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열망을 부추기고 나태함을 꾸짖으면서 얻으려 하는 것

‘열망있음’ 대 ‘열망없음’의 대립구도는 대처리즘 시대에 드러난 노동계급의 균열을 이용하려는 신노동당의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신노동당 정치인들이 ‘열심히 일하는 가족’이라고 부르면서 부정하게 복지금이나 타내는 수많은 게으른 사람들의 반대편에 세워놓은 사람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방편일 것이다. ‘복지 식객’을 때리는 것이 백만장자가 아닌 저임금 노동자의 지지를 끌어내기에 더 매력적인 방법이라는 것은 사실이다. 결국 적은 임금을 받으려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라면, 자기 돈으로 흥청망청 사는 부자들에게 분노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오언 존스 지음, 이세영/안병률 옮김, 차브 영국식 잉여 유발사건, 북인더갭, 2014년, p130]

대처가 집권하자마자 바로 실행에 옮긴 이념을 상징하는 표현 하나가 ‘자산소유의 민주주의(property-owing democracy)’다. 그는 이 민주주의를 “사람들이 자기 집과 주식을 소유하고, 또 사회에 이해관계를 가지는 국가”를 의미한다고 설명하였다. 즉, 그는 노동계급이 자산을 소유하여 중산계급으로 신분상승이 되면 세상이 더 좋아질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이 있었고 이를 집권기간 동안 강하게 밀어붙였다. 대표적인 정책이 바로 국유기업의 민영화(privatization)다. 그는 이 로드맵을 통해 전후 상당기간 국가의 소유로 남아있던 국유기업의 주식과 공영주택 등을 일반에게 매각하였다.

소유에 대한 열망을 불러일으켜서 민주주의를 달성하겠다는 이런 정치적 열망은 대처리즘과 영국의 범위를 뛰어넘어 세계 각국, 특히 미국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레이건 이래 국가적 정책목표가 된 것이 바로 후에 조지 W 부시가 2004년 선거 캠페인 구호로 사용하게 될 ‘소유권 사회(ownership society)’였다. 美연방예급보험공사의 의장이었던 실라 베어는 “연방정부 정책은 25년 동안 주택 소유 촉진에 초점을 맞췄으며, 이는 민주당과 공화당을 가리지 않았다”고 증언하였다. 이러한 소유에 대한 열망을 정치적으로 부추겼다가 비극적인 종말을 맞게 된 사건이 바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인 것이다.

소유에 대한 열망이 비극적 사태를 초래했음에도 그 열망은 문명사회에서 여전히 식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은 금융위기 이전 “진보”를 자임하는 미국의 민주당, 영국의 신노동당, 스페인의 사회주의노동자당 등의 세력 역시 그 열망에 편승하여 권력을 유지하여왔기에, 그래서 그 열망이 헛된 열망임을 알려줄 조언자도 없는 채로 긍정만을 강요당하기 때문에 더더욱 사람들 사이에서 좌표 없이 표류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 진보는 소유에 대한 열망을 억제시키는 대신 보수와 함께 복지 식객을 악마화시키는 것으로 정권을 유지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들을 대변해줄 세력은 미약하기에 정치적으로 부담도 없다.

또한 이런 전략은 정치공학적으로도 유용하다. 빈곤층은 부유층의 갑질에 분노하기도 하지만 이보다 그들보다 더 가난한 계층이 복지혜택을 받는 것에 더 분노하기도 한다. 그 계층은 이미 큰 시장이 되어버린 자기계발 시장에서의 복음을 통해 열망을 가지고 살다보면 언젠가 부유층과 같은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꿈을 가지고 산다. 그 와중에 자신보다 게으른 이들이 복지로 자신을 밟고 일어서는 것을 용납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들은 심지어 공간적으로도 차하위층과 분리되기를 원한다. 이런 정서가 광범위하게 퍼지면 정치인은 “과도한 복지는 사람을 나태하게 만든다”고 거리낌 없이 말하게 된다.

