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는 돈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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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saut-Kin-Tchéou” by loki11 – Le Patriote Illustré. Licensed under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1904년 4월, 다카하시가 영국의 이런저런 모임에서 가끔 마주쳤던 쿤 로브 Kuhn Loeb & Co. 의 제이콥 쉬프 Jacob Schiff 와 친교를 맺게 된 것이 일본의 금융사, 그리고 정치사에 있어서 일대 전환점이 된 것이다. 유태인이었던 쉬프는 당시 유태인을 박해하던 러시아에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쉬프는 일본 국채 인수를 결심했을 뿐 아니라, 그의 알선에 의해 일본은 이후 4차례나 추가적인 외채 발행에 성공한 것이다. 다카하시 고레키요의 분투와 제이콥 쉬프의 도움으로 일본은 런던뿐 아니라, 뉴욕과 파리의 시장 등에서 총액 8,200만 파운드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 외채 발행 규모는 러·일전쟁에 소요된 전비의 약 40%에 해당하는 거액이다. 한마디로 외채 발행의 성공은 러·일전쟁에서 일본의 승리를 이끈 숨겨진 요인인 것이다.[금융 대 국가 그 거대한 게임, 구라쓰 야스유키 지음, 이승녕 옮김, 중앙 books, 2009년, p30]

전쟁의 역사를 살펴보면 금융의 역사와 맞닿아 있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전쟁을 시작하는 목적 상당수가 경제적 이유이기도 하거니와 전쟁을 치르자면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쟁 수행국은 전비를 인용문의 예처럼 빌리거나 이게 여의치 않으면 남북전쟁 당시 링컨 행정부가 그랬던 것처럼 화폐를 증발하기도 했다. 승전국은 배상금이나 획득한 영토에 대한 약탈의 권리를 통해 상당한 경제적 이득을 향유할 수 있었고, 패전국은 경제적 피해와 더불어 사회적 소요까지도 감수해야 했다. 알다시피 이 전쟁 이후 일본은 우리나라를 챙겼고 러시아에서는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났다.

이 사례를 읽다보니 얼마 전 이 블로그에 올렸던 김옥균의 국채 발행 실패 사례가 생각났다. 대표적인 개화파인 그가 악화(惡貨)의 발행을 반대하며 시도했던 국채 발행 계획이 위의 경우처럼 누군가의 도움으로 성공했더라면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아마도 개화파의 정부 내 입지는 매우 커졌을 테고 갑신정변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그들이 꿈꾸던 자주적인 나라 건설에 한발 더 내딛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김옥균은 실패하고 다카하시는 성공했다. 대한제국은 수구세력에 의해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상황이었고 일본제국은 백인들의 국가와의 전쟁에서 승리했다. 돈의 힘이다.

“빤하지만 멋진” 노래 All Out Of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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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erks of Being a Wallflower Poster” by May be found at the following website: IMP Awards. Licensed under Wikipedia.

‘The Perks of Being a Wallflower(의역 : 존재감 없는 이의 행복)’1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2012년 작품이다. 좋아하던 이모와의 말못할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Charlie(Logan Lerman)와 자신을 존중해주지 않는 남자만 사귀는 Sam(Emma Watson), 동성애자로서 학교의 인기 스포츠 선수를 사랑하며 괴로워하는 Sam의 이복 오빠 Patrick(Ezra Miller)를 중심으로 한 에피소드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성장영화다. 1990년대 초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Charlie와 Sam 둘 다 The Smiths를 좋아하는 팬으로 설정되어 있는지라 80년대 인디 음악들이 많이 등장한다. 특히 The Smiths의 자살을 암시하는 내용의 Asleep은 Charlie의 주제곡처럼 쓰여 그의 불안한 정서를 대변하고 있다.

