다는 ‘내 이름은 빨강’이라는 소설이다. 오스만 제국 시절의 세밀화가를 둘러싼 비화를 역사 추리소설의 형식으로 썼다는 소개글에 맘이 동한 것이다. 현재까지의 느낌은 ‘장미의 이름’과 비슷한 느낌이다. 술술 읽히고 있고 마음속으로 소설에 등장하는 이스탄불 거리를 떠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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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key-1290” by archer10 (Dennis) – http://www.flickr.com/photos/archer10/2215822645/. Licensed under CC BY-SA 2.0 via Wikimedia Commons.

루멜리 히사르 전경

이스탄불을 소재로 한 서구 영화는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에르제의 ‘땡땡의 모험’을 실사 판으로 각색해서 만든 ‘Tintin and the Golden Fleece’는 예전에 한번 본적이 있지만 이스탄불을 염두에 두고 다시 한 번 보았다. 땡땡 일행이 하독 선장의 친구로부터 유산으로 받은 낡은 배를 인수하러 이스탄불에 갔다가 음모에 말려든다는 내용이다. 이스탄불에 대해서는 갈라타 다리 근처로 여겨지는 해안가와 땡땡 일행이 위험에 빠지는 루멜리 히사르만 등장할 뿐 나머지는 그리스 쪽에서 촬영됐다.

유명한 대륙 횡단 열차 ‘오리엔트 특급’을 공간으로 그린 아가사 크리스티 원작의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도 보았다. 이 영화 역시 이스탄불의 시르케지 역에서 기차가 출발하는 것일 뿐 주요 무대는 역시 기차 안이라 이스탄불에 대한 갈증이 그리 많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한편 아가사 크리스티는 이 소설을 이스탄불에 있는 호텔 주메이라에서 썼다고 한다. 소설을 쓴 방은 기념관으로 남겨두었다니 그걸 보고 와야겠다는 생각에 더 기대감에 부풀어 오른다. 이 호텔에서 며칠 묵을 생각도 하고 있다. 007 시리즈 중 한 에피소드가 이스탄불을 무대로 했다니 조만간 찾아봐야겠다.

유가 하락이 反美주의를 패퇴시킬 것인가?

첫 붕괴는 故 우고 차베스가 그의 지역으로 수출하려고 노력했던 反美 “볼리바리안 혁명”의 고향인 베네수엘라일 수 있다. 베네수엘라의 예산은 배럴당 120달러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 가격이 떨어지기도 전에 이 나라는 빚을 갚느라 허덕였다. 외국환 보유고는 줄어들고 있고, 인플레이션은 치솟고 있고,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밀가루와 화장지와 같은 필수재의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이란 역시 교묘한 위치에 있다. 이란은 전 대통령 마무드 아마디네자드의 사치스러운 지출계획에 쓰일 방탕한 예산의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는 유가가 배럴당 140달러가량 되어야 한다. 핵 프로그램을 좌절시키기 위한 제재조치는 특히 이를 어렵게 만들었다. 혹자는 수니파의 사우디아라비아가 시아파 라이벌을 힘들게 하는데 유가를 이용하려고 미국과 공모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동기가 무엇이든, 하락하는 유가는 확실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Cheaper Oil : Many winners, a few bad losers]

번역한 인용문에 언급된 베네수엘라나 이란, 그리고 기사에 언급된 다른 나라인 러시아를 보면 공교롭게도 미국과 그리 친하지 않은 나라들이란 점이 흥미롭다. 그리고 이들 나라들이 지금 떨어지고 있는 기름 값 때문에 고통 받고 있는 상황전개도 자못 흥미롭다. 셰일오일이라는 21세기 자원의 출현, 에너지 효율적인 자동차 등의 기술발전, 시장점유율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 또는 음모? – 사우디의 공급량 유지 등으로 말미암아 원유 수출로 먹고 살고 있는 이들 “反美” 국가들이 고통 받게 된 것이다.

즉, 미국이 과거에 반미국가를 괴롭히는 방법이 보다 직접적인 제재나 해당 국가의 독재정부 지원이었다면, 이제는 더 싸게 셰일오일을 퍼 올리고 연료효율이 좋은 자동차를 만드는 것이 된 셈이다. 의도했든 의도치 않았든 말이다. 기사는 그런 상황을 은연중 즐기면서도 유가 하락이 지정학적 위기를 심화시킬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염려하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이들 국가의 먹거리 중 원유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답이겠지만 국제적으로도 지정학적 위기 해소를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함을 지적한 것이다.

