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틴전시 사회주의(Contingency Socialism)”

민스키는 규제자들에 대항하는 은행가들이 벌인 게임과 모럴해저드와 대마불사의 문제 사이에 연계가 있음을 언급했다. 대마불사를 언급하면서 민스키는 “미국은 일종의 컨틴전시 사회주의의 한 형태를 띠고 있는데, 특정한 조직들의 부채는 공공연한 정부 개입이나 독점적 가격결정권의 부여를 통해 보호받는다. 크거나 거대한 기업들은 그들의 채무에 대해 묵시적인 공공적 보증을 (예 : 컨틴전시 부채) 보유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은연중에 공공적 성격을 갖는 부채는 우선적인 시장적 치유로 이어질 것이기에 거대 기업이나 거대 은행을 선호하는 금융적 편견이 발생한다.”(, Hersh Sheferin/Meir Statman, Santa Clara University, Nov. 2011, p51)

금융위기를 맞이하여 새로이 주목받고 있는 경제학자 Hyman Minsky가 사용한 “컨틴전시 사회주의(Contingency Socialism)”이라는 표현은 약간 낯설지만 이 표현에서 쓰인 ‘사회주의’가 지난 금융위기 당시 “부자를 위한 사회주의, 빈자를 위한 자본주의”라는 표현에서 사용된 ‘사회주의’와 비슷한 맥락이라고 간주해도 크게 무리가 없을 것 같다. 그리고 맥락상 그가 ‘사회주의’라는 단어를 사용한 뉘앙스는 그리 긍정적이지 않은 것 같다.

한편 민스키는 이렇듯 “부자를 위한 사회주의”가 도래할 수 있는 위기상황을 피할 방법 몇 개를 제시했는데, 그는 정부의 크기, 고용정책, 산업정책, 그리고 금융개혁 등의 범주에서의 대안을 각각 제시했다. 우선 정부의 크기나 고용정책에 있어서 그는 비교적 진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즉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에 긍정적이다. 산업정책에 있어서는 뉘앙스가 다른데 대마불사가 불가능한 규모로 기업의 크기를 제한 할 것을 제안했다.

시장주의 경제학과 거리를 두는 민스키지만 기업에 대한 생각은 시장주의 원칙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는 불공정한 이득과 모럴해저드를 초래할 수 없도록 기업의 크기를 제한하는 공격적인 반독점 정책을 지지했다. 사견으로 그의 대안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은 시장주의 대안과 같다는 점이라기보다는 지나치게 순진한 대안이라는 점이다. 즉, 자본주의 소비선순환을 받들고 있는 기업이 모럴해저드를 초래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프레디맥과 패니메다. “정부보증회사(government-sponsored enterprise)”라는 특수한 지위에서 금융위기를 거치며 국유화된 이 회사들은 부동산 소유사회라는 “미국인의 꿈”을 실현할 “항구적인 의무”를 자임하던 회사들이다. 이 의무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그들은 모럴해저드를 유발하며 엄청난 이득을 취했다. 하지만 그 모럴해저드가 없었더라면 미국 자본주의는 “컨틴전시 사회주의”로 이행하기도 전에 망했을지도 모른다.

반독점 정책이 구글이나 애플의 규모를 제어하는 문제와 이 회사들의 규모를 제어하는 문제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그들은 사실상 ‘미국의 자본주의’를 유지하기 위한 ‘항상적인 사회주의’ 시스템의 핵이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패니메와 프레디맥, 또는 신용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거대 금융기관의 규모를 모럴해저드를 유발하지 않을만한 규모로 제한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무도 현재의 낮은 금리수준으로 그들의 채권을 인수하지 않을 것이다.

최근 본 영화들 단평

A Charlie Brown Christmas(1965)

Charles M. Schulz가 그린 유명한 만화 Peanuts의 캐릭터를 바탕으로 만들어져 1965년 CBS 채널을 통해 방영된 TV단편 애니메이션이다.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가 상업주의에 의해 오염되었다고 생각하는 – 그런데 이 작품의 스폰서는 코카콜라였다 – 찰리 브라운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우울하게 지냈다가 그 의미를 찾아내고 친구들과 함께 기뻐한다는 단순한 내용이다. 하지만 이 만화 특유의 따뜻한 분위기와 정감 있는 캐릭터, 그리고 무엇보다도 째즈 피아니스트의 Vince Guaraldi이 주도한 뛰어난 사운드트랙이 백미다.