80년대 인디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귀가 호사할 만한 영화인데, 한편 의외의 80년대 곡이 등장하기도 한다. 바로 인디와는 거리가 먼 전형적인 팝발라드 그룹 Air Supply의 All Out Of Love. 카셋테잎에 노래를 녹음해줘서 본인의 취향을 상대방에게 과시하던 80~90년대인지라 Sam은 Charlie에게 이 노래를 추천해준 것이다. Sam은 Charlie에게 “빤하지만 멋진(kitsch and brilliant)” 곡이라고 했고 Charlie는 헤드폰으로 노래를 들으며 감정을 넣어 따라 부르면서 Sam의 의견에 동의한다. The Smiths, David Bowie, Nick Drake를 즐겨듣는 주인공들에게는 Air Supply는 그런 존재였을 것이다. 나 역시도 이들의 의견에 동의한다. 빤한 멜로디에 빤한 가사, 그렇지만 그런 빤한 것이 또 우리 인생이다.

영화에서 The Smiths의 Asleep이 자신의 새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Charlie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이고, David Bowie의 Heroes가 그 새장을 벗어나서 느끼는 자유를 대변하는 것이라면, All Out Of Love는 Sam을 그리워하면서도 데이트 신청도 못하고 쭈뼛대는 Charlie의 우유부단함을 대변하는 노래일 것이다. 비록 앞서의 두 개의 곡의 비해 비중은 작고 작가의 의도가 그것이 아니었다 할지라도 영화 속에서 볼 수 있는 빤하지만 공감이 가는 애정관계의 복선은 – Sam과 Charlie 사이를 부단히 끼어드는 노이즈들 – ‘인생은 원래 삼류’라고 말하고 있고 당연히 그 배경음악은 All Out Of Love가 제격이다.

이 노래는 미국에서는 1980년 발표되어 당시 빌보드 핫100 차트 2위까지 올랐다. 이 곡은 Air Supply의 다섯 번째 스튜디오 앨범 Lost In Love에 수록되어 타이틀곡과 함께 큰 인기를 얻었는데 앨범 수록곡 중에서 가장 높은 차트 순위에 오르기도 한 곡이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VH1은 2003년 이 곡을 ‘100곡의 가장 위대한 러브송’ 리스트에서 92위에 선정하기도 했다. 리듬 기타와 백킹 보컬을 맡았던 Graham Russell이 전반부를 부르고 메인 보컬을 맡았던 Russell Hitchcock이 후렴구를 부르는 형식으로 이루어진 이 곡은 홍콩의 Alan Tom이 리메이크 하는 등 많은 이들이 다시 부르기도 했다.

Air Supply의 노래 듣기
영화의 주요장면 보기
Alan Tom 버전으로 듣기

당오전과 김옥균의 국채 조달 계획

이 시기 재정적으로 궁핍 일로에 있던 민씨정권은 묄렌도르프의 조언에 따라 당오전(當五錢) 발행을 서둘렀으나, 김옥균은 당오전과 같은 악화를 발행하면 재정적 곤란을 타개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물가고를 가져와 국민생활에 해독을 끼칠 것이라 주장하면서 당오전 발행 대신 외국차관의 도입을 건의했다. 이에 왕은 당오전 발행과 차관도입을 병행하기로 하고 3백만 원 국채 모집의 위임장을 김옥균에게 주어 일본에 가게 했다. 국왕의 신임을 얻어 일본에 간 김옥균은 울릉도와 제주도 어채권(漁埰權)을 담보로 외채를 모집하려 했다. 그러나 임오군변 이후 일본정부의 개화파 지지 정책이 바뀐데다가 그 정부나 민간이 3백만 원이란 거액을 차관해줄만한 사정에 있지 못해 실패했다. 당황한 김옥균은 10~20만원이라도 빌리려 했으나 그것마저 실패한 채 귀국했다. 차관도입에 실패하여 정치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민씨 일파의 친청수구(親淸守舊)정책이 강화되어 개화파의 정치적 위기의식은 높아져갔다.[고쳐 쓴 한국근대사, 강만길 지음, 창작과 비평사, 1994년, p186]

