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명의 사람이 감방에 실지로 갇혔나요? 제로.”

Matt Taibbi라는 작가가 “The Divide: American Injustice in the Age of the Wealth Gap,”이란 제목의 책을 내놓았다. 이 책에 대해 Democracy Now가 작가와 인터뷰를 가졌는데 흥미로운 부분을 약간 해석해 보았다. 이 인터뷰를 읽어보면서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것이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의 상처는 아직도 치유되지 않았다. 그 위기의 해소 과정에서 자행된 수많은 부조리는 정치적으로 매우 깊은 골을 만들었으며 각국 정부가 떠안은 부채는 향후에도 계속 전 세계 경제의 회복을 방해할 것이다.

AMY GOODMAN: 이건-이건 이를테면 많은 다른 사람들이 수백 년을 교도소에서 썩는 것으로 대체할 수 있는.

MATT TAIBBI: 오 예. 바로 맞아요. 제 말은, 다른 사례에서 찾아보죠. 제너럴리인슈어런스라는 여러 임원들이 7억5천만 달러의 주식 사기로 기소된 회사와 관련한 사례가 있어요. 그 금액은 같은 해에 미국 북동부에서 도난당한 자동차의 전체 값어치보다 많은 금액입니다. 그럼 그 해에 도난당한 차 때문에 징역을 산 모든 이들을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아시다시피 이 친구들은 궁극적으로 법의 세부조항을 통해 빠져 나옵니다.

그래서 다시 JP모건체이스로 돌아가면 그들은 200억 달러의 벌금을 냈습니다. 그리고 정부가 왜 그들은 교도소에 가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늘 하는 대답은 “음. 우리는 충분한 증거를 가지고 있지 않아요. 이 케이스는 성사시키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제가 묻고 싶은 것은, 반복해서 계속 묻고 싶은 것은 이들 회사로부터 수십억 달러의 벌금을 걷을 수 있는 충분한 지렛대가 어느 정도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죠. 그러나 임원들 중 누구 하나도 감방에 하루라도 가둘 수 있는 지렛대는 충분치 않다고요? 이건 말이 되지 않습니다. 논리적으로 완전히 불합리한 추론이죠. 당신이 기업에게 그렇게 많은 돈을 지불하게끔 할 수 있는데 아무도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저 그것은 가능하지 않죠.

[중략]

AMY GOODMAN: 누가 주식회사 아메리카에 대해 좀 더 터프했나요? 오바마 대통령 아니면 부시 대통령?

MATT TAIBBI: 오~ 부시죠. 명백합니다. 그리고 이건 중요한 포인트인데요. 2000년대 초로 돌아가서 모든 중요한 케이스들을 생각해보세요. : 알렐피아, 엔론, 타이코, 월드컴, 아더앤더슨. 이 모든 회사들은 부시의 법무부 하에서 날아가 버렸습니다. 그리고 이에 관해 흥미로운 점은 일종의 진행과정을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80년대 후반의 저축은행 위기로 돌아가 보면 수많은 사기성 문제가 있었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 앞에서는 무색해집니다. 그 위기 때는 800명이 감옥에 갇혔죠. 앞으로 가보면 엔론, 알렐피아, 타이코와 같은 회계 스캔들에서는 10년이나 15년이었습니다. 저축은행의 기소처럼 열정적이진 않았지만 어쨌든 그렇게 했어요. 최소한 조지 부시는 정의는 장님이라는 사실을 보통의 미국인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것의 상징적인 중요성을 인지했어요. 그렇죠?

그 다음의 큰 위기로 돌아가 보면 몇 명의 사람이 감방에 실지로 갇혔나요? 제로. 그리고 이 위기는 저축은행 위기나 회계 위기보다 훨씬 큰 범위의 위기였습니다. 제 말은 전 세계 부(富)의 거의 40%를 쓸어버렸고 아무도 교도소에 가지 않았어요. 그러니 우리는 이제 사물을 공평하게 보이는 것과 관련하여서는 겉치레의 중요성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곳에 위치해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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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의 임금상승이 우리 청년의 탓”이라는 KBS 보도에 대하여

내국인 근로자가 힘든 일이라며 취업을 기피하다 보니 고임금을 주고라도 외국인 근로자를 쓸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2백만 원 이하를 받는 외국인 근로자 수는 줄고 2백만 원 이상 받는 근로자 수는 크게 늘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임금은 빠르게 상승하고 있지만 3D 업종의 중소기업들의 경우, 사람 구하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정부는 청년 일자리를 위해 외국인 산업연수생 수를 2만 4천 명 줄였습니다. 그러나 우리 청년들은 양질의 일자리만을 고집해 결국 외국인 근로자의 임금만 올라가고 있습니다.[값싼 외국인 노동자 ‘옛말’... 월 400만 원!, KBS 뉴스, 2014.4.16.]