이 “꼴찌 혐오(last-place aversion)”의 역설적인 결과는 몇몇 가난한 사람들이 그들의 소득은 실제 약간 상승시키지만 그들보다 가난한 이들이 그들과 비슷하거나 더 높은 위치까지 상승할 수도 있는 정책들을 소리 높여 반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중략] “꼴찌 혐오”의 개념을 유지하기 위해 바닥으로부터 떨어져 있는 사람들은 그들보다 상위에 위치한 이들에게 돈을 줄 수도 있다. : 어떤 이들이 그들 자신보다 가난한 상태로 남아 있는 것을 확인하는 대신 “부자”에게 보상하는 것. [중략] 이 아이디어는 여론조사기관인 Pew가 미국에서 모은 설문 데이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최저임금보다 약간 더 버는 이들이 그것을 높이는 것을 가장 반대한다.[Don’t look down]

나태함을 미덕으로 삼게 되는 사회는 상상하기 어렵다. 칼 맑스가 “오전엔 사냥, 오후엔 낚시, 초저녁엔 목축, 저녁식사 후엔 비평과 토론”을 할 수 있는 사회를 이상적인 사회로 그렸다고는 하지만 이건 노동해방을 통한 여유로운 삶이지 나태한 삶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서구사회에서 악마화되고 있는 ‘일하지 않는 복지’는 지양되어야 할 사회병리 현상이다. 하지만 그리스가 복지 때문에 경제위기에 빠졌다는 사실관계도 틀린 주장을 근거로 복지로 인하여 발생할 나태함을 두려워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이 영화장면이 떠오른다. 적어도 이 장면은 재밌기라도 한데 현실 속의 정치인의 그런 모습은 공포스럽다.

정치인이 이렇게 열망을 부추기고 나태함을 꾸짖어서 얻으려는 것은 무엇일까?

자신들의 나태할 권리.

지렛대 효과의 무서움

셰일 가스의 붐이 웨스트텍사스의 – 한동안 방문자들은 작동하는 펌프잭보다는 뛰어다니는 멧토끼로 가득 찬 들판을 볼 수 있었던 곳 – 풍경을 바꿔놓은 것처럼 미국 신용시장의 모습에도 드라마틱한 영향을 미쳤다. 바클레이스의 자료에 따르면 에너지 채권은 1조3천억 달러의 정크본드 시장에서 15.7%를 차지하고 있다. 10년 전에는 단지 4.3%에 불과했다. [중략] 비슷한 추세가 레버리지대출 시장(the leveraged loan market )에서도 진행되어 왔다. S&P캐피털 IQ에 따르면 2004년 3.1%던 미상환 대출 비중은 4.6%까지 커졌다. [Crude slide sparks oil-related debt fears]

어제 살펴본 석유시장과 금융시장과의 관계에 대해서 좀 더 검색을 해보았다. 파이낸셜타임스에서 괜찮은 기사를 하나 발견해서 그 중 일부분을 번역해보았다. 어제 글에 프로젝트파이낸스 시장이 유전개발 등 석유 시장과 함께 발전해 왔다고 말했고 여전히 해당 시장은 PF의 주요 시장이지만 인용한 기사를 보면 최근에는 프로젝트파이낸스 시장보다 정크본드 시장이 더 폭발적으로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기사에서 언급한 레버리지대출은 PF 상품과 대부분 겹친다. PF를 구조화할 때에 소요자금은 크게 자본과 대출로 나뉘고 이때 통상 자본에 비해 대출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되는데 바로 이런 지렛대(leverage) 효과를 노린 대출을 레버리지대출이라고 칭하기 때문이다. 이 시장도 시간이 흐르면서 비중이 커지기는 했다. 하지만 정크본드 시장은 그 시장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성장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추세는 셰일 가스 시장의 성장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전통적인 석유메이저는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자체자금이나 장기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PF 등을 선호할 것이다. 채권을 발행해도 그들의 채권은 단연 우량채권이다. 하지만 셰일 가스는 벤처 산업이다. 그들의 PF시장에로의 접근은 쉽지 않을 것이고 결국 높은 금리를 줘야 하는 정크본드 시장이 주요한 자금원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채권(bond)이든 대출(loan)이든 어쨌든 자본(equity)이 아닌 돈으로 사업을 하는 것은 바로 위에서도 언급한 지렛대 효과를 위해서다. 만약 그 돈이 같은 에쿼티로 들어왔으면 채무보다는 덜 괴로운 일이지만 채권이나 대출은 사업의 부침 여부와 상관없이 때가 되면 원리금으로 갚아야 할 돈이다. 호황기에는 경제 확장을 가속화시키지만 이렇게 불황기에 접어들면 몰락을 가속화시키는 것이 바로 지렛대 효과다.