Apocalypse Now(1979)

Joseph Conrad의 소설 “어둠의 심연(Heart Of Darkness)”를 각색하여 Francis Ford Coppola가 만든 작품. 흔히 反戰을 주제로 한 영화로 간주되고 있으나 단순히 그러한 정치적 틀로 묶어둘 수 없는, 인간의 존재의의와 광기에 관하여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베트남전의 영웅 Walter E. Kurtz 대령이 “건강하지 않은(unsound)”방법으로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판단을 한 군 수뇌부가 Willard 대위를 암살자로 파견하지만, 그 여정 도중에 대위 자신과 관객은 대체 누가 건강하지 않고 누가 미쳤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가지게 된다.

Hearts of Darkness : A Filmmaker’s Apocalypse(1991)

위에 소개한 Apocalypse Now 제작과정의 뒷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Coppola 감독의 아내 Eleanor Coppola가 공동감독으로 참여한 이 다큐를 보면 영화라는 하나의 예술작품을 완성시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에 대해 알 수 있다. 감독과 배우의 인터뷰 등을 담은 이 작품은 예산, 날씨, 소품, 배우, 언론 – 언론은 제작기간이 길어지자 “Apocalypse When?”등의 헤드라인으로 감독을 조롱한다 – 등 어느 것 하나 감독에게 적대적이지 않은 것이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걸작이 탄생했는지를 입체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La Dolce Vita(1960)

Federico Fellini의 영화는 흔히 “아트 필름”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지만 드라마적 요소가 강해 감상하기에 그리 낯설지 않다. 감독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Marcello Mastroianni가 주연한 이 영화는 삼류연예잡지사의 기자로 일하는 주인공이 겪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당시 이탈리아 사회가 겪고 있던 변화의 흐름과 이에 따른 주인공의 심리적 갈등을 영상에 담고 있다. 영화 첫머리에 예수 상을 헬리콥터로 나르는 장면은 – 독일 영화 “굿바이 레닌”이 오마쥬한 –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Taxi Driver(1976)

뉴욕에서 택시 운전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소모하는 택시 기사 Travis에 관한 이야기. 해병대 출신의 노동계급인 Travis는 선거 캠프에서 활동하는 인텔리 Betsy와 사귀는 과정에서 계급적 문화적 괴리감 탓에 헤어지고 난 후 내면으로 침잠하게 되고 스스로를 兵器化하여 도시의 오물들을 청소하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은 언뜻 이후 1980년대 일본에서 제작된 “鉄男”을 연상시킨다. 어쨌든 10대 창녀를 구원하겠다는 그의 정의감은 새로운 폭력을 불러온다. 사운드트랙의 째즈 연주와 뉴욕 거리, 그리고 배우들이 잘 어우러진 영화.

The Avengers(2012)

마블의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함께 위기를 돌파하고 악인을 물리친다는 설정으로 만들어진 영화. 어릴 적 즐겨봤던 “슈퍼특공대”가 생각나는 작품이다. 언뜻 화학적으로 융합될 것 같지 않은 여러 캐릭터들이 나름의 에피소드로 무난하게 섞이게 만든 연출역량을 높이 살만하다. 특히 미국의 50년대 애국주의 캐릭터인 캡틴 아메리카의 설정은 나름 흥미로웠다. 다만 헐크의 설정은 미숙한 면이 있는데 – 처음엔 이성을 잃어 아군을 공격하다 나중엔 이성도 잃지 않으며 헐크로 분하는 – 영화 흐름상 불가피한 면도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Kingsman: The Secret Service(2015)

모두들 열광하면서 볼 적에 안 보고 조그만 재상영관에서 끝물에 본 작품. 많은 여인들이 Colin Firth의 “수트빨”에 환호하였는데 과연 그의 캐릭터는 여러모로 간지 나는 캐릭터였다. 이런 캐릭터는 특히 영국 스파이물에서 전형적이긴 하지만 특히 이 영화에서는 전형적인 ‘Chav’식 옷차림의 Eggsy와 대비되면서 관객들에게 더 선명하게 부각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코믹북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인지라 스토리 자체는 이해가 그리 어렵지 않고 역시 눈요깃거리는 양복 수트빨, 화려한 액션씬, 80년대 팝 위주의 사운드트랙이다.