“우리 청년들의 3D업종 기피 현상” 운운은 꽤 오래된 레퍼토리다. 그런데 이 보도는 그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우리 청년들이 “양질의 일자리만을 고집”해서 외국인 근로자의 임금만 올라가고 있다는 상관관계까지 도출하였다. 좀 더 이 논리를 확대해보자면 결국 ‘우리 청년들이 양질의 일자리만 고집하지 말고 3D업종에 취업하였으면 3D기업의 일자리 부족현상이 일어나지 않고 외국인 근로자에게 쓸데없는(!) 고임금을 지불할 필요가 없었다’는 논리일 것이다. KBS는 이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해 그럴듯한 통계자료까지 제시했다.


출처 : KBS 트위터

통계자료의 진위여부는 국가통계포털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KBS가 제시한 자료는 해당 포털에서 올라온 ‘월평균 임금수준/성별 임금근로자’ 현황을 가공한 자료였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2012년과 2013년 사이에 월평균 200만원 미만을 버는 외국인 노동자는 4만6천명 감소한 반면, 200만원 이상을 버는 외국인 노동자는 2만2천 명 늘었다. 감소한 절대숫자는 정부가 줄인 산업연생 수와 일치한다. 과연 KBS의 보도대로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이 상승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문제는 임금상승의 원인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월평균 임금수준별 취업자수(단위 : 천명)

구분 2012년 2013년 증감 증감률
100만원 미만 52 42 -10 -19.2%
100만원~200만원 미만 519 483 -36 -6.9%
200만원~300만원 미만 143 159 16 11.2%
300만원 이상 45 51 6 13.3%

출처 : 국가통계포털

KBS는 ‘우리 청년이 양질의 일자리를 고집하는 것’이 원인이라고 단정하고 있다. 즉, 3D 노동시장에 우리 청년이 참여하지 않아 노동수요가 늘고 임금이 오른다는 논리다. 하지만 KBS는 이 둘의 상관관계에 대한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임금상승의 주범으로 ‘우리 청년’을 겨냥했으면 마땅히 그 근거자료도 제시해야 하는데도 말이다. 한편, 통계적으로 그 원인을 찾고자 하였으나 만만한 작업은 아니었다. KBS의 제시자료가 2012~2013년 자료인데 여타 노동관련 자료는 최신 데이터가 2012년까지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외국인 노동자의 노동현황에 대한 각종 자료는 2013년까지 정리되어 있어서 다양한 원인 중에 우선 외국인 노동자의 노동시장 내부를 훑어볼 수는 있었다. 우선 살펴볼 것이 ‘직업별 취업자 현황’이다. 비임금근로자까지 포함한 자료이긴 하지만 유의미한 변화를 살펴볼 수 있는데 통념과 달리 전문가, 사무종사자 등의 소위 화이트칼라 외국인 노동자수가 늘고 있다는 사실을 볼 수 있다. 반면 기능원ㆍ기계조작 및 조립종사자는 동기간 4만6천명이나 감소했다. 흥미롭게도 줄어든 200만원 미만의 월급 노동자 숫자와 일치한다.

직업별 취업자수(단위 : 천명)

구분 2012년 2013년 증감 증감률
관리자, 전문가 및 관련종사자 91 93 2 2.2%
사무종사자 20 24 4 20.0%
서비스ㆍ판매종사자 87 87 0 0.0%
농림ㆍ어업숙련종사자 24 23 -1 -4.2%
기능원ㆍ기계조작 및 조립종사자 330 284 -46 -13.9%
단순노무종사자 239 250 11 4.6%

출처 : 국가통계포털

또 하나의 변수를 살펴보자면 ‘근속기간별 취업자 현황’과 ‘한국에서의 동일직업 근무기간별 취업자 현황’이다. 두 통계 공히 2년 이상의 장기취업자 수가 많이 늘어났다. 이는 외국인 노동자의 취업현황이 단순한 산업연수생의 미숙련노동에서 취업기간이 긴 노동자의 숙련노동 위주로 변하고 있음을 의미할 것이다. 그렇다면 해당 노동자의 임금이 상승하리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동기간 우리나라 전체의 제조업과 건설업의 상용월급여액은 각각 3.7%, 6.5% 상승했다. 임금의 자연적 상승요인도 있다는 의미다.