유가하락의 원인에 대한 BIS의 분석에 대하여

그러나 다른 요소들도 유가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 새롭고도 중요한 요소는 최근 석유 섹터가 부담하는 부채의 현저한 증가다. 투자자들이 기꺼이 원유자산과 매출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려고 하기 때문에 원유기업들은 부채 수준이 광범위하게 상승하는 와중에도 대규모 자금을 차입할 수 있었다. [중략] 생산자들이 변제능력이나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오일 섹터의 이러한 과중한 부채부담이 석유 시장의 최근의 역동성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중략] 높은 부채 수준으로 인해 유가 하락이 생산자의 재무상태표를 악화시키고 잠재적으로 원유자산 판매의 결과로써(예를 들어 더 많은 생산량이 선물로 팔린다) 가격하락을 부추기면서 신용수준을 조이게 된다. 둘째로, 낮은 유가는 현금흐름을 감소시키고 기업이 이자를 지급할 수 없는 유동성 부족의 위기를 증가시킨다. 부채 상환 요구 조건은 현금흐름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실질 생산을 지속할 것을 요구할 수 있고, 이것이 시장에서의 공급 감축을 지연시킬 수 있다.[Box: Oil and debt (February 2015)]

BIS가 최근 세계경제의 주요 변수가 되고 있는 유가하락의 원인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3월쯤에 완전한 보고서로 발간될 예정인 이 연구의 대강을 홈페이지에 올려놓았기에 일부를 번역해보았다. 전체적인 내용은 현재의 유가의 폭락이 금융과 상당한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가정을 바탕에 깔고 있다. 신자유주의의 도래와 금융화 현상과 함께 어쩌면 가격의 등락에 금융이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은 자연스러운 추론이지만 정작 매체에서는 사우디와 미국의 기 싸움, OPEC내에서의 갈등 등 정치적인 이슈만을 화제로 삼아 오히려 신선한 감이 있다.

유가와 금융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고민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지난 10년간의 유가 폭등에도 주요변수로 주장되어 왔던 것이 금융자본의 시장 가세로 인한 이상폭등이었다. 시간이 상당히 흐른 지금도 그 정확한 원인을 발라내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금융화 현상이 실물가격의 변동성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개연성은 이제 자연스러운 추론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그리고 이제 그때와는 반대 양상으로 유가가 폭락하고 있음에 또한 금융화 현상이 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BIS의 추론이다. 그리고 인용한 부분은 바로 석유기업의 높은 부채수준이다.

우리가 오늘날 투자은행이라고 부르는 부문은 사실 시작부터 석유시장과 깊은 관련을 가지고 있다. 석유시장에서 사업을 하려면 큰돈이 필요하다. 이 돈을 모두 자기 돈으로 조달하기에는 벅찬 사업가가 손을 벌린 곳이 바로 초기의 월스트리트였다. 유전개발을 위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기법으로 발달한 것이 오늘날 우리가 흔히 PF라 부르는 프로젝트파이낸스(Project Finance)다. 1930년대를 기점으로 한차례 시장의 성장을 겪은 석유 파이낸스 시장은 1970년대의 북해유전의 개발과 1980년대 세계화와 맞물려 폭발적으로 성장하여 왔다.

그런데 그렇게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해왔다면 왜 최근에야 유가가 하락할까? BIS가 제시하고 있는 그래프가 판단의 단초가 될 것 같다. 2006년과 2014년의 석유/가스 회사의 미상환 부채 수준이다. 금융위기를 거쳐 왔음에도 미국기업을 포함한 모든 기업들의 부채수준은 다른 부문의 부채청산 경향에 아랑곳하지 않고 크게 늘었음을 볼 수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빚어졌을까 하는 것은 오히려 금융위기 시절에 유가가 더 올라 그들의 수익성이 좋아졌음에서 단초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즉, 그들의 부채청산 시기는 이제 돌아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럼 향후에는 이런 높은 부채수준은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일단 최근 적지 않은 에너지 부문에서 구조조정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한계상황에 부닥친 기업들은 회사를 청산할 것이다. 사우디가 기대하고 있었을 치킨게임에서의 승패가 어느 정도 가려질지도 모르겠다. 공급은 줄어들고 다시 유가가 정상화(?)되는 그런 상황 말이다. 그런데 그런 예측이 단기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은 에너지기업의 부채가 정상화까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할 것이다. 그 전에 채무불이행에 도달한다면 시장은 다시 혼란에 빠질 것이다.