“下人경제”가 일상화될지도 모를 우리의 미래

마음에 가장 들었던 앱은 GPS를 활용한 대리 주차 서비스 럭스(Luxe)인데 한마디로 마법같다. 우선 차에 탄 후 럭스 앱을 열고 행선지를 말한다. 그리고 나서 차를 출발시키면 럭스가 내 휴대폰을 추적해 딱 제 시간에 주차 요원을 행선지로 보내준다. [중략] 가장 놀라운 건 이런 마법같은 서비스가 단돈 15달러(3달러 팁 별도)란 점이다. 필자의 사무실이 있는 건물에 주차하려면 35달러는 내야 하는데. 이런 서비스가 어떻게 가능하단 말인가? 커티스 리 럭스 CEO는 이용률이 미달인 주차장들을 유리한 가격에 협상한다고 한다. [중략] 고객이 요청하면 출동하는 여느 주문형 앱들처럼, 럭스도 서비스 건수에 따라 돈을 받는 임시 근로자들에게 의존한다. 근로자들은 일이 많은 날에는 시간당 20~30달러도 벌지만 일이 없는 날에는 저녁을 컵라면으로 때워야 한다.[모든 것이 ‘우버화’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좋은 기사가 게재되어 공유한다. “모든 것이 ‘우버화’되고 있다”라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이 붙은 이 기사는 ‘우버’라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모바일 기반의 서비스와 유사한 서비스가 전 방위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을 기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서술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버’나 ‘에어비앤비’가 이른바 “공유경제”라는 딱지가 붙여진 채 흥하고 있는 바, 그러한 공유경제 모델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 관한 기사일까? 기자는 “공유경제”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그 대신 그 비즈니스 모델을 “컨시어지 경제(concierge economy)”라고 표현했고, 나는 이 표현이 그 비즈니스 형태를 더 잘 설명해주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말로 해석하면 “수위, 관리인, 안내인” 쯤으로 해석될 컨시어지라는 단어를 이 표현의 맥락상 해석하자면 나는 좀 과격하게 “비서” 또는 “하인”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인용문에서 소개하고 있는 서비스는 대리 주차 서비스로 우버나 우리나라의 대리 운전이 채택하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과 거의 유사하다. 즉, 개인화되어 소비되는 사적재(private goods)가 가지는 비용 부담을, 모바일이라는 수단을 이용하여 집합재(collective goods)가 가지는 ‘규모의 경제’로 절감하는 모델이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이 과정에서 “이용률이 미달인 주차장”을 공유하는 공유경제적 특성도 있지만 결국 관건은 사적재의 – 컨시어지의 – 집합재化다.


Luxe홈페이지 캡처 화면

이 표현은 특히 “우버化”되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의 착취적 성격을 잘 말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즉, 엄밀히 말해 “공유경제”적 성격을 갖는 유휴 주차장의 활용은 시장조성자가 흔히 사용하는 차익거래(arbitrage)랄 수 있다. 차익거래는 다시 개별서비스를 집합서비스로 전환시켜서 그 비용절감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더불어 보다 중요한 비즈니스 모델은 결국 우버 서비스에서도 지적되었듯이 노동력의 비정규화다. 이전의 집합서비스 업체에서 고용인으로 간주되었던 노동력은 사적재인양 행세하는 “컨시어지 경제”에서 개인사업자가 되어 노동권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일이 없으면 컵라면을 먹는 사장님인 셈이다.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이 전 세계적으로 얼마나 흥할지는 미지수다. 당장 인용문에서 소개한 럭스만 해도 그 모델이 통하려면 주차에 상당한 비용을 지불하여야 하고 유휴 주차장을 찾을 수 있는 대도시에서나 통할법한 모델이다. 기타 인용한 기사가 소개하고 있는 모델들도 에어비앤비나 우버처럼 글로벌化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다만 추세적으로 이러한 서비스업의 파편화, 컨시어지化는 지속적으로 진행될 개연성이 있다. 문질문명이 비슷한 양상으로 발전하여 수요가 비슷해지고, 글로벌 경제위기로 산업예비군이 곳곳에 존재하고, 모바일 기기가 널리 보급되면서 창업자는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매력을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의 투자 실패 사례에 대한 단상