재닛 옐렌의 이례적인 발언

1989년 이래로 현재의 형태로 조사를 시작한 소비금융조사에 따르면 표1에서 보는 것처럼 상위 소수 가구로의 소득집중이 증가세다. [중략] 물가상승을 보정한 상위 5%의 가구소득은 우리가 표2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1989년에서 2013년 사이 38% 증가하였다. 반면 나머지 95% 가구의 평균 실질소득은 10% 미만으로 증가하였다. [중략] 그리고 소비금융조사에서 볼 수 있듯이 1989년 이후 부의 불평등은 소득의 불평등보다 더욱 증가세다. 표3에서 보면 1989년 조사에서 상위 5%의 미국 가구는 전체 부의 54%를 소유하고 있었다. 이 지분은 2010년에는 61%로 증가하고 2013년에는 63%로 증가했다.[Perspectives on Inequality and Opportunity from the Survey of Consumer Finances]

이 발언은 재야의 “좌파” 경제학자의 발언이 아니라 재닛 옐렌 美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지난 10월 17일 가진 보스턴 연방준비제도은행에서의 연설에서 한 발언이다. 연준 의장이 경제 전망이나 통화정책이 아닌, 이른바 “사회적 이슈”를 연설에서 언급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는 불평등 이슈가 경제정책에서 주요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한 사건으로 기록될만하다. 어쩌면 피케티 열풍의 한 편린일 수 있을 것이고 관찰한 현상도 피케티의 그것과 비슷하다.

미국에서 이렇게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현상에 대한 원인은 다양할 것이다. 금융 및 제조업의 세계화는 미국에서 제조업의 일자리를 뺏어서 중산층의 소득을 감소시키는 반면 금융자산을 쥐고 있는 상위가구의 재산을 증식시켜주었을 것이다. 월스트리트를 위시한 대기업 경영진의 보수는 해당 기간 동안 급격하게 증가했는데 이 역시 소득불평등에 기여했을 것이다. 옐린 의장은 교육과 중소기업 육성을 통해 불평등을 해소하자는 제안을 했는데 그것이 근본해결책일지 미봉책일지는 알 수 없다.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같은 현상을 놓고도 다르게 해석하여 불평등이 심화되지 않았다고 말하는가 하면 불평등이 무엇이 문제냐고 말하기도 한다. 이러한 자세는 그들이 현실사회에 대해 발언할 때 더욱 냉혹하게 비쳐지는데, 예를 들면 소득불평등의 주요한 원인인 불법 파견근로1 에 대한 시각도 ‘다른 나라 다 하는 것을 법원이 막으면 우리는 경쟁에 뒤쳐질 것이다2라는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그런 그들이 이제 자유주의의 본산인 미국의 경제수장의 발언에 대해서는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하다.

포항제철 건립에 대해 다시 한번

역사적 기록을 보면 자본의 이동성 capital mobility 이 부유한 국가들과 가난한 국가들의 수렴을 촉진하는 주요 요인이었던 것 같지는 않다. 일본이건 한국이건 타이완이건 그리고 더 최근 들어서는 중국을 막론하고 최근 몇 년 동안 선진국 코앞까지 쫓아온 아시아 국가들 중 그 어느 곳도 대규모 외국인 투자로 수혜를 입지는 않았다. 본래 이들 국가는 모두 물적자본과 그리고 더 중요한 인적자본의 투자에 필요한 재원을 스스로 조달했는데, 최근 나온 연구들은 특히 인적자본이 이들 국가의 장기성장에서 핵심적이라고 주장한다. 이와 반대로 식민지 통치 시대건 오늘날의 아프리카에서건 다른 국가들의 지배를 받았던 국가들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그 이유로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점은, 그들은 미래의 발전 가능성이 크지 않은 분야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였고, 만성적으로 정치적 불안에 시달렸다는 사실이다.[토마 피케티 지음, 장경덕 외 옮김, 이강국 감수, 글항아리, 2014년, p90]

피케티의 이 책은 역사적으로 자본의 수익률(r)이 노동의 수익률(g)보다 크다는 “근본적인 불평등”에 다룬 책이다. 인용한 구절은 이러한 경향이 국제적으로 어떻게 전개되었는지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한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는 구절이다. 즉, 부유한 국가에서 ‘자본의 한계생산성 marginal productivity of capital’이 낮아지면서 자본의 흐름은 가난한 국가로 흐르게 마련인데, 이럼으로써 이들 국가들 사이에 불평등이 감소할 것이라는 고전파 경제학 이론의 주장과 달리 오히려 자체적으로 자본을 조달한 국가들이 더 고도로 성장했다는 것이 피케티의 관찰이다.