조선이 강대국의 등쌀에 시달려 정신을 못 차리고 있던 시기의 일이다. 당시 조선왕조는 임오군란으로 인한 일본의 피해(?)를 배상하기 위해 50만원의 돈을 지불해야 했다. 이외에도 인천 개항 등 격증하는 재정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정부는 1883년 2월에 명목가치가 종래의 상평통보보다 다섯 배 더 큰 당오전(當五錢)1을 주조하여 유통시키기로 결정한다. 물가폭등이 뻔히 예견되는 이 상황을 김옥균 등 개화당(開化黨)이 반대하고 나섰다. 결국 김옥균이 직접 일본에 국채를 조달하러 나섰지만 실패하고 체면만 구긴 채 귀국해야 했다. 이러한 상황이 결국 그 다음해의 개화파가 실행한 갑신정변으로 이어진 것이다.

만약 이때 김옥균의 국채조달이 성공하였다면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정부 내 개화파의 입지는 커졌을 테고 그들이 이상적인 롤모델로 여기고 있던 일본의 입김도 더 세졌을 수 있을 것이다. 개화파가 일본의 침략야욕을 일찍 눈치 챘다면 자주적인 근대화가 더 빨라졌을 수도 있고 계속 친일노선을 유지했다면 한일합방이 좀 더 빨랐을 수도 있을 것이다. 역사에 가정은 있을 수 없지만 어쨌든 역사의 모든 정변에는 경제적 원인이 내재되어 있음을 다시 한 번 알 수 있는 일화다. 그리고 김옥균이라는, 재정건전성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던 한 파란만장한 정치가에 대한 호기심도 더 커지게 하는 일화다.

“공유경제” 비즈니스모델 관련 트윗 모음

# Uber의 경쟁업체 Lyft는 지난 10월 이후 우버 직원들이 약 5천 건의 예약을 취소하는 방해행위를 일삼았다고 주장함. 공유양아치짓? 기사 보기.

# “Lyft가 뉴욕 시장에 진입한 후, Uber는 운전자들에게 양 회사를 위해 일하는 것은 뉴욕시 규정상 금지돼 있다는 문자를 보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규제 싫어하시는 분들이 이런 규제를 운전자에게 강요하시다니?

# 나는 우버나 에어비앤비의 “공유경제” 비즈니스모델은 규제에서 교묘하게 벗어남으로 인한 아비트리지의 규모 경제에서 시현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이들이 제도권으로 진입하거나 경쟁자가 생길 경우 비용은 증가하고 이것이 모델의 몰락을 초래할 거라 생각한다.

# 특히 그들이 스스로 호텔 업체나 운수 업체가 아니라 “플랫폼”이라고 강조하는 방식은 대기업이 파견업체 노동자를 활용하며 실질적 고용주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듯한 방식과 유사하다. 결국, 그런 모습은 장기적으로 서비스의 질 저하를 불러올 개연성도 크다.

# 내 트윗에 동의 못한다는 트윗을 봤는데 멘션하지 않았으니 직접 답할 필요는 없고, 그는 내가 “공유경제 비즈니스 모델”과 “공유경제 모델”과 다른 차원에서 말한 점을 간과하고 있음. 우버는 “공유경제”를 사칭하며 비즈니스모델을 구축한 사례라고 생각함.

# 공유경제는 이미 인프라와 같은 공공재나 버스와 같은 집합소비재에서 일상적으로 구현되고 있는 시스템이다. 이를 사적재에 적용하여 비즈니스모델로 만들겠다는 것이 우버 등의 생각인데 그것이 집합소비재의 진입 장벽을 탈법적으로 뛰어넘는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 요컨대 공유경제 자체는 자원절약형 집합소비 시스템으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다만, “공유경제”라 칭하는 비즈니스모델은 수익원이 공공재에 무임승차하는 규제 아비트리지의 성격이 강하다. 그리고 그것이 “비즈니스”라면 제도 안에 들어와야 한다.