전 세계 프로젝트파이낸스 연도별/섹터별 추이(단위 : 10억 달러)

출처 : Global Project Finance Infrastructure Review Full Year 2013, Infrastructure Journal

다음으로 향후 에너지 시장에 신규 생산자가 얼마나 진입할 것인가 하는 데이터도 유가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Infrastructure Journal이 조사한 최근 3년간 프로젝트파이낸스 시장을 보자. Oil & Gas 부문은 여러 부문 중에서 항상 1위를 차지했고 특히 2013년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투자의 대폭적인 증가세는 “투자자들이 기꺼이 원유자산과 매출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려고 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런 시설들은 향후 몇 년에 걸쳐 차근차근 생산을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유가를 출렁거리게 하는 변수가 될 것이다.

물가상승률 둔화의 원인진단과 그 해법에 관하여

“디플레이션에서 가장 걱정해야 할 것이 수요에 의한 물가 하락인데 최근 물가 하락은 수요 측면보다는 공급 측면에 기인한 바가 크다”[최경환 “증세 디플레 악화 요인..균형적·입체적 논의 필요”]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지난 2월 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현안보고에서 한 발언이라고 한다. 현재의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로 내려간 것은 아니기에 디스인플레이션 상황이라고 할 수 있긴 한데, – 이 부분은 최 부총리도 지적하였다 – 어쨌든 최 부총리는 현재의 추세를 상승률 둔화의 두 가지 변수인 수요와 공급 측면 중에 공급 측면에서의 물가상승률 둔화로 보는 입장이라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러한 진단은 정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공급 측면에 기인한 물가상승률 둔화라면 정책은 수요 진작을 위해 소프트한 자극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즉, 소비자의 기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이자율 인하 등 통화정책 등이면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만약 수요 측면에 기인한 물가상승률 둔화라면 보다 하드한, 이를테면 실질소득 진작책 등이 동원될 것이다.

최 부총리는 초기에는 후자의 접근을 중시하는 듯한 제스처를 보였다. 대표적인 시도로 기업의 내부유보금에 대한 과세 시도와 정책으로 제시되지는 않았지만 임금이 올라야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발언 등이 있었다. 이는 부채가 아닌 실질 소득을 증가시켜 소비 진작을 도모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후 이 시도들은 빠르게 퇴색했으며, 특히 임금 상승 발언은 “정규직 과보호 철폐”라는 궤변으로 변질되었다.

다만 2000년대 가격이 크게 상승했던 품목은 가격의 상승률뿐만 아니라 상승폭도 상대적으로 감소된 것으로 나타나, 기술적 요인보다는 주로 수요측 요인으로 상승률이 둔화되었을 개연성이 높음. [중략] 과거의 고물가수준이 최근 저인플레의 배경 중 하나일 수 있음을 감안할 때, 디플레 방지를 위해서는 통화정책을 통해 단기적으로 물가를 끌어올리기보다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가계소득 확대를 통한 소비진작 정책이 보다 유효할 것으로 판단됨.[최근 우리나라 소비자물가상승률의 특징과 시사점, 한국금융연구원, 박종상 연구위원, 금융포커스 24권 6호]

박 연구위원은 2000년대의 높은 물가상승을 감안할 때 – 디플레가 뭔지 모르던 시절 – 수요측 요인이 높다고 보아 최 부총리와는 다른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그의 판단대로 수요 측면 요인이 높다고 볼 때 이는 당연히 가계소득 확대가 좋은 정책이다. 어느 요인이 더 중하다고 판단하기 어렵더라도 가계소득 및 복지 확대는 고위험의 부채사회에서는 궁극적인 경제건전화를 위해 정책의 우선순위에 두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 경제팀은 일단 현재의 물가상승률 둔화가 유가 하락과 같은 공급적 요인에 기인한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이는 초기에 보였던 보다 수요 측면에서의 접근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기업유보금 과세 정책은 퇴색하고 있고, 근본책 중 하나인 복지정책은 보수세력의 반격 등으로 공약의 기대치에도 못 미치게 표류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는 대출독려 등의 단기적인 부양책으로 경기를 진작시키려는 시도에 그치고 있다.

한편 적정임금을 통한 소비 진작책은 오히려 사기업 광고가 독려하고 있다.

유럽의 “약한 고리”가 된 그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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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xis Tsipras Syriza” by FrangiscoDerOwn work. Licensed under CC BY-SA 3.0 via Wikimedia Commons.