이러한 관찰은 한 예로 든 우리나라의 경우를 놓고 볼 때 그리 틀린 관찰은 아니다. 한국은 강제적인 근대화의 길을 걷기 시작한 일제 강점기부터 사실상 자력으로 인적자본을 늘려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일정 부분 일본이나 미국과 같은 과거 및 현재의 선진국들의 물질/비물질적인 도움이 있었지만 – 그리고 이것이 정치적인 편향에 상당부분 영향을 미쳤지만 – 교육을 책임진 가정의 헌신은 거의 유례없을 정도로 혹독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더불어 피케티는 인적자본을 더 강조하기는 했지만 물적자본 역시 자체적으로 해결했다는 사실도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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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wangyangIronworks” by 저작자 김소민의 허가를 받고 퍼블릭 도메인으로 공개함 – 저작자 김소민의 허가를 받고 퍼블릭 도메인으로 공개함. Via Wikimedia Commons.

포스코 광양제철소

이미 이 블로그에서 몇 번 다뤘던 포항제철 건립의 비화가 대표적 사례다. 박정희 정권은 국제금융기구들로부터 무모한 계획이라고 비판받았던 제철소 건립을 대일청구권 자금을 활용하여 건설한 – 사실상의 내자조달 – 사례는 남한의 ‘국가주도형 자본주의 모델’에서 매우 중요한 국면이다. 또한 박 정권은 당시 절대적인 자본부족에 시달리던 상황에서 독일에는 간호사와 광부를, 베트남에는 군인을 보내고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외자를 조달한다. 사실상 이런 자금이 그런 조달 배경 덕분에 자본수익이라는 반대급부의 꼬리표가 달리지 않았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만일 포항제철이 ‘자본의 한계생산성’으로 인해 새로운 고율의 자본수익을 쫓던 투자자들의 자본에 의해 건설되었다면 상황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역사에 가정은 금물이지만 아마도 포항제철의 모습, 나아가 남한 전체의 모습은 지금과 상당히 달랐을 것이다. 지금 봐도 무모하기 그지없는 두 박씨의 원대한 계획은 “공상과학”이라 치부되어 사업계획이 수정되었을 것이고 투자에 쓰일 잉여는 배당에 쓰였을 것이다. 하지만 두 박씨는 사실상의 주주인 일제의 피해당사자들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마패’까지 등장하는 개발독재로 포항제철의 투자효율을 극대화하였다.

고전파 경제학 이론으로 설명하기 매우 난해한 사건이었다.

“서울시 청년주거 빈곤 개선방안” 토론회 참관기

어제 한 토론회에 갔다. “사회적 경제 주체 활성화를 통한 서울시 청년주거 빈곤 개선방안”이라는 긴 이름의 토론회였다. 주최는 한국도시연구소에서 한 것으로 보이며 발제는 한국도시연구소, 민달팽이유니온,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에서, 토론은 서울소셜스탠다드 대표, KBS경제전문기자, 서울시 임대주택과장 등의 참석자가 진행했다. 발제에 제법 시간이 길어 토론은 듣지 않고 돌아왔다.

이 토론회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한국도시연구소의 최은영 박사의 발표였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서울시는 다른 도시와 달리 청년 주거의 빈곤 문제가 다른 세대의 그것을 압도하는 상황이라는 것이었다. 16세 이상 34세 이하의 연령대로 범주화한 이 세대의 서울시에서의 주거문제가 여타 도시나 다른 세대의 상황에 비해서 두드러지게 나쁘다는 것이 통계 분석 등을 통한 그의 관찰이었다.

상기 표는 가구주의 연령대별 최저주거기준을 미달하는 가구를 서울과 전국으로 비교한 그래프다. 그래프에서 보는 것처럼 아동과 노인의 주거문제가 전국적으로 심각한 문제다. 다만 서울시의 경우에는 노인의 최저주거기준 미달 비율이 전국 대비 비약적으로 낮아지는 반면, 청년의 미달 비율은 전국평균을 상회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의 원인은 한마디로 서울로 청년들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최 박사는 다른 이들과 이 주제로 대화를 하면 그들은 “젊을 때는 누구나 고생을 하지 않느냐”고 반문하곤 한다며 어려움을 하소연했다. 하지만 최 박사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청년의 임금 대비 주거비용이 과거 세대에 비해 더 열악해서 이런 상황이 빈곤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고 한다. 이로 인한 또 하나의 파괴적인 부작용은 소위 “출산 파업”이다. 집이 없으니 애를 낳지 않는 것이다.