근속기간별 취업자수(단위 : 천명)

구분 2012년 2013년 증감 증감률
6개월 미만 192 159 -33 -17.2%
6개월~1년 미만 163 130 -33 -20.2%
1~2년 미만 228 208 -20 -8.8%
2~3년 미만 101 112 11 10.9%
3년 이상 107 150 43 40.2%

출처 : 국가통계포털

한국에서의 동일직업 근무기간별 취업자수(단위 : 천명)

구분 2012년 2013년 증감 증감률
6개월 미만 88 72 -16 -18.2%
6개월~1년 미만 111 100 -11 -9.9%
1~2년 미만 206 176 -30 -14.6%
2~3년 미만 114 130 16 14.0%
3년 이상 271 282 11 4.1%

출처 : 국가통계포털

요컨대, 외국인 노동시장은 3D업종의 저임금 노동자 일색일 것이라는 통념과 달리 점차 사무직, 전문직 종사자의 수도 늘고 있는 상황이며, 산업연수생 제도 등에 의해 노동력이 공급되는 기능원 등의 미숙련노동은 일시적으로 크게 감소하였다. 그와 함께 근속기간은 유의미한 증가율을 보이고 있어 이것이 임금의 자연적인 상승분과 함께 임금상승의 주요원인일 수 있음을 짐작케 한다. 그렇다면 과연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상승은 KBS의 주장처럼 우리 청년의 3D기피 때문일까? 외국인 근속연수가 우리 청년 때문에 느는 것인가?

KBS의 보도가 안타까운 이유는 밑에 깔고 있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종주의적인 뉘앙스 때문이다. 잔업까지 포함해서 3백9십만 원을 받고 있는 고소득(?!) 외국인 노동자의 사례를 가지고 우리 청년들의 게으름을 비난하면서 동시에 외국인에게 주지 않아도 될 고임금을 준다는 그 주장이 담고 있는 시각이 인종주의적 시각이 아니라고 부정할 수 있는가? 외국인이 되었든 내국인이 되었든 받아야 할 정당한 임금을 받고 있다면 환영할 일이다. KBS는 우리 청년이 3D시장에 어서 편입되어 임금이 하향평준화 되는 세상을 바라는 것일까?

도널드 덕의 이미지 어떻게 전재할 것인가?

이야기의 줄거리와 이것을 전달하기 위해 이용되는 삽화들 – 키만투가 디즈니 사의 허가 없이 실은 삽화들이기도 하다 –을 보면, 디즈니가 이들 나라 사람들이 한편으로는 순진무구하고 고귀한 야만인들과 다른 한편으로는 정치 혁명 분자들로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략] 따라서 이 책을 미국 내에서도 손쉽게 구입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했으나, 여기에 저작권 문제가 끼어들었다. [중략] 컨즐에 의하면 두 출판사 모두 종국에는 디즈니 사의 소송 제기가 두려워 이를(출판 : 인용자 주) 단념하고 말았다. 디즈니 만화책의 삽화는 주요 주제와 전형을 다룬 두 사람의 주장에 대한 시각적 증거를 제공해준다. 디즈니 측은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결코 자사의 만화 삽화들이 이러한 방식으로 이용되는 일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며, 따라서 만약 누군가 삽화들을 허가 없이 출판한다면 값비싼 소송 비용을 물게 될 것이었다. [도널드 덕 어떻게 읽을 것인가, 아리엘 도르프만/아르망 마텔라르 지음, 김성오 옮김, 새물결, 2006년, pp246~249]

무인도에 낙오되었을 때 쉽게 구출되는 방법이 ‘미키마우스를 해변에 그려놓는 것’이라는 농담이 있다. 그러면 유난히 저작권에 민감한 디즈니에서 즉시 헬기라도 띄워 바로 찾아와 해변의 그림을 지울 것이라고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바로 그림을 지워야 할 것이라는 개연성에 대해서는 고개가 끄덕거려지지만 화가 나서 찾아온 디즈니 측 직원들이 과연 조난자를 다시 문명세계로 데려갈지는 미지수지만, 여하튼 디즈니의 강력한 저작권 대책에 대한 재밌는 농담이긴 하다.

인용한 부분은 칠레에 사회주의 성향의 아옌데 정부가 들어선 이후 들불처럼 일었던 사회 각 분야의 개혁적 행동 중 하나로써의 문화적 각성의 산출물인 ‘도널드 덕 어떻게 읽을 것인가’의 영어권 출판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일화를 소개한 글이다. 책의 관계자들은 디즈니의 저작권에 대한 – 보다 근본적으로는 그들에게 적대적인 책의 발간을 막고자 하는 것이겠지만 – 시비를 두려워했고, 이는 앞서의 농담이나 다른 여러 일화에서 알 수 있는바 단순한 기우는 아니었을 것이다.

인용문의 뒤를 읽어보면 결국 맑스 관련 출판물을 전문으로 내는 뉴욕 소재의 제너럴 에디션스 사가 출판을 결정했고 1975년 6월 영국에서 찍은 책이 뉴욕에 도착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디즈니는 이 책과 총력전을 펼친다. 디즈니는 책이 자사의 캐릭터를 이용해서 “순진한 부모들로 하여금 디즈니 만화 가운데 하나를 산다고 믿게 하려는” 상술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이 책의 옹호자 측은 캐릭터의 사용이 ‘공정 사용’과 미 헌법 수정 제1조항1에 근거하여 책의 발간을 옹호하였다.