진작부터 예상되어온 시리자(ΣΥΡΙΖΑ)의 승리로 말미암아 유럽 경제와 정치 상황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가십을 좋아하는 이는 그리스에서 마흔 살의 역대 최연소 총리가 탄생했다는 것을 입에 올렸고, 전 세계 좌파들은 유럽에서 “진성” 좌파 정당이 집권했다는 사실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투자자들은 강경주의자가 – 요즘에는 “대중영합주의자”가 더 자주 쓰이는 것 같다 – 그리스 정치를 장악했다는 사실이 그들의 투자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 주판알을 굴리고 있다. 제각각 반응이 틀린 이들 모두의 공통점은 예상되었던 이번 승리가 어떤 방향으로 튈지 쉽게 예상할 수 없다는 점일 것이다.

유럽이 단일통화를 사용하는 단일경제권을 형성함으로써 이전 세기의 정치적 위기를 경감시키고 미국에 대항하는 강력한 공동체를 구성할 것이라는 이상주의자들의 꿈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파탄이 나는 것처럼 보였지만 구성원들의 아슬아슬한 합의 하에 여태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현재는 단일 경제권이라는 시도가 정치적 위기를 오히려 증가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주되게 유로존이 단일통화를 쓰면서도 미국과 같은 재정동맹으로 엮인 단일 중앙권력의 연방이 아니라는, 즉 정치주권과 경제주권이 불일치하는 근본적 한계에서 비롯된 결과라는 점에서 애초에 설계부실이다.

그래서 가장 실현가능한 대답은 임시변통의 조치다. 그러나 그건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치프라스가 세금 유예를 얻어내지 못한다면 그리스 유권자의 신뢰를 몽땅 잃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그리스의 위치에 대해서 약간의 개선만 얻어낸다 할지라도, 이는 다른 나라들의 반반을 불러올 것이다. [중략] 설상가상으로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긴축에 대한 반대뿐 아니라 이들 국가의 유로 멤버십에 대해서도 반대하는 좌우 진영의 대중영합주의자들이 힘을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여하한의 임시조치도 기술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유럽중앙은행은 치프라스 정부가 채권자들과의 합의된 프로그램 안에 있지 않는다면 그리스 은행들에게 긴급 유동성을 부여한달지 채권을 사준달지 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여하한의 곤경은 그리 은행들의 뱅크런을 야기할 수 있다. 만기를 연장함으로써 이러한 몇몇 상황을 피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는 치프라스에겐 너무 인색한 것이고 메르켈에게 있어서는 너무 후한 것이다.[Syriza’s win could lead to Grexit, but it should lead to a better future for the euro]

바로 이 사례가 미연방과 유로존이 가지는 극명한 차이를 보여주는 사례다. 미국에서는 플로리다 주가 가혹한 긴축정책에 대항하여 주지사를 좌파로 뽑아 채권자들의 가혹한 상환 프로그램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저항하고 이에 대해 부유한 주인 뉴욕 주에서 이행을 강요하는 상황을 상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개별 정치 주권을 가지고 있는 유로존에서는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더불어 각 나라의 인종도 틀리고 남유럽 유권자들이 통화 통합으로 인한 무역불균형 등으로 부자 나라에게 뺏긴 것이 많다고 여기는 상황은 유로존의 공동체 정신이 얼마나 허약한 것인가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올해 선거가 예정되어 있는 스페인에서 시리자와 비슷한 정치성향을 가지고 있는 포데모스(Podemos)의 인기가 치솟고 있는 상황은 유럽연방주의자들이 한층 더 공포심을 가질만한 상황이다. 그야말로 유럽에서 블라디미르 레닌의 ‘약한 고리 이론’ 내지는 ‘공산주의 도미노 이론’이 전개되는 상황인 것이다. 스페인의 유력 정치세력들은 “스페인은 그리스가 아니다”라고 외치고 있지만 각기 다른 원인의 해법이 결국 대규모 채무와 긴축재정 프로그램으로 동일했다는 점에서는 스페인 역시 그리스고 그에 대한 정치적 저항 프로그램도 비슷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아주 개연성 없는 시나리오는 아닌 것이다.