협상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이에 따르면 골드만삭스가 콜롬비아에 있는 석탄 광산들을 손해를 보고 팔아치우는 협상 중에 있다고 Ianthe Jeanne Dugan이 보도했다. 골드만은 저항, 하락하는 석탄 가격, 환경법, 상업은행이 원재료를 생산하고 저장하고 판매할 수 있는 방식을 제한하는 것에 대한 Fed의 고려 등에 직면하고 있어, 그들의 투자에 대해 성과를 올리지 못할 위험에 처해있다. 골드만이 발전소와 알루미늄 저장 비즈니스를 매입하던 즈음에 했던 거래 중 하나가 원자재의 생산자로서의 은행의 미숙한 경험의 종지부를 찍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은행은 원자재 거래와 관련한 금융도구, 그리고 그들의 고객을 위한 상품에서의 시장 조성은 계속할 것이다. 그들의 상품운용은 2013년 매출 중 15억 달러로 이는 2009년의 34억 달러에서 감소한 수치다.[Goldman Sachs May Sell Coal Mines -Energy Journal]

투자은행이 1, 2차 산업에 직접 뛰어드는 경우가 흔치는 않다. 투자은행의 역사로 보건데 이들은 주식 또는 채권을 통해 자금을 조성하고자 하는 산업계나 국가를 상대로 주식 및 채권을 언더라이트하고 이를 시장에 내다팔고 수수료를 받는 비즈니스를 위주로 성장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주선기관으로서의 기능이 금융업이 커지면서 고유계정으로 직접 투자를 실행하는 비즈니스까지 확대되었지만 이 역시도 주로 금융상품을 – 실물투자를 자산으로 깔고 있다 할지라도 – 위주로 투자하였다.

투자은행이 인용문에서처럼 직접 실물자산의 주인이 되어 투자를 하는 경우가 드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인용문에 그 이유가 잘 나와 있다. 골드만이 투자하고 있는 석탄 광산들은 평판 리스크, 가격 리스크, 법률/규제 리스크 등 열거할 수 있는 주요 리스크가 전부 거론되고 있다. 구체적인 조건으로 설계된 금융상품이라면 이러한 리스크가 어느 정도 헤지되어 있었겠지만 골드만이 실질적 주주로 실물투자를 하고 있다면 그는 기업경영자처럼 모든 리스크를 다 감내하며 사업을 경영하여야 한다.

업계/업종을 뛰어넘는 투자는 사실 증권화 추세와 맞물려 이미 상당 정도 진행 중이다. 투자행태에 있어 좀 더 자유로운 PEF는 이런 종류의 투자를 자주 실행한다. 다행히 투자자가 업태를 잘 이해하고 흐름을 잘 타면 성공적으로 수익을 실현하겠지만 때로는 인용기사처럼 손해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투자자는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수익률을 쥐어짜는 방법을 택한다. 인력감축을 대표로 하는 구조조정이 대표적인 방법이다. 확실히 손바꿈이 잦은 금융투자자의 투자라면 더 만만한 수단일 것이다.

보다 자세한 소식은 여기로

IMF 외환위기의 원인이 된 잘못된 외환정책에 관하여

한편 정부는 외환시장을 개방하면서 단기 해외차입은 자유화한 반면 장기 해외차입은 금액 제한 등을 규제했는데, 이는 장기차입을 더 위험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단기차입금리는 장기차입금리보다 낮으므로 차환 roll-over 만 계속 할 수 있다면 돈을 단기로 빌리는 것이 유리하지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당시 방향은 반대로 설정된 잘못된 조치였습니다. 국제금융시장의 사정이 어려워지면 단기차입금이 먼저 철수하기 마련입니다. [중략] 외환위기의 발단입니다.[돈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원화와 외화의 긴밀한 연결고리, 임경 지음, 생각비행, 2014, p382]

1997년 IMF외환위기의 원인에 대한 설명 중 일부다.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들이 장기차입을 제한하고 단기차입을 장려했는지는 적혀 있지 않지만 한국은행의 실무담당자인 저자의 경력으로 볼 때 틀린 사실을 기술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여기서 자유화라 함은 1996년 12월 OECD가입을 압두고 이루어진 자본자유화 조치를 말하는 것으로 여겨지는데, 책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1993년 이후 단기상품 위주로 금리자유화를 추진했다고 한다. 지금도 기억에 선한 게 어느 날 갑자기 “세계화”를 해야 한다며 부산을 떨던 시기였다.