총 68개의 도판은 모두 112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의 상당 부분을 구성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3달러 25센트로 가격이 책정되었으며 압도적일 정도로 장황한 본문으로 이루어진 문제의 책이 디즈니 만화책과 혼동될 수 있으리라고는 믿지 않는다. …. 내용 대부분이 구체적이거나 일반적인 맥락에서 이 저서의 정치학적/경제학적인 메시지와 관련되어 있다. 우리는 이 경우에 아래의 인용문이 매우 합당하다고 믿는 바이다. [다음은 인용문] 헌법 수정 제1조항의 정신은 저작권법에도 적용된다. 그런데 어떤 자가 전혀 다른 성격의 이해를 보호할 의도로 제정된 저작권법을 이용하고자 할 때, 법원은 적어도 일반 대중이 공익과 관련된 모든 사안을 알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어떤 시도도 용인해서는 안 된다. 로즈먼트 엔터프라이즈 사 대 랜덤 하우스 사 소송 사건.[도널드 덕 어떻게 읽을 것인가, 아리엘 도르프만/아르망 마텔라르 지음, 김성오 옮김, 새물결, 2006년, p259]

위 인용문은 ‘공정 사용’과 헌법 수정 제1조항이라는 논거를 받아들인 美재무성의 진술이다. 디즈니는 결국 이 문제에 대해서 더 이상 항의하지 않기로 결정한다. 이로 인해 이 사건은 거대 기업 소유의 상당량의 이미지가 정치적 논증을 위해 전재되었고 이런 행위가 공적인 의사 결정 기관에 의해 옹호된 희귀한 사례가 되었다. 더불어 이 사건은 오리지널 저작물을 사용하는 데 있어 그 양(量)이나 구성, 그리고 사용의 의도 등이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다양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새로운 셀던 위기에는 무엇이 해법이 될 것인가?

“그러면 이게 내 조건일세. 자네는 경제적 매수 행위나 가전제품 무역 같은 서투른 정책을 버리고 우리 선조가 시험을 끝낸 외교 정책으로 되돌아가야 해.”
“선교사를 보내서 이웃 나라를 정복하는 정책 말인가?”
“맞아.”
[중략]
“셀던 위기란 개개인에 의해서가 아니라 역사적 힘에 의해서 해결되는 거야. 해리 셀던이 옛날 우리 미래를 계획했을 때 그가 믿은 건 훌륭한 영웅이 아니라 경제와 사회의 거대한 흐름이었어. 그러므로 여러 가지 위기는 그때마다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힘으로 해결해야만 했어. 이번 경우, 그 힘은 바로 무역이야!”
[파운데이션,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김옥수 옮김, 황금가지, 2013년, pp309~311]

아이작 아시모프의 SF 걸작 ‘파운데이션’의 일부로 무역상이었다가 시장이 된 호버 말로가 그의 政敵 조레인 서트와 나누는 대화다. 파운데이션의 창조자라 할 수 있는 해리 셀던이 예언한 셀던 위기가 도래했음을 동감하는 두 사람이지만 그 해법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는 두 사람의 상반된 관점을 이 대화에서 엿볼 수 있다. 전통주의자인 서트는 이전의 셀던 위기 때 前 시장이 시도했던 종교라는 수단을 옹호하고 있다. 이에 現 시장인 말로는 자신의 특기인 무역이라는 수단을 옹호하고 있다.

사이언스픽션이라고는 하지만 아시모프의 이 작품은 작가가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를 읽고 감화를 받아 쓴 작품이라는 탄생의 배경에서 알 수 있듯이 인류가 지나온 과거 역사의 교훈에 소재를 기대고 있다. 작품의 배경인 은하제국이 – 작품을 쓸 당시 각광받는 새로운 에너지인 – 원자력에 기대어 살고 있고 광속을 뛰어넘는 우주선이 등장하는 미래의 제국이지만, 그것이 묘사하는 정치체제나 인간군상은 명백히 로마 시대 또는 그 이후의 서구가 걸어왔던 모습이 미래에 투영되어 있다.

종교가 꽤 오랫동안 한 문명의 다른 문명에 대한 지배수단이 되었다가 그 지위를 무역이 대체한다는 설정 역시 현실의 역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종교도 그것을 통해 경제적 이득을 취해온 권력자의 이해관계의 감추는 외피로 기능하기도 했지만 대다수 인민은 꽤 오랫동안 종교가 던지는 메시지 자체를 삶의 교본으로 삼고 살아왔다. 그러다 자본주의 체제가 주요 경제체제로 자리 잡고 이자를 받는 것이 더 이상 죄악이 아닌 시대에 접어들자 이제 무역이 종교가 해오던 기능을 대체하고 있다.