법인(法人)이 가지는 선택의 자유의 전제

실제 미 대기업의 조세 회피가 선거쟁점으로 부상하면서 이를 돕는 월스트리트가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타깃이 되고 있다. 해외의 경쟁 기업을 인수한 뒤 본사를 법인세율이 낮은 아일랜드 등 유럽으로 옮기는 이른바 ‘인버전(inversion·자리바꿈)’ 전략을 월가가 부추기고 있다는 것. 뉴욕타임스(NYT)는 톰슨로이터의 집계를 인용, 월가 투자은행들이 최근 3년간 미국 기업들에 인버전을 자문하며 벌어들인 수수료 수입만 10억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정했다. [중략]월가를 대표하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간체이스 회장은 이에 대해 “인버전은 값싼 물건을 사기 위해 월마트에 가는 것과 같다”며 “기업들도 똑같은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반박했다.['금융개혁' 칼 빼든 오바마…대놓고 反旗 든 월가]

최근 미국의 조세당국은 최근 “조세정의”를 세우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다. 오바마는 인버전 전략을 추구하는 기업을 ‘기업 탈영병’이라 부르며 비난하며 미국 기업의 국적 포기를 어렵게 하는 법안 제정에 착수했다고 한다. 이러한 경향은 정서적으로는 민주당 특유의 反월스트리트 정서와 실용적으로는 세수부족이라는 배경 아래서 더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체이스 회장의 기업의 “선택의 자유”는 시장자유주의자들의 전형적인 논리다. ‘소비자는 소비선택의 자유가 있고 기업은 기업 의사결정의 자유가 있다’는 논리를 겉으로 보기에 지극히 타당한 논리다. 그리고 이러한 논리는 개인(個人)과 법인(法人)을 시장에서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가진 경제주체라 여기는 상황에서 더욱 설득력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떠한가? 법인은 바다 건너 회사를 인수해 본사를 그쪽으로 옮기며 계속 본국에서 장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쪼갤 수 없고 합칠 수 없는 개인은 극히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고는 소득이 있는 곳에서 정주하며 소득세를 내야 한다. 다이먼은 개인의 소득행위가 아닌 소비행위를 기업의 소득행위에 비유하면서 이러한 차이점을 애써 회피한 셈이다.

한편 기업의 자유를 부르짖은 제이미 다이먼의 마음속에는 시장자유주의 주창자가 전가의 보도로 쓰는 “보이지 않는 손”의 교리가 내재되어 있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 손이 시장을 효율적으로 최적화시켜줄 것인데 정부가 이것을 억지로 왜곡시키려 하고 있다는 선험적인 그 믿음. 하지만 아담 스미스가 설명하는 “보이지 않는 손”은 다음과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

아담 스미스는 『도덕 감정론』에서 “(神이) 우리들의 (마음에 심어준) 도덕적 능력(moral faculty)의 명령에 따라 움직임으로써… 우리는 필연적으로 인류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추구하는 것이며, 그렇게 함으로써 어떤 의미에서는 神과 함께 일(同役)하며 우리의 능력 안에서 가장 최대한으로 神의 계획을 진전시킨다고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한국 자본주의에 대한 아담 스미스의 메시지]

시장자유주의자들은 시장의 논리에 도덕의 잣대를 들이대지 말라며 “보이지 않는 손”을 준거로 내세우지만 이미 그 “보이지 않는 손”에는 도덕이 전제되어 있기 때문에 시장자유주의는 끝없는 모순의 ‘뫼비우스 띄’를 맴돌게 된다. 구글과 같은 첨단기업이 이미 첨단적으로 도입했던 인버전 전략이 어떻게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는 지는 이미 재론의 여지는 없는 것 같다.