최 박사를 비롯한 발제자들이 제시하고 있는 대안은 이른바 “사회주택”의 활성화다. 영리적인 목적의 주택과는 금을 그으면서 최하층 등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주택”과는 또 다른 의미를 가지는 사회주택은 유럽에서는 “Housing at Moderate Rent”, “Not-for-Profit Housing”, “Limited-Profit Housing” 등으로 불린다 한다. 이러한 호칭을 통해 사회주택의 특징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문제는 사회주택을 가동시킬 종자돈일 것이다. 이를 위해 도시연구소 등은 관련조례를 제정하려 노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비율적으로 공공주택보다는 보조가 덜할지 몰라도 어쨌든 시의 예산이 투입되어야 하는 사안이다. 따라서 이러한 행동을 위해서는 청년의 주거 빈곤이 빈곤의 악순환, 나아가 출산파업으로 인한 사회재생력의 소진으로 이어질 것이란 증거를 보다 확실히 제시해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카카오톡 사태에 대한 斷想

개인적으로 카카오톡이라는 챗앱을 좋아하지 않았다. 왓츠앱벤치마킹해서베껴서 – 만들어낸 “대한민국 대표 챗앱”은 왓츠앱과 달리 처음에는 말끔히 지어놓은 빌딩에 온갖 간판과 네온사인이 붙은 것처럼 산만한 외양이 맘에 들지 않았던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안본지도 몇 년 된 “카톡 친구”가 이상한 게임을 깔라며 메시지를 보내고, 친구 추천란에 수시로 뜨는 온갖 기업 “친구” 추천 등등. 약간은 결벽증이 있는 취향과는 거리가 먼 스타일의 앱이었다.

하지만 그 앱이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이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계속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지인들에게 왓츠앱이 조용하니 그쪽으로 가자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렇게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앱이 카카오톡이었다. 대한민국 대표 포탈 중 하나인 다음을 흡수해서 ‘다음카카오’가 출범하고 은행의 전유물인줄 알았던 송금과 기타 결제기능이 결합된 금융서비스를 구축하는 등 카카오톡은 바야흐로 챗앱을 넘어선 모바일포털의 길로 접어든 것이다.

그렇게 거칠 것 없던 카카오톡의 앞날에 어두운 구름이 끼는 사태는 어떤 분의 사소한(?) 발언에서 시작되었다.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이 그 도를 넘고 있다”. 이 시대착오적인 발언 이후로 관련자들이 어떻게 뻘짓을 하고, 그 뻘짓이 이해당사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이 글에서 잘 정리를 해놓았으므로 참고하기 바란다. 이 글 등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번 사태의 – 이하 “카톡 사태” – 최대 피해자는 다음카카오, 최대 수혜자는 텔레그램이 되었다.

우선 국가의 개인에 대한 감시가 정당한 것인지 이 글에서는 논외로 하겠다. 간단히 사견을 적자면 공권력의 법률이 정한 바에 따른 – 과잉금지의 원칙을 지킨 – 개인정보에 대한 수집 및 분석은 타당하다고 본다. 그러한 법집행이 없다면 실질적으로 범죄에 대한 공권력 집행도 불가할 것이다. 여하튼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대목은 위기에 대한 기업의 대응이다. 다음카카오톡의 대응은 “대한민국 대표 챗앱”의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미숙한 것이었다.


난 텔레그램의 이 로고가 맘에 든다

트위터 공식계정은 법적 절차 없이 누구에게도 대화내용을 보여주지 않는다며 ”오해하지 마세요”란 거만한 말투로 법집행의 정당함과 억울함을 호소했고, 다음 前 CEO는 한 시민운동가와의 설전에서 그에게 “국가권력에 저항하지 못하는 기업을 탓할 거면 이민가라”고 했고, 다음카카오의 법률 대리인이라는 분은 소비자에게 “영장집행이 와도 거부할 용기가 없는 비겁자들”이라고 발언했다. 이 모든 발언들이 불과 며칠 만에 이루어졌다는 점이 놀랍다.

法人도 자연인처럼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면 다음카카오는 지금 참 억울한 자연인의 심정과 같을 것이다. 억울할 만하다. 다만 법인은 억울함이 해소되어도 사업 환경이 악화된다면 별무소용이다. 기업 이미지는 법률적 타당성에 맞먹을 정도로 기업이익과 연계된다. 기업은 그것을 알기에 이미지 광고를 하고 홍보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다음카카오가 오해 말라고 강변해봤자 소비자는 텔레그램으로 이민가면 그만이다. 비겁자라기보다는 망명자다.