일부 학자는 자유화 조치가 사실 여타 국가에 비해 그 폭이 크지 않았다는 점에서 외환위기의 원인이라 보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임경 씨는 위기를 제공하는 배경으로 취약성 vulnerability 와 기폭제 trigger 로 구분하며 자유화 조치에 면죄부를 발급하는 것은 취약성 측면에서의 책임을 면죄하는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 실제로 단기차입을 장려하고 장기차입을 제한한, 오늘날의 기준으로 봐서는 해법이 전혀 반대되는 정책방향과 자유화 조치가 결합되었다는 정황으로 볼 때 더욱 그 책임이 클 것으로 여겨진다.

이 결과 우리나라는 1997년 6월말 현재 총외채 중 단기외채 비중이 67%에 달해 유사한 수준의 국가의 단기외채 비중에 비해 훨씬 높았다. 은행들은 단기로 빌린 이 외화를 장기로 굴리면서 상당한 금리차익을 시현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결국 당시 외환보유액이 300억 달러쯤 되었다고도 하고 실제 가용외환보유액은 이보다 훨씬 적었다는 보도도 있는 와중에 이런 높은 비중은 외환위기의 기폭제 trigger 역할까지 한 것이다. 섣부른 개방, 잘못된 정책운용, 시장의 이윤추구가 결합되어 바닥으로 치닫고 있었던 1997년이었다.

최경환, “불편한 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박 대통령은 6일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서 “국정 2년차에서 꼭 하고 싶은 일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반드시 성공적으로 추진하는 것” [중략]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차질없이 추진되면 3년 후 우리 경제는 잠재성장률이 4% 수준으로 높아지고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넘어 4만달러 시대를 바라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제혁신 3개년 추진…공공개혁ㆍ내수활성화 박차]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최 부총리는 18일(현지시간) 동행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부문별로 다르지만 평균 3% 중반 성장하면 선방한 것이다. 우리 잠재력이 그 정도인 것”이라며 “과거와 같은 고도성장기는 영원히 오지 않는다. 불편한 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최경환 “3%대 성장하면 선방…고도성장기 오지않아”]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집권 2년차가 된 마당에 뜬금없이 나머지 집권기간을 셈하여 만든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관해 새삼스레 떠올릴 계기를 주는 발언을 했다. 대통령이 1년 전에 우리의 잠재성장률을 4%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한 발언을 1년 만에 부정하고 나선 것이다.

잠재성장률과 실제 경제성장률을 다른 것이라고 항변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 잠재력이 그 정도”이며 “과거와 같은 고도성장기는 영원히 오지 않는다”는 발언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4% 잠재성장률은 뻥이었다는 발언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런 한편으로 최 부총리는 성장률을 제고하려면 “4대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가 말하는 4대 부문은 금융, 노동, 공공, 교육 등이다. 이들 부문에 대한 정부의 각각의 취지나 전술을 보면 동의할 부분도 없잖아 있으나 큰 틀에서 보면 미숙한 것이 사실이다.

“정규직 과보호”라는 정치적 수사 등으로 인한 노사정의 협상파행, 금융부문에 소위 “기술금융” 실적에 대한 일방적인 할당, 공공부채 감축 일환으로 진행한 자원외교 비리 수사급반전 등 산적한 이슈는 갈 곳을 잃은 채 현 정부의 얼마 남지 않은 정치적 자본만 소진하고 있다.

대선 당시 “경제민주화” 이슈를 꺼내들며 제법 경제 이슈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던 현 정부는 집권하자마자 일방통행식 인사 파행, 세월호 참사에 대한 미숙한 대응, 성완종 사태 등의 정치 스캔들로 경제의 걸림돌만 되고 있다. 그게 현 정부의 “불편한 진실”이다.