미재무부에서 일했던 세무 경제학자 마틴 설리반은 “이 회사는 평균적인 법인세율이 20%이상인 고세율의 나라들에서 대부분 영업활동을 합니다.” 미국 다음으로 구글의 두 번째로 큰 시장인 영국은 28%다. 버뮤다에서는 법인세가 전혀 없다. 구글의 이익은 세무 변호사들로부터 “더블 아이리쉬”와 “더취 샌드위치”로 불리는 대단히 난해한 경로를 통해서 이 섬의 백사장으로 여행한다. 구글의 경우 이렇게 작동한다.: 유럽, 중동, 또는 아프리카의 어떤 회사가 구글을 통해 검색광고를 구입하면, 이 돈은 구글 아일랜드로 송금된다. 아일랜드 정부는 기업이윤에 대해 12.5%를 과세한다. 그러나 구글은 이 이윤을 더블린 사무실에 머물게 하지 않게 함으로써 대부분의 세금을 내지 않았는데, 보도된 바로는 2008년에 세전이윤이 매출의 1%도 안 된다.[사악한 구글과 미련한 아일랜드]

소설을 읽다가 샘터 주인인 척 했던 어떤 인간이 떠오르다

“아니, 내가 뭐, 버는 게 있어서? 빨래라야 그저 여름 한철이지, 그것두 이제 장마나 지면 다 쓸려내려가구…. 흥! 그야말루 오 전 십 전 빨래 값 받어가지구 해마다 세금 바치려면 쩔쩔매는 판인데….”
그리고 그는 잠깐 말을 끊었으나, 칠성아범이,
“허지만….”
하고, 또 이의를 제출하려는 기색에, 그는 즉시 말을 이어,
“더구나, 소문을 들으면, 뭐 청계천을 덮어버린단 말이 있지 않어? 위생에 나쁘다던가… 그러니, 정말 그렇게나 되구 본댐야, 인젠 삼순구식두 참 정말 어려울 지경이니…. 흥! 말두 말어.”[천변풍경, 박태원 저, 문학과지성사, 2014년, p168]

소설가 박태원이 1936년 8월부터 10월까지 『조광』에 연재한 ‘천변풍경’의 일부다. 이 소설은 청계천 주변에 사는 당시 사람들의 모습을 소묘(素描)하듯 담백하게 그린 소설이다. 인용한 부분은 그 중에서도 제17절 샘터 문답에서 샘터 주인이 칠성아범과 민주사 집 행랑아범과 나누던 대화의 일부다. 샘터 주인이란 말 그대로 청계천 중 일부를 자기 것으로 하여 빨래하는 이들로부터 사용료를 받는 이었다. 이런 권리가 어떠한 법적 권리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소설에 나와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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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상 – 서울특별시사편찬위원회「일제 침략 아래서의 서울(1910-1945)」의 “Frame house along Seikei-Sen“. 위키미디어 공용에 의해 Public domain으로 라이선스됨.

일제강점기 시절의 청계천 모습

청계천은 원래 그냥 개천으로 불렸으나 일제강점기에 청계천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한다. 인용문을 보면 박태원이 이 소설을 연재하던 시점에는 이미 개천의 이름이 청계천으로 바뀌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소설에서 샘터 주인이 이야기하듯 실제로 일제 총독부는 청계천을 복개(覆蓋)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한다. 하지만 예산의 문제로 실행되지 못하고 한국전쟁 이후 1950~70년대에 걸쳐 복개공사가 이루어졌고, 이 공사는 일종의 근대화의 한 사례로 홍보되었다고 한다.

천변주민들에게는 빨래터이자 쓰레기 투기장이었고, 샘터 주인에게는 영업장이었던 그 곳이 “근대화”를 위해 덮여지고, 다시 “현대화”를 위해 덮개가 뜯어져 친환경(?) 관광 상품이 된 곳이 바로 청계천인 것이다. 청계천은 샘터 주인에게는 오 전이나 십 전 빨래 값 받아서 연명하게 해주는 도구였지만, 후에 이걸 보다 큰 이익에 이용해먹은 이가 있다. 2011년 건축가에 의해 최악의 건축물 3위에 뽑힌, 복원된 청계천으로 대통령이 되어 4대강으로 그 스케일을 확대시킨 이명박.