바티칸이나 메카가 구체제의 상징이라면 신체제의 상징은 WTO, FTA, 바젤III와 같은 것들이다. 이들 상징은 자유무역, 자금의 이동, 차별 없는 서비스 조달과 같은 교리의 구체성을 부여하고 이의 이행을 감시한다. 이렇게 세계화된 무역은 세계를 종교가 수행했던 하나의 공동체로 유지시킬 것이며 때로 그 공동체를 파괴하려는 불량국가를 응징하는 수단이 된다. 무역제재, 투자자금 인출 등이 그런 용도로 쓰인다. 쿠바, 북한과 같은 조무래기나 우크라이나를 노리는 러시아도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바티칸에 등장한 구체제의 – 그러나 신선한 – 전도사낙수효과 같은 경제법칙은 엉터리라고 이야기하자 신체제의 순기능에 회의적인 이들은 환호하는 반면, 맨큐와 같은 신체제의 전도사는 원색적으로 그를 비난했다. 구체제 역시 합리성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낡은 시스템이 온존함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합리성과 진보를 요구하는 이가 등장해서 반성을 요구하고 있는데 신체제의 전도사는 이를 받아들일 여유가 없는가 보다. 새로운 셀던 위기에는 이런 친구가 서트와 같은 운명에 처할지도 모른다.

말로는 서트를 감옥에 처넣고 그만의 해법으로 셀던 위기를 극복한다.

[번역]무엇이 패니와 프레디를 대체할 것인가?

전 세계 자본주의를 이끄는 거대한 소비제국 미국경제가 소비자들의 주거에 대한 신용공여를 통해 지탱되고 이 신용공여의 상당부분이 국유화된 두 기업에 의해 제공되고 있다면 우리는 이 체제를 무엇이라 불러야 하는가? 몇몇 경제지표가 호전되고 있어 또 다시 경제적 낙관의 기운이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에서 일어나고 있지만 위기의 핵인 모기지 거인들에 대한 처리방안은 아직 본격화되지도 않았다. 월스트리저널에서 이 상황에 대한 기사를 올렸기에 여기 번역하여 올린다. 원문 보기

모기지 금융 거인들인 패니메와 프레디맥을 정비하는 것과 관련한 문제는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 워싱턴의 많은 이들은 이 기업들을 없애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이 기업들이 누리는 혜택들 중 많은 부분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 즉, 상대적으로 저렴한 30년짜리 고정금리의 모기지의 안정적인 재원을 제공하는 것.

이는 왜 정비에 관한 논쟁이 달아오르는데 6년이 걸렸는가와 워싱턴이 이 나라의 100조 달러 모기지 시장을 어떻게 재건할 것인지 알아내는데 또 다른 몇 년이 소요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원 은행 위원회의 지도자들은 지난 주 패니와 프레디를 특정 모기지 증권의 연방의 지원에 관한 새로운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을 약속하는 법안에 동의하였다. 패니와 프레디는 미지급된 전체 모기지의 거의 절반, 그리고 새로운 대출의 거의 3분의 2를 보증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법안은 다가오는 전투에서의 쟁점사안을 명확히 해줄 것인데, 무엇을 통해 이 나라가 모기지 시장을 어떻게 재건할 것인지에 대한 진정한 대안이며, 누가 신용을 제공할 것이며, 그리고 어떠한 조건일 것인가 등에 관한 것이다. 율사들이 대답하여야 할 몇 가지 기술적인 질문이 있는 데 아마도 가장 어려운 질문은 이것일 것이다. : 무엇이 이 두 금융 거인들을 대체할 것인가?

“모기지 시장의 모든 배관은 이 회사들을 통해 흐릅니다. 이들을 무엇이 대체할 것인지에 대한 매우 명쾌하고 구체적인 관점이 없이 이것들을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패니의 전임 CEO였던 Daniel Mudd가 작년 한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첫째, 약간의 백그라운드 : 패니와 프레디는 실질적으로 대출을 실행하지 않지만 그 대신 은행과 다른 대출기관으로부터 이를 매입한다. 그들은 이 대출을 패키지로 만들어 다른 투자자에게 팔 수 있는 증권으로 만들고 대출이 채무불이행이 되어도 투자자들이 원상회복이 가능하게 할 보증을 제공한다.

이런 중간자 역할은 중요하다. 이 역할을 통해 일반적으로 장기 고정투자를 들고 있기를 원치 않는 은행들과 중간자가 아니라면 미국의 모기지에 투자하지 않았을 국부펀드, 연기금 등의 다양한 재원들을 연결시켜주는 것이다. 이 회사들은 또한 매우 유동적인 증권 시장을 용이하게 해주는 표준적인 기준들을 만든다.