옳은 방식인가 하는 부분에 대해선 의문이 있지만 소위 “대기업”의 대응방식은 이와 다를 것이다. 일단 부정적 사건이 발생하면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서 자사의 이름을 언론기사에서 뺀다. 이후 일사불란하게 입단속을 하면서 사태의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한다. 그것이 적어도 홍보 전략이 있는 회사의 대응이다. 하지만 다음카카오는 그렇지 않았다. 심지어 “공식사과문”에서도 뭔가 치기어린 장난기를 느낄 수 있다. 아직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듯한 눈치다.

내가 텔레그램을 깐 이후에도 하루가 다르게 지인의 텔레그램 가입이 늘고 있다. 이런 증가세가 실질적인 대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지만 어쨌든 왓츠앱과는 다른 통신환경이 다듬어진 것은 사실이다. 언제든 지인들이 텔레그램에서 대화를 시작하면 이제 소셜네트워크 특유의 고착성 때문에 더 이상 카톡을 유지하여야 할 이유가 딱히 없을지도 모른다. 싸이월드가 그랬고 네이트온 메신저가 그랬던 것처럼 카카오톡도 그런 몰락의 길을 걷지 마란 법이 없다.

이번 사태는 MBA에서 홍보 전략 부재에 따른 기업위기의 한 사례로 써도 될 것 같다.

이스탄불 紀行文 – 아직 가지도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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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stantinople 1453” by Bertrandon de la Broquière in Voyages d’Outremer – www.bnf.fr. Licensed under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이스탄불에 가기로 결정했다. 知人이 이스탄불에 발령이 났는데 아내에게 겨울에 놀러오라고 제안했다. 아내가 먼저 그곳에 가기로 결정했고 나도 망설이다 그때에 맞춰 가기로 결정했다. 오래된 역사가 켜켜이 쌓여있는 이스탄불에 대해 자세히 알지는 못해도 언젠가 한번은 가보리라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가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겨우 일주일 동안.

사실 이스탄불, 그리고 터키의 역사에 대해서 아는 것은 별로 많지 않다. 동로마 제국, 모스크, 오스만 튀르크 제국, 성상파괴운동 등등. 파편적이고 단편적이다. 짧은 일주일 동안의 여행으로 이 성기게 엮여져 있는 그 광대한 역사의 조각의 한 구석이라도 더 채울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지만 어쨌든 지금부터라도 준비를 해둬야 겉핥기 여행이 되지 않을 것이다.

제일 먼저 한 일은 도서관에서 이스탄불 관련 책을 빌리는 것이었다. 유재원이라는 분이 쓴 터키 관련 기행문과 터키 작가 오르한 파묵이 쓴 이스탄불에서의 추억에 관한 그의 에세이를 빌렸다. 1970년대부터 터키를 오간 유재원 씨의 해박한 지식 덕택에 대충 가볼만한 곳의 사전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파묵의 글은 이 정보에 색칠을 해주는 조미료가 되고 있다.

티케팅은 완료했고 숙소는 현재 무난하게 호텔로 예약할지 아니면 이색적으로 에어비앤비를 이용할지에 대해서 고민 중이다. 에어비앤비를 잘 고르면 특이한 경험을 할 것 같기도 한데 재수 없으면 돈값을 못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앞선다. 한 여행자는 에어비앤비에서 고른 숙소가 사실은 지하였고 열쇠가 작동하지 않아 고생했다는 경험담을 올려놓기도 했다.

일정은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서 정리해보기로 했다. 방문지나 먹거리 등 현지에서 빼먹지 않고 해볼 거리를 to-do 앱으로 체크해나갈 요량으로 여러 앱을 써보았다. 하지만 의도에 부합하지 않거나 에러가 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여 포기하고 결국 고른 앱은 toodledo. 웹에서도 쓸 수 있고 다양한 기능이 있어 현재까지는 만족. 하지만 디자인은 너무 구리다.

어리바리 멍때리고 있다가 갈 시기가 닥쳐서야 서둘러 가서 겉만 훑고 오는 여행이 되지 않도록 하려고 이렇게 서둘러 기행문을 – 시작도 안한 여행의 기행문 – 미리 적으며 마음의 다짐을 하고 있다. 파묵의 글에서 안 사실인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땡땡의 모험’ 실사영화가 이스탄불에서 촬영된 것이라고 한다. 우선 그 영화를 통해 사전 여행을 떠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