그리스 국민은 그들이 지고 있는 빚이 “부도덕한 빚”이었다며 이에 대한 탕감은 정당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인용한 이코노미스트 기사는 독일이 나머지 유럽 국가들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프로그램의 이행을 강요했다면서 메르켈의 후퇴를 점치고 있다. 이러한 정황에 비추어 볼 때 그리스의 시리자 집권은 그동안 금칙어로 설정되어 있던 채무 프로그램 조정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보는 편이 타당할 것 같다. 금융위기 이전의 유로존 경기부양 프로그램이 지속가능하지 않은 프로그램이었다면 지금의 부채상환 프로그램 역시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약한 고리를 강화시키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오바마의 의회 연설에 대해

이제 사실은, 인프라스트럭처와 기초연구와 같은 이슈에 관해서는 이 의회에서 초당적 협조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양당의 구성원들이 그렇게 내게 말했습니다. 뜻밖에 너무나 자주 바위들에 마주치는 지점은 이러한 투자를 어떻게 지불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미국인으로서 우리는 모두 그렇게 하는 한에는 공평한 세금을 내는 것을 개의치 않습니다. 그러나 너무도 오랫동안 로비스트들은 다른 이들이 모든 운임을 지불하는 동안 몇몇 기업들은 한 푼도 내지 않을 수 있는 개구멍이 있는 세금 항목을 속임수로 만들어왔습니다. 그들은 중산층 가족들이 필요한 감면은 거부한 채 슈퍼리치들은 필요하지도 않은 사은품을 안겨주었습니다. 올해 우리는 이를 바꿀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개구멍을 닫아서 해외에 이익을 남겨두는 기업들에게 보상하지 말고 미국에 투자하는 이들에게 보상합시다. (박수) 우리의 인프라스트럭처를 재건하는데 그들의 유보금을 사용하고 고향에 일거리를 가져오는 것이 기업들에게 보다 매력적이 되게 합시다. [중략] 그리고 상위 1%가 그들이 쌓아놓은 부에 대한 세금을 회피하게끔 하는 개구멍을 닫읍시다. 우리는 그 돈으로 더 많은 가족들이 보육(childcare)에 쓰고 아이들을 대학에 보내게 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오바마의 의회 연설 중]

오바마의 이번 의회 연설은 크게 경제와 안보에 관한 주제로 나눠지는데 경제 부분만 보면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연설인가 미국 대통령의 연설인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진보적이다. 오바마는 ‘여성이 남성과 동일노동에 동일임금을 받게 하자’, ‘최저임금을 올리자’, ‘노조를 강화시킬 법이 필요하다’, ‘커뮤니티 대학을 무료로 하자’ 등의 진보적 의제를 제시하며 남은 임기 내에 이러한 조치를 강화할 것임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용한 부분은 이런 여러 의제 중에서도 가장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그가 제시한 계획의 실천을 위한 재원조달 수단의 하나로 제시된 이 제안의 공격대상이 너무나 분명하기 때문일 것이다.

블룸버그의 한 칼럼은 오바마의 연설 취지는 실제로 그의 계획이 실행될 것을 염두에 두었다기보다는 2016년 대선에서의 이슈 프레임의 일환이라 보고 있고 나 역시 공감하는 바다. 공화당이 우세인 현 의회에서 남은 2년 동안 가시적인 조치가 있기 어렵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오바마 자신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의 의도 중에는 미국 경제는 호조세를 보이고 있는 와중에 중간 소득은 오히려 떨어지는 등 노동계급의 체감경기는 그리 호전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고, 이러한 상황의 책임을 의회에 전가시키려는 것도 있을 것이다.

Barack Obama addresses joint session of Congress 2009-02-24.jpg
Barack Obama addresses joint session of Congress 2009-02-24” by Pete Souzahttp://www.whitehouse.gov/ (specifically http://www.whitehouse.gov/assets/hero/624×351/_MG_0474-hero.jpg) Accessed 2009-02-25; Story. Licensed under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한편 힐러리 클린턴은 오바마가 “중산층 경제학(middle-class economics)”이라 이름붙인 이 의제에 동의하는 트윗을 날렸다. 공화당의 한 그룹은 이로써 “오바마 3기”가 가동됐다고 촌평하기도 했다 한다. 하지만 공화당 역시 경제적 불평등이란 이슈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오히려 밋 롬니는 오바마 집권기간 동안 경제적 불평등이 가속화되었음을 지적하는 “대중영합주의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현재의 미국인들이 의료비용, 저임금, 부채, 학비 등에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갤럽 조사결과를 정치권이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들이 막대한 돈을 풀어 망가져가는 시장을 살렸지만 그 와중에 부의 편중은 더욱 심해졌고 공정성은 훼손됐다는 사실은 이제 소수의 극단적 선동가를 제외하고는 동의하는 바일 것이다. 실천의지가 있는 발언이든, 이슈 프레이밍을 위한 발언이든 오바마의 이번 연설의 메시지가 그러한 편향된 경제적 효과를 정상화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이런 태도를 경제적 불평등이 미국 못지않게 심한 어떤 나라의 대통령도 견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 시궁창 1, 시궁창 2, 시궁창 3.