이 모든 것들을 통해 1980년대 많은 저축은행들이 무너진 이후 유명한 30년짜리 고정금리 대출이 유지되었던 것이다. 모기지의 보증인으로 봉사하는 이외에도 이 회사들은 또한 지난 20여 년 동안 거대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축적하였는데, 이는 주주를 달래주는 고수익을 창출하는데 기여했다. 이 회사들은 이 포트폴리오를 통해 주택소유자들의 조달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비판자들은 그들이 정부의 묵시적인 보증을 단지 그러한 투자와 더 저렴한 대출 조달 비용 사이의 스프레드를 통한 이윤에 사용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정부는 결국 2008년 9월 이 기업들을 구제하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모기지의 손실이 부풀어 오름에 따라 규제자들은 이 기업들이 그들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조달하기 위해 발행한 대출을 재조달하는데 실패할지도 모른다고 두려워했다. 실패한 대출의 경매는 금융적 패닉을 야기할 수도 있었다.

빠르게 현재로 돌아오자. 지난 몇 년간 경제학자, 강단, 그리고 산업계의 임들 사이에 다음과 같은 새로운 시스템을 이야기하는 어떤 컨센서스가 등장하고 있다. :

상단의 차트가 묘사하는 바와 같이 “묵시적인” 보증을 명시적으로 만들어 패니와 프레디의 승계자가 그 보증에 대한 수수료를 제공하게 한다. 승계자는 증권을 팔고 어떠한 보증이 촉발하기 전에 최초의 손해를 감수하는 등 다른 기업과 경쟁한다.

투자 포트폴리오를 제거하거나 그들이 시스템적 리스크를 유발하지 않는 선까지 줄인다. 이를 위해 회사는 정부보증을 받지 못하고 오직 증권만 보증을 받는다.

더 많은 자본과 더 강한 규제가 요구된다. 이 둘이 모두 약해서 패니와 프레디가 수렁에 빠졌기 때문이다. 정확히 얼마 정도의 자본이 필요할 것인가가 주요한 논점인데, 더 많은 자본은 납세자를 보호할 것이지만 또한 조달비용을 증가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위에 이야기한 수십조 달러 질문으로 돌아가게 됐다. 승계자들은 – 위의 차트에서 파란 건물들의 소유자 – 누구인가? 만약 이 기업들이 많은 자본을 투입해야 한다면 수많은 옵션이 있다. 첫째, 대형은행과 보험사가 이 역을 맡을 수 있다. 이 아이디어는 이미 대형은행의 집중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소규모 대출자들을 경악하게 한다. 그리고 이는 대형은행이 패니와 프레디가 여태 맡았던 단단교합(end-to-end)의 대출 실행 프로세스에 더 많은 통제권을 가짐으로써 “대마불사”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킬 수 있다.

둘째, 몇몇 율사들은 새로운 보증인이나 민간 보험사가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질 수 있고 은행이나 보험사들이 대마불사의 위협을 줄이기 위해 대주주가 되지 못하도록 하는 안을 이야기한다. 국영 기구가 이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한 가지 문제는 어디서 이 신생기업의 자본이 조달될지 분명하지 않다는 점이다.

셋째, 다른 이들은 패니와 프레디가 새롭고 개선된 시스템에서 이 역할을 수행하게 내버려 두는 것이 쉽다고 이야기한다. 물론 이는 이전의 복점(複占)을 형성하면서 대마불사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몇몇은 부분적 해법으로써 회사의 규모를 제한하거나 그들이 잠재적 경쟁자에게 그들의 플랫폼을 허가하도록 요구하는 것을 제안한다.

궁극적으로 이 나라는 어떠한 주택 정책을 원하는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우리는 논쟁을 시작하지 못했고 아직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Mudd씨의 말이다. 만약 의원 입법이 어떠한 것을 성취할 수 있다면 이는 마침내 논쟁이 촉발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국민연금은 과연 주식시장의 ‘큰 손’인가? 아니면 ‘봉건적 자본주의’의 맥거핀인가?