스트리밍 서비스 시대의 도래에 따른 레이블과 뮤지션들의 명암

축음기와 라디오가 발명되고 보급된 이래 대중음악은 일군의 산업을 형성하며 끊임없이 발전해왔다. 녹음기술이 발전하고, 비닐 레코드가 표준화되고, 뮤지컬 영화가 극장에 개봉되고, MTV가 개국하고, 십대들이 음악잡지를 사고, 대규모 락콘서트가 열리고, mp3 플레이어가 보급되고, p2p로 mp3를 교환하고, YouTube가 인기를 얻고, 애플이 플랫폼에서 음악파일을 팔고, Spotify가 라디오를 대신하는 등 시장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산업의 참여자들에게 다양한 방향으로 영향을 미쳤다.

Q. Spotify가 레코드 레이블들과 요율을 협상하고 있다. 이 회사는 아마도 아직 이익이 나지 않는 사기업입니다.
A. 당신이 이윤을 낼 필요가 없을 경우 당신의 경쟁상대를 약하게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네. 스트리밍 회사는 레이블들과 “협상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 (대형) 레이블들은 투자자인데, 이건 명백히 이해관계의 충돌이죠. Spotify가 상장되면 이 레이블들은 많은 현금을 거머쥘 것입니다. 아마도 스트리밍을 통해 여태 얻는 극미한 수수료보다 훨씬 많겠죠. 그래서 레이블들은 스트리밍 회사를 거칠게 대할 인센티브가 없습니다. 매우, 매우 영리한 거죠. 이는 단기적인 생각으로 여겨집니다.[David Byrne Talks Artists’ Rights, Spotify & Touring]

빌보드의 이 인터뷰는 Talking Heads의 프론트맨이었고 현재 솔로 뮤지션으로 활동하면서 저작과 미술 등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는 David Byrne의 스트리밍 서비스에 관한 생각이다. 현재 주로 모빌 기기를 기반으로 하는 스트리밍 서비스와 이에 연계된 각종 음악 서비스는 앨범 판매 등의 기존 수익모델이 위협받고 있는 시점에서 미래의 먹거리를 일구어줄 사업모델로 여겨지고 있다. 약 4천 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Spotify는 그 중에서도 Pandora와 함께 스트리밍 서비스의 선두업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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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vid Byrne of Talking Heads” by Jean-Luc – originally posted to Flickr as Talking Heads. Licensed under CC BY-SA 2.0 via Wikimedia Commons.

젊은 시절의 David Byrne

David Byrne이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듯이 Spotify의 경쟁력은 경쟁자를 무력하게 만들만큼 싼 이용료일 것이다. Spotify는 이러한 놀라운 원가경쟁력을 어떻게 갖출 수 있는 것일까? 바로 메이저 레이블에게 스트리밍에 대한 수수료보다 더 매력적인 조건을 제시함으로써 레이블이 수수료를 낮추게 만든다는 것이 Byrne의 생각이다. 사실 레이블들은 소속 아티스트들의 이해관계를 위해서라도 수수료를 더 받아야하는데 온전히 자신들의 몫이 될 지분 획득을 대가로 싼 수수료를 용인한다는 것이 Byrne의 또 다른 짐작이다.