이스탄불 紀行文 – 이스탄불의 박물관

구시가지는 유명 관광지가 몰려 있는 덕분에 관광객을 유혹하는 많은 식당이 몰려 있다. 우리 일행은 큰길가의 식당을 피해 골목 안의 조그맣지만 깔끔한 Old Anatolia Cuisine이라는 식당을 가보기로 했다. 진열장 안에 칸칸이 요리가 담겨져 있었고 손님은 요리를 직접 보며 주문을 할 수 있어 편했다. 나는 양고기와 밥, 그리고 간을 넣고 볶아 달걀지단으로 감싼 밥을 시켰는데, 특히 볶음밥이 맛있었다. 매너 좋은 웨이터가 서비스로 제공한 케이크와 애플티를 먹으며 포만감을 만끽했다.


맛나게 즐긴 점심. 달걀지단으로 감싼 볶음밥이 맛있었다.

맛나게 점심을 먹은 후 향한 곳은 토카피 궁전으로 가는 길에 있는 각종 박물관들이었다. 아야소피아 뒤편에서 박물관으로 향하는 길은 정겨운 돌담길이어서 운치가 있었다. 이곳을 지나면서도 어김없이 등장하는 고양이들 때문에 우리 일행의 발길은 더뎌지기 일쑤였다. 어쨌든 우리 일행은 이스탄불 고고학 박물관(Istanbul Archaeology Museums)이라고 통칭하고 있는 박물관에 도착했다. 이곳은 크게 고대오리엔트 박물관, 고고학 박물관, 도자기 박물관 등 세 개의 빌딩으로 구분되어 있었다.


고대인도 고양이를 좋아했다(고대오리엔트 박물관)

이 박물관들은 오스만 제국의 현대화 계획의 일환으로 추진된 박물관 건립계획에 따라 조성된 것들이다. 오스만 제국도 파리의 루브르와 같은 그럴싸한 박물관이 갖고 싶었던 것이다.1 술탄의 지시로 1869년부터 시작된 박물관 건립 시도는 여러 해의 작업을 거쳐 출중한 큐레이더 오스만 함디 베이(Osman Hamdi Bey)2의 마무리 하에 토카피 궁전의 바깥 정원에 1891년 정식으로 설립되었다. 각각의 건물들은 15세기 건물을 사용하거나 박물관으로 사용하기 위해 새로 지어진 건물 등을 사용하였다.


도자기 박물관 입구의 아름다운 장식

박물관 건립을 위해 터키 각지에서 수집된 문화재들은 술탄이 부러워하던 서구의 다른 유명 박물관만큼이나 다양하고 깊이 있는 컬렉션을 자랑하고 있다. 고대오리엔트 박물관과 고고학 박물관은 고대 그리스나 로마의 수많은 유물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메인 빌딩의 많은 부분이 차양이 쳐진 채 관람이 허락되지 않아 카데쉬 조약 등 주요 문화재를 많이 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도자기 박물관은 이슬람의 도자기 문화재를 전시해 놓은 조금은 다른 성격의 박물관이어서 이채로웠다.


공원에서 만난 고양이들. 잠시 뒤 놀라운 광경이~

관람을 마친 후 아내가 피곤하다고 해서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또 다른 일행을 트램 역에서 배웅하고 우리는 숙소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이 와중에 우리는 터키 방문 중 가장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가는 도중에 있던 조그만 공원에서 고양이 네 마리를 발견한 우리는 늘 그렇듯 먹이를 주기 위해 이들에게 다가갔다. 그런데 순식간에 어디선가 수많은 고양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정신없이 밀려드는 고양이 무리에 넋이 나가 우리는 먹이를 주고, 사진을 찍고, 비디오를 찍어댔다. 즐거운 경험이었다.


공원에 몰려든 고양이 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