국민연금은 국내 상장기업 261개사에 대해 각각 지분 5% 이상을 갖고 있다. [중략]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6.4%를 혼자 차지하고 있는 자본시장의 ‘큰손’이다. [중략] 하지만 국민연금관리공단은 자신들의 지분에 따른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않고 있다. [중략] 국민연금의 작년 배당수익률은 1.1%다. 최근 5년 평균치가 1.4%로 2% 중반인 미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데도 적극적으로 배당 확대를 요구하지 않고 있다.[화제의 인물 국민연금공단 상대로 ‘나홀로 소송’ 중인 김병희 씨, 건설경제신문, 2014년 2월 20일]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 미친 사람들이 결국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이다.”라는 1997년 애플의 광고 카피를 되새기며 국민연금의 주주행동주의를 위한 소송을 진행 중인 김병희 씨의 인터뷰 중 일부다. 그는 헌법 제23조가 말하는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는 조항에 따라 국가가 국민연금을 이용하여 대기업들의 독점적 전횡을 막아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이의 승리를 위해 엔지니어 일자리까지 그만둔 상태라고 한다. 카피 그대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미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김 씨의 무모한 도전이 성공을 거둘 것인지는 아직 오리무중이지만 적어도 변화는 감지된다. 이번 달 초 국민연금의 작은 반란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국민연금기금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는 6일 다음날 예정된 만도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선임에 대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그 이유는 만도가 100% 자회사 마이스터를 통해 한라건설의 유상증자에 참여한 것은 부실 모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고, 이것이 주주의 가치를 훼손하기 때문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적어도 이 소식은 김병희 씨의 마음을 흡족하게 할 만한 사건이었다.

지분 13.12%을 차지하고 있는 대주주 국민연금의 이러한 방침을 적지 않은 언론이 제법 비중 있게 보도했지만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주주총회에는 전체 주주의 59%가 참석했으며 72%의 찬성률로 신사현 현 대표이사 재선임안이 가결됐다. 정확한 사실관계는 더 면밀히 들여다봐야겠지만 만도의 한라건설 유상증자 참여가 본질적으로 주주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다고 본 주주가 3분의 2가 넘는다는 것을 의미한 셈이다. 또는 주주의 가치를 훼손하더라도 상관이 없는 주주가 그렇다는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둘 중 어떤 생각이었던 것일까?

주식시장의 가장 ‘큰 손’인 국민연금공단이 주식 투자를 크게 늘리며 투자기업의 지분을 확대해가고 있지만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연기금과 달리 순환출자로 인한 대주주 우호지분에 막혀 제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식물 주주’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그룹 상장사 중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갖고 있는 87개사의 국민연금 평균 지분률은 7.98%인데 반해 이들 기업의 대주주 및 특수 관계 우호지분은 37.01%로 4.6배에 달해 국민연금이 의사를 관철할 수 있는 가능성이 거의 막혀 있는 셈이다. 또 국민연금이 대주주 우호지분을 넘어서는 실질적 최대주주인 회사도 전혀 없었다.[국민연금, 무늬만 '큰 손', 금융경제신문, 2014년 03월 13일]

이 기사에서 위의 물음에 대한 답변의 단초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국민연금이 주식시장의 ‘큰 손’으로 불리고 있지만 기사에 따르면 그건 겉치레뿐이고 우리나라 특유의 순환출자 등을 통한 대주주 우호지분과 비교하면 사실 상 ‘식물 주주’일 뿐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2011년 이전에 찬성률이 90%가 넘었던 연금은 2012년 이후 두 자릿수가 넘는 반대 비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만도의 예에서 보듯이 그러한 적극적 행동주의는 우호지분의 공동행동에 의해 저지되고 만 것이다.

연기금의 주주행동주의가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다양한 의견이 있다. 김병희 씨처럼 위헌이라고까지 말하는 이도 있을 것이고 본질적으로 전문적 식견이 없는 연기금이 의사결정에 개입하는 것은 월권이라고 판단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사실은 분명하다. 주주라는 것이 1주1표의 권리를 가지고 대주주가 더 많은 권력을 가지는 것이 자본주의 기업의 철칙이라고 한다면 순환출자를 통한 우호지분이라는 것은 자본주의 기업원리와 부합하지도 않고 결국 국민연금이 ‘큰 손’이라는 착시효과만 일으킨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순환출자는 봉건적인 작태다.

안드로이드는 기본소득을 꿈꾸는가?

안드로이드(Android)는 구글이 내놓은 모빌 기기들을 위한 운영체제다. 그렇지만 원래 이 호칭은 인간의 형태를 지닌 기계, 즉 봇과 같은 기계장치를 일컫는 말이다. 이 단어는 이미 1863년에 인간의 모습을 지닌 장난감에 관한 미국 특허장에 언급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호칭이 유명해지게 된 것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SF소설에 안드로이드가 등장하면서부터라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영화 ‘Blade Runner’의 원작인 필립 K. 딕의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가 있다.

소설에서 안드로이드의 역할은 인간의 노예다. 전쟁으로 황폐화되어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지구 대신 우주의 식민지로 이주해가는 인간들을 위해 제공되는 것이 바로 안드로이드였다. 안드로이드는 노예이기 때문에 당연히 자유가 허락되지 않았고 자유를 찾아 지구로 탈출해온 안드로이드는 주인공 릭 데카드와 같은 사냥꾼에 의해 “은퇴”당해야 했다. 인간 수준의 지능을 지닌 안드로이드로서는 억울한 일이었지만 어쨌든 안드로이드는 철저히 인간의 이익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 존재였다.