그러나 나는 어떻게 그렇게 적은 광고만으로도(어떤 때는 몇 시간을 로긴하고 있음에도 전혀 광고를 보지 못할 때도 있었다) 아티스트들에게 보상을 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중략] 내가 대화를 나눴던 주요 레코드 레이블들은 – 그리고 상대적으로 큰 인디 레이블들 – Spotify에 대해서 긍정적이었는데, 이 때문에 나는 그들이 두둑한 몫을 지불받든지 그리고/또는 회사의 주식을 받았음에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확실하게도 나의 의심은 몇 주후 확인됐는데 메이저들이 Spotify 주식의 18%를 받았다고 보도됐을 때였다.[Behind the music : The real reason why the major labels love Spotify]

Byrne의 발언을 확인시켜주는 가디언의 2009년 기사다. 물론 레이블들은 싼 수수료와 넉넉한 지분과의 연관성을 부인할 것이다. 하지만 이 레이블들이 현재도 20% 가량의 Spotify 지분을 -“공짜로” – 얻었고, 인스타그램이나 왓츠앱 등의 경이적인 성공에 크게 고무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현재 Byrne이 예상하는 상장보다는 대형 통신사 등에 장외에서 지분을 넘기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가치는 100억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뮤지션들이 끼어들 몫은 없다.

복수의 정보원에 따르면 메이저 레이블들은 현재 20% 가량 되는 Spotify에 대한 공동소유권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중략] 예전 모델에서 레이블은 그들의 가치있는 카탈로그를 사용하는 권리에 대한 대로 비싼 선불 개런티에 보다 집중했다. [중략] 그러나 이런 거래에 익숙한 몇몇 정보원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이런 상황이 상당히 변했다고 한다. “[대형 레코드 레이블들은] 수수료보다는 주식을 요구하기로 결정했는데, 이제 [취득에 관한] 시장이 있기 때문이죠.” 한 정보원의 말이다. [중략] 한 정보원은 Spotify가 한 목표가는 과거에 100억 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매우 매우 달콤한 보상이라고 지적했다.[The Major Labels Are Trying To Sell Spotify for $10 Billion, Sourses Say]

진보적인 뮤지션인 Billy Bragg은 현재 뮤지션들이 대형 레이블들로부터 받고 있는 스트리밍 요율을 더 높이기 위해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현재 뮤지션이 받고 있는 수수료의 요율은 극히 일부의 레이블이나 대형 가수를 제외하고는 전체 수입의 8~15%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가뜩이나 레이블들이 주식 대박의 꿈 때문에 수수료를 낮게 받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뮤지션들의 몫은 더 적다는 것이 Bragg 의 불만인 것이다. 이미 Radiohead의 Thom Yorke나 프로듀서 Nigel Godrich와 같은 이는 행동에 나섰다.

Bragg이 오늘 말했다. “이 스트리밍 비즈니스 모델의 문제점은 대부분의 아티스트들이 여전히 아날로그 시대의 계약으로 묶여있다는 것인데, 그때는 레코드 회사들이 실물의 생산과 배급의 모든 부담을 졌을 때죠. 그래서 아티스트들은 평균적으로 8~15%의 로얄티만 받는 것입니다. 디지털 시대까지 그대로 이어진 그 비율이 왜 아티스트들이 Spotify로부터 그렇게 형편없는 소득을 얻는지를 설명해줍니다.”[Spotify royalties : ‘Problem lies with labels - not streaming services’, says Billy Bragg]

요약하자면 대부분의 뮤지션들은 현재 Spotify와 같은 저항할 수 없는 새로운 음악 서비스로부터 불공정한 요율을 적용받고 있다는 것이 Byrne이나 Bragg과 같은 이들의 생각이다. 이러한 요율은 아날로그 시대에 적용된 요율이 그대로 디지털 시대에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고 이는 지속가능한 시스템이 아니라는 것이다. Byrne은 특히 이러한 상황이 대형 레이블들의 지분확보를 대가로 한 싼 수수료에 기인하며 이는 명백히 이해관계의 충돌이라는 것이다. 새로운 시대에 대한 대형 레이블들의 적응력은 너무 뛰어난 것 같다.

Talking Heads의 “거칠고 거친 인생”을 듣도록 하겠다.