얼마나 더 무덤덤해져야 하나

Combat Rock

The Clash - Combat Rock.jpg
The Clash – Combat Rock” by Source. Licensed under Fair use of copyrighted material in the context of Combat Rock“>Fair use via Wikipedia.

어릴 적에 이 앨범을 처음 구입했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 어쩌면 당연하게도 – 밴드 멤버가 찍혀 있는 앨범 표지였다. 한적한 시골의 철도변에 앉아 있는 반항적인 펑크족들의 사진은 밴드의 음악적 방향을 잘 말해주고 있는 듯 하다. 뮤지션과의 작업을 많이 한 것으로 유명한 사진작가 Pennie Smith가 찍은 이 사진은 밴드가 1982년 동남아 여행을 하던 중 방콕 외곽의 한 버려진 철도에서 찍은 것이라고 한다.

1982년 5월 14일 밴드의 다섯 번째 스튜디오앨범으로 발매된 이 작품은 영국 차트 1위, 미국 차트 7위까지 오르는 등 The Clash의 작품 중에서 가장 큰 상업적 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하지만 그 과정까지에는 어려움도 있었다고 한다. 애초 이 작품은 “Rat Patrol from Fort Bragg”이라는 이름의 더블 앨범으로 기획되었다. 하지만 Mick Jones의 믹싱에 불만을 품은 나머지 멤버들이 이 일을 Glyn Johns에게 넘겼고 작품 길이는 싱글 LP로 줄었다.1

앨범의 첫 싱글로 발표된 작품은 A면 첫 곡이기도 한 “Know Your Rights”다. “이것은 기타로 알리는 공공의 발표다.”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세 가지 권리에 대해 말한다. 하지만 이 권리들은 Catch22의 모순처럼 행사하기는 어렵다. 예를 들면 “당신은 발언의 자유가 있다. 실제로 그걸 행사할 정도로 멍청하지 않다면 말이다.(The right to free speech, as long as you’re not dumb enough to actually try it)”

앨범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곡은 세 번째 수록곡인 “Should I Stay Should I Go?”다.2 이 곡은 밴드가 영국 싱글 차트에서 유일하게 정상을 차지한 곡이 되었다. 이 노래의 제목 때문에 이 앨범으로 불화를 겪고 결국 그룹을 떠난 Mick Jones의 자조적인 내용이 아니냐는 소문이 있기도 했지만 본인은 부인했다고 한다. 롤링스톤은 “The 500 Greatest Songs of All Time”이라는 차트에서 이 곡을 228위에 올려놓았다.

“Should I Stay Should I Go?”와 함께 가장 큰 상업적 성공을 거둔 또 하나의 싱글은 이어지는 곡 “Rock The Casbah”다. 이 곡은 빌보드 핫100 차트 8위까지 올랐는데 이는 밴드의 유일한 미국 차트 탑10 기록이다. 이 곡은 1979년 혁명 이후 서양음악을 금지한 이란 정권을 비꼰 내용이다. 이러한 상황은 실제로 이란계 프랑스 만화작가인 마르잔 사트라피의 자전적 작품 “Persepolis”에서 자세히 소개되기도 했다.3

요즘 들어 이 앨범에서 가장 맘에 드는 곡은 제목처럼 펑키한 리듬으로 무장한 “Overpowered by Funk”다. 80년대 The Jam, Spandau Ballet 등을 통해 일반화될 백인 펑크(funk)의 유행을 선도했던 이 노래는 영국에서 작업을 시작해서 앨범 전체를 마무리했던 뉴욕에서 완성되었다. 이 곡의 랩 부분은 뉴욕의 스튜디오에서 밴드의 “This Is Radio Clash” 등의 싱글 앨범 표지 작업을 맡기도 했던 Futura 2000이 맡았다.

앨범이 발표된 1982년은 영국 내부의 정치도 그러려니와 세계적으로도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The Clash는 이런 상황을 “전투 락”이라는 앨범 속에 진보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하게 녹여냈다. 이 앨범의 미학적 가치는 또한 다양한 음악장르를 – 특히 랩이나 펑크(funk)와 같은 흑인음악을 – 적극적으로 수용했다는 점이다. 밴드의 이러한 문화적 포용성은 펑크락(punk rock)이 단순한 백인 노동계급의 음악에서 머물지 않게 하는데 크게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