한편 현실의 안드로이드는 어떠할까? 인간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것일까? 현실의 안드로이드는 제조업, 농업, 광업과 같은 분야에서의 자동화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증기기관, 트랙터, 드릴기계 등이 바로 현실에서의 안드로이드다. 이들 안드로이드는 물질문명의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증가시켜 인류를 미증유의 풍요의 시대 속에서 살게 해주었다. 안드로이드는 분명 인간의 이익을 위해 봉사한 셈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개별 산업 그 자체에서는 반드시 좋은 반응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기계사용을 통한 대량생산은 전통적인 수공업자들을 몰락시켰다. 더 발전된 기계가 등장하면서는 대공장의 숙련노동자들의 일자리까지 빼앗았다. 이를 통해 산업사회는 거대한 실업자 집단을 낳았고 이것이 러다이트 운동과 같은 사회갈등을 증폭시켰다. 칼 맑스는 이러한 상황이 “자본의 유기적 구성 고도화”로 인한 이윤율 저하 경향과 맞물려 혁명적 상황으로 내몰릴 것이라고 예언했다. 대단한 통찰력을 지닌 관찰이었지만 현실은 어쨌든 아직 지구적 혁명적 상황에 몰리진 않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여전히 기계화, 자동화로 인한 사회적 영향은 현재진행형이다. 스마트폰의 등장은 수많은 사람들의 생산성을 극적으로 향상시켰지만 그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전통적인 산업분야 종사자도 많았을 것이다. 전기자동차 업체인 테슬라는 GM과 비교해 시가총액이 절반 수준에 달하지만 직원은 30분의 1 수준이라고 한다. 공장자동화의 영향이다. 게다가 딜러를 통한 판매가 아닌 온라인 판매 방식이라 딜러도 필요 없다. 딜러 연합은 강하게 반발하며 현대의 러다이트가 되었다.

분명 생산성의 향상은 사회적으로 긍정적일 텐데 왜 일부는 저항하는가? 기득권을 뺏기기 때문이다. 비록 궁극적으로 쇠퇴할 기득권일지라도 당사자에게는 심각한 일임은 분명하다. 사회적으로 노동시간 단축으로 이어지겠지만 특정인에게는 노동시간의 몰수이자 소득의 몰수이기 때문이다. 현실에서의 안드로이드는 이주자 전체의 노예가 아니라 기업주와 같은 소수의 노예다. 기업주가 안드로이드로부터 이득을 또 다른 노예와 공유할 생각이 없는 한 인간노예는 기계노예에게 분노감을 갖게 된다.

지난 주말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린 IT행사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인터랙티브에서는 로봇이 노동시장을 차지할 것인가가 중요한 토론주제였다고 한다. 논의 내용 중 상당수는 로봇이 멀지 않은 미래에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할 것이라 내다봤다고 한다. 칼 배스 오토데스크 CEO는 30년이 지나면 똑똑한 기계와 로봇들의 수가 인간의 수를 넘어설 것이라는 다소 성급한 예언도 내놓았다. 그의 예언이 실현된다면 정말 인간의 모습을 지닌 안드로이드 노동자가 등장하지 말란 법도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그 기계화로 인해 노동자들이 피해를 입는다면 러다이즘은 더 오랜 생명력을 지니게 될 것이다. 그런데 칼 배스가 이런 갈등을 해소할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소득이 아닌 경제 생산에 세금을 부과하거나 소득 수준을 보장하기 위해 시민들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역소득세’를 실시하는 방안이 그것이다. 전자는 미루어 짐작하건데 개인에 대한 소득세는 없애고 기업에 대한 법인세를 강화하는 방안이다. 후자의 방법은 어느 정도 익숙한 기본소득이다. 소득세 폐지, 법인세 강화, 기본소득.

물론 이것은 스스로 자동화를 통해 돈을 벌어야 하는 업체의 대표의 말이다. 이런 정책이 현실화된다면 그의 비즈니스는 더욱 탄력을 얻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 유의미하다. 사회전체의 자동화 이로 인한 노동시간 단축이 특정분야 특정인의 도태로 이어진다면 사회의 유지를 위해 보조를 한다는 개념은 수긍할만하다. 그리고 그것이 선별적인 보조가 아닌 사회유지를 위한 패러다임의 전환적 조치로서 기본소득과 같은 아이디어로 이어진다는 아이디어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안드로이드는 기본소득을 꿈꾸는가?

영화 Blade Runner의 시간적 배경은